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아키는 지금 자신이 어둠 속에서 유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주 자각몽을 꾸는 아키는 지금 자신이 꿈 속에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완벽한 어둠이지만, 그것은 따뜻한 어둠이었다.

밤 사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서로의 몸을 섞으며 기분 좋은 감각 속에 그녀는 잠들었다.

지금도 그녀의 체온은 곁에서 느껴졌다.

아키의 마음을 받아준 사람은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그녀와 함께 한 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그 행복의 색은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어둠.

그렇지만 그것은 완벽하기에 흠을 찾을 수 없는 어둠이었다.

아키의 상처도 그 속에서 사라진다.

대신 무한한 따뜻함만이 그녀의 곁에 존재했다. 언제 어느 때라도 따뜻하게 그녀를 감싸주는 사랑스러운 어둠.

그것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세상은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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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는 눈을 떴다. 언제나 깨어나는 시간까진 몇 분 남았지만 거의 비슷하게 눈을 뜰 수 있었다.

밤 사이의 일을 생각한다면 신기한 일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환상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허나 그런 일도 있을 순 있는 법이다.

자신의 인생을 생각했을 때 이 정도의 행복은 있어도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아키는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있어야 할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놀랍진 않았다.

부엌에서 들려오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

아마 먼저 깨어나 뭐라도 준비하는 것이겠지. 나가서 같이 도와도 되겠지만 아키는 조금 더 이곳에 있고 싶었다.

침대에 남아있는 그녀의 체온은 여전히 따뜻하다. 그녀 또한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겠지.

눈을 감고 몸을 살짝 돌려 그녀의 흔적을 쫓아본다.

땀냄새와 평소 사용하는 화장품 냄새가 섞인 그녀의 체취는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그것을 맡으며 아키는 밤 사이의 행복을 떠올렸다. 한번도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행복.

이제는 다시 놓고 싶지 않은 행복이 그 순간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함께한다. 그 사실이 그녀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탁 탁 탁....

발소리가 들린다. 아키는 다시 몸을 살짝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일어났어?"

쿄코는 미소와 함께 연인에게 인사했다. 아키는 이미 소리로 알았지만 그녀는 이미 양손에 커피잔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부지런하고 잘 챙겨주는 사람다웠다. 아키는 살짝 미소지으며 그녀의 모습을 부드럽게 살펴보았다.

아직 씻지 않았기 때문일까? 

항상 단정했던 단발은 부스스하였고 고작 셔츠 한벌 걸친게 고작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어울렸다. 언제나 시원시원한 모습은 그대로지만 애정 어린 눈빛이 아키의 마음을 다시 한번 녹여버린다. 아키는 자신만을 바라봐주는 사람과 함께 아침을 보낸다는 사실이 행복하면서도 믿어지지 않았다.

"응."

아키는 자신도 모르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을 하며 몸을 살짝 일으켰다. 침대 옆 탁자에 커피를 내려 놓으며 쿄코는 아키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것은 잘 잤냐는 또 다른 인사.

말로 담을 수 없는 친애를 체온과 함께 전하는 애정 표현.

허나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다.

아키는 몸을 일으키며 한손으로는 쿄코의 머리를 자신 쪽으로 부드럽게 끌어 당겼다.

쪽

그리곤 살짝, 입술과 입술을 겹쳤다. 좀더 큰 친애를 담아 뜨거웠던 밤을 보냈던 연인에게 하는 답례.

"...바보."

쿄코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언제나의 입맞춤이지만 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몸을 완전히 일으켜 세운 아키는 다시금 그녀를 껴안고 입을 맞췄다. 이번엔 쿄코도 좀더 적극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아키의 아랫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살짝 깨물며 쿄코는 서서히 얼굴을 들어올렸다. 거기에 맞춰 그녀의 입술은 아키의 입술과 같은 위치에 도달했다.

아키는 살짝 자신의 얼굴을 돌리며 서로간의 입을 교차시켰다.

혀가 쉼없이 오가며 서로의 맛을 기억한다.

잠시 입술이 떨어지고 숨을 고르기 무섭게 다시 한번 둘은 서로의 입과 입을 맞췄다.

몇 번이고 반복하며 이어지는 사랑의 확인.

쿄코의 팔은 아키의 등 뒤로, 아키의 팔은 쿄코의 머리를 감싸며 서로의 체온을 원하며 둘은 계속 키스를 이어나갔다.

때론 아키가 대담하게 쿄코의 윗 입술을 혀 끝으로 희롱하고 쿄코는 그런 아키의 혀를 자신의 혀로 막아내며 서로의 동작 하나 하나에 집중하며 키스를 이어갔다.

방의 온도는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둘의 열정이 만들어낸 뜨거움.

축축한 사랑의 끈적임만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