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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재업)무제-16

1234(39.113) 2020.07.20 14:39:47
조회 82 추천 10 댓글 0
														

미야코는 바깥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20대 후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늙었다고 할 나이는 아니다. 그렇지만 벌써 사람들의 시선은 아줌마 취급이다.


결혼하고 아직 아이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을 이미 나이 든 여자로만 볼 뿐이다.


일도 그만두고 이제는 살림만 사는 것도 익숙해졌지만 그렇기에 모든 것이 공허했다.


차라리 직장에서 일을 계속했다면 조금은 보람찬 생활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남편은 물론이고 주변사람들까지 미야코를 집에만 묶어두려고 하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많지만 주변의 압력은 그녀를 완전히 절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이렇게 비어버린 자신 뿐.


남편은 분명히 자신을 사랑해준다.


하지만 딱 그 정도이다. 정확하게는 사랑해주는 자신을 사랑해줄 뿐. 그는 단 한번도 미야코가 원하는 것을 물어보지 않았다.


잘해주기는 하지만 정말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들 뿐이다.


정확하게는 딱 한명이지만 말이다.


다행히 남자는 아니다. 남자들은 그녀를 그저 몸만 바랄 뿐이었다. 징그럽기 그지 없는 자들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체가 싫었다.


그렇지만 단 한명, 오직 한 사람만이 인터넷에서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주었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유부녀였다.


때론 같이 남편의 뒷담화를 함께 까기도 하며 그녀는 같이 신세 한탄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과 오늘 처음 만난다.


미야코는 조금 긴장되었다. 자신을 진정을 봐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부디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그녀는 오랜만에 장보는 것이 아닌 일로 집 밖으로 향했다.


---------- 


"세상에...."


"너였어?"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나미코였다. 고등학교 시절 그토록 가깝게 지냈던 친구였다. 하지만 졸업하고 더 이상 연락은 어려웠는데 이렇게 다시 볼 줄은 몰랐다.


10대 시절의 모습은 여전히 남아있는 그녀를 보며 미야코는 과거를 떠올렸다.


남들보다 훨씬 가까웠고 때론 아슬아슬할 정도까지 가까웠던 사이지만 이젠 모두 지난 이야기.


졸업과 동시에 불어닥친 변화는 그녀들 사이를 이어주는 선을 끊어버렸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이렇게 둘은 다시 볼 수 있었다.


"둘다 결혼하고 이런 신세네?"


미야코는 그렇게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과거 꽃다웠던 시절은 어디 가고 이제는 둘다 30을 바라보는 시기.


집에만 갇혀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새장 속의 새가 되었다는 동질감이 짧은 이질감을 잊게 만들어주었다.


"하아... 그러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 지나간 꿈.


둘은 똑같이 한숨 뿐이다. 집에 갇혀 좋은 부인으로만 살아가는 삶.


그곳에 그녀들의 행복은 전혀 없었다. 자유로운 꿈은 없고 남은 건 오직 정해진 틀에 박힌 삶.


그것은 그녀들이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둘의 이야기는 정말 끝도 없었다. 쌓인 것이 얼마나 많았던지 2시간을 넘게 이야기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아 진짜 시간이...."


나미코는 시계를 바라보고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녀 또한 아이는 없었지만 남편이 올 시간에 맞춰 집에 들어가야만 했다.


"그래.... 나도 가야지."


미야코 또한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쉬었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음을 기약하며 그들은 헤어졌다.


---------- 


그 날 이후 둘은 몇 번이고 만났다. 시간 날 때마다 이야기를 나누며 그 동안 쌓였던 수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풀었다.


"그러고 보니 기억나?"


오늘도 미야코의 집에 찾아온 나미코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분위기를 바꿔 물어보았다.


"어떤거?"


미야코는 의아스럽다는 듯 되물었다.


"우리들 과거에 어떻게 지냈는가 말이야."


"아... 아아...."


나미코의 말에 미야코는 조금 묘한 반응을 보이며 씁쓸하게 웃었다. 한때 둘은 연인에 가까운 관계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소녀다운 감정에 따른 것이겠지.


허나 이젠 어른이었다. 그때처럼 감정에 휩쓸려 선을 넘기거나 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미야코도 알고 있었다. 모든 것에 지쳤다는 걸.


분명히 삶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불만도 없다. 사는 것 자체는 괜찮았다. 그렇지만 그것 뿐이다. 그녀는 아무 것도 아닌 남편의 액세서리.


차라리 그때처럼 모든 것을 잊고 둘만의 세상을 그리고 싶었다. 자기 자신으로 살면서 좋아하던 사람 곁에서 행복을 꿈꾸던 삶.


그건 나미코도 마찬가지 일터였다.


이제 나이를 숨길 수 없는 얼굴이지만 과거의 열정이 가득했던 순수함은 남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미야코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미코는 그런 미야코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살짝 올렸다. 미야코는 그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나미코를 살짝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과거 그녀와 나미코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옛날 같네."


"그러게. 결혼했지만 결국 남은 건 우리 둘 뿐인...."


그렇게 말하며 둘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의 입술을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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