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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89

1234(39.113) 2020.09.14 20:47:14
조회 121 추천 12 댓글 5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가는 노래방은 즐겁다. 하지만 시간이 끝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약간의 즐거움, 그리고 조그마한 추억이 전부.


그렇지만 모두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들이다. 그 순간의 안타까움은 매 순간 마리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이것이 모두 오롯이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결코 그녀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저 다른 친구들과 같이 지낼 뿐이다.


그것을 꼭 나쁘다고 하고 싶진 않았다.


마리나가 사랑하는 사람은 연애에 대해서는 남녀 관계만을 생각할 뿐이었다. 그것이 잘못이라 할 수는 없겠지.


마리나가 이상한 것이니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자체는 거짓이고 잘못이고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가 없는가느 또 다른 문제.


안타깝게도 마리나에겐 그건 어찌 할 수 없는 벽과 같았다.


매일 이렇게 노는 것으로 풀어보려 하지만 사랑의 마음이란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폭풍과도 같았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오늘도 그랬다.


노래방에서 그 아이가 보여준 작은 배려 하나 하나. 그것을 볼 때마다 무너질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은 마치 불꽃과도 같았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어찌할 방법은 없다.


조용히 집으로 걸어갈 뿐. 그녀에게 희망이란 없어 보였다. 마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으며 아무도 없는 집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은 모두 저녁 늦은 시간이 되어야 돌아오실 터였다.  그 동안은 혼자서 모든걸 감당해야만 했다.


"흐흑...."


방에 들어가자마자 마리나는 울기 시작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감정 속에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렇게 우는 것 밖에 없다.


-그러지 말고 나와 계약하지 않을래?-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친근하면서도 오싹한 목소리. 마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놀랄 거 없어. 난 널 도와주기 위해 왔으니까.-


그것은 기분나빠하는 기색도 없이 부드러운 어조로 마리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너, 넌 누구야?"


마리나는 물어보았다.  두려움이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난 소녀들을 도와주고 약간의 대가를 받는 존재야. 너희들이 흔히 말하는 마법소녀의 마스코트라고 생각하면 될거야.-


마리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친근한 목소리는 그저 듣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러나 경계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자신에게 좋은 일이 있을리 만무했다. 거기다 대가라니? 돈이나 이런 것은 아닐터였다.


"대, 대가는 뭔데? 그것부터 밝혀야 하지 않아?"


마리나는 거절하겠다는 듯 대가부터 물어보았다. 그러나 마스코트라고 스스로를 밝힌 존재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별거 아니야. 그저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는거고. 내가 제시하는 건 아주 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해.-


"합리적?"


전혀 예상 못한 말이 나와서 마리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애초에 마법소녀 자체가 비합리 그 자체 아니던가?


현실에서 마법소녀라니. 그건 TV에서나 볼 아이들 만화의 이야기다. 비일상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그런 건 언어도단.


-응 합리적. 너희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브 앤 테이크.-


말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일이라고 하면 어떤 것일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왠지 모를 두려움이 마리나를 떨게 만들었다.


-괜찮아. 불법은 아니야. 그리고 아주 기분 좋은 일인걸.-


그렇게 말하며 목소리의 주인공은 허공에서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스코트라고 하면 작은 동물을 생각하기 쉬웠지만 막상 나온 것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은색의 긴 장발에 안경을 쓴 여성. 성인 특유의 풍만함을 지닌 그 모습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나를 만족시키면 되는 거란다. 그렇게 한다면 넌 네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거야."


거절할 수 없는 목소리로 여성은 말했다. 그 말에 마리나는 덜덜 떨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착한 아이네. 그럼 잠시 나와 함께 일을 하러 가자꾸나."


그렇게 말하며 여성은 마리나를 부드럽게 안아 들었다. 마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느끼는 편안함에 눈을 감았다.


이렇게 될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냥 맡겨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황홀감 속에 마리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여성에게 맡겼다.


---------- 


두 명의 여학생이 실종 된 것은 바로 이틀 전. 하지만 경찰들의 조사는 어떤 결과도 내지 못했다. 가족들의 눈물과 비탄 속에 둘의 실종은 영구 미제로 남을 듯 싶었다.


하지만 몇 년 후 두 명의 여성이 각각의 가족에게 돌아갔다.


단 그들은 나이에 비해 훨씬 성숙한 모습이었으며 알 수 없는 기적을 행하였다. 그것을 두고 수많은 말들이 오갔지만, 진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저 미소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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