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적인 싸움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

눈앞의 적은 강했다.

어떤 수식어도 필요없이, 그저 압도적으로 강했다. 우리에게는 절대 이길 수 없는 벽과도 같았다.

그런 것을 상대로 우리는 마치 달걀로 바위를 내려치는 것과 같은 저항을 계속했다.

하지만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우리는 인류 최후의 보루.

우리가 하지 않으면 모든 인간들은 죽어야만 한다.

그것을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들 중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싸웠다.

방패를 든 레미는 끝까지 우리들의 든든한 보호자였다.

신의 힘 아래 우리를 지원해주던 에리의 기도는 한계까지 우리들이 싸울 힘을 주었다.

용자의 힘을 이어받은 엘레나는 용자의 검으로 적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그리고 나와 첼라는 남은 마력까지 모두 긁어모아 최강의 마법으로 적을 공격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은 단 일격에 날아가버렸다.너무나 허망하게, 압도적인 힘 앞에 말도 안되는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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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하지만 압도적인 힘 앞에 우리는 모두 날아가버렸다.

살아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너무 아픈 나머지 오히려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는 기분이었다.

"첼라.... 괜...찮...아?"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나는 첼라를 찾았다.

언제나 나와 함께한 가장 소중한 사람.

그녀는 다행히 내가 마지막 순간 몸으로 지켜준 덕분에 무사했다.

그래도 많이 다치긴 했지만 말이다.

"라라, 너, 너야 말로...."

첼라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내 몸상태를 제일 잘 안다. 이정도까지 다쳤는데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미 죽었다.

레미가 최후의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우리를 지키기 위해 스킬을 사용했고 덕분에 우리 둘은 살아남았지만, 안타깝게도 엘레나와 레미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엘레나는 레미의 기도와 염원을 모두 검에 담아 적의 몸에 박아넣었다.

그곳으로 우리가 한번 더 공격한다면 또 모를 일.

"괘, 괜찮겠어? 라라... 우리는...."

첼라는 두려움에 떨며 내게 물어보았다. 그도 당연했다. 우리는 패배 직전, 나는 엄청나게 큰 부상을 입은 상태다.

승리는 커녕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괘, 괜찮...크억!"

난 피를 토했다. 얼마나 당한 것이기에 이런 것일까?

그러나 도망칠 수는 없다. 아니 이미 퇴로는 끊어진 상태. 마지막까지 발버둥치는게 고작이겠지.

"어차피, 도망, 쿨럭, 칠 수는 없어. 그러니까...."

난 그렇게 말하며 첼라에게 내 품에 있던 아이템을 하나 주었다. 그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챙겨놓은 것이다.

"이, 이건...."

첼라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경악에 찬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어차피 쿨럭, 도망 못칠 거라면, 끝까지 함께 하는거야 쿨럭."

그랬다.

나의 모든 것을 담아 만든 마력 증폭의 아이템. 이것이 있다면 확실히 쓰러트릴 수 있겠지.

대가는 나의 목숨이지만, 회복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차피 방법도 없었다.

"...."

이 상황에서 이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그녀는 안다. 그래서 떨리는 손으로 첼라는 그것을 받아 들고는 내게 입을 맞추었다.

짧은, 하지만 굳은 결의를 담은 입맞춤.

최후의 입맞춤이 될지 모르지만 상관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온 몸이 뜨겁다.

이것은 그저 공격으로 인한 상처 때문이 아니다. 내 생명이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것이다.

이것으로 되었다.

첼라가 살아남기를 바라며 나는 모든 것을 불태운다. 그 뜨거움이 참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첼라를 향해 마지막으로 한마디 남겼다.

"사,랑,해...."

마지막 단어를 끝내는 것과 동시에 난 완전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