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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낮잠 자는 아리사한테 장난이 치고 싶은 사아야 (아리사아야)앱에서 작성

카스아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27 01:31:12
조회 925 추천 31 댓글 12
														

" 으음... "


게슴츠레 눈을 뜨자, 창고 위쪽의 조그마한 창문 사이로 샛노란 노을빛이 비친다. 부스스한 눈을 비비기도 전에 잠이 쏟아진다. 다시 그대로 눈을 감고는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 왜 안 오는 거야, 얘네들... 나 꽤 오래 잔 것 같은데... '


지금이 몇 시지? 핸드폰 시간을 확인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그 간단한 일도 지금은 귀찮기만 하고. 에라 모르겠다, 대신 한쪽 팔로 부신 눈을 가리고 다시 낮잠을 청한다. 이따 애들이 연습하러 오면 어련히 깨워 주겠지. 잠깐, 카스미 녀석이 사진이라도 찍는 거 아니냐!? 뭐, 이렇게 얼굴 가리고 자면 되니까!


잠에 들기도 전에 드르륵, 하고 창고 문이 열린다. 동시에 누군가 타박타박 걸어 들어오는 소리도 들린다. 빨리도 오셨네, 누굴까? 가장 먼저 도착할 애라면 오타에? 리미?


" 아리사? "


" ...! "


아, 사아야... 사아야는 방과 후에 잠깐 빵집 일을 도와줘야 해서 우리 창고에 거의 제일 늦게 오니까, 이렇게 제일 먼저 오는 날은 드물다. 그러니 내가 예상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지.


" 아, 자는구나..... "


내가 누워있는 걸 확인하자마자 금세 소리를 낮추고, 살금살금 걸어 들어오는 사아야다. 아니, 사실 멀쩡히 깨어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자고 있는 것 같다고 하면... 깰 타이밍을 놓쳐버리잖냐!? 


사아야의 슬리퍼가 스윽, 스윽 조심스럽게 창고 마룻바닥을 긋는 소리가 난다. 그 말대로 완전히 일어날 타이밍을 놓쳐버린 나는 그대로 누워서 사아야가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뿐이다..... 가령 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 아, 아하하...!! 사, 사실 깨어있었다고~ "


라고 하면,


" 뭐야, 아리사 혹시 나 놀래켜주려고 자는 척 준비하고 있었던 거야~? 아하하, 아리사도 초등학생 같은 면이 있다니까! "


하고 놀릴 게 뻔한 얄밉부키 사아야니까...! 으윽, 그것만은 절대로 못 참지! 그렇다고 다른 멤버들이 올 때까지 계속 자고 있으면...


" 어라, 아리사? 자고 있네? "


" 카스미, 쉬잇...! 쿡쿡, 아까 나 왔을 때부터 자고 있었어... 아리사 자는 얼굴 사진이라도 찍지 않을래? "


" 그, 그래도 괜찮은 거야!? 아리사 쨩이 일어나서 화내면... "


" 리미, 쉬잇...! 아리사가 깨겠어! "


분명, 분명 이런 흐름으로...! 그것도 절대 안 돼!!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내 옆 마룻바닥에서 끼이익, 하는 소리가 난다. 바닥에 앉아서 핸드폰이라도 만지는 건지, 사아야의 휴대폰에서 뿅뿅 하는 자판음이 난다.


' 뭐, 뭐야.... 내 옆에 앉은 거냐...? '


자는 척 하고 있던 걸 들킬까봐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한다. 


" ...... "


나한테만 불편한 정적이 깔린 우리 집 창고. 이윽고 뿅뿅대는 핸드폰 소리가 멈추고... 갑자기 팔에 간지러운 숨결이 닿는다.


" .....!! "


위, 위험했어!! 놀라서 움찔, 할 뻔했어!!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부동자세를 유지한다. 팔로 얼굴을 조금 가리고 있길 정말 잘했어, 그냥 정자세로 누워 있었다면 분명 안 자는 거 들켰을 거라고... 사아야의 숨결은 계속 얼굴을 가린 내 팔에 닿고 있다. 


' 읏, 간지러워..... 얼마나 얼굴을 가까이 하고 있는 건데....!? '



그런 생각을 하니까 내심 부끄러워진다. 


" ......아~리사아~ "


갑자기 조용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자기 이름처럼 길게 늘여 부르는 사아야. 묘하게 카스미가 " 사~야~ " 하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려는 것을 또 꾹 참았다. 



" ......자니? "


" ...... "


" ...아리사가 몰랐던 사실. 저번에 아리사네 방 탁자에 있던 라무네, 카스미가 아니라 내가 한 모금 마신 거다...? "


" ...... "


" ...아하하, 나, 뭐 하고 있는 거래... 자는 애한테. "


그거, 저번 주에 내 거 미리 마셨다고 카스미한테 윽박지른 거잖아...? 너였냐, 사아야!? 어쩐지, 카스미 녀석 억울해 보이더라! 그땐 말 안하더니!! 이 도둑부키! 한입부키! 가, 간접키스부키!! 때 아닌 고해성사를 들어 버렸어도 화도 낼 수 없다. 지금 나는 망부석처럼 자는 척을 해야 하니까. 어, 어떻게 해야 하지...? 사아야 녀석, 화장실이라도 안 가려나..?


" ......!! "


소파 아래로 늘어진 머리카락을 누가 손가락으로 스윽, 스윽 만지는 느낌이 난다. 사, 사아야 얘 뭐 하는 거야!? 


" 부드러워... 음, 아리사는 머릿결이 엄청 좋단 말이야. "


갑자기 느껴지는 감촉에 놀라서 얼굴이 붉어질 뻔한 것을 필사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며 참는다. 그렇게 몇 번을 만지더니, 사아야는 늘어진 내 머리카락을 모아서 소파 위에 가지런히 올려 놓아 준다.


" ...... "

다시 깔린 정적. 온 신경을 집중해 봐도 내 옆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 초딩부키가 또 무슨 짓을 해올지 몰라서, 공포 영화에서 귀신이 나오기 직전처럼 미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게 된다......



" 아리사는, 바보래요..... 푸흡, 후후후....! "


바, 바보!? 갑자기!? 일방적으로 남한테 바보라고 해놓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소리를 죽여 킥킥 웃는 사아야다... 도, 도대체 뭐냐고, 정말!!


" ......귀엽다... "


" !? "


귀엽다고.......!? 나, 나 말하는 거냐......!? 심장이 사아아 말대로, 바보같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사, 사아야가 귀엽대, 나보고...... 사아야의 목소리가 귓가에 달큰하게 남아서 메아리친다. 


스으윽-


" ...!? "


사아야의 손가락이 내 이마에 살포시 닿는다. 평소에 빵집 일 도우랴, 드럼도 치랴 이래저래 고생만 할 손가락인데도 부드럽고, 차가워서... 괜스레 기분 좋기까지 하다.


" 어라, 여기 덥나... 얘가 무슨 땀을 이렇게. "


!? 어, 어떡해..... 긴장해서 땀 흘렸나봐...! 사아야가 그러니까 괜히 부끄럽기까지 하다. 뭐, 뭐 어떻다구 그래, 이치가야 아리사.... 친구잖아, 친구! 체육시간에 카스미 녀석은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뛰어 노는데, 고작 이런 걸로 뭘......


사아야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얼마 뒤 드르륵, 하고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뒤이어 삐빅- 하고 창고 안 에어컨이 켜지는 익숙한 소리도. 그러더니 다시 내 옆에 앉는다. 그런데 자는 척, 대체 언제까지 해야...


갑자기, 팔에 간간히 닿던 숨결이 귓가에 확 끼쳐온다. 달콤한 빵의 향기도 아까보다 훨씬 강하게 난다. 기분 좋은 감각이 귀에서부터 시작해서, 온 몸에 퍼지는 것만 같아서.... 몸을 움츠리게 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아 낸다.


" .....좋아해- "


" !? "


" 아리사...... 너무 좋.... 후, 후.... 하..... 시, 심장이야... "


소근소근 달콤한 말을 속삭이다가, 갑자기 난데없이 심호흡을 한다... 이, 이거, 분명 몰카라고....!! 사아야 녀석, 내가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일거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짝, 짝 하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자기 뺨이라도 두드리는 건가....?


" 아.... 아리사....! 나 있지, 너 진짜 좋아 하거든...... 혹시 아리사만 괜찮으면, 나, 나랑 연애해 볼... ......이건 좀... 으, 내가 봐도 멋 없네. 아하하...... "


" ......!!! "


뭐야, 고백!? 정말 고백 연습이라도 하고 있는 거야..? 사, 사아야가 나를 좋아한대...! 어떡해, 어떡하냐...!? 어느새 엄청나게 커진 심장 소리가 사아야한테까지 새어 나갈까 무섭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사아야는 고백 연습 삼매경이다.


" 아리사, 너무 말랐으니까, 나랑 살면 있잖아.... 내가 매일 아침 맛있는 빵을.... 이건 너무 나갔다...... "


떨리는 목소리로 두서 없이 늘어놓는 사아야의 고백. 소설이나 영화 속 로맨틱한 고백이랑은 천만 광년 떨어진 상황인데도, 아까부터 기분 좋게 간질거리는 느낌이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딱히 내가 사아야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도 이 상황이 가슴을 찌릿하게 만든다. 아니, 사아야는 당연히 좋은 애지만... 예쁘고, 상냥하고, 가끔 날 짓궃게 놀리지만 솔직히 싫지 않고, 후...... 가, 간접 키스는 왜 했대. 


' 와, 완전 어이 없다 얘... 좋으면 나 좋다고 진작 말하지, 맨날 놀리기나 하고... 좋아하면 더 괴롭히는 초등학생 남자애니, 너? 이 초딩부키, 겁쟁이부키... '


" ......조금만... "


사아야가 뺨을 내 얼굴에 가까이 하고, 살며시 얼굴을 부빈다. 부드러운 사아야의 뺨의 감촉, 창고 안을 꽉 채운 것만 같은 달콤한 빵 냄새. 나도 모르게 사아야 쪽에서 보이지 않는 반대 손으로. 소파 시트를 꽉 움켜 쥔다. 그리고, 이윽고, 입술에 느껴지는 무언가 부드러운 감촉이.....!


" 얏호-! 아리사아~! 오늘도 반짝반짝 두근두근 연습 타... "


" 카, 카스....!! 아악!? "


" 아얏!? "


너무 놀라서 급하게 몸을 일으키려다가, 바로 앞에 있던 사아야의 이마와 내 이마가 제대로 부딪혀 버렸다...!! 그대로 주저 앉은 사아야와 눈이 마주치기를 약 10초, 사아야의 예쁜 눈동자에 점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 미, 미안....... 흐으, 아앙.... 아, 아리사 미안... 미아내..... 흐윽, 흐으, 미아내......!! "


" 응!? 어!? 아니, 아니!! 뭘 미안하대!? 내, 내가 자는 척 장난 친 거니까 내 잘못이지, 그치!? 아니, 솔직히 내 잘못도 아니긴 한데! 너 우, 웃긴다...!? 울긴 왜 울어!? 뚝!! 뚝 그쳐!! "


우느라 발음까지 뭉개지면서 난데없이 나한테, 사과를......! 아무리 등을 두드려줘도 좀처럼 그칠 기미 없이 더 서럽게 울 뿐이다.


"흐으, 흐아앙..... 흐우으..... 미아내......! 흐윽, 다, 다신 안 그럴게..... "


" 두, 둘이 싸웠어...!? "


" 아리사, 너무해... 사아야 울린 거야...? "


"엑!? 아리사가!? 사-야를!? "


" 아니, 그런 거 아니야!! 그리고 너는 입 다물엇!!! 오타에!!! "


*


아리사가 잘 때만 용감한 겁쟁이 야마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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