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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아이도루 영원승지가 보고싶어서..앱에서 작성

ㅇㅇ(175.223) 2020.03.24 22:53:29
조회 1400 추천 77 댓글 14
														


 
"승지야..."
 
우리 가수야. 다음달 데뷔할. 목관리 안 하니. 
 
"저는 래펀데요.."
 
노래 못해서. 연기와 함께 부스러지는 변명을 흘리던 승지는 새파란 눈초리에 마지못해 담배를 비벼껐다. 잔소리는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나이도 어린 애가 이런 걸 어디서 배웠니부터 시작해서, 여자아이돌과 담배의 부조화와 그 위험성에 대해서까지. 아이돌, 그 세 글자를 자신과 매치시킬 때마다 불가항력적으로 헛웃음과 코웃음이 나오려 했기 때문에, 승지는 숨을 참으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 모습을 어떻게 해석한 건지, 영원은 힘든 일이 있으면 이런 데 의지 말고 제게 얘길 하라며 다독이곤 자리를 떴다. 물론 담뱃갑을 받아가는 수고도 잊지 않고. 마치 학주에게 하듯 새로 산 지포라이터까지 고스란히 갖다바친 승지는 속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한숨을 뱉었다. 그 놈의 딴따라그룹 막내짓거리 못해먹겠네. 시발.
 
 


 
다섯 살이나 나이를 속이고 이 짓거리를 하게 된 건 세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스물다섯이나 먹어서 뭔 아이돌이에요. 돈 꼭 갚아드린다니까요. 대신 갚아주신 건 감사한데, 전 그런 거 무립니다. 대신 무슨 짓이든 해서 1년 안에 드릴게요. "그래? 나 대부쪽도 하는 거 알지. 이자 200프로 받는다. 다음달까지 입금해." "...저한테 왜 이러세요." "그러니까 하라는 대로 해. 나이는 속이면 돼." 한두 살도 아니고, 들키면 매장당하지 않을까요. "걱정 마. 좋은 데 묻어줄게." 마지막 반항 아닌 반항도 날아간 후엔 그저 체념만이 남았다.

브이큐라는, 삼류 중소기획사다운 작명에 기가 나름 세 보이는 올망졸망한 여자애 셋에, 순한 웃음을 비싯거리는 콩알만 한, 사장의 조카라는 여자애 하나. 그리고 춤도 노래도 소질이 전혀 없는 본인. 당연히 말아먹겠지 싶었다. 그렇게 밑바닥 좀 기다가 탈출하면 될 테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망할 놈의 세상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잠을 세 시간도 못 자고 행사장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금연에 좋다며 영원이 가져다준 사탕을 빨면서 승지는 멍하게 생각했다. 병맛 가득한 데뷔곡은 유명한 유튜버의 픽을 받고 유명세를 탔고, 역주행이란 걸 하며 음원차트 중위권에 안착했다. 허둥지둥 안무를 틀리는 제 직캠이 재밌다며 조회수 100만을 찍었을 때는, 정말 과장 없이 딱 물에 코 박고 죽고 싶었다.
 
 



 
 
불행히도 조카님은 제게 관심이 지대해보였다. 다른 애들과는 언니라고 부르지 않는다, 막내 주제에 고분하지 않다며 싸워서 카메라앞이 아니면 말도 안 한지가 오래였다. 그게 편해서 좋았지만, 웬일인지 이 애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꼴에 리더라고 다 챙기고 싶은건가. 
 
"승지는 뭐 좋아해?"
"혼자 있는 거요."
 
명백하게 밀어내는 말이 분명함에도 밀려나지 않고 나도 혼자 있는 건 좋아해. 하고 웃는 순한 얼굴은 늘 의욕을 잃게 만들었다. 그럼 우리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어떨까요. 건방지게 방문을 턱짓하는 것도 못 본 척, 영원은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왔다. 자기는 에그타르트를 좋아한다면서. 승지는 뻑뻑한 눈을 문지르다 툭 내뱉었다.
 
"치케요."
 
 

 
 
"승지는 식혜에 죽고 못살아요! 팬 여러분 선물 많이 해주세요~"
 
이건 저를 엿먹이려는 수작일까. 사실은 다른 멤버애들보다도 날 안 좋아했던 걸까. 눈이 안 보이게 웃는 영원을 보며 승지는 멍하게 생각했다. 라디오 광고시간이 돌아오자 눈을 반짝이며 저를 돌아보는 눈빛이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 같아서 또 잔뜩 화를 내고싶은 의욕이 사르르 사라졌다. 식혜... 입에 남는 달착지근함이 싫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 마치 지영원 같네. 나 잘했지. 기어이 칭찬을 들으려는 애의 보들한 갈색머리를 흩뜨리며 네에, 권승지는 이를 악물었다.
 
 



승지는 이렇게 식혜의 종류가 여러가지라는 걸, 지난 주 팬사인회를 다 돌고나서야 알았다. 요즘 어린 나이에 당뇨에 걸려 많이들 뒤진다던데, 곧 자신의 미래가 되지 싶었다.
 
"어휴, 승지야. 또 식혜 마셔? 질리지도 않나봐."
"조카님이..!"
 
은근한 뿌듯함이 담긴 그 말에 욱하고 튀어나오려던 성질을 억누른 승지가 와그작 식혜캔을 구겼다. 
 
"너무 고마워 안 해도 돼."
 
속살거리는 애가 너무 무해해 보여서 또 의욕이 팍 꺾였다. 승지는 멍하니 다음 식혜캔을 따며 제게 몸을 기대앉은 영원의 머리에다 턱을 가볍게 찧었다. 아, 달아. 너무 자연스러운 태도로 제 손을 가져다 오늘은 금연을 했냐며 킁킁거리고 멋대로 깍지를 끼는 지영원도, 딱 식혜만큼이나 해로웠다. 
 
 




 
 "저희 애한테 볼일 있으세요?"
 
선배랍시고 같잖은 조언을 늘어놓던 새파랗게 어린 남자애가 힘든 일 있으면 문자하라며 제 폰을 내미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너보단 인생경험 많으니까 꺼지라고 쏘아붙이고 싶은 걸 꾹 참던 승지가 자연스레 제 손에 엮여드는 작은 손의 주인을 힐끗 보곤 피식 웃었다. 꼭 주인 지킨다고 나서는 하룻강아지 같네. 선배라면 죽는 시늉도 하는 애가 잔뜩 경계하며 저를 끌어당겼다.

"가자."

볼일 있었으면 어쩌려고 멋대로 끌고와요. 결연한 표정으로 이끄는 대로 질질 끌려가주던 승지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툭 내뱉었다. 쟨 안돼. 완전 바람둥이라고 소문났어. 속닥거리는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다른 앤 되고? 별것도 아닌 말에 잠깐 굳어졌던 영원이 떽 하는 표정을 지으며 아직 연애는 안 된다고 딱 잘랐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리는 승지의 팔을 삐죽한 표정을 한 애가 보채듯 흔들었다.

"안돼애, 언니랑 놀아줘야지."

어떻게 더 놀아줘요. 매일 붙어다니는데. 아 그래도오. 승지를 이끌고 방송국 매점으로 흘러들어간 영원이 당연하단 듯 식혜캔을 골라 올려놓자 승지가 조금 다급한 손짓으로 캔을 되돌려놓고는 잠깐 고민하다 커피를 하나 집어올렸다. 

"캐러멜 마키아토, 좋아해?" 

제 몫의 바나나우유를 쪽 빨며 영원이 중요한 사실이라도 캐묻듯 속삭였다. 그냥... 지영원의 눈동자 색, 그리고 머리색이 딱 그 정도의 연갈색 쯤이구나. 동그란 눈을 마주보며 새삼 깨달은 승지는 버릇처럼 영원의 보들한 연갈색 머리를 흩뜨리며 말끝을 뭉갰다. 승지는 달달한 걸 좋아하는구나. 바닥을 내려다보는 애의 귀가 조금 발갰다.

 




 
"니가 제대로 간수를 못 하고 흘리니까 이런 게 뜨지."
"죄송합니다. 고모... 앞으로 조심할게요."
 
별로 이딴 걸 목격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얼른 영원을 찾아보라는 매니저의 성화에 성의없이 최근 이전해 낯선 회사를 쏘다니던 발걸음이 멎었다. 그깟 스캔들이 뭐 대수라고. 사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 영원의 한쪽 볼이 벌겋게 부어있었다. 아니, 티비 나오는 애를.. 얼굴을. 시발. 욕지기를 마른 침과 함께 삼키며 승지가 영원의 뒤를 쫓았다. 휘청거리면서 숙소의 제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려는 애의 손목을 잡아챘다.
 
"괜찮아요? 좀 봐봐요."
"괜찮아.."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 고개 좀 들어보라니까."
 
조심스러운 손길에 고개를 든 영원의 눈이 반짝거렸다. 잠시 멍해졌던 승지가 새빨갛게 손자국이 남은 하얀 얼굴에 차마 손을 대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많이 부었네. 얼음 좀 해서 올 테니까 잠깐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깨에 기대오는 이마가 뜨거웠다. 척척한 울음소리에 멍하니 눈을 깜빡이던 승지는 망설이다 가만히 작은 몸을 끌어안았다. 왜 우는 것도 맘껏 못하고 소리를 먹어. 신경쓰이게. 빈틈없이 꽉 끌어안자 마른 몸이 가늘게 떨었다. 
 
"고마워..."
 
한참 후에야 조그만 목소리로 제 품을 벗어나며 그렇게 말하는 애의 손이 아직도 조금 떨렸다. 승지는 창피한지 제 눈을 피하는 영원의 턱을 들어 조심스럽게 시선을 맞댔다.
 
안쓰러워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친한 척하는 게 짜증나서. 짜증나는데 짜증도 못 내게 해서. 저만 보면 웃어서. 아직 눈물이 고여있는 옅은 갈색 눈동자를 마주 보는데, 모든 변명들이 다 멎었다. 차가운 손이 뜨겁게 부어오른 뺨을 조심스럽게 감쌌다.
 
"승지-.."
 
그래서 권승지는 늘 좋은 음색으로 저를 부르는 말을 먹었다. 
 
 
 

 

 
뜬금없지만 저 라디오장면이 갑자기 생각났음 ㅋㅋ 낙차 얼른 보고싶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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