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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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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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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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 시간에 옥상으로 좀 와줄래?"

이치가야 아리사는 불안에 떨고 있었다. 미사키가 옥상으로 불러냈을 때, 그 뒤로 이어질 온갖 시츄에이션이 상상됐기 때문이었다.

이 동영상이 퍼지고 싶지 않다면 벗어! 나 이 동영상을 학교 학생회의 때 뿌려버릴까 하는 데~ 같은 악랄한 상황들.

교복 치마를 꼭 붙잡고, 아리사는 옥상 문을 열었다.

"어, 왔네."

 미사키는 그런 험악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다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아리사는 그 우물쭈물거리는 모습에 오히려 긴장이 풀렸다.

그래, 선량한 오쿠사와 씨가 내 약점을 가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리가 없지. 오히려 자신이 미사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었으니

당분간 점심이라도 맛있는 걸로 사다줘야겠단 생각을 한 아리사였다.

"그, 이치가야 씨. 할 말이 있는 데."

"응? 뭐, 뭔데?"

 마치 사랑의 고백이라도 할 것 같은 묘한 분위기와 함께, 미사키가 옥상문을 걸어잠궜다.

"잠깐, 오쿠사와 씨? 뭔데? 응?"

"그 영상에 대한 건, 그냥 말하려고."

"......뭐?"

 그 순간 아리사의 사고는 아주 단단하게 얼어붙었다. 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못견디겠어. 자꾸 여기저기서 내가 이치가야 씨한테 손을 댔다느니 내가 변태라느니 그런 소문도 들리고,

얼마전엔 하구미가 나한테 '미-군! NTR이 뭐야?' 이렇게 물어보던 데 이러다가 내가 진짜 이상한 사람이 될 거 같아서 그래."

"아, 아니 잠깐만... 오쿠사와 씨. 그러지 말고...."

"솔직히 이치가야 씨가 잘못한거 아니야? 나는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하거든?

앞으론 누가 나한테 그런 이야기하면 확실하게 해둘거니까. 그렇게 알아줘."

 아, 이건 인생이 끝나는 소리인가. 아리사는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리 없지. 아직 활로는 있었다.

"오쿠사와 씨 자, 잠깐만!"

 아리사가 미사키의 손목을 잡았다. 미사키가 옥상문을 다시 열려고 하는 찰나였다.

"뭐, 뭐든지 할테니까! 제발!"

 아리사는 그 때, 처음으로 미사키가 경멸하는 표정을 짓는 걸 볼 수 있었다. 인간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박살이 난듯한 표정.

"필요없어. 그딴 거"

아리사의 손을 뿌리치고 미사키는 옥상문을 열었다.  누군가 빠르게 옥상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토야마 카스미가 아리사와 미사키의 이상 현상을 알아챈 것은 그 날이었다. 옥상으로 올라가자는 비밀 이야기에 따라올라간 것이 그 날이었다.

미사키가 아리사를 함락한 뒤 사실상 방치 상태로 두고있는 것 같다며 온갖 음험한 소문이 퍼지는 것이 그 이전의 일들이었다.

카스미는 아리사를 믿고 싶었고, 미사키를 믿고 싶었다. 그 날, 자신이 울면서 뛰쳐나간 뒤로 아리사는 카스미와 대화를 피했고

미사키는 카스미가 질문 할 때마다 고개를 돌리며 대답을 회피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다고, 카스미는 확신했다. 옥상으로 올라가자는 비밀 이야기에 따라 올라간 것이 그 날이었다.

뒤늦게 올라온 옥상 문은 잠겨있었고, 문 바로 앞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카스미가 들은 건 그 편린이었다.

"......이러다가 내가 진짜 이상한 사람이 될 거 같아서 그래."

 미사키의 목소리였다. 무슨 이야기일까 귀를 기울였다.

"아, 아니 잠깐만... 오쿠사와 씨. 그러지 말고...."

"솔직히 이치가야 씨가 잘못한거 아니야? 나는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하거든?

앞으론 누가 나한테 그런 이야기하면 확실하게 해둘거니까. 그렇게 알아줘."

 어?

"오쿠사와 씨 자, 잠깐만!"

어라?

"뭐, 뭐든지 할테니까! 제발!"

 미사키는 아리사를 버리는 건가? 카스미는 가슴 한 켠이 욱신거리는 걸 느꼈다. 미사키가 아리사를 찬다는 건, 다시 자신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이었지만,

저렇게 절박한 아리사의 외침을 듣고있으니 차마 기뻐할 수가 없었다. 미사키는 아리사를 가지고 놀고있는 건가?

"필요없어. 그딴 거"

 카스미는 황급히 계단을 뒤어내려갔다. 카스미의 마음 속에서, 미사키에 대한 호감이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아리사를 행복하게 해줘야된다는 불꽃이 천천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용서하지 않아 미사키 짱. 행복해야 해 아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