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 많아지고 싶다고......나 할까?"

 미사키가 변명처럼 꺼낸 말이었다. 시각은 밤 11시. 별똥별을 관측해야 한다며 걸즈 밴드 멤버들 전원이 츠루마키 가문 소속의 천문대에 온 날이었다.

키스미와 히나가 별들을 바라보며 꺄꺄 거리고, 리미와 히마리가 카오루 앞에서 헬렐레 거리고 있을 때 코코로가 무심코 물어본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 때 코코로는 이렇게 물었다.

"미사키! 전부 소원을 비는 데, 미사키는 바라는 게 없니?"

 당시 아야나 츠구미를 비롯한 몇몇 멤버들이 소원을 비는 데 열중하고 있었고, 하구미는 큰 소리로 모두가 행복하게 해주세요! 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 소란 속에서 별빛을 받으며 눈을 반짝이던 코코로의 질문에, 미사키는 대답해야 한단 의무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멀리서

리미와 히마리의 환호를 받는 카오루가 보였고, 그래서 그냥 되는대로 주워섬긴 말일 뿐이었다. 코코로는 그 대답에 만족한듯이 씩 웃더니

"꼭 이뤄졌으면 좋겠네! 하지만 미사키는 이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인걸? 음..... 모르겠어! 미사키의 꿈을 응원한다고 해야하나?

미사키가 다른 사람들한테 둘러쌓인 모습은 정말 보기 좋겠지만, 아쉬울 것 같기도 하네!"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미사키는 코코로가 남의 맘도 모르고 항상 두근거리는 발언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 날의 별은 유난히도 아름다웠고

코코로가 그 별빛을 다받은 듯이 유난히 눈부셨다. 그렇게 다 같이 침낭을 펴고 잠이 들때까지, 미사키의 뇌리에는 코코로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미사키의 의식이 돌아왔을 때, 익숙한 자명종 소리가 귀를 때렸다. 자연스럽게 자명종을 손으로 눌러 끄고 이불을 뒤적이면, 

옆자리에서 달콤한 향기가 났다. 이게 뭐지 싶어 눈을 떠보니 카논이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잠깐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미사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 일부터 다시 되새겨보자면, 분명히 천문대에서 다같이 모여 침낭을 펴고 잠을 잤다. 미사키는 거기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카논 선배가 내 옆에서 잤나보구나 싶었다. 시간을 보니 오전 7시. 핸드폰을 보면 오늘은 쉬는 날이었다. 조금만 더 자자싶어서 다시 침대에 누운 찰나

"아니 잠깐만."

 미사키는 매우 중요한 사실 한가지를 깨달았다. 

"왜 내 방이지?"

 분명히 천문대에서 잠들어있어야 할 자신이 방에 있었고, 옆에 카논은 한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그제서야 미사키는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은 속옷차림이고 머리만 겨우 내밀고 자고 있는 카논도, 이불을 살짝 걷어보니 속옷차림이었다. 뭐지? 대체 무슨 일이지?

"후에에....미사키...짱?"

 자신이 벌인 일연의 소란에 잠에서 깬 듯, 카논이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우와아아아악!!"

 미사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그 소란에도 카논은 침착하게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더니, 미사키에게 웃어보였다.

"미사키 짱. 오늘 아침도 기운차네-."

"카,카,카,카논 선배? 이게 대체 무슨?"

"에? 미사키 짱... 카논 선배라니? 싫다... 앞으로 카논 짱...이라고 불러주기로 했잖아?"

".....네?"

 카논이 얼굴을 붉히며 내뱉는 소리에 미사키의 사고는 정지했다. 우선 옷이나 입으라며 바닥에 널부러진 옷들을 주워서 카논에게 건네주니

카논이 헤헤 웃으며 조심스럽게 옷을 입었다. 적나라하게 보이는 속옷차림에 미사키는 민망해서 고개를 돌렸다. 뭐지. 대체 무슨 일이지.

아직 미사키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옷을 다 갈아입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눈 앞에는 카논이 자신과 같이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적당히 냉장고에 있던 음식을 뎁힌거라

대접하기 민망했지만, 카논은 그것도 맛있다면서 웃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미사키는 카논과 밥 먹으랴, 휴대폰 메신저 목록을 확인하랴 정신이 없었다.

휴대폰 라인 친구창엔 대화 메시지가 수백건이 쌓여있었다. 면면을 보니 토야마 카스미, 아리사 같은 같은 반 애들은 물론이요 

얼마전에 귀찮고 쓸데없는 내용만 보내길래 차단해버린 카오루의 라인 메시지도 와있었다.

물론 그 내용은

- 아, 미사키. 어젯 밤도 널 위한 세레나데를 생각하다 밤을 새고 말았단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하네오카의 왕자님이란 별명도 네 앞에선 무용지물이지.

미사키. 너만의 공주님이 되고 싶단다.

 평소보다 더 미쳐돌아가서, 미사키는 조용히 차단 버튼을 눌렀다.

그보다 아래에 하구미의 메세지가 보였다.  하구미랑 라인을 했던가?

미사키가 호기심에 누른 그 메세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이었다.

- 미-군. 저번에 미군이랑 병원 놀이한 이후로, 미군만 생각하면 몸이 막 욱신거리고 뜨거워.

 어떻게 해야 돼? 미-군 이 가르쳐 준대로 해봤는 데, 혼자서는 안돼. 저기 미-군... 저번에 한 것처럼 만져주면 안될까?

 미사키는 휴대폰을 집어던져버렸다.

뭐지? 대체 난 무슨 짓을 하고 다닌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