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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파스텔 팔레트의 일일 기타리스트, 히카와 사요입니다모바일에서 작성

타에치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22 23: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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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연습 후 뒷정리가 한창이던 스튜디오에 울렸다. 로젤리아 멤버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바닥에 떨어진 스마트폰으로 쏠렸다. 하지만 정작 소리를 낸 당사자인 사요는 자신이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것도 모른 채 창백한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사요?”

리사의 걱정하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사요는 그제야 스마트폰을 주웠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 떨어졌는지 스마트폰의 액정엔 금이 크게 가 있었다. 부서진 스마트폰을 잠시 보던 사요는 유키나에게 고개를 돌리곤 말했다.

“미나토 씨, 뒷정리를 빠져도 될까요?”

“무슨 일인데, 아까부터?”

리사가 다가와 손을 뻗자 사요는 반사적으로 그 손을 꼭 잡았다. 다소 아플 정도로 힘이 들어갔지만 리사는 내색하지 않고 다른 손으로 사요의 손을 감싸줬다. 그 따뜻한 행동으로 겨우 말할 용기를 얻은 사요는 자신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현실을 입에 담았다.

“히나가...사고를 당했습니다.”

그 뒤의 사요의 기억은 혼란스러웠다. 쓰러질뻔한 자신을 누군가가 받쳐준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그 뒤로 무엇을 타고 어떻게 병원에 도착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다행히 제정신이 아닌 사요를 걱정한 로젤리아 멤버들은 그녀를 히나가 있다고 알려진 병실 앞까지 끌고 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사요는 쉽사리 눈앞의 병실 안으로 들어서질 못했다.

사요는 너무나 무서웠다. 안에 들어서면 히나가 어떤 상태일지 모른다는 점이 그녀를 얼어붙게 했다. 기타를 치는 데 필요한 두 손은 다 붙어 있을까?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두 다리는? 마주칠 때마다 웃어주던 얼굴은?

“사요...씨, 히나가, 히나가...!”

아코의 눈물 어린 목소리에 금방이라도 다시 쓰러질듯한 사요와 그런 그녀를 부축하고 있던 로젤리아 멤버들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어느새 병실 문 앞에 선 아코는 손가락으로 안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뭐라 말하기 미묘한 아코의 표정에 사요는 심장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결국 더는 견딜 수 없게 된 사요는 비척거리며 발을 움직였다.

병실에 도착한 사요가 본 히나는...

...웃고 있었다.

“아, 언니! 이제 온 거야?”

히나는 사과 조각을 입에 밀어 넣고는 빈 포크를 휘두르며 쌍둥이 언니를 맞이했다. 침대 위에 있는 사람치고는 너무나도 해맑은 히나를 본 사요는 몸의 긴장이 풀려 그 자리에서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 사요를 일으켜 세우러 달려온 로젤리아 멤버들도 그제야 히나의 모습을 보게 됐다.

히나는 놀랄 정도로 멀쩡했다. 다리에 깁스한 것을 제외하면 어디 하나 탈 난 곳이 없는 평소의 히나였다. 모두 말문이 막힌 가운데 가까스로 리사가 입을 열었다.

“어, 히나? 사고를 당했다고 들었는데?”

“응! 촬영 중이었는데 갑자기 조명기구가 떨어지지 뭐야! 난 피할 수 있었는데 다른 그룹 애가 위험해 보여서 도와주다 보니 좀 다쳤어! 전치 3주 나와서 그렇게 라인 보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냐는 4쌍의 눈빛들이 사요를 향했다. 사요는 분명 히나가 크게 다치지 않아 기쁜 상황인데도 죄인이 된 기분이 들어 변명을 시작했다.

“아, 아까 스마트폰 액정이 깨지는 바람에 그 부분은 못 읽었습니다. 그래도 히나가 멀쩡하니....”

“사요.”

떠듬거리며 나오던 사요의 변명은 유키나의 목소리에 의해 두 동강났다.

“그야 사고의 스케일에 비하면 기적 같은 결과이지만, 그래도 다친 사람한테 멀쩡하다는 말을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히나, 미안.”

사요의 사과를 히나는 싱글거리며 받아줬다.

“괜찮아, 언니! 정말로 크게 다친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2주 뒤에 라이브는 어쩔 생각일까?”

갑자기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병실 안의 사람들이 전부 돌아보자, 거기에는 꽃병을 든 치사토가 서 있었다. 꽃병 안에 물이 찰랑이는 것이 방금 물을 채워서 온 모양이었다.

“시라사기 씨? 어째서 여기에?”

“아, 치사토 짱이 같이 와 줘서 병원 수속도 해줬어. 부모님들은 학회 때문에 아직 해외에 계시거든.”

사요의 물음에 히나가 답해주는 사이, 나머지 사람들은 치사토가 지나갈 수 있도록 비켜주었다. 치사토는 병실 창가로 걸어가 꽃병을 둔 뒤 손을 툭툭 털고는 말을 이었다.

“파스파레의 라이브가 2주 뒤에 예정되어 있잖아. 그건 어떻게 할 거니?”

“응-이대로 나가는 건?”

“그런 모습으로 나와서 팬 분들을 걱정시키는 건 안 되잖니.”

사요는 치사토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히나가 다친 몸으로 무대에 서는 무리를 하는 것도 그녀로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히나, 시라사기 씨 말이 맞아. 이번 라이브엔 나가지 않는 게 좋겠어.”

“에엥? 그치만....”

히나는 반박하려 했지만 사요와 치사토 둘이 합동으로 완고한 눈빛을 보이자 아무리 그녀라도 억지를 부릴 수 없었다. 팔짱을 끼고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던 히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다시 얼굴이 환해지고는 손을 들고 외쳤다.

“그럼 이건 어때? 언니가 파스파레의 일일 기타리스트로 나가는 거야!”

“뭐? 그런 게 될 리가 없잖니.”

동생이 꺼낸 얘기를 단칼에 자른 사요는 동의를 구하기 위해 치사토 쪽을 봤다. 하지만 치사토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모습이 히나의 제안이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네. 사요 짱이라면....”

치사토의 예상외의 반응에 다급해진 사요는 재빨리 말을 붙였다.

“그리고 로젤리아의 연습도 있어서 안 돼. 그렇지요, 미나토 씨?”

“해도 좋아, 파스파레 라이브.”

“그거 봐. 미나토 씨도 안...네?”

사요는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유키나는 다시 한번 확실하게 말했다.

“파스파레 라이브에 나가도 괜찮다고 말했어. 저번에도 말했듯이 평소랑 다른 관객들 앞에 서서 하는 연주는 좋은 경험이 될 거야.”

믿을 구석이 없어진 사요는 다른 로젤리아 멤버들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들은 하나같이 그녀가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쩌겠어, 히나가 저렇게 됐는데. 아, 결코 내가 아이돌 미소를 짓는 사요를 보고 싶어서 그런 건 아냐.”

“이마이 씨, 사실 즐기고 계시죠?”

“파스파레 분들하고...모르는 사이도 아닌데...힘들 땐 서로...도우며 살아야죠. 결코 나풀거리는 아이돌 의상을 입은 사요 씨를 보고 싶은 건...아니에요.”

“시로카네 씨, 중간에 명백히 욕망이 들어간 부문만 말이 빨라지셨는데요.”

“후후, 아카식 레코드에 따르면 타천사가 천계의 부름을 받고 다시 천사가 되는 것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운명!”

“....”

마지막에 아코에 이르러선 사요는 반박할 의지마저 잃고 말았다. 주변의 흥미롭게 보는 시선들을 둘러본 사요는 한숨을 쉬고는 치사토에게 물었다.

“그래서, 연습은 언제부터인가요?”

-

며칠 뒤 파스파레 소속사의 연습실,  파스파레 멤버들은 다가오는 라이브의 연주곡들을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평소와 유일하게 다른 점은 기타를 치고 있는 사람이 히나가 아닌 사요라는 것이었다. 사요는 오늘 처음으로 연습에 합류했음에도 이미 훌륭하게 파스파레의 곡들을 소화해내서 파스파레 멤버들이 감탄하게 했다.

“정말 멋진 연주였어요, 사요 씨! 그야말로 준비된 무사라는 느낌이네요!”

연습이 끝나자마자 칭찬을 해오는 이브에게 사요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감사를 표했다.

“여러분들도 괜찮았습니다. 단지....”

무언가를 말하려던 사요는 아차 싶어서 입을 다물었다. 무심코 로젤리아에서 하던 버릇대로 방금 연주에 평가를 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로젤리아가 아닌 파스파레. 외부인인 자신이 연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사요는 생각했다. 그런 사요의 생각을 눈치챈 아야가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도 괜찮아. 나도 언제나 치사토 짱한테 실수를 지적받아서 그런 건 익숙하거든!”

밝게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척 세우는 아야를 보며 사요는 그건 그거대로 아니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어쨌든 아야가 이렇게까지 얘기해줬는데도 말을 안 하면 도리가 아닌 듯 해서 사요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러분 개개인의 연주는 괜찮은데, 전체적으로는 묘하게 엉성한 느낌이 있습니다. 마치 가운데 조각이 없는 퍼즐 같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었던 사요였지만, 막상 말을 하고 나니 파스파레 멤버들의 반응은 그녀의 예상과는 달랐다. 객원 멤버의 평가에 기분 나빠하는 대신, 반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인정해 버린 것이다. 의아해하는 사요에게 파스파레에서 가장 음악에 식견이 높은 마야가 설명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파스파레의 음악이 가진 개성 때문에 그럴 겁니다.”

“파스파레 음악의 개성?”

“여태까지 파스파레의 연주는 히나 씨가 앞으로 달려 나가면 다른 멤버들이 히나 씨를 붙잡는 형태였습니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히나 씨 때문에 파스파레 전원의 음악이 활발하고 생동감 있는 형태가 됐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마야의 설명을 듣자 사요도 얼핏 이해되었다. 그동안 히나 때문에 봐온 파스파레의 라이브에서 느낀 감상과도 맞아떨어지는 이야기였으니까. 동시에, 사요는 깨달았다.

“그 말은 결국 제가 히나를 대신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는 거군요.”

언제나 자유분방하게 뛰노는 히나의 연주와는 달리, 사요의 연주는 칼 같은 정확함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로젤리아의 연주에선 활약했던 그 정확함이 지금은 밴드의 불협화음을 끌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능력이 모자라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막 우울함의 늪에 빠지려던 사요에게 동아줄이 한 가닥 던져졌다. 사요가 돌아보자 치사토가 말을 이었다.

“사요 짱, 그날 병실에서 히나가 뭐라 했는지 기억나니?”

“제가 파스파레의 일일 기타리스트가 되라고....”

“그래. 히나는 그렇게만 말했어. 결코 자신을 대신하라든가 빈자리를 채우라든가 같은 식으론 말하지 않았잖아, 그렇지?”

확실히 히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히나는 언제나 그랬다. 그 아이는 아끼는 언니에게 자신의 위치를 대신하라고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제야 사요는 히나의 마음을 이해했다.

히나는 그저 순수하게 파스파레에서 사요가 연주하길 바랐을 것이다. 그건 히나가 사요의 기타 실력을 믿은 것도 있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파스파레의 연주에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사요의 기타가 들어가길 원한 것도 있을 것이다.

즉, 히나는 그저 사요의 기타를 좋아했을 뿐이었다.

사실을 깨닫고 나자 어쩐지 부끄러워진 사요는 생각의 방향을 좀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렇네요. 하지만 지금 제 연주로는 기존 파스파레의 음악을 할 수 없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말을 하던 사요는 파스파레 멤버들의 표정을 보고는 답을 알아챘다. 실로 우문이었다.

“그렇군요. 저희에게는 연습밖에 없었죠.”

자신의 질문에 답하면서 사요가 살짝 지은 미소에 현역 아이돌들의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다. 하지만 사요는 자신이 연예인급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는 것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로 다시 기타에 손을 얹었다.

“그럼, 하던 연습을 계속할까요?”

——-

민트자매 생일 용으로 썼는데 별 시답잖은 금지어에 계속 걸려서 풀버전은 못 올리겠음

나머진 저기에.  



http://posty.pe/1hsk5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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