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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링크
안녕 작가지망생 백붕이 버터롤빵이야.
초커 5화가 나오게 되었어.
항상 꾸준한 사랑 보내주고 내 글을 읽어주서 고마워.
오탈자 지적이나 궁금한 점, 피드백 등은 댓글로 달아주면 작중 스포일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성실히 답변해줄게.
이번화는 정사신은 없지만 다소 민감한 표현 등이 있을 수 있으니 감상시 주의를 요해.
각설하고 이번화 시작할게.
* * * * * *
[ 여왕은 자기보다 나이 많은 시녀의 목에 자신의 향기를 묻혔다. 절대 지워지지 않을 향기를. 그 누가 맡아도 그녀의 향기인지 알 수 있기를. ]
대실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갈 때쯤 아이비는 시간을 확인하고 앤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침대를 벗어났다.
앤은 원치 않는 마음으로 아이비의 가슴과 허리에서 손을 떼었다.
아이비의 몸은 온통 앤의 타액과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특히 가슴 부근이 아주 심했다.
아이비는 군말없이 샤워실에 들어가 몸을 씻고 나왔다.
그리고 벗었던 옷을 거꾸로 챙겨 입었다.
아이비가 옷을 걸치는 사이 이번에는 앤이 샤워실로 들어가 몸을 깨끗히 단장했다.
침대를 벗어나는데 다리가 너무 후들거려 걸음을 제대로 걷질 못했다.
꼭 전력질주를 몇 킬로 이상 한 기분이었다.
" 괜찮아? "
아이비가 브래지어를 차다 말고 물었다. 앤은 샤워실의 유리문을 붙잡고 간신히 넘어지지는 않을 수 있었다.
"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어요. "
" 그렇게 기분 좋았니? "
팔을 돌려 후크를 걸은 아이비가 웃으며 말했다.
" 머리가 하얗게 변했어요. "
앤은 샤워기 호스를 틀면서 대답했다.
시원한 물줄기가 그녀의 체액, 그리고 아이비의 체액까지 싹 씻어 내려갔다.
모든 일에 서툴기만 하지만 처음이라는 건 누구나 예외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몸에 거품을 묻혀 내려가고 그것을 다시 물로 씻어내었고 머리를 들어올리자 문 바깥에서 원피스를 몸에 걸치고 있는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유혹적인 손짓 하나, 목소리 하나에도 설레이는 앤에게는 아이비라는 여성이 다가오는 것만 해도 큰 자극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으로 확인한 뜨거운 애정도 참을 수 없을 만큼 달콤했다.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는 그 어떤 애무보다 강렬했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를 뒤지며 잃어버린 귀걸이나 머리핀을 찾고 소지품을 챙겨서 건물 바깥으로 나오자 아까 전보다는 사람이 많이 늘어 있었다.
사람들은 술집에 방문해 가게에 들어갔고 거나하게 취한 이들은 온갖 곳에 소리를 질러 댔다.
시끌벅적함이 막 올라오려는 이곳, 이곳이 바로 유흥가라 할 만했다.
"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
" 한창 그럴 시간대지. "
앤과 아이비는 골목길을 빠져나와 건널목이 있는 곳까지 걸었다.
" 바래다 줄게. "
아이비가 말했다.
" 아니에요 언니. 오늘 신세를 너무 많이 졌어요, 여기서부터는 제가 알아서 갈게요. "
앤은 그녀를 한사코 말렸다.
오늘 온종일 그녀에게 받은 것이 많기에 이 이상 받기에는 아직 그녀의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로서는 굉장히 염치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 그래? 이대로 헤어지기가 좀 아쉽네. "
아이비는 앤의 말대로 했지만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헤어져야 했다.
앤은 위로 가야만 했고 아이비는 돌아서 왔던 곳으로 가야만 집으로 갈 수 있었다.
밤은 이제 막 달아올랐지만 아이비는 자신이 아까 한 약속을 지키는 연상으로써의 모범을 보여야만 했다.
아이비는 고개를 숙여서 앤에게 짧은 이별의 키스를 해주었다.
앤 역시 이번에는 발끝을 들어보는 노력을 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신장 차를 줄였다.
" 사랑해 앤. "
" ...저도요. "
아이비는 키스를 마치고 허리를 들기 전 앤의 귓가에 속삭였고 앤은 얼굴을 붉히고 대답했다.
앤의 발이 다시 평지에 닿았고 아이비는 천천히 허리를 들어올렸다.
" 오늘 너무 즐거웠어, 주말 잘 보내. "
" 언니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
" 들어가면 연락 줘. 내 번호는 가지고 있지? "
" 네. "
비록 점장님이라는 딱딱한 말로 저장되어 있을 뿐이지만 앤의 전화번호부에는 항상 위쪽에 찝혀 있었다.
아이비는 마지막 인사를 보내고 횡단보도 건널목을 걸었다.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우뚝 서있는 그녀는 건널목이 런웨이라도 되듯 자신감 넘치게 걸었으며 어른의 매력을 잔뜩 발산하고 있었다.
앤은 아이비가 완전히 건널목 저편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남아 있다가 아이비가 보이지 않을 수준이 되어서야 아이비가 걸어간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늘은 짙은 보라색이 되어 있었다.
낮이 길어졌다고는 하나 하늘은 이제 금방 어둑어둑하게 변할 것이었다.
앤은 서둘러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동안 머리 한 쪽 켠에 보관해두고 있던 엘이 생각났다.
엘에게는 미안하지만 몇 시간 동안은 엘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오직 그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크나큰 양심의 충격이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몸을 추스르고 정상적인 사고를 하게 되니 앤이 아이비와 무슨 행동을 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앤은 청바지 밑에 있는 자신의 음부를 잠시 주시했다.
그곳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가락이 들어간 일은 그녀의 인생을 통틀어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 그녀의 모든 것을 허락한 적도 오늘이 처음이었다.
엘의 행동 하나에도 설레이던 앤은 단숨에 너무나 많은 계단을 뛰어넘어 버린 느낌이었다.
양심의 충격은 이른바 다시 죄책감이라는 형태로 변하게 되었다.
앤은 집에 거의 다 왔지만 집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집에 마실 것이 없다며 자기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슈퍼에 들러 물건을 사고 근처 공원의 벤치에 주저앉았다.
항상 날이 선 듯이 차갑고 무미건조하게 자신을 다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아이비 프로스트가 위험한 희생을 했던 자신에게 고마워했고 뿐만아니라 자신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아주거나 그녀를 위해 힘써 주었다는 걸 알았다.
심연과도 같은 유혹이 앤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한 마디가 앤의 마음을 흔들었다.
아이비의 대답을 듣기는 했지만 앤으로써는 아이비의 마음을 모두 아는 것은 불가능했다.
침대 위에서 한 이야기는 하루만 지나면 사라질 신뢰도라고 흔히들 말하는 경우가 많다.
앤은 아이비의 고혹적인 태도, 그리고 확고한 푸른 눈빛만은 진심을 담고 있다고 믿고 싶었다.
물론 앤과는 달리 아이비는 매력적이고 나이도 많다.
비록 직업 특성상 다른 사람을 사귈 시간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녀와는 달리 경험도 많고 깊은 관계가 된 사람도 많을 것 같았다.
개중에는 지금 앤이 들었던 말을 앞서 들은 사람도 있을지도 몰랐다.
애초에 그 말을 듣고자 한 건 앤의 바램이었다.
그럼에도 앤은 사랑한다는 말의 무게가 너무나 무거웠다.
설령 아이비가 침대 위에서 상대방을 만족시키기 위한 말을 했다 한들 앤은 그 한 마디에 모든 것을 내려놓아 버렸고 아이비에게는 무엇이든 바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
대놓고 나는 당신의 것이에요 라고 말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사랑한다는 한 마디는 앤을 여기까지 몰아붙이고 있었다.
벌써부터 아이비의 가슴을 움켜쥐던 자신의 손이 저릿저릿했다.
그녀의 얼굴을 또 보고 싶었다.
앤은 그녀의 점장이 말하던 사랑이라는 단어에 충실해지고 싶었다.
그녀가 원하는 앤 하우스가 되고 싶었다.
앤은 사랑한다는 아이비의 말을 고백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나 역시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럼 엘은?
앤은 휴대폰 전화기록부에 남아 있는 이력을 보았다. 루시와 직장 동료, 그리고 아이비를 제외하면 제일 위에 있는 것이 엘의 이름이었다.
몇 주 전 갑자기 나타나서 앤을 용서하고 식사를 대접한다는 핑계로 가까이 다가온데다 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며 변화의 동기를 제공한 사람.
자기 자신을 언제나 존중해주고 의지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
자신의 소망은 정작 뒷전인 사람
그것이 지금까지 앤이 보아온 엘 퀸이라는 여자였다.
마음에 든다는 두루뭉실한 말로 사람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먼 곳에서 이사를 올 생각까지 하고 같이 살자는 한마디에 진지하게 자신을 봐주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이제 자신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지금부터라도 솔직히 이야기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감추고 아무런 일 아닌 것처럼 행동할까?
앤은 심란한 마음과 답 없는 의문이 계속 들어 다리를 튕기며 신발의 뒤축으로 의자를 걷어찼다.
갑자기 따끔한 통증이 들어 다리를 멈추었다.
부딪혀서 생긴 통증은 아닐진대 무척이나 발이 쓰렸다.
앤은 신발을 벗어서 발을 확인했다. 발 뒤꿈치에 길게 세로로 베인 자국이 있었다.
깊이는 깊지 않았지만 아주 날카롭게 베인 자국이었다.
앤은 자신이 언제 이런 상처를 입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좀처럼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런데 모텔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자신은 멀쩡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증이 일어난 것도 걷고 나서이니 결국 정황상 모텔에서 다친 셈이 되어 버렸다.
아마 아이비의 손톱에 긁혔거나 침대를 굴러다니던 그녀의 장신구 중 하나에 긁힌 모양이었다.
앤은 어서 집에 가서 약을 발라야겠다며 허리를 들어올리려 했다.
" 여기서 뭐해요 앤? "
갑자기 엘의 목소리가 들려 앤이 의자에서 일어서자 외투를 한쪽 팔에 걸고 있는 블라우스 차림의 엘이 보였다.
엘은 무척이나 지쳐 보였고 화장도 대강 바른 데다 목소리도 낮았지만 앤을 향해 다가왔다.
실로 얼마만인지,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엘의 얼굴을 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 엘! "
앤은 짧은 탄성과 같이 엘의 이름을 불렀다. 다리의 통증이 일어난다는 것은 잠시 접어두고 앤은 달려가 엘을 꼭 포옹해 주었다.
엘 역시도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힘껏 앤을 안아주었다.
깊은 피로감은 온데간데없는지 엘은 열띈 목소리로 열심히 재잘재잘거렸다.
" 집에 안 들어가고 뭐했어요? "
" 들어갈려고 했는데 발에 상처가 나서 보고 있었어요. "
" 상처요? 어디 봐요, 돌부리 같은 데에 긁힌 거 아니에요? "
엘은 앤의 발목을 살펴보려고 자세를 낮추었다.
하지만 앤은 행여나 엘이 상처 부위를 보고 무슨 상처인지 의심할까봐 질색하면서 그녀의 팔을 위로 끌어올렸다.
" 괜찮아요 큰 거 아니니까 집에서 약 바르면 돼요. "
" 그래요? 나는 또 나 퇴근하는 거 기다리는 줄 알고 좋아할 뻔했잖아요. "
변함없는 엘의 유머 센스였다.
" 지금 끝났어요? "
" 네...진짜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그 개ㅅ...개선안을 말씀해주시는 과장님께서 결정을 못 내리셔서 시간이 좀 걸렸거든요. "
엘은 인상을 쓰고 입을 머뭇거리다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마 너무나 지친 나머지 입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자세히 보니 정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의 노고가 충분히 짐작 가능했다.
" 너무 지쳐 보여요. "
"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드네요. 원래는 앤이 좋아하는 맛있는 밥 해주려고 했는데 어쩌죠?...... "
엘은 정말 아쉬운 목소리였다.
엘이 만들어준 치킨 수프는 거의 바닥을 보였다.
앤은 이번야에말로 자신이 식사를 만들어 줄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는 앤 역시 지금 어떻게 걷는지 모를 만큼 힘이 없었다.
아이비에게 온갖 약한 것이랑 약한 곳은 다 주물러지고 절정까지 다다른 상태로 요리를 만들면 안 그래도 부족한 그녀의 요리 솜씨가 더 드러날 것이 뻔했다.
앤은 두 사람 모두가 편할 만한 방법을 생각했다.
" 엘, 우리 그냥 사다 먹어요. 엘도 힘들고 저도 힘드니까 하루쯤은 우리 그렇게 보내 봐요. "
" 음, 나쁘지 않네요. 뭐 먹을래요? "
" 지금부터 가서 같이 골라요. "
앤은 엘의 팔을 붙잡고 왔던 길을 조금만 되돌아가 완전 조리된 로스트 비프나 감자 튀김 등을 구매했고 수프 한 통도 구매해 쟁여두었다.
집에 채소는 충분히 있으니 그건 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앤은 스팸 통조림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것은 앤에게 아주 중요한 기호 식품이었다.
앤은 과일 통조림을 챙기는 것으로 장보는 것을 마무리했다.
엘 역시도 앤의 선택이 굉장히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두사람은 장을 보고 서둘러 그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넓지 않은 이 좁은 집에 두 사람의 온기가 다시 채워졌다.
앤 혼자서는 그렇게 쓸쓸하고 춥기만 하던 집이 금방 훈훈해졌다.
" 일단 씻어요 엘, 저는 준비하고 있을게요. "
" 앤은요? 앤도 씻어야죠. "
앤은 봉투를 풀다 잠깐 손가락을 멈추었다.
지금 그녀는 외출을 나갔다 온 사람 치고는 묘하게 깨끗한 상태라는 걸 떠올렸다.
앤은 최대한 능청스럽게 넘어가기 위해 봉투를 풀고 엘의 눈을 보지 않은 채 로스트 비프를 그릇에 담았다.
" 저는 밥 먹고 씻을게요. "
" 알겠어요 그럼...저 먼저 들어갈게요. "
엘은 별달리 의심을 하지 않고 샤워하러 사라졌다.
앤은 묵묵히 물소리를 들으며 음식을 정리했다.
감자튀김은 그릇에 담고 야채는 차갑게 식혀 있는 걸 꺼내고 과일 통조림은 뚜껑을 따고 오목한 그릇에 담아두었다.
마지막으로 스팸을 굽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앤은 스팸 몇 조각을 구워내 탁자에 올려두었다.
의자에 앉아 머리카락을 넘기고 귀걸이와 초커를 풀어 책상 위에 내려놓자 샤워실 안에서 엘이 나타났다.
그런데 엘은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고 샤워 가운과 머리를 묶어둘 머리수건만 걸친 채로 나와서 뜨거운 열기를 품은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나마 머릿수건은 자리에 앉자 마자 풀어내려 곱슬곱슬한 그녀의 머리카락을 닦는 데에 쓰였다.
심한 곱슬머리는 아무리 풀어도 풀어도 그녀의 머리에서 착 달라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 옷 입고 먹는게 좋지 않을까요 엘? "
" 미안해요. 하도 하루종일 숨막히는 블라우스에 바지만 입고 있었더니 답답해서요. 밥먹은 다음에 갈아입을게요. "
엘의 대답에 앤은 그렇냐며 고개를 끄덕이고 애꿎은 스팸을 조각내었다.
사실 엘은 평범하게 행동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앤으로써는 샤워 가운만 걸친 모습이 한 시간 전에 보았던 아이비를 떠올리게 했다.
아이비의 성숙한 매력이나 고혹적인 행동과는 다르지만 아이비에 뒤진다 뿐이지 충분히 큰 가슴, 그리고 섹시해 보이는 곱슬 머리카락에 예민한 손동작까지. 앤은 엘을 만나기 전에 했던 고민이 다시금 머리를 들어올렸다.
아이비에게 없는 그녀의 특징을 꼽노라면 입을 다물고 있을 때 느껴지는 신비로움, 그리고 우아함이 있었다.
의식하지 않아도 엘은 충분히 앤이 호감을 느낄 만한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아침에 했던 말이나 그 전에 앤과 엘이 속삭였던 말들은 모두 잊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앤과 엘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지쳐서, 그리고 한 사람은 머리에 생각이 많아서 평소와는 달리 두 사람의 식탁이 상당히 조용했다.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제외하면 별로 소리가 나지도 않았다.
앤은 고기를 열심히 잘라 입에 넣었고 그녀가 보고 있는 엘은 매우 자연스럽게 감자튀김을 씹으며 물을 홀짝였다.
" 저기 앤, 질문이 하나 있는데 괜찮을까요? "
" 뭔가요? "
과일 통조림을 거의 마시듯 하던 엘의 표정이 무척이나 진지했다.
앤은 괜스레 겁을 먹었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평온한 태도를 유지하려 노력하면서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엊그제 나에게 한 말 있잖아요, 사실 먼저 이야기했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바빠서 제대로 이야기를 못 했어요. 이사하는 거 말인데요, 가족용 방으로 들어가려면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 같더라구요 내 짐을 이쪽으로 가져오려면 - "
" 아 그거 말이에요! "
앤은 다급히 엘의 말을 잘랐다.
어찌나 목소리가 컸는지 엘은 자신이 말하던 것을 도중에 멈추고 앤의 얼굴을 바라봐야만 했다.
앤은 잊어버렸던 모든 걸 떠올렸다.
엘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점점 더 힘들었다.
처음에는 나쁜 마음을 먹고 이대로 묻어 버릴까도 생각했는데 엘의 청순한 모습과 아직까지도 동거 이야기를 잊어버리지 않고 있을 그녀를 보자 앤은 더 이상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최대한 진실을 말해야 했다.
" ......실은 할 말이 있어요. "
엘은 앤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천천히 입을 닫았다.
손을 앞으로 펴 보였다.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먼저 하라는 의미였다.
앤은 입 안에 오물거리는 말을 재조합했다.
그리고 어렵게 토해냈다.
" 아무래도 같이 살지는 못할 것 같아요 엘. "
엘은 오른손을 살짝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그녀 역시도 무언가 말하려다가 만 모양이었다.
특히 그녀 자신이 고민하고 있던 게 있었을 터이니 말을 멈춘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안색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았다.
아닌 척 하지만 엘은 왼손으로 주먹을 만들고 이마를 두드리며 앤의 표정을 살폈다.
" 마음이 바뀌었군요, 괜찮아요. 처음부터 같이 사는 건 약간 무리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근처에 오는 것만으로도 난 괜찮아요, 충분히 앤의 집으로 올 수 있고 앤에게 맛있는 밥을 만들어줄 수 있잖아요. "
엘은 최대한 밝게 말했다.
행여나 그 일 때문에 고민하나 싶어서 앤이 부담감을 가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앤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
앤은 아직 마저 말을 털어내지 못했다.
그녀의 가슴 속에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 무슨 일 있어요? "
엘이 물어왔다.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앤은 이 이야기를 꺼내야 할 지 말지 속으로 수백 번도 더 생각했다.
벤치에 앉아 생각하던 것과 똑같았다.
그러나 답은 같았다.
이로 인해 어떤 결과를 가져온다 하더라도 앤은 말해야 했다.
" 오늘 점장님 만나고 온 건 알죠? "
" 네 알아요. "
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수 회 말했고 전화 통화도 했으니 모를 리가 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있을 일이었다.
엘은 아직 앤이 오늘 무엇을 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 미안해요 전화상으로는 아무런 일 없을 거라 했지만...실은 있었어요, 점장님...아이비 언니랑 영화 보고 나서...모텔에 갔고....거기서...... "
앤은 침을 삼켰다.
중요한 단어는 다 말했다.
엘은 그 뒷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만했다.
" 했어요? "
퍽 평온한 엘의 질문이었다.
앤은 엘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보기를 꺼려 했다.
계속해서 주먹을 쥐고 시선을 피하면서 입술만 움직였다.
" 아이비 언니는 저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줬어요. 침대 위에서 말하는 걸 믿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는 알아요 하지만...아이비 언니의 사랑한다는 말은 진심처럼 들렸어요. 저는 아이비 언니가 말하는 사랑에 충실하고 싶었어요. 아이비 언니의 마음에 드는 여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저도 아이비 언니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
앤은 자신이 비참했다.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 앞에서 나는 다른 사람이랑 잤고 다른 사람이랑 사랑을 속삭인 데다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다니.
물이 뿌려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이게 알아서 떨어지라는 뉘앙스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 그래서 같이 살지는 못하겠다는 거군요. 그리고 앞으로 날 어떻게 대할지도 모르겠고요. "
엘의 목소리가 매우 서늘했다.
분명 목소리톤은 평소와 다름없이 명랑하지만 슬쩍 보이는 그녀의 손짓이 곱슬머리를 쓸어내릴 때마다 여러 감정의 기복이 스쳐 지나감을 알 수 있었다.
앤은 말을 멈추고 싶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앤은 솔직하게 모든 걸 말해야만 했다.
자신의 몸을 옭아매는 두 가지의 끈 중 하나를 놓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는 그래야만 했다.
" 솔직히 말하면......엘에게 거짓말하기는 싫었어요. 나를 알아봐 준 엘에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해준 당신을 속이고 싶지 않았어요. 엘은 항상 나를 소중히 여겨주고 내가 한 말 하나하나를 잘 들어줬어요. 엘이 아니었다면 난 아이비 언니랑도 제대로 만날 수 없었을 거예요.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을 만한 여자라고 말해줬어요. 이 모든 건 당신이 도와준 일이에요. 그렇지만......바깥에서는 아이비 언니를 사랑하면서 집 안에서는 엘만을 소중히 여기는 척은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나를 나쁜 여자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날 떠난다 해도......이해할게요. "
앤의 눈 앞이 갑자기 흐려졌다.
눈을 비벼도 또 다시 흐려졌다.
팔을 거칠게 휘둘러 머리핀이 땅에 떨어져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닦아도 닦아도 눈은 계속 흐려졌다.
볼에 따스한 액체가 계속해서 흘러 얼굴 전체로 번졌다.
" 내가 싫어졌나요 앤? "
앤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엘이 물었다.
깊은 침묵 끝에 벌어진 입은 진지하게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깊은 실망감으로 보였다.
사랑 외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을 것만 같던 엘의 눈가에도 부정적인 감정이 서렸다.
" 아니에요!! 난 엘을 싫어하지 않아요, 오히려 좋아해요......아이비 언니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사랑해요. 그걸 위해서는 제 자신을 바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아이비 언니에게도, 엘에게도.....내게는 두 사람을 동시에 좋아할 만한 염치 따위는 없어요. "
참고 참았던 울먹임이 터져 나왔다.
앤은 소리내어 크게 울었다.
이제는 절망감이 들었다.
다른 이의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이가 한번에 과분한 사랑을 받은 댓가였다.
한 번에 하나밖에 선택하지 못하던 어린 소녀는 어른이 되어도 많은 사랑을 소화시킬 수 없었다.
앤은 이 모든 것이 그녀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의자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 걸음씩 천천히, 앤을 향해 다가왔다.
" 오 앤, 당신은 언제나 울고 있네요. 문제를 항상 자신의 마음에서 찾고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있어요. 내가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그렇네요."
엘은 앤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와 무릎을 굽히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눈물로 얼룩지고 죄책감에 일그러진 얼굴을.
엘은 손가락을 들어 천천히 그녀의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무릎을 꿇은 채로 앤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 잘못 생각하고 있네요 앤, 당신이 나를 먼저 좋아한 게 아니에요. 내가 먼저 좋아한 거죠. 당신의 삶에 끼어들기를 자청한 사람은 바로 나에요. 외모를 아름답게 꾸미라고 충고한 것도, 밝게 행동하라고 조언한 것도, 항상 최선을 다하고 변화를 가지려고 노력하라고 말한 것도 나에요. 그리고 지금 들어보니 그 결과는 아주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 같네요. 아마 그 점장님이란 사람의 사랑은 진짜일 거예요. 내가 지금 앤에게 느끼는 감정과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아마 똑같을 테죠. "
앤의 얼굴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자 엘은 책상 귀퉁이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몸에 아무것도 치장하지 않던 순수한 시절의 앤을 보았다.
엘을 만나기 전까지 앤은 이 모습이었다.
그 때와 지금이 다른 것이 하나 더 있다면 엘이 생각하던 것보다 앤의 마음은 훨씬 풍부했다.
그리고 엘 역시 단순한 호감 때문에 앤의 곁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변했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에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다면 나 역시 웃을 수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슬퍼한다면 나 역시도 웃을 수 없어요. 그로 인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만을 봐준다 해도 그건 내 자신이 자초한 일이겠죠. 절대 당신이 마음에 상처를 입을 일이 아니에요. "
어려운 말이었다.
연약한 앤과는 달리 강한 용기가 없으면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
그 누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곳을 보고 있는데도 그 마음을 응원할까 싶었다.
엘은 허리를 꼿꼿히 들었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 내가 한 말 기억하나요? 내가 원하는 것, 당신을 바꾸게 하면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해준다고 했죠. "
앤은 기억하고 있었다.
앤과 엘이 처음으로 키스를 했을때 서로에게 나누던 말.
앤은 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물었고 자신을 바꾸게 해 준다면 그 무엇이든 해준다고 말했다.
그 말은 생각보다 일찍 다가왔다.
" 그 사람과의 관계를 포기하지 마세요, 어줍잖은 배려는 사람의 마음을 더더욱 아플 뿐이에요. 그 사람의 사랑을 소중히 한다면 앤은 그 사람의 사랑에 보답해야 해요. 함께 사랑을 속삭이고 꿈을 키워 가는거예요. 거짓말도 하지 마세요.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세요. "
엘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털어놓았다.
그것이 앤을 바꾸게 한 엘의 마음이었고
동시에 지금 상황에서 앤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한 엘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앤은 잠자코 생각했다.
그러나 그 조건에는 맹점이 붙었다.
앤이 아이비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회피하지 않는다면 엘은?
여전히 그 전제조건에도 엘은 빠져 있었다.
" 그럼 엘은요?.....엘은 뭐가 되죠? "
앤의 물음에 엘은 잠시 동안 말을 멈추다 시선을 살짝 밑으로 떨어뜨리며 중얼거렸다.
" 모든 여자들에겐 여자친구 한두 명쯤은 있기 마련이죠. 연인과는 다른 관계, 그렇지만 그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기댈 수 있으며 함께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존재. "
엘은 식탁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앤의 목에 키스했다.
안 그래도 민감한 피부에 그녀의 자극적인 입술이 닿았다.
그런데다 앤은 아직도 행위를 마치고 오래지 않아 몸이 덜 식은 상태였다.
금방 목이 뜨겁게 반응했고 울음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앤의 목에서 새어나왔다.
흐느끼는 소리 사이에 엘의 목소리가 세이렌의 노랫소리처럼 섞였다.
" 내가 당신의 여자친구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세요. 내 사랑, 앤의 사랑에 간섭하지 않을게요. 앤이 동거를 원치 않는다면 나는 따로 살겠어요. 그 사람과의 새로운 가정을 꾸리려고 한다면 축복으로 응원해 줄게요. 하지만 날 항상 당신 곁에 있게 해주세요. 당신이 원하는 모든 걸 해 주죠. 당신을 위한 모든 걸 봉사하고 불편한 일이 있으면 언제나 내 도움을 아끼지 않을게요, 이 몸 역시 당신만의 것이에요 앤, 단순히 욕구를 풀기 위한 대상으로써 본다고 해도 난 개의치 않겠어요. 나 역시 당신을 사랑하니까. 그 사람에게 지지 않을 만큼. "
여자친구, 그것이 엘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여자친구라는 말은 단순한 동성 친구를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면 연인 미만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엘은 아이비와의 사랑은 별개로 그녀만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다.
비록 그 방법이 조금은 뒤틀린 방법이라 해도 이 여자의 사랑은 올곧고 앤을 똑바로 마주보고 있었다.
" 정말 그걸로 좋아요? "
앤이 울음을 삼키며 물었다.
" 첩도 나쁘지는 않으니까요. 본처는 모르는 남편의 모습을, 첩은 알 수 있어요. "
엘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포용력 넘치는 가슴, 그리고 그곳에서 신뢰가 느껴졌다.
엘은 자신의 선택으로 스스로의 지위를 낮추었지만
앤의 고통을 덜어줌과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포기하지 않을 방법을 생각했다.
엘의 몸이 가까이 다가왔다.
앤은 그녀를 껴안았다.
그리고 눈물을 참고 억지로 삼켰다.
엘의 사랑은 너무나 무겁고 소중했다.
앤은 아이비의 사랑만큼이나 그녀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이야기를 털어내니 홀가분해진 마음이 들었지만 더불어 다른 생각이 그녀의 머리에 피어났다.
엘이 뻔뻔해진다면 앤 역시 뻔뻔해질 각오가 되어 있었다.
" 엘이 말한 대로 할게요. 하지만 단 하나 포기 못하는 게 있어요. "
" 뭐죠? "
앤은 아이비가 그랬던 것처럼 천천히 어깨에 팔을 두르고 엘의 머리를 젖힌 다음 접시들이 전부 밀리도록 엘을 식탁 위에 눕혀 키스했다.
음식들 한복판에서 엘은 앤의 밑에 깔려 그녀의 머리 뒤에 비치는 조명을 바라보아야 했다.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무척이나 커지더니 서서히 작아졌다.
그리고 눈꺼풀이 닫히며 긴 키스가 이어졌다.
약 일분여 간, 앤의 혀는 지금까지 닫지 않았던 엘의 입안을 모두 헤치려는 듯 이리 저리 움직였다.
처음 키스와 지금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앤은 조금 더 적극적이고자 했고 엘은 그런 앤의 마음을 존중해 주었다.
입안 가득 타액이 떨어졌다.
앤은 흐르는 것을 닦아낼 생각도 없이 고개를 들었다.
" 나는 엘이 여자친구일 뿐이라 해도 단순히 욕구해소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겠어요. 엘도 나에겐 소중한 사람이에요. 엘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런 아픔을 엘에게만 쥐게 하지는 않겠어요. 아이비 언니에게도 솔직하게 말할 거에요. 나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언니를 사랑하지만 언니에 못지 않게 나를 사랑해주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그렇게 고백하고 언니와 사랑을 키워갈 거예요. 그렇다고 엘이 서 있을 자리가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자꾸만 내 뒤로 가지 마세요. 정말 나를 생각한다면, 그로 인해 포기할 게 생긴다면 나랑 같이 걸어 주세요. "
엘은 조금 강하게 앤의 어깨를 쥐었다.
앤은 자신이 뭐라 말했는지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였다.
아이비의 사랑을 소중히 하면서 엘과의 사랑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정신나간 행동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자신을 품던 아이비의 사랑스러운 속삭임도 진정한 사랑이었고
자기 자신의 위치를 낮추면서까지 앤의 마음을 지키려던 다정한 엘의 행동도 진정한 사랑이었다.
어린 소녀는 여자가 되어 처음으로 하나가 아닌 두개의 사랑을 품어보려 노력했다.
" 그런 말을 속삭이면...젖어 버리잖아요. "
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슬며시 걸치고 있던 가운을 풀어 땅에 떨어뜨렸다.
봉긋하고 단단하게 솟아오른 가슴, 그 중에서도 유두는 빳빳하게 서올라 앤을 향하고 있었다.
또한 슬며시 벌어진 그녀의 다리 안에서는 이미 질펀해진 음부가 앤을 원하고 있었다.
엘은 왼손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아주 천천히, 그녀의 음부를 벌렸다.
길게 늘어지는 실 같은 액체와 질펀한 느낌이 느껴졌다.
그 다음 엘은 스스로 오른손을 이용해 벌어진 음부로 중지를 밀어넣었다.
찔꺽이는 소리가 앤이 침을 삼키는 소리보다 크게 들렸다.
잠시 동안 엘의 짧은 탄성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엘은 다시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넣었고 안쪽 벽을 둥그렇게 휘젓듯이 빠져나왔다.
꼭 앤에게 봐달라고 말하듯 엘의 행위는 정말 천천히 이루어졌다.
몇 회인가 손가락이 반복해서 드나들자 엘은 마지막으로 다리를 활짝 벌린 채로 앤의 손을 그 안으로 가져다 대었다.
앤의 손에 질퍽이는 엘의 체액이 묻었고 엘의 음부가 토하는 열기가 쏘아졌다.
" 저녁은 그 사람이랑 보냈죠? 밤은 나랑 보낼 준비가 되었나요? "
엘은 부드럽게 속삭였다.
앤은 홀리듯이 엘에게 입을 맞추었고 한쪽 손을 가슴에 올려두었다.
이제 막 식기 시작핶던 앤의 몸이
다시금 그 기세를 모르고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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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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