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오랜만에 침대 밑에서 앨범을 꺼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제 방에는 앨범이 총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들, 특히 히나랑 같이 찍은 사진을 모아놓은 앨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제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몰래 히나의 모습을 찍어서 모아놓은 컬렉션이였습니다. 물론 스토킹이라던가 그런 불법적인 것은 아마도, 전혀 아니였습니다. 언니가 사랑하는 동생의 사진을 찍는것이 뭐가 잘못되었다는 걸까요!

그러한 논리 하에 히나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찍고있는 사진을 모아놓은 앨범이 어느덧 열 권...두 자릿수를 넘어간 이후부터는 샐 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사이가 좋지 않았을 때도 히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어서 계속 찍고는 했었거든요. 이렇게나 양이 많아지다보니 히나한테 들키지 않기 위해 침대 밑에 보관하고는 했답니다. 귀여운 제 여동생의 얼굴만 봐도 힘이 나고는 해서, 지금도 연습 도중 힘이 들 때면 몰래 꺼내서 보고는 하지요. 우리 히나의 얼굴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는 한답니다.

하지만...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앨범을 다 본 제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제 컬렉션 앨범에다가 얼굴을 파묻었습니다. 

마음에 걸린다는 것은, 다른게 아니라 저희 두 사람의 중학교 시절의 사진이였습니다.

 중학교 시절, 히나를 질투한 나머지 제가 계속해서 히나를 밀어내던 시기였기에 같이 찍은 사진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제 컬렉션 앨범과 꾸준히 찍은 가족사진을 비교하다보면 그 차이는 명백했지요. 컬렉션 앨범에는 어떻게해서든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도촬하는 형식으로나마 찍혀있었지만 가족 앨범은 아니였습니다. 특히나 비슷한 앨범을 보유하고 있는 히나의 앨범에 중학교 시절의 제 사진이 있을리는 만무했습니다.

"히나..."

사진을 손으로 쓸어내리면서 조심스럽게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 시절이 못내 마음이 걸렸습니다. 그렇게나 제 언니를 좋아하는 아이인데, 중학교 시절의 사진이 하나도 없으면...아마 히나의 입장에서도 썩 좋지는 않을 것 입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마음을 굳힌 제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인 다음 생살을 뜯는 고통을 각오하고 빈 앨범을 하나, 그 다음 숨겨둔 앨범에서 중학교 시절에 몰래 찍은 사진 중 투 샷을 찍은 사진만을 천천히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아직 제 머리가 길기 전이여서, 구분이 어려울 만큼 똑같은 머리스타일에 똑같은 외형의 두 사람이 사진에 찍혀있고는 했습니다. 

사진을 다 고른 제가 그것을 잘 그러모아서 책상 밑에 조심스럽게 숨겨놓은 뒤 빈 앨범을 들고 그대로 몰래 히나의 방에 들어가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마침 히나는 파스파레의 연습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거든요. 물론 그냥 빈 앨범을 주는건 좀 그래서, 표면상의 이유로는 화해한 기념으로 앞으로의 추억을 찍어서 여기에 담자, 라는 자그만한 쪽지를 놓았습니다만 실상은 전혀 달랐습니다.

제 생각은 이러했습니다. 이렇게 빈 앨범안 선물로 준 다음 히나가 잠든 사이에 몰래 아까 꺼내놓은 사진을 앨범에 꽂아놓습니다. 그러면 다음 날 히나가 그것을 보고 감동해서 제 품에 달려든다...아무리 생각해도 완벽한 작전이였습니다. 히나가 벌써부터 기뻐할 얼굴이 눈에 선했습니다.

생각했으면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습니다.

결행시간은 멀리 갈 것도 없이 오늘 밤 열 한시로 하기로 했습니다.

*

오랜만에 침대 밑에서 앨범을 꺼내서 보기로 했어!

내 방에는 있지, 앨범이 두 종류 있는거 알아? 하나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사진을 찍어놓은 것, 다른 하나는 말할것도 없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언니의 사진을 몰래 찍어서 보관해놓은 내 비장의 컬렉션 앨범이야!

물론 언니라면 평범하게 사진을 찍자고 하면 찍어주겠지. 하지만 내가 원하는건 그런 사소한 투샷이 아니라 언니의 일거수 일투족을 24시간 전~부 담아놓은 사진이거든?! 이런거는 언니라고 해도 조금 눈쌀을 찌푸릴것 같아서 조금 몰래 했어! 하지만 뭐 어때! 여동생이 사랑하는 언니의 사진을 찍는것 쯤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잖아. 그치?

그치만...

그치만 이 앨범을 보니까 룽, 하고 오지 않는게 있어. 다른게 아니라 중학교 시절의 사진이야. 물론 내 비장의 컬렉션 사진에는 사진이 왕창 있어! 왕창 있는데...

중학교 시절에 언니랑 조금 사소한 다툼을 했었어. 그래서 사이가 멀었던 적이 있거든. 그래서일까? 가족 앨범에는 그 때의 사진이 하나도 없는거 있지! 난 괜찮아! 내 수 십개 정도 되는 컬렉션 앨범에는 사진이 잔뜩 있으니까! 하지만 언니는 아니잖아.

사실 그게 제일 걱정이야. 언니는 그 때의 일을 전부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는 아직까지도 끙끙 앓고있거든. 그러다보니까 가족앨범을 보면서 중학교 시절의 사진이 없는걸 아직까지도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고 끙끙 앓고있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종종 하고는 해. 하다못해 이러한 죄책감이라도 덜어주고 싶은데 뭔가 방법이 없을까?

영리한 머리로 잠깐 생각하다보니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일단은 생살을 뜯는 심정으로 컬렉션 앨범에서 중학교 시절의 사진을 몇 개 꺼냈지. 보니까 조금 그리운 마음도 들더라고. 그 때의 나랑 언니는 머리길이부터 모든게 다 똑같았아서, 지금도 종종 사진으로 보면 잘 분간이 안되고는 해! 물론 지금은 언니야가 머리를 길렀지만...에헤헤, 단발 시절도 조금 그립긴 하다.

그 다음으로 준비한 것은 빈 앨범, 슬쩍 꺼내든 다음에 그걸 언니의 방에다 가져다 놓았어! 다행히도 언니, 로젤리아의 연습을 간 상태였거든. 물론 그냥 빈 앨범만 덩그러니 주기는 좀 그러니까 쪽지에다가 언니랑 더 사이가 좋아지고 싶으니까, 앞으로의 추억을 잔~뜩 찍어서 여기다 넣어놓자! 는 자그만한 쪽지를 덧붙이는것도 잊지 않았지!

물론 그 실상은 전혀 달랐어. 이렇게 빈 앨범만 선물로 준 다음 언니가 잠든 사이에 몰래 아까 빼놓은 사진을 끼워넣는거야. 그러면 언니, 장한 동생이라면서 감동해서 내 품에 안겨들겠지? 에헤헤, 역시 나야! 아무리 점검해도 완벽한 작전이라니까!

응, 역시 이런건 길게 미루면 좋지 않지! 언니는 일찍 잠드니까...

정했어! 결행시간은 오늘 밤 열 한시야!

[DAY 2]

뿌듯한 기분으로 아침에 일어나자, 책상 위에는 히나가 저에게 준 앨범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어제 연습을 끝내고 돌아오니까 책상 위에 히나가 준 앨범이 놓여져 있을 때는 계획이 들통난 줄 알고 정말로 깜짝 놀랐지만 쪽지 내용을 보니 기특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동생이 최고라는 자부심밖에 들지 않았답니다.

기지개를 편 다음 천천히 앨범을 향해 다가가 그대로 폈습니다. 응, 이렇게 흰 앨범 안에 이제 앞으로 두 사람의 추억을 잔뜩 찍어서 찍자니, 제 여동생이지만 말도 잘...하지요...?

"응?"

순간 잠이 덜깼나 의심하면서 눈을 비볐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어있던 앨범은 분명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것도 중학교 시절, 저와 히나의 사진으로 잔뜩 말이죠. 틀림없었습니다. 구도나 그런게 조금 차이는 있었지만 어제, 제가 앨범에서 꺼낸 사진들과 많이 비슷했습니다. 사실, 제가 찍은 사진이 워낙 방대해서인지 저도 솔직히 일일이 다 기억할 수 있는건 아니라 이게 그 사진이다고는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라 차이가 없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였습니다.

이상하다, 설마 내가 실수로 내 앨범에다가 사진을 넣었나? 의심해보기도 했지만 그건 아니였습니다. 분명 야심한 시각, 몰래 자리에서 일어나서 창문을 드륵 열고는 창문을 통해서 몰래 히나의 방에 가서 사진을 넣었었습니다. 혹시나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도 있었기에 누가 자는 것 마냥 치밀하게 침대 안에다가 사람 모양으로 위장을 해놓는것도 잊지 않았던 기억이 분명히 나는데...

"이상하네..."

이리 둘러보고 저리 둘러봐도 사진 안에는 분명 제가 어제 준비한 사진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단순히 제가 사진을 잘못 꽃은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그것도 아니면, 잠결에 실수로 제 컬렉션 앨범을 꺼내버린걸까요?

*

이상하네, 혀로 입술을 핥으면서 책상 위에 올려놓은 앨범을 샅샅이 흩어보았어.

분명 아침에 일어날 때 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지. 연습이 끝나고 오니까 언니한테서 선물이! 그것도 나랑 추억을 찍고싶다고 한 앨범이! 너무나 기뻐서 그 자리에서 춤까지 춰버렸을 지경이라니까? 역시 언니야! 나랑 뭔가 통하는게 있어! 콧노래를 부르면서 앨범을 꼬옥 껴안고 소중하게 책상 위에 올려놓았어. 아침에 일어나서 그것을 볼 때 까지만 해도 기분이 엄~청 좋았지! 엄청 좋았는데....

이리둘러봐도 저리둘려봐도 분명 어젯밤, 언니의 앨범에 넣었을 것이 분명한 중학생 사진들만 한가득인거 있지? 물론 구도같은게 조금 차이가 나기는 했지만 내가 찍은 사진이 워낙 방대해야지! 나도 솔직히 일일이 다 기억할 수 있는건 아니라 이게 그 사진이다! 고 장담할 수 없어서 조금 차이나는 것 정도는 쿨하게 넘기기로 했어.

그보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영문이람! 

설마 실수로 내가 내 앨범에 꽂을걸까?...아니, 그럴리는 없어! 어젯밤, 분명히 일어나서 복도에 아무도 없는지 살핀 뒤 그대로 언니의 방으로 직행했거든. 혹시나 누가 들어올 수도 있어서 배게같은걸로 이불을 오목하게 만들어서 내가 자고있는 것 처럼 보이는 치밀한 위장까지 해놓고 갔으니까 분명 기억해! 언니의 방에서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 언니가 자고있던것도 기억하는걸!

"이상하다..."

어떻게 봐도 사진 안에는 분명 내가 어제 준비한 사진만 있는거 있지.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단순히 내가 사진을 잘못 꽂은걸까? 그것도 아니면...

그것도 아니면, 잠결에 실수로 제 컬렉션 앨범을 꺼내버린걸까?

*

중학교 시절의 사진이 없는것에 미안함을 느끼는 사요 / 언니가 죄책감을 느낄까봐 전전긍긍하는 히나

밤중에 서로의 앨범에 자신이 몰래 찍은 중학교 시절 사진을 가져다주려고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