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는 태양 아래 레이싱 카들은 바람을 가르며 트랙을 달렸다. 0.1초의 실수가 사고로 이어질 정도로 격렬한 레이싱은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레이싱 카의 드라이버들은 누구보다도 자신들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말로 표현 못할 승부욕을 가진, 세상에서 가장 배짱이 좋은 자들일 것이다.

평상시라면 모르겠지만 일단 운전대를 잡는 순간, 그들은 멈추는 법을 알지 못했다. 경주가 끝나던가 아니면 사고가 나서 억지로 멈추지 않는다면 말이다.

어떤 의미로 그것은 목숨을 건 어리석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승자는 한명 뿐. 그렇기에 목숨을 불태울 가치가 있다.

울려퍼지는 엔진 소리는 심장을 계속해서 가속 시킨다. 아주 조금의 실수로 날아갈 수 있다는 긴장감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게 만들었다.

발 끝으로 느껴지는 감각, 손 끝으로 전해지는 진동.

그 모든 것이 히비키를 흥분시킨다. 상대와 견제를 이어가면서 이렇게 달리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이던가?

조금만 실수해도 경기는 끝이다.

그 아슬아슬함 속에서 히비키는 액셀과 브레이크, 그리고 기어를 계속 조작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모든 것은 우승을 위해.

그리고 그 영광을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기 위해.

그러니 집중하자.

우승을 위해서는 이제 남은 건 한바퀴 뿐.

가장 난감한 코너만 무사히 지난다면 히비키는 우승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의 애차 버닝 릴리는 직선 코스에서 어떤 차량도 따라올 수 없으니까.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아주 약간의 핸들링만으로 차는 뜰 수 있다. 그러니 실수 하지 않고 자신의 감각에 맡기며 히비키는 코너를 돌았다.

"이런!"

허나 운이 없었다.

하필이면 그 순간, 버닝 릴리는 미끄러진 것이다. 시간 단축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타이어 교환을 하지 않은 대가는 정말 의외의 순간 뼈아프게 다가왔다.

안타깝게도 버닝 릴리는 빠르게 회전하며 안전벽이 있는 곳까지 그대로 밀려 나갔다. 다행히 정신을 잃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비키는 머리가 빙빙 도는 것을 맛보아야만 했다.

컨트롤을 잃은 그녀의 애차는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었따.

쿵

강렬한 충격, 그리고 차는 정지했다.

에어백을 비롯한 각종 보호장구들이 히비키를 보호해 주었지만 더 이상 주행은 무리였다.

경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어찌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히비키는 차에서 내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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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키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실패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고집이 시즌을 망쳤다는 사실이 너무나 뼈아프게 다가왔다.

"그럴 수도 있는거지."

그런 히비키의 곁에 레이나가 다가왔다. 팀의 오너이자 히비키를 여기까지 이끈 여걸.

그녀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히비키는 무리했지만, 결국 실패다.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

히비키는 자신도 모르게 화를 냈다. 그것은 사실 자신을 향한 분노였다. 그러나 솔직하지 못한 마음은 이상하게 터져나왔다.

그것은 자신이 우승의 기쁨을 선물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기도 했다.

"아니 그럴 수도 있는거 맞아. 오너이자 명령을 내리는 사람으로서 널 못막은 건 잘못이니까."

그렇게 말하며 레이나는 싱긋 웃었다. 그런 그녀에게 히비키는 무슨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미스까지도 괜찮다고 하는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 눈무셨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어차피 내가 막지 않은 건 네 실력을 믿은거라고. 실패까지 각오하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그게 팀이잖아?"

그렇게 말하며 레이나는 히비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같은 팀이라는 이야기가 왠지 가슴이 아프다.

그렇기에 히비키는 잠자코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언제나의 일이지만 왠지 가슴이 무겁다. 실패의 아픔은 계속해서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내가 믿는 사람은 실수 몇 번 한다고 무너지지 않아. 난 그렇기에 무리한 부탁도 하는거고."

"레이나...."

히비키는 그녀의 말에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믿음. 그것에 보답 못한 아픔이 따스한 손길로 더욱 깊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제 돌아가자."

"응...."

레이나의 말에 히비키는 잠자코 따라갔다. 고마움과 미안함 속에 내딛는 발걸음은 더 없이 무거울 뿐이었다.

그런 히비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레이나는 그저 옅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