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누가 '총수 머리 위에 가버린 횟수가~' 라는 글에서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써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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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XX여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머리 위에 의문의 숫자가 떠있음을 깨달았다. 

 0인 사람이 대부분이나 10자리인 학생도, 100자리인 학생도, 1000자리인 학생도 있었다.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교실이 술렁이는 한편, 몇몇 학생은 그 숫자가 의미하는 게 뭔지 감을 잡았다.

공1, 0회 : 이 숫자 말이야, 각 반의 총수들이 유별나게 높은 걸로 봐서는 레즈 절정으로 가버린 횟수인 것 같은데?

공2, 0회 : 진짜네. 그러고 보니 우리반 총수는 몇이지? 걔는 내가 중학생 때부터 귀여워 해줬는데.

공3, 2회 : 지금 왔네~ ... 뭐야? ‘0회’인데!?

공2, 0회 : 뭐? 그럴 리가 없잖아? 야! 너 화장실로 따라와.

 지각을 면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총수는 영문도 모른 채 화장실로 끌려가 언제나처럼 가버리고 말았다.

총수, 0회 : 얘들아... 나 힘들어... 옆칸에 사람도 있는데... 이제 그만 교실로 보내줘...

공1, 0회 : 뭐지? 분명 방금 보낸 것 같은데 왜 숫자가 안 늘지?

공2, 0회 : 그럼 가버린 횟수가 아니란 건가?

공1, 0회 : 그럴까봐 얘도 보내봤는데 확실히 올랐잖아.

공3, 3회 : 너희들... 윽! 얘 혹시 지금까지 안 갔으면서 간 척 했던 거 아니야? 

공2, 0회 : ... 진짜라면 무서운 년이네.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그게 다 연기였던 거야?

공1, 0회 : 재미없네. 다른 애 찾자. 

 숫자니 횟수니 하는 건 모르는 총수라도, 공들의 대화를 통해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총수의 역할이 지금 막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리며 잘 이겨냈다고 기쁨의 눈물을 닦아내려는 찰나.

학생회장, 11566회 : 너, A반 총수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너랑 나랑 ‘숫자’가 바뀐 것 같거든? 일단 애들한테 설명하고 같이 교무실로 가자.

총수, 0회 : 네? 아, 아니에요. 저는 간 적 없거든요. 뭔가 착각을...

학생회장, 11566회 : 웃기지 마. 난 우리반 공들...을 피해 계속 화장실에 숨어있었거든? 네가 옆칸에서 절정에 달했을 때, 내 머리 위의 숫자가 1 올랐어. 그리고 난 한번도 그걸 경험한 적 없으니, 분명 우리 둘의 숫자가 바뀐 거야.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선생님들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따라 와.

총수, 0회 : 시, 싫어! 나도 이제 평범한 학창생활을 보낼 거야. 네 숫자는 모르는 일이야!

학생회장, 11566회 : 잠깐, 기다려! 가지마! 

 수업종이 치자 학생회장은 교실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미 눈치 빠른 학생들에 의해 숫자의 의미가 다 밝혀진 상황에서, 그 용모수려 재색겸비 아가씨인, 학생회장의 머리 위에 무겁게 떠있는 <11566>이란 숫자는 노말이던 학생들의 가학심 마저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아무리 보내버려도 숫자는 늘어나지 않았지만 아무도 그걸 신경 쓰지 않았다. 깨진 유리창 법칙처럼, 이미 <11566>인 학생회장을 건드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배덕적인 매력의 학생회장에 의해 XX여고에는 백합 붐이 왔다고 한다...

 한편, 평온한 일상을 되찾은 총수의 반에선.

공3, 49회 : 얘들아~ 오늘은 옆반에 학생회장 보러 갈 거지? 응?

공2, 0회 : 아, 난 괜찮아. 오늘은 볼 일이 좀 있거든.

공1, 0회 : 나도 거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별로던데. 그냥 너네 집에 가서 놀자?

공3, 49회 : 그, 그건 좀 곤란해! 요새 부모님이 빨리 오시거든! 그리고 오늘은 내가 꼭 학생회장의 숫자를 올릴 거야!

총수, 230회 : (...)

총수, 231회 : (미친, 고고한 척을 그렇게 하더니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만큼이나 가버리냐고... 이대로는 얼마 안가 다시 총수가 되어버릴 거야...)

공2, 0회 : 야! 오랜만이다? 너는 학생회장 보러 안 가?

총수, 231회 : 어? 으, 으응... 난 그런 데 관심 없거든...

공2, 0회 : 그래? 학생회장이 가 버리면 네 숫자가 올라간다는 게 들키기 때문은 아니고?

총수, 232회 : 그, 그걸 어떻게...

공2, 0회 : 딱 보면 알지. 11566번이나 가버린 사람이 어디 흔하겠어? 오랜만에 어때? 나 지금 꽤 쌓여있거든. 학생회장도 나쁘지 않지만, 역시 난 네가 제일 좋아.

총수, 233회 : 아, 안 돼, 앗....................

학생회장, 11566회 : 읏, 하응♡

학생회장, 11567회 : (어째서 내가 이런 꼴을... 그 A반의 총수년, 절대 가만 안 둘거야...)

공3, 49회 : 앗! 지금 봤어? 학생회장의 숫자가 올랐어! 내가 회장을 진심으로 보냈나봐! 

공1, 0회 : 정말이네? 축하해. 아무도 못했던 걸 네가 하다니, 대단한데? 너네 집에서 케이크에 샴페인이라도 열까? 물론, 내가 살게.

공3, 49회 : 정말? 고마워! 난 생크림딸기케이크가 좋아!

공1, 0회 : 아, 그래도 집에 부모님이 계시면 샴페인은 좀 그런가? 

공3, 49회 : 괜찮아! 우리 부모님 여행 가셔서 다음 주까진 안 오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