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프레 업계에 전설적인 여자가 있었다.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주목하게 하는 몸매를 가진 그녀는 훌륭한 몸매에 맞게 대담한 코스프레를 즐겨 했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할거없이 아찔한 노출도를 자랑했는데 다만 항상 가면을 쓰고 다녔기에 그녀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어느날 그녀가 사라졌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야 하니까.

어느 날 말없이 블로그의 모든 사진을 지워버리면 팬들은 당황하겠지. 나도 소중한 댓글들이 달린 글을 지우는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친했던 몇몇 사람한테는 DM으로 작별 인사를 보냈다. 특히, 적절한 가격으로 최고 퀄리티의 옷을 제작해주던 의상 제작자 토모요 님에게.

[ 이렇게 갑작스럽게 작별 인사를 보내서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앞으로 코스프레는 관두게 되었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그동안 좋은 옷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그리고 난 선생님이 되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앞으로 4학년 2반 담임을 맡게 된 아사나라고 합니다.”

“앗! ‘가면의 여왕’님!”

응?

길고 윤기나는 생머리의 여학생이 벌떡 일어나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저… 우리 학생, 이름이 뭐죠?^^”

“맞죠? 갑자기 사라진!”

응? 응?

“우,우리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걸까요?^^”

“모른 척 하지 마세요! 코스할 때마다 얇은 팬티 한… 읍읍!”

나는 서둘러 달려가 그 입을 막았다.

“다들 자습하고 있으세요. 이 친구가 뭔가 오해를 한 것 같으니 풀고 오겠습니다.”

그대로 옆구리에 끼고 아무도 없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역시 맞군요? 갑자기 사라져서 얼마나 슬펐는데요.”

“하아…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그것도 이렇게 어린 소녀가? 나는 코스 사진을 업로드하기 전에 꼼꼼하게 체크했기 때문에 나라는걸 알만한 사실을 남기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연락처를 주거나 얼굴을 드러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살은 겨드랑이나 배꼽이나 허벅지 할거없이 많이 드러내긴 했지만 지금의 난 단정하게 가린 차림이다. 도대체 어떻게?

“쓰리 사이즈는 85-56-85, 어깨너비 40, 팔길이 64, 손목둘레는…”

“읏, 쉿쉿! 너 그걸 어떻게 알아?”

눈을 초롱초롱 빛내던 여학생이 씨익 웃었다.

“제 단골 고객인데 모를 수가 있나요? 옷이 똑바로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누구보다 여왕님 사진을 살펴본 저인데. 아무리 만난 적이 없다해도 그렇지 작별인사가 DM만 달랑보내는게 어딨어요?”

“잠깐… 옷? 설마 네가 토모요 님? 말도 안돼…”

“어리다고 무시하는 거예요? 여왕님에게 조금 실망이네요. 그것보다, 어째서 관둔거에요?”

“그,그게… 어른에겐 어른의 사정이 있는 거란다.”

이제부터 초등학교 선생님이니까…

취미는 취미! 일은 일! 슬프지만 또다른 꿈인 선생님이란 직업은 섹시 코스프레이어와 절대 같이 할 수 없었다. 어떤 부모가 자식을 그런 선생한테 자식을 맡기고 싶을까? 코스프레를 처음 할 때부터 이렇게 될 걸 예상했기 때문에 가면을 썼던 것이다.

“아하, 혹시 돈 문제인가요?”

그렇게 생각하는거 보니 아직 애구나. 대충 둘러대면 속일 수 있을것 같아졌다.

“응, 돈. 코스프레는 돈이 안되거든.”

그런데 토모요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또 실망이네요. 초등학교 선생이 전직 코스프레이어라는걸 들키고 싶지 않은거였면서.”

“윽.”

“전 여왕님 사진 저장해 놓은 것도 많거든요? 아~ 선생님이 야시시한 코스프레를 하고 다녔다는게 알려지면 어떻게 되려나~?”

그렇게 말하는 토모요의 얼굴은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즐길만한 장난감을 찾아낸 포식자의 얼굴이었다.

“꼭 그래야겠어? 그런다고 해도 너한테 도움이 되지는 않잖아!”

나는 얼떨결에 무릎을 꿇었다. 허리까지 구부리자 키가 작은 토모요는 머리가 나보다 조금 높아져 살짝 내려다보는 구도가 되었다.



“저는 말이에요, 선생님 때문에 화가 많이 났어요. 첫째, 코스프레를 맘대로 관뒀다는 것. 둘째, 의상 제작자인 내가 어리다고 얕잡아보인 것. 그러니 선생님한테 벌을 줘야겠어요.”

“벌?”




다음 날 조회시간에 나는 토모요의 말대로 했다.

“그럼 출석을 부를게요.”

“선생님, 목에 그건 뭐예요?”

한 학생의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무심코 손바닥으로 목을 가렸다. 토모요는 싱글싱글 웃었다. 내 목에는 딱 달라붙고 가운데에 작은 하트 장식이 있는 목장식이 있었다. 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의상 일부였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선생님은 신경 쓰지 마세요. 출석 부를게요.”

그 학생이 질문했기 때문인지 다른 학생들도 내 목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 같아 목이 매였다.

출석을 겨우 다 부르고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나는 화장실로 도망쳤다. 교직원 전용이라 아무도 오지 않는다.

뒤를 돌아보자 토모요도 어느새 와 있었다.

“벌은 잘 받고 있나요? 똑바로 보여주세요.”

나는 토모요의 말에 순순히 셔츠 단추를 푸르고 좌우로 젖혔다. 그 안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코스튬이 있었다. 이게 벌이었다. 원래는 코스프레 옷을 입고 출근하라는 것이었지만 절대 안된다고 사정하자 옷 안에 입고 오는걸로 봐준 것이었다.

“아 제가 만들었지만 정말 잘 어울려요. 가면도 없으니까 훨씬 사랑스럽네요.”

토모요는 핸드폰으로 그런 내 모습을 찍어댔다. 나는 그녀가 시키는대로 순순히 포즈를 취했다.

“빨리 끝내면 안될까? 곧있으면 수업이 시작될거야.”

“그렇군요. 시간이 많진 않네요.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에 또 하는거야?!”

토모요는 다시 씨익 웃었다.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어요? 선생님한텐 매일 새로운 옷을 입힐거에요. 그런데 기뻐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선생님은 선생님과 코스프레를 동시에 할 수 없다고 포기했었는데, 제가 도와주는 거잖아요?”

이렇게 그녀와 나의 비밀 코스프레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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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게 맞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