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키스의 맛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액정 필름의 맛이라고 했다.

또 누군가는 기억할 수 없는 황홀함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다.

하나코는 그래서 궁금했다.

키스라니.

사랑하는 사람과의 입맞춤.

그저 가족간의 애정을 담은 뺨에 입을 맞추는 것과는 전혀 다른 보다 농후한 어른의 세계.

그런 것이 정말로 궁금했다.

그렇지만 누구와 키스를 하겠는가? 그녀의 곁에는 오직 여자 친구들 뿐인데 말이다.

아무하고나 키스하거나 그럴 순 없었다.

그런 건 무서웠다.

하나코에게 있어서 남자는 공포의 대상일 뿐. 가족과 친족을 제외한다면 어떤 남자도 함께 있기 싫었다.

"그러니까 내게 부탁한 거?"

노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인 하나코는 엉뚱한 구석이 하나 둘 아니었다. 귀여운 인형같은 외모지만 저 머릿 속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허나 귀여움을 한껏 강조한 양갈래 머리가 잘 어울리는 하나코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노아를 바라보자 그녀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저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면 노아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사고도 많이 치고 놀기도 많이 놀았지.

그렇기에 노아는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다행하게도 이곳은 노아의 방. 부모님은 저녁 늦게 오신다.

오직 두사람 뿐인 공간에서 노아는 하나코와 함께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해보고 싶은거야?"

노아는 각오를 다진듯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자신도 해본 경험이 없는 세계로 간다는 건 두려울 수 밖에 없었다.

"응.... 부끄럽긴 하지만."

자기가 하자고 하고선 부끄러워 하는 하나코의 모습이 왠지 얄미웠다.

"자기가 해보자고 하고는 참...."

"모, 몰라. 그렇지만...."

노아의 말에 하나코는 부끄럽다는 듯 당황하며 말을 이었다.

"해, 해보고 싶은걸. 궁금하잖아?"

궁금함.

호기심은 언제나 하나코를 움직였다. 그것이 설령 무엇이더라도 상관없이 일단 저지르지 않으면 그녀는 안되는 성격이었다.

"남자 친구 생기면 해야 하는거 아냐?"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꺼내본 이성적인 발언.

"남자 싫어. 혹시라도 생기면 모르지만 지금은 없잖아? 그리고 궁금한 것도 지금이고...."

새빨간 얼굴로 말꼬리를 흐리면서도 하나코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려 하지 않았다.

"...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노아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에게 있어서도 첫 키스.

그것을 하나코와 한다고 전혀 생각 못했다. 머리 속이 하얗게 되는 것도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어떻게...."

"할거야."

노아의 말에 하나코는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그렇지만 정작 둘 모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하나코의 호기심 가득한 눈은 부끄러움과 함께 처음 느끼는 열망으로 뜨겁게 변해 있었다. 노아는 그 눈동자를 보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빨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키스 이야기를 듣고도 허락한 것은 노아 본인.

그렇지만 이렇게 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한 채로 그녀는 눈을 감았다.

오로지 숨결만 가빠지며 어떻게 해야할지 알지 못하는 채로 뜨겁게 온 몸이 달아오른다.

"후...."

숨결이 느껴졌다. 노아는 부끄러워 차마 보지 못하는 사이 하나코의 얼굴은 좀더 가까워진 모양이다.

그렇지만 눈을 뜰 수 없었다.

왜 자신은 허락한 걸까?

노아는 알 수 없었다.

허나 노아는 하나코에게 거절할 수 없었다. 아니,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순간 노아는 거절을 잊어버렸다.

"음...."

부드럽다.

하나코의 입술이 가볍게 노아의 입술과 부딪혔다. 여자아이다운 향기와 함께 그녀의 입술을 간지는 감각이 노아의 이성을 지워버렸다.

"하아...."

자신도 모르게 살짝 숨을 내뱉는 사이 아주 조심스럽게 축축한 무언가가 노아의 입술을 핥았다. 그것은 하나코의 혀.

서투른 동작으로 그녀의 입술을 맛보는 하나코의 혀가 만드는 감각에 노아는 그저 받아들일 뿐이었다.

처음이기에 아무 것도 모르기에 그녀는 수동적이다.

그렇지만 혀와 혀가 서로 교차하는 순간 노아는 하나코의 요구에 자신도 모르게 적극적으로 반응하였다.

교차하는 혀의 움직임은 서투르지만 마치 연인과 같이 조심스러우면서도 격렬했다.

그저 본능이 시키는대로 노아는 하나코와 키스를 이어갔다.

"후우...."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두명의 입술 사이를 이어주는 작은 다리만을 남기고 둘은 서로 떨어졌다.

겨우 눈을 뜬 노아는 붉게 상기된 하나코를 볼 수 있었다. 열정으로 가득 찬 눈동자는 더 없이 아름다웠다.

"하나코...."

노아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이름을 불렀다.

"노아...."

하나코 또한 그녀를 불렀다. 그리곤 다시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노아는 아무 말 없이 처음처럼 눈을 감을 뿐이었다.

둘이 서로의 입과 입을 겹치며 만들어내는 소리만이 방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