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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체인지업!-23화앱에서 작성

커틀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27 17: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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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봄에서 여름까지 순식간이었다. 어느새 여기저기서 냉라멘을 계절메뉴에 올리고, 자신이 그걸 먹고 있으니까 그런 실감이 드는 카나였다.

오늘은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일부러 먼 가게를 찾아온 상황. 요즘 리뷰어로서의 활동이 줄어든 점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나름 일석이조다.

‘육수랑 얼음의 밸런스가 안 맞지만 농도 자체는 괜찮아. 면도 자가제면은 아니지만 조합이 어울리고. 그런데 토핑 양을 고려하면 가성비가 조금...’

미각은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

‘역시 남기자.’

하지만 식욕은 평소가 냉동식품 한 봉지라면 지금은 마트에 진열된 그 상품의 시식코너 정도. 요즈음 계속 운동을 하다가 쉬게 되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물리적인 것만으로는 사람의 위장이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

“아이나는 지금쯤 그 사람하고...파스타려나?”

아이나가 소녀만화의 단골메뉴를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상상을 하니 목구멍이 붕괴된 터널처럼 막히는 것이다. 결국 가게를 나와 근처 편의점에서 닥터페퍼를 산다.

‘그이’나 ‘그’가 아니라 ‘그 사람’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질투나는 것은 똑같으니까.

이런 휴일을 보낼 바에야 아침부터 밤까지 펑고를 받는게 행복하겠다는 생각마저 드는 카나. 펑고는 고되지만 재밌고. 실력이 늘어나는 체감이 되는 것은 기쁘고. 마운드 위의 사람은 누구의 것도 아니고. 그리고.

‘솔직히 연습복, 좀 야하지 않아?’

시합용 유니폼도 마찬가지다. 거친 플레이 중에 다치지 않을 정도의 두께는 있으면서 몸의 라인을 그대로 노출한다.

물론 그 부분의 정점을 굳이 따지자면 경기용 수영복이겠지만, 시라사키의 유니폼은 목과 팔꿈치 아래와 종아리 정도의 노출밖에 없기에 더 매력이 있다. 그리고 하얀색은 아이나의 색소가 옅은 피부와 밝은 백금발에 더없이 어울린다. 거기에 목에서 흐르는 투명한 땀방울이 있으면 화룡점정.

스스로 기억을 점검해보면 흘겨본 적이 조금, 어쩌면 꽤 많을 것이다.

“우와아아아...”

깨닫자 좀 깬다. 무의식 속의 생각과 행동들이 의식의 수면 위로 올라오니까 부끄러움이 단번에 밀려오는 것이다.

얼굴에 반한 건 자각하고 있었다. 유우키와 마찬가지로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좋아함을 구성하는 것들 중 50%에 가깝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것.

차가운 닥터페퍼를 열심히 들이키지만 화재 진압은 실패. 얼굴은 더더욱 상기될 뿐이다. 목의 각도가 서서히 낮아져 시선이 바닥을 향한다.

그러던 그때.

“오오토...아니, 카나?”

그런 카나의 시야속에 들어온 것은 핏빛이라기 보다는 전대물 주인공의 이미지 컬러같은 붉은 머리칼.

반사적으로 일어나자 작은 키 탓에 얼굴만 보이는 카에데가 있었다.

“혹시 지금 내 키가 작다고 생각했냐?”

“네?”

“생각하는 건 자유인데, 입 밖으로 내면 죽는다.”

“ㄴ, 네.”

키와 함깨 전대물 주인공 부분도 취소하는 카나였다.

“그것보다 어쩐 일이야? 이런 곳에.”

전철로 그렇게 먼 곳은 아니지만 카나는 지금 어딘가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벤치에 앉아있는 상황.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기분전환으로 신경쓰이던 가게에 갔다가 쉬는 중이에요.”

그러자 평소보다는 넓었던 미간이 좁아지는 카에데.

“기분전환?”

“네.”

“혹시 긴장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

긴장이라는 단어에 순간 의문을 품었다가 곧 여름대회 얘기임을 깨닫는다.

“그건 아니에요. 저도 선배들도 열심히 준비한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 그렇게 부담 느끼는 타입도 아니고요.”

“그러냐. 넌 평소에는 사람인가 싶은 짓을 하지만 가끔 얼빠진 실수를 하니까, 솔직히 걱정되는 게 꽤 있다고.”

그런가 하고 납득하며 웃어보이는 카나.

“카에데 선배, 저를 꽤나 신경써주고 계시네요.”

“뭐?”

“솔직히 조금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합숙을 계기를 아니란 걸 알았고, 이제는 저를 생각해주시는 것도 알게 되서 기뻐요.”

말을 마치자 어느새 전력으로 무언가를 억누르며 머리색이 된 카에데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바, 바보. 나는 선배고, 너랑 호흡을 맞춰야 하는 키스톤 콤비니까. 당연한거야.”

“당연한 건가요?”

“그래. 그러니까 괜히 착각하거나 우쭐하지 말라고.”

“그렇군요.”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아니란 걸 직감하기에 피식 웃는다.

“왜 저 녀석이 웃는거에 기뻐하냐고, 이 왕바보...!”

카나에게는 들리지 않는 중얼거림을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리는 카에데.

“그런데 선배는 무슨 일로...아.”

말하던 도중 손에 들린 종이백을 발견. 평범하게 쇼핑이라고 생각하면 납득이 된다. 그래서 질문을 변경한다.

“뭐 사셨어요?”

순간 흠칫. 하지만 카에데는 곧 진정하고 마주본다.

“평범해. 파우치라던가 키홀더라던가 책갈피, 보조베터리 같은 거.”

“헤에.”

흥미 없는 듯 대답하면서 손을 뻗는 카나.

“잠깐, 무슨...!”

틈을 벌려서 들여다보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내용물은 카에데가 말한 것과 거의 일치.

여우 얼굴의 형상을 한 파우치. 이하동문의 키홀더. 그리고 여우 캐릭터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책갈피들과 보조베터리. 그 외의 말하지 않은 것은 머그컵이 들어있는 걸로 추측되는 작은 종이박스 등등.

“그렇군요.”

“왜 거기서 말을 아끼는 거야?!”

버럭. 그러곤 머리를 긁으며 말한다.

“이 근처에서 여우 굿즈 이벤트가 있었어.”

“과연. 특히 북극여우나 은여우를 좋아하시는군요.”

“그래 그래. 강아지나 고양이면 모를까 키우기 어려워서 이런 걸로 참고 있...으니까 이 화제는 이제 끝.”

별론 낮아지지도 않은 중저음으로 위협하며 흐름을 끊고, 다시 입을 연다.

“그래서, 긴장이 아닌 개인적인 고민은 뭔데?”

“어. 역시 신경쓰고 계셨어요?”

“진짜 죽이기 전에 닥치고 불어.”

“움직이지 말고 손을 들라는 말이잖아요, 그거...”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끌며 생각해보는 카나.

‘선배한테 얘기할만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약간 분하고 화난다.

‘나는 좋아한다는 거 빼고는 늘 말하는데, 아이나는 비밀을 만들고 있어.’

그런 건 불공평하다. 적어도 카나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카에데 선배.”

“응.”

이렇게 된 이상 대담하게 다이빙 캐치다.

“혹시 시간 있으시면, 지금부터 저랑 데이트 하실래요?”

“응?”

물론 카나는 카에데가 시간이 많다는 자신의 추측을 확신하고 있다.








1학년조의 보급로 같은 느낌이 된, 늘 가는 야구용품점이 있는 쇼핑몰.

“달아~!”

“그러네.”

오늘은 그쪽이 아니라 3층. 새로 오픈한 타피오카집에서 흑당 버블티를 마시는 리에와 료를 찾을 수 있었다.

“단 거는 쭉 자제해서 오랜만이야. 무릎 관절은 포수의 선수 수명을 결정지으니까.”

“가끔은 좋아하는 거 먹어. 돈도 많으면서.”

당장 리에의 발치에 있는 다수의 대형 종이백이 증명하고 있었다.

“뭘 고를지 몰라서 다 사다니...너란 애는 참.”

“그야 료가 입어본 거 다 예쁘다고 하잖아.”

사실 그렇게까지 비싼 옷들은 아니고, 여러 가게에 들러서 짐이 많은 것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평균적인 여고생 레벨은 아니다.

원래 예정에 있던 여름옷 뿐만이 아니라 신발이나 악세서리, 기초적인 화장품 등등 리에를 야구 ‘소녀’로 만들고자 하는 료의 노력의 결정체다. 정작 자신도 나서서 꾸미는 타입은 아니지만.

‘좋아하니까.’

입학하고 그걸 깨닫는 것에 오랜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아이나가 일종의 기폭제라고 할 수 있었다. 줄곧 피하고 부정하려던 리에를 반강제로 만나게 해서, 진지하게 마주보도록 했으니까.

분명 2년 전의 자신은 직감한 것이다. 이 아이가 곁에 있으면 응석부리게 된다. 야구에만 집착하며 강한 척 하는 자신을 연기할 수 없다. 그래서 때어놓는다.

그때의 료는 스스로를 혹사하고 스스로를 도구로서 사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건 인간다운 삶이 아니다. 누군가의 자아실현을 잇고자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은 아니나 자신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그 애는 이렇게까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어.’

아이나에게는 감사한다. 그런데.

“아마 오늘이 대회 전 마지막 휴식인데 다들 뭐 하고 있으려나. 아이나가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이 자리에 없는데도 방해를 하는거니.’

물론 이해는 한다. 2030년이 가까운 지금, 프로에서 속구파라고 하면 평균 128~132km/h 정도는 던져줘야 하지만 투수 경력 없는 고등학교 1학년이 최고구속 126km/h이라는 건 속구파를 넘어서 명백한 파이어볼러.

좌완투수라는 벼슬에 구위도 좋고 몸도 유연한 등 각종 프리미엄 호화 세트가 있다.

즉 리에는 영혼의 베터리를 만난거다. 포수로서는 하루종일 그녀의 생각을 하는 것도 이해할만 하다.

‘그래. 포수로서. 친구로서.’

그 무자각한 점이 싫다. 남성향 러브코미디 작품의 남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둔감하다던데, 딱 그 꼴을 보는 듯한 료였다.

“료는 오늘따라 말수가 적네.”

“그래? 그래도 걱정하지 마. 오늘 즐거우니까.”

다 전략이다. 오늘도 화내고 싶은 일이 조금 있었으나 전부 전투기 조종사들이 8G를 견디는 심경으로 참았다.

일단 리에가 언제나 쉴 수 있는 따뜻한 침대가 되자. 문과적으로 요약하자면 이런 느낌. 부드럽게 대하면서 정신적으로 의지하게 하자. 계산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런 느낌이다.

“슬슬 갈까?”

그렇게 자리를 뜨는 리에와 료.

“그럼 이제 어디 갈래?”

“그 짐이 좀 거슬리지만...”

가능하면 단둘의 시간을 늘리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

“오랜만에 게임센터는 어떨까?”

초등학교 때는 연습 쉬는 날에 동체시력과 반사신경 훈련이라며 탄막 슈팅이나 격투게임 등을 하고는 했다. 그걸 떠올리며 제안해보자 고개를 끄덕이는 리에.

그러던 그때.

“아이나?”

이건 리에의 말이 아니었다.

료의 눈에 아이나의 상징적인 자연 백금발을 지닌 여성이 보인 것. 키도 비슷하다.

리에도 곧 돌아보고.

“아이나?”

마찬가지로 그렇게 판단한다.

그리고 리에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뒤돌아보는 그녀.

“...전에 본 야구부원들인가.

돌아본 그녀의 두상은 비슷했으나 표정과 인상이 전혀 달랐다.

“에, 저기...”

너무나도 닮았고, 그리고 리에와 료는 모르지만 그녀는 두 사람을 안다.

“아야나미 츠바사라고 한다. 아이나는 내 동생이지.”

일단 리에와 료가 게임센터로 향하는 일은 없었다.









*슬슬 바보 한 명을 자각시키고자 한다. 덤으로 즉흥전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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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까지는 시간 꽤 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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