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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모카란] 내일의 밤하늘 초계반 下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26 00:07:58
조회 395 추천 17 댓글 5
														

 X X X 


 널 만나러 왔어. 내 기억속의 너를, 그리고 알지 못한 시간 사이의 너를. 


 X X X 


 붉게 영글어가는 태양은 저녁 하늘을 물들였다. 저녁놀을 머금은 따스한 온기 속에 하네오카 교정 위 아스러지던 석양볕은, 이내 창 너머 우다가와 토모에의 얼굴을 슬쩍 스치고 지나갔다. 빗자루를 든 그녀의 머리카락이 여울져가는 붉은 노을보다 더욱 발갛다.


 “이상해.”


 그녀답지 않게 고민을 띈 토모에의 목소리가 교실 내를 울렸다. 토모에는 의자를 내린 책상에 살짝 엉덩이를 기대, 한창 청소를 마무리 중이던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코흘리개, 철딱서니 코딱지 시절부터 함께해 온 두 사람. 우에하라 히마리와 아오바 모카의 시선이 토모에에게로 쏠렸다. 


 “뭐가 이상한데. 토모에?”


 의자를 막 내리고 토모에에게로 다가가던 히마리의 얼굴에도 물음표가 쓰였다. 애프터글로우의 리더라 쓰고 바지사장이라 읽는 그녀였지만, 친구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히마리였다. 그래서인지 평소와 다른 표정을 한 토모에가 그녀는 조금 더 신경 쓰였다. 


 “너희 둘은 이상한 거 못 느꼈어?”


 토모에가 곁눈질로 모카와 히마리를 번갈아보았다. 그러나 히마리는 어깨만 한번 으쓱였고. 모카는 아침에 사뒀던 빵을 입에 우물거리길 반복할 뿐이었다. 두 사람을 바라보던 토모에의 입가에서 한숨이 푹, 튀어나왔다. 


 “란 말이야.”


 란이라는 이름에 모카의 어깨가 조금 움츠러들었다. 그 날과 같았다. 내가 란을 잃은 날, 나를 지탱하던 세계의 기둥 하나가, 처참히 무너지던 그 날. 모카는 조심스레 두 사람의 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확실히? 요즘 란 조금 이상하긴 하지.”


 토모에의 말을 히마리가 거들었다. 빗자루를 쥔 그녀의 두 손에 살며시 힘이 들어갔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어 전혀 신경 쓰지 못했는데, 최근의 란은 조금 달라진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모카가 제일 먼저 느끼고 있을 줄 알았는데.”


 토모에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두 손을 책상에 짚고, 그녀는 조금 더 제 몸을 책상에 의지했다. 분명 하얀색이었을 천장이, 얼룩에 더럽혀져 조금 회색빛으로 보였다. 


 “미안, 토모찡. 바보 미소녀 모카쨩은, 란이 그렇게 변한 줄 전~혀 몰랐으니까.”


 모카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과거에 생각했던 그녀의 마음 중 하나였다. 그저 부드러이 변한 그녀가 좋아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줄로만 알았기에 나는 그걸 알길 거부했다. 


 “...몰아세우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미안.”


 “괜찮아.”


 토모에의 말에, 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혔고, 그 사이를 황혼 빛은 줄넘기를 하듯 스쳐 지나갔다. 집에 쉬이 가지 못할 것 같아서, 히마리도 토모에의 옆자리를 슬쩍 차지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천재 미소녀 모카쨩이 모를 때도 있구나.”


 모카의 말에 히마리가 자그마한 사족을 더했다. 토모에의 말도, 히마리의 말도, 그 날과 점점 달라져 간다. 마치 세계선을 달리한 것처럼, 그들은 그렇게 다르게 말했다.  


 “뭐~ 모카쨩이 천재라고 해도, 바보처럼 모를 때도 있으니까.”


 “요즘 묘하게 자학적이네, 모카.”


 조금 언짢은 목소리로 토모에는 모카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녀는 심란한 표정으로 모카를 바라보았고, 그 사이에 낀 히마리만이 두 사람의 눈치만 설설 볼 뿐이다.


 묘하게 부드럽게 변한 분위기였지만,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쉽사리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은근 쌀쌀한 밤공기만이, 세 사람의 거리를 비집고 들어왔을 뿐. 


 “너도, 요즘 이상한 거 알아?”


 안타깝다는 투로 토모에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팔짱을 낀 그녀의 얼굴이 로 인해 붉어진 것인지, 비치는 석양으로 붉어진 토모에의 얼굴은, 분명 상기되어 있었다. 


 “나?”


 모카가 저를 검지로 가리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토모에는 그녀의 표정과는 다르게, 굳은 채였다.


 우리가 알지 못한 사이, 모카와 란은 또 다시 변했다. 항상 모두를 잘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 토모에였기에, 그래서 약간은 투정 부리듯, 그러나 어디 한 구석이 부루퉁한 목소리로 그녀는 투덜거렸다.


 “...고민이 있어도 말 잘 안 하려 들잖아, 너도, 란도.”


 토모에는 침울한 음성으로 답을 주었다. 모카가 생각하기에도 토모에의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저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 란이니까. 설령, 그 고민이 자신을 좀 먹는다고 한다 해도. 그리고 그것은 자신에게도...


 “그러지 말고~ 모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히마리가 토모에와 모카 사이에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두 사람이 신경 쓰이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표정을 유지하는 것이 모카의 눈에도 선했다.


 “혹시 뭐 아는 거...”


 “괜찮아, 토모찡.”


 그러나 모카는 히마리의 말을 끊어버렸다. 이렇게 귀여운 히짱을 위해서라도, 나름의 답을 만들어야 했다. 적당한 답이 생각나지 않아도, 자신이 말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말해야 했었다. 


 “그게, 무슨...” 


 “모두 아직 집에 안 갔네!” 


 드르륵, 하고 열리는 미닫이 문. 교실로 들어온 사람은 학생회의 부회장 하자와 츠구미. 그리고 지금 화두의 중심인 미타케 란이었다. 마치 불장난이라도 저지른 꼬마 아이들처럼, 교실 안에 있던 세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교실내로 퍼진 묘한 분위기에, 하자와 츠구미는 세 사람의 면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히마리는 츠구미의 시선을 피했고, 토모에는 짐짓 모르는 척, 그리고 모카는 어느새 란의 옆으로 슬며시 다가갔다. 


 “먼저 안 가고 뭐하고 있었어?”


 크로스백을 어깨에 멘 란이 모두를 돌아보았다. 조금의 수상함을 느끼긴 했지만, 요즘 저의 행동에 비할 바는 아니라서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란이랑~ 츠구를 기다렸지~”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모카가 먼저 선수를 쳤다. 모카의 흰 손에도 크로스백이 살며시 들려 있었다. 붉은 석양이 더욱 선명해지고, 어느덧 모두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돌아가자.”


 가장 늦게 들어온 사람이 가장 먼저 앞장을 섰다. 란의 읊조림을 따라, 애프터글로우 모두 교실 밖으로 나왔다. 분명 함께 걷고 있는데, 애프터글로우의 모두 제각기 다른 얼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모카는 더 이상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결국 다같이 아침해를 봤던 그 날처럼, 모두가 이어져 있으니까. 


 X X X 


 최근 란은 부쩍 어른스러워졌다고, 모카는 생각했었다. 


 안 그래도 적었던 말수가 줄었을 때 알았어야 했고, 대회가 있다지만 화도 수업과 어른들과의 자리에도 별 말 없이 참가했을 때 알았어야 했다. 그 모든 걸 모카는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토모에는 그러한 점들 때문에 란이 최근 이상하다고 말했다. 


 토모찡마저 눈치 챈 걸, 그 날의 난 그때까지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게 마음에 무척이나 걸리고 아파왔다. 기억을 되찾은 이후 단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모카.”


 이렇게 불렀을 때마저도, 그녀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자신의 손에 달린 운명들이, 그리고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들이 얼마나 그녀를 괴롭게 했을까.


 “왜~ 란.”


 그 모든 격정들을 집어삼키고 모카는 란의 부름에 답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웃음으로 모든 마음들을 지워버린 채였다. 


 “산책할까, 오랜만에.”


 그래서였을까. 


 어딘지 모르게 후련한 모습으로 변한 모카가, 란은 살짝 부러웠다. 



 X X X 


 밤하늘을 등진 강바람은 매서웠다. 어설피 자국을 남긴 석양 부스러기는 점차 장막에 뒤덮여 사라지고 있었다. 모카와 란은 그 흔적들을 쫓아가며 산책로를 걸었다.  


 두 사람은 통 말이 없었다. 란은 란대로 모카는 모카대로 할 생각이 있었다. 머릿속에서 꼬리잡기를 하는 것 마냥,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수풀이 바람에 휩쓸리는 소리가 났다. 어둠을 느낀 가로등도 제 몸을 밝혔다. 산책로도 어느새 끝을 보이고 있었다. 벌써 여기까지 걸어왔나 싶어,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는 란과 그런 란을 바라보는 모카. 미약한 달빛과 환한 가로등에 의지해 두 사람은 서로의 면면을 확인했다. 


 “아, 미안.”


 산책하자고 말한 사람은 저였으면서, 깜빡한 모양이다. 란의 얼굴이 미안함으로 물들자, 모카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


 구름을 벗어난 달이 모카의 회색빛 머리를 살짝 비춰주었다. 란은 모카를 바라보다가, 이내 제 앞에 놓인 돌멩이를 괜스레 살짝 발로 찼다. 


 “있잖아.”


 툭, 툭, 툭 굴러가던 돌은 강으로 떨어져 퐁당, 하고 소리를 냈다. 


 “...요즘 나, 많이 이상해?”


 그 일련의 상황들을 눈에 담던 모카의 귀에, 담담하지만 궁금한 어투가 되돌아왔다. 모카는 몸만 살짝 돌려 란을 바라보았다. 이때의 란은 왜 이렇게 가녀리고 왜소해 보일까. 그 작은 어깨에, 저의 생명과 자신의 생명이 짊어져 있었다는 게 너무나도 애처로워보였다. 


 “모카 쨩은 그런 란도 괜찮아~”


 거짓말이다. 지금 당장 란의 어깨를 붙잡고 모카는 말하고 싶었다. 이젠 괜찮다고, 고작 나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물론 그럴 수는 없었지만.


 “다른 애들도 알려나.”


 밤공기를 탄 란의 목소리가 공허하다. 그때 텅 빈 것처럼 느껴졌던 건, 그저 기우가 아니었다. 마지막의 마지막. 최후의 기도만이 남은 그녀의 마음이 싱숭생숭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토모 찡이 알아챌 정도면, 모두 눈치 채지 않았을까~”


 “그런가.”


 두 사람은 흘러가듯 대답을 주고받았다. 란은 살짝 추운지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었고, 모카는 란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저가 느낀 걸, 란이 눈치 채진 못한 모양이다. 


 안 돼. 란의 뒷모습을 보니까, 흐를 것 같아. 참아야 돼, 아직은.


 “저, 모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란이 먼저 그녀의 이름을 입술에 담았다. 서로 다른 표정을 한 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에게 닿지 않은 채다. 란이 이 뒤의 했던 말을, 모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저가 억지로 넘기려 했던 질문을, 그리고 이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말을.  


 “만약 내일 죽는다면, 모카는 어떡할 거야?”


 란은 숨을 한번 몰아쉬고, 쉬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모카에게 건넸다. 살짝 더듬으면서, 조금의 떨림을 간직한 란의 말. 그러나 그 질문의 저의까진 파악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 


 밤바람은 두 사람을 스치고 지나갔다. 사라락, 하고 울음소리를 내는 수풀과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듯 비명을 내뱉는 벌레들.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쥔 란과 그러한 그녀의 뒷모습을 조심히 바라보는 모카.


 “죽지 않을 거야.”


 느긋한 목소리의 주인공인 그녀가 입을 열었을 때, 그녀의 눈은 이미 란에게서 조심스레 떨어진 채였다. 그러나 뒤를 돌아본 란의 눈은 그녀에게 날카로이 박힌 채였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살아남아서 그땐 그랬었지, 하며 웃고 넘길 거야.”


 모카는 웃었다. 최후의 최후엔 결국 이런 거짓말까지 하게 되는구나. 란이 왜 안녕이 아니라 또 보자고 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아.


 “그래.”


 그러나 란은 만족했다는 듯, 모카의 걱정과는 달리 털털히 웃어보였다. 어딘가 시원해보이기까지 한 그녀의 웃음에 모카도 은은히 웃어보였다.  


 “집에 가자.”


 그렇게 말한 란은 산책로를 표방한 귀갓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비록 거짓말이라곤 해도, 모카의 답이 란은 제법 마음에 든 모양이다. 모카는 저보다 먼저 나아가는 란을 바라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미안해, 란.”


 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모카. 그녀는 낮말은 새가 들으랴, 밤말은 쥐가 들으랴, 남몰래 조용히 중얼거렸다. 부서지는 별의 조각들처럼, 모카의 말은 결국 란에게 닿지 않았따. 


 


 X X X 


 


 언젠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란과 빵은 발음이 비슷하다. 그렇게 얘기하며 옆에 있던 미타케 란을 놀렸었다. 그랬다, 그랬었는데. 그땐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지금은 분명히 알고 있다. 


 란과 빵. 발음만 닮은 게 아니라, 둘 다 좋아하는구나. 내가 그 애를 참 많이 좋아했구나. 


 


 X X X 


 문이 열린 욕실에서 갇혀 있던 수증기는 잔뜩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수건으로 덜 마른 머리의 물기를 닦아내던 모카도 욕실서 빠져나왔다. 하늘색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은 그녀의 살결이 새하얗다. 흰 살덩이가 방으로 향하는 모습은 마치 눈덩이가 움직이는 것과 비슷했다. 


 시계는 아직 열시를 채 넘기지 못했고, 시간은 아직 여유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카는 급히 후드 티 하나를 챙겨 입었다. 어느덧 49일. 계약의 마지막 날이자, 란을 바라볼 수 있는 마지막 날. 그 모든 것을 어수선한 저의 마음에 이고, 모카는 황급히 베이커리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 깊은 밤도 아닌데, 어스름이 진 거리엔 불빛들은 낯설기만 하다. 가로등의 빛에 의지한 채, 모카는 조용히 밤길을 걸었다. 별이 많이 보이지 않는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모카의 걸음도 점점 빨라졌다. 그 날의 모카는 야마부키 베이커리의 특제빵이 목표였지만, 오늘의 모카는 달랐다. 발음은 비슷했지만, 오늘의 목표는 빵이 아니라 란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도중 란이 상점가 너머 대로변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란이 움직이는 대로 모카도 움직였다. 그녀는 조심스레 란의 발자국을 이어 밟았다. 


 그녀의 행선지를 알고 있었기에, 란을 미행하는 건 모카에게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란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모카의 마음속엔 아픈 생각들이 차고 흘러 넘쳤다.


 우리가 우리로 있을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집에 같이 돌아가자 말하고 싶었지만, 이젠 너무 늦어버렸다. 


 란의 계약을 망쳐버린 게, 나였으니까.




 한껏 자학적인 생각을 떠올린 모카는 이윽고 란의 그림자를 몰래 뒤쫓았다. 란의 인영은 하네오카 교정을 넘어 교내 건물 안으로 쏙 사라졌다. 모카도 그녀의 궤적을 뒤따랐다. 


 낮의 학교와는 달리 밤의 교내 풍경은 조금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얼핏 모카는 일전에 있었던 대소동을 떠올렸다. 츠구미의 말에 의하면 그때 란이 참 무서워했다던데. 계단 소리를 탁, 탁, 내며 걸어가는 란의 발소리엔 그러한 망설임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학교에서의 밤을 보냈기에, 란은 두려움마저 잃어버렸을까. 그 생각을 하면 모카의 가슴은 점점 아려왔다. 


 이젠 란의 모습을 볼 수조차 없다. 보려고 다가가면 이젠 걸음의 소리로 들키고 마니까. 란의 일을 또 다시 망쳐버릴 수 없으니까, 모카는 그저 란의 걸음 소리만을 들었다. 


 그렇게 란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걷다가, 옥상의 전 층에서 모카는 조용히 복도로 걸어왔다. 아무도 없어서 그런지 옥상 문이 열리는 소리가 몹시 크게 났다. 모카는 복도 벽에 기대, 다시 열릴 문의 소리를 기다렸다.  


 란과 함께 했던 기억들이 모카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공양 기도는 아직 멀었는데, 왜 주마등이 벌써부터 스쳐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이젠 그저 란을 다시 보지 못한다는 게 슬프고, 그런 란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는 것이 좀 안타까웠다.


 이럴 줄은 알았지만, 후회가 남지 않게 멋들어진 모습으로 고백이라도 해볼걸 그랬나. 내 생각보다 난 란을 참 많이 좋아했구나. 후회감과 깨달음. 그 모든 감정들이 동시에 들어, 마음 아픈 마지막 밤이었다. 


 한 구석이 녹슬고, 시간의 할큄을 고스란히 받아 낡아버린 철문. 하네오카의 옥상 문은 그래서 열릴 때마다 끼이익, 하고 불쾌한 소리를 낸다. 지금 건물에 울린 그 소리가, 오늘만큼 무서웠던 적이 없었다. 탁, 탁, 탁. 하고 들려오는 발소리가 저의 귀를 스쳐 지나갔을 때, 모카는 마지막 모습이라도 남겨두고 싶어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다. 


 달빛에 슬쩍 보인 붉은 브릿지가, 항상 당당히 무대에 임했던 란의 모습을 머릿속에 남겼다. 마지막으로 본 게 브릿지라니. 조금 아쉬운 감정이 들기도 했지만 이제 이거면 됐다는 마음도 함께 들었다. 제 아무리 자그마한 파편이라도, 란은 란이니까. 아오바 모카란 사람이, 사랑해 마지않던 모습이었으니까. 그렇게 모카는 옥상으로 향했다. 


 모카는 열려 있던 철문에 몸을 비집고 옥상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소리가 나지 않게끔 살짝 닫아버렸다. 제발 오늘까지만, 오늘만큼은 아무도 오지 않기를.


 모카는 조금 더 걸어 옥상 한 가운데로 나아갔다. 구름이 조금 끼어있는 밤하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쁘게 뜬 달과 별. 으스스한 한기와 동시에, 계약자가 찾아왔음을 느끼는 악마의 그림자.


 “아득한 과거부터 전해 내려온 암흑의 규율에 따라...”


 그곳에서 모카는 주문을 외웠다.


 “나, 아오바 모카는 피의 계약에 몸을 맡기리.”


 주문에 가까운, 동시에 불길한 생각을 들게 하는 기묘한 언행이. 그러나 어딘가 방해할 수 없는 귀기가 서려 있고, 무아지경으로 향해 이제는 막을 수 없는 악마의 말.


 “나, 바라노니, 위대한 어둠의 마귀여! 이제 내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라!”


 그 순간 모카의 인영이 칠흑색을 띈 구름과 함께 두둥실 떠올랐다. 마치 구름들이 모카를  밤하늘로 데려가려 하는 모습이었다. 여기까진 지난 48일과 같았다. 이대로, 이대로 끝나게 된다면 란은 다시 살아난다. 내가 죽는대신, 란은 다시 살아나고 그 모든 게 다시 똑바로 돌아가는 거야. 내가 죽으면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가. 내가 해결할 수 있어.


 “덜컥.” 


 내가 해결할 수 있는데, 왜?


 “모카!”


 어째서 온 거야, 토모에. 









 X X X 


 지금껏 살아가며 오컬트의 존재를 단 한 번도 믿어본 적이 없었다. 약 오 분전까지만 해도, 아오바 모카는 신도 귀신도 악마도 천사도 그 모든 게 없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덜컥 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로 인해 악마의 웃음이 더욱 진해졌을 때, 악마는 분명 존재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분해 죽겠는데, 악마는 나를 바라보며 사악하게 웃었으니까, 란의 얼굴을 하고 말이야.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좀 아팠어.


 “정신이~ 드십니까아~”


 그러니 지금의 이러한 풍경은 모카에겐 영 현실감이 없었다. 울고 있는 자신의 앞에 신이 등장해서, 손을 흔들어 보이는 그 모습이 모카는 믿을 수 없었다.


 “지옥인가요, 여기는.”


 모카는 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적어도 토모찡에게는 상황설명을 해주고 왔어야 하는데. 아, 란이 안 보이니까 란은 천국으로 간 걸까? 그랬다면 다행일 텐데. 


 “굳이 말하자면, 여기는 정거장입니다.”


 월계수를 쓴,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이 입을 법한 흰 천떼기를 걸친 신은 그렇게 말했다. 깜깜한 밤을 바라보듯,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곳을 정거장이라고, 신은 말했다. 


 “이곳에선 지옥에 갈 수도 있고, 천국에 갈 수도 있고, 연옥에도 갈 수 있답니다. 당신의 행적에 따라 당신은 어디든지 갈 수 있어요.”


 “그런가요.”


 힘없는 목소리가 데구르르, 굴러 떨어졌다. 모카는 의욕이 없었다. 십 수 년의 공허함과 지난 사십구일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꺼져 내렸다.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이 드니 억울한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끝. 모든 게 끝. 


 “당신은 제 모습에 놀라지 않는군요.”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모카는 몸만 살짝 틀어 신을 올려다보았다.


 “재밌는 말을 하네요. 신님도.”


 신과 악마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비슷한 말을 하는 구나. 


 “악마가 제 친구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 신님은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란의 얼굴을 한 악마, 그리고 내 얼굴을 한 악마. 타인의 얼굴이자, 서로의 친구 얼굴을 한 악마.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을 본 뜬 악마. 


 “그게 제 얼굴일 줄은 몰랐지만요.”


 그러나 신은 모카의 얼굴을 본 뜬 것 마냥 똑같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가 그저 거울을 바라본 것처럼 정말. 


 “악마가 자신과 다른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신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옳은 일이에요.”


 신은 말을 이어갔다. 낮은 목소리였지만, 그러나 어딘가 엄숙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신은 말했다. 

 

 “인간은 신의 형상을 본떠 만들었으니까요.”


 태초에 신이 있고, 그 뒤에 인간이 존재했다. 과학적 상식을 모두 거부하는 신의 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상식이 모두 부인당하는 느낌이었다. 


 “이제 그런 건, 상관없잖아요.”


 모카는 말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정거장에 온 이상, 이제 그런 건 끝이다. 엄마, 아빠. 그리고 애프터글로우의 모두와도 이젠 석별의 정을 고할 때였다.  


 “상관이 있어요.”


 그러나 신은 조심스레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무언가 남았다는 듯, 희망의 길이 존재한다는 듯 신은 모카에게 말했다. 그래서 그 짧은 새에 희망의 빛이 모카에게도 감돌았다. 그녀는 조심스레 몸을 돌렸다.  


 “성명, 아오바 모카.”


 신은 모카의 이름을 되뇌었다. 


 “201X년 신주쿠에서 한 음주운전자의 그릇된 행동으로 사망.”


 마치 주문을 영창하는 것 마냥, 악마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선고했다.


 “그러나 미타케 란과 악마의 계약으로 인해, 아오바 모카의 영혼은 혼의 재판장으로 향하지 못했음을 지금 이 자리에서 알린다.”


 란의 이름이 나왔다. 모카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을 바라보는 모카의 눈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인간이 악마와 계약한 점은 그 죄가 크다. 순식간에 지옥으로 떨어져야 할, 죄악 중 제일 가는 죄악이다. 


 계약을 한 사람은 두 명이었다. 미타케 란과 아오바 모카. 두 사람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서로를 되찾기 위해 악마와 혼의 계약을 했다. 두 사람은 그랬다.


 “그러나 악마는, 애초부터 미타케 란과 그리고 아오바 모카와 공정한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시작점이 다른 계약이었다. 애초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신은 모카에게 말했다. 그제야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차올랐다. 이윽고 신의 말은 모카의 마음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  


 “악마는 두 명이었다. 계약이 쉬이 무너지게끔, 그들은 두 사람의 삶을 조작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아오바 모카는 그녀가 알지 못한 사이, 수십 년을 고통 받았다.”


 모두와 함께 있을 때에도 느껴왔던 허무함, 공허함, 절망감. 그 모든 것들이 모카의 머릿속에 아직도 선명했다. 저를 살리려 노력한 란의 기억을, 까맣게 잊은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운명의 세 여신도 만질 수 없는 실타래를 조작한 그들의 죄. 그리고 미타케 란, 아오바 모카가 악마와 계약을 한 죄에 경중을 가림을 알린다.”  


 신은 저와 같은 얼굴을 한 모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비가 오는 것처럼 눈물을 흘리는 모카의 시선에, 신은 여전히 무표정을 띈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되돌아간 시계열은 결국 바뀌었다. 계약자인 아오바 모카에서, 제3의 인간인 우다가와 토모에가 피해를 받는 것으로 바뀌어버렸다.”


 토모에. 히마리와 함께했던 그 날 저녁. 내가 그러한 말을 해서, 내가 다 해결하겠다는 말을 해서, 나를 찾아왔던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자신도 알지 못한 사이에, 화를 당한 거야. 전부 다 나 때문이야. 


 “하지만 더 이상 인간세계에 꼬인 실타래를 추가할 수 없다.”


 신의 말에, 모카의 주먹은 말려 들어갔다. 편히 앉은 자세도, 어느 순간 신의 앞에 꿇린 채였다. 그녀와 신의 시선이 그대로 겹쳤다.  


 “그러니 신의 이름으로 명한다.”


 이젠 신이 무감정한 얼굴을 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의 앞에 무릎 꿇고 앉은 불쌍한 어린양을, 그리고 이제껏 찾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한껏담아, 신은 선고했다.


 “우다가와 토모에가 찾아온 시계열을, 신의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재구축한다.”


 그렇게 말하며, 신의 발은 모래처럼 부셔지기 시작했다.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신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었다. 


 “신님?”


 모카는 저의 손으로 신을 만져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신의 몸은 이미 반조차 남지 않았다. 그 대신 신은 슬쩍 은은히 웃어보였다. 그 모습이 거울을 바라보는 것처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과 똑 닮아 기분이 나빴던 악마와는 달리, 신의 웃음은 기분 좋은 모습이었다. 


 “이런 선고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신이 시계열을 한번 바꿨기 때문이에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신은 웃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묻고 싶고, 고맙다는 말도 하고 싶었는데, 모카의 입은 본드라도 칠해진 것처럼 아무 말도 튀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아, 아, 하고 외마디 신음 소리만 튀어 나올 뿐이었다. 

 그러나 신은 모카의 모습을 바라보고, 그녀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기특하다는 듯, 대견하다는 듯 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그녀는 그렇게. 


 “그동안, 잘해주셨어요.”


 신의 그 말과 함께, 모카의 시야도 새하얗게 물들었다. 


 

  

 X X X 


 다리에 힘이 풀렸다. 하늘은 여전히 한밤중인 듯 어두웠고, 존재했어야 할 악마는 그곳에 없었다. 신의 말대로 세계는 재구축된 걸까, 란을 만나러 가야 되지만 기운이 빠져 그럴 수도 없었다. 긴 여행을 떠난 뒤, 온몸이 녹초가 된 것처럼, 그렇게 힘이 풀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끼익, 하고 문이 열렸다. 만약 오늘이 지난다면, 저 철문 바로 민원에 신고할 거야. 소리 좀 안 나게 고쳐 달라고.


 내일의 네가 온다. 바닥에 머리를 댄 채여서 그랬을까. 네가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내 가슴은 터질 것만 같았다. 서두르지 않았으면 했다. 네가 빨리 오면 올수록 내 심장은 고장이 난 것처럼 뛰어버린다. 


 “모카.”


 낮은 목소리지만 저가 기억하고 있는 목소리 중, 지금 이 순간 가장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저를 불렀다. 모카는 조심스레 고개를 위로 향해, 저를 부른 사람을 바라보았다.


 “란.”


 그 한 글자가, 왜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지. 내일의 너를, 그토록 난 그렇게 부르고 싶었구나. 네가 내일이 더는 오지 말라고 빈 것처럼, 난 너를 그렇게 내일의 너와 만나고 싶었어.


 “옥상에서 돌아가는 길에 토모에를 봤어, 돌려보냈지만.”


 신의 말대로 시계열이 바뀌었다. 토모에도 하네오카 교정으로 온 것은 맞지만, 란과 재회해 옥상으로 찾아오는 게 저지되었다. 그리고 란 또한 토모에를 만나, 바로 옥상으로 올 수 없었던 거야. 신의 말대로 세계는 재구축되었어. 


 고마워요, 신님.


 “모카.”


 란은 모카를 바라보았다. 


 “너한테도, 찾아 온 거지.”

 

 굳은 목소리로 그녀는 말한다. 모카는 란의 얼굴에 담긴 심정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섭섭한 걸까, 마음이 상한 걸까. 아, 란이라면 화를 내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왜 그랬어,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한 거야.”


 란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라고 농담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기운도 없었다. 온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갔다. 란은 손을 내밀었지만, 이윽고 모카가 쉬이 일어날 수 없는 상태란 걸 깨닫고 손을 걷었다. 


 그 대신 그녀도 모카의 옆에 조용히 누웠다. 하네오카 교정에서 자주 누워버리는 모카완 다르게, 이렇게 나란히 모카와 누워버리는 건 란의 기억 속에선 처음이었다. 저가 알지 못했던 모카의 기억은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악마의 계약 속에서, 그녀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란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있잖아, 나.”


 모카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작지만 조용히 자신만의 빛을 내뿜는 별이 보였다.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하던 때가 있었는데. 란은 그 기억을 기억하고 있을까. 뒤죽박죽 엉망이 된 실타래 속에서, 모카는 말했다.


 “란을 만나러 왔어.”


 담담하지만, 그동안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 한 마디에, 모카가 그동안 느꼈던 모든 감정들이 응축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신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내일에 대한 감정도.


 “십여 년을 거슬러,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모카는 그 말 하나, 하나에 꾹꾹 몽당연필로 눌러 쓰듯 담아 내렸다. 그리움에 지쳤던 그 날들에 비하면, 오늘은 무척이나 꿈만 같아 기쁜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걸까, 만끽도 못하고. 바보처럼. 


 “어서 와, 모카.”


 너와 바라보던 하늘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저녁놀이 져가는 서쪽하늘도, 별이 가장 높게 떠있던 밤하늘도, 그리고 모두와 함께 봤던 아침의 태양도. 


 “기억한다고 했으면서, 당신을 잊었어요.”


 잊지 않을 거라고, 떠올릴 수 있도록 잘 담아둘 거라고 했는데, 널 완전히 잃어버렸어, 나는. 그런 말을 한 주제에, 까맣게.


 “괜찮아.”


 란은 모카에게 말했다. 저가 없을 시간 속에서 싸워온 모카를 바라보았다. 만약 내가 모카의 상황속에 들어갔다면, 나는 틀림없이 포기했을 것이다. 누구보다 강한 척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약한 게 나니까. 그래서 너한테, 애프터글로우한테 항상 감사하고 있으니까. 


 “모카 덕분에, 이렇게 또 만날 수 있었으니까.”


 그랬기에 나는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천성적으로 약한 사람이니까, 너한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 


 “있지, 모카.”


 란이 모카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마침 달은 가라앉고 해는 떠오르고 있었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내일이 그들의 곁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우리 같이, 다시 내일을 향해 가자.”


 악몽으로 끝나지 않고, 결국 어제는 바뀌어버렸다. 


 가늘게 이어지던 모카의 숨소리에, 결국 울음기가 섞였다. 이 상황에 그런 말은 반칙이라고, 불평하기도 전에 차버린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치사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 놓아 울 수밖에 없었다. 숨소리를 멎어 참으려고 해도 처절하게, 그 모든 불안감이 눈물에 씻겨 내려가게끔. 아오바 모카는 그녀답지 않게, 정말 처절히 울어버렸다.

 

 살아가면서, 이 날을 언젠가는 잊게 될까. 한때의 추억으로 기억 속 한 페이지에 남아버리게 될까. 그렇다면, 미래의 너와 나는 오늘 이 날을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기억해줬으면 해.


 그렇게, 해줬으면 해. 

 


 - 


 끝.



 원래 이 뒤에 두 악마들이 재판까지 받는 걸 염두해두고 썼는데.


 너무 뇌절인 것 같기도 하고 안 써질 것 같기도 해서 그냥 여기서 놔버렸음.



 암튼 행복해졌으니 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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