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서 신경쓰이는 아이가 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나서도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친구들과 보내는 일상은 변함이 없었다. 운 좋게도 다들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붙을 수 있었던것이다.

물론 다들 부활동이다 뭐다 해서 자주 못모이고는 했지만 중학교때도 한번 있던 일이였다. 그럼에도 3년간 우정이 변하긴 커녕 더 든든해졌기에 자주 모이지 못해도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점심만큼은 어지간하면 다같이 모여서 먹자고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얼굴을 잊는다던가, 대화가 부족해질 일은 없었다.

그 날도 평소처럼 소꿉친구들이랑 점심을 먹기 위해 모였을 때의 일이였다. 히 짱이 날씨도 좋으니까 옥상에 다같이 올라가서 먹자며 넷이서 도시락을 싸들고 옥상으로 향했다.

보통이라면 잠겨있을테지만 이야기를 꺼낸 발언자답게 히 짱이 주머니에서 옥상 열쇠를 슥 꺼내들었다. 우리 중 가장 붙임성이 좋은 그녀니까 선생님한테 말씀드려서 빌려온거겠지, 다들 박수를 치면서 대단해, 대단해 하고 이야기해주자 그녀가 조금 부끄러운듯 웃더니 바로 연다면서 문고리에 손을 가져다댔다.

"응?"

입에서 바람빠진 소리가 들려서 세 사람다 그녀를 쳐다보고 다시 문고리로 시선을 향했다. 열쇠는 넣지도않았는데 맥없이 문고리가 돌아갔다. 선객이 있나봐! 토모에의 호탕한 말이 이어졌다.

"어쩌면 우리랑 같은 생각을 한게 아닐까?"

"옥상에서 도시락 먹기~?"

츠구 찡의 말에 쿡 웃으며 동조한 내가 곧장 문을 열었다.

문 너머에는 긴 흑발의 소녀가 서있었다.

선객이라는 츠구 찡의 추측이 완전히 틀린건 아닌듯 소녀의 발치에는 도시락이 놓여져있었다. 옥상에서 보는 경치가 마음에 드는듯 도시락에는 손도 안대고 마치 뭐에 흘린듯 바깥경치만 보는 그 모습은 마치 어딘가의 공주님과 같아서-

"와아..."

네 사람 다 그 모습을 한참이나 넋놓고 쳐다봤던 것 같았다. 츠구 찡의 입에서 작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나 역시 동감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역시 미인이 하면 숨만 쉬어도 그림이 되는구려...속으로 이야기한 찰나였다.

눈이 마주쳤다.

흑장발의 소녀가 이제 눈치챘다는듯 우리쪽을 쳐다보더니, 이내 귀까지 빨개진채로 도시락을 들고서 곧장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보내는것도 그랬기에 내가 손을 뻗었다.

"오오~이것도 인연인데 같이 점심이라도..."

"죄, 죄, 죄, 죄송합니다...!"

소녀의 자그만한 사과소리가 들리더니 붙잡을 틈도없이 능숙하게 우리사이를 빠져나오고는 곧장 옥상을 내려갔다. 남겨진 채 멍하니 있던 우리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낯을 엄청 가리는 아이인가봐."

"그보다 방금 미타케 씨 아니였어?"

미타케 씨? 뭔가 알고있는듯한 히 짱의 말에 어딘지 모르게 그 아이가 신경쓰인 내가 좀더 얘기해보라며 그녀의 옆구리를 간지럽혔다. 잠시 웃음을 터트리던 그녀가 이윽고 흑장발의 미인, 미타케 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 유명한 화도 가문의 외동딸이래! 낯을 엄청 가려서 제대로 얘기를 못한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어쩐지 전통있는 일본미인이라는 느낌이 들더니만!"

"응, 응! 소문으로는 들었는데 예상보다도 더 아름다웠어!"

세 사람이 한 마디씩 했지만 귀에 들리지않았다. 방금 전 그 아이가 서있던 자리를 시야에 담으면서 나즈막히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미타케, 미타케 란이라.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역시, 엄청나게 신경쓰였다.

※

란이랑 앱글얘들이 만나지 못한 세계선

외동딸로 귀하게 자라진데다가 가문을 이어받는다는걸 당연하게 여겨서 아예 전통있는 일본식 미인으로 성장한 란

그리고 원작이랑 다를거없는 앱글

끼리 만나서 란이 마음을 열고 좀 알콩달콩 하다가 모카랑 결혼하는 그런거 어떰

사실 란모카는 어떤식으로 만나도 사귈거같긴한데 그런거 보고싶어서 살짝 써봄

장발인 이유는 전통있는 일본식 미녀의 분위기에는 역시 흑장발이 아닐까 해서

근데 쓰고나니 느낀건데 흑장발은 똥차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