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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체인지업!-35화앱에서 작성

커틀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17 23:13:33
조회 303 추천 10 댓글 0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리고 그 사람은 줄곧 대화하고 싶었던 사람이다.

“여자 리그...있구나...”

“그래. 내 목표.”

여전히 짧다. 그래도 꽤 긴거다. 기쁜 일이지.

“프로...딱 스즈키 양을 표현하기에 맞는 거 같아. 매사에 진지하고, 카리스마? 도 있고. 그리고 또.”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야. 내가 걸맞는 실력을 가져야지.”

“어, 응.”

의도한 게 아니란 것은 안다. 그래도 저렇게 딱딱하고 차가운 반응을 보면 조금은 풀이 죽는다. ‘조금은’ 이란 건 이유가 있지만.

“스즈키 양은 객관적으로 봐도 강하니까...분명 할 수, 있을거야...”

진심이다. 꽤 진심, 같은 여학생다운 느낌이 아니라 빚을 잔뜩 뒤짚어쓴 상태에서 칩을 올인하는 도박사 레벨의 진심.

“그래.”

저렇게 차가운 모습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수준의 진심일거다. 그래서 나한테 다소 냉대해도 그렇게 싫진 않다.

대답은 해주고 얼굴도 마주봐주고 점심도 옆에서 먹을 수 있다. 즉 내가 독점하는 것이다. 그녀의 매력을 나만이 알고 나만이 맛볼 수 있다. 인정해주는 사람은 적겠지만 조금은 우월감에 취할 수 있다.

“오늘은 근력 위주인가...”

다만 일상은 그렇게까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그라운드 밖의 구경꾼. 그나마 긍정적인건 보여지는 본인이 허락했다는 것 정도.

“...재밌어?”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고 있자 어느새 해산. 아무것도 꺼내지 않고 정말로 보기만 하는 나에게 다가온다.

“재미라기 보다는...팬심?”

조금 애정이 많은 팬이다.

“나는 자율연습을 하러 갈 거야. 어쩔래?”

신경 써 주는 구나. 별거 아닌 것에 행복해한다. 대답은 정해져있다.

“같이 가도 돼?”

“기껏해야 동네 배팅장이지만 보고싶다면야.”

그럼 대답할 필요는 없겠네. 말 없이 뒤따른다. 말은 서투르니까.

원래는 금속 배트의 소리가 싫었다. 소음에 민감하기도 하고 청춘이라는 느낌의 소리라서 기분 나빴다.

하지만 깔끔하게 받아친 소리를 알고 들으니까 그것은 아름다운 소리였다.

그리고.

“히에엑.”

100~110km/h 방에서 절찬 회피 중. 아니, 기계가 낡았는지 제구가 막장이라 방금 건 진짜 위험했다. 완벽한 헤드샷 코스였다.

“하, 항상 이런 곳애서 쳐?”

노 헬멧에 MAX 130km/h면 언젠가는 죽을 거 같은데.

“...요점은 상태 좋은 거를 찾아내는 거야.”

“에...?”

“평균적으로 100엔 정도 아낄 수 있어. 경품은 없지만.”

이미지가 무너질 것 같으니까 더 이상 깊이 쫒지 않았다.

“다른...건?”

“작은 덤벨 같은 걸로 방에서 근력 운동.”

본인도 아쉬워하는, 여러모로 질이 떨어지는 메뉴다. 그걸 재쳐두더라도 한창 오버워크하고 싶은 중학생에게는 부족하다.

“혹시...도울 수 있는 거, 있을까?”

물론 이런 것은 나중에 만든 핑계. 본능적으로 기회를 찾고 있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욕심이 분명히 내 안에 있었다.

다시 말해 착각이 시작된 거다.

몇일 뒤의 그라운드. 태양이 가장 붉은 시간까지 금속음이 계속되었다.

코스는 2-3루간. 포니테일 모드의 료가 역동작으로 붙잡고 급브레이크. 반동으로 1루에 설치된 그물망으로 던진다.

“꽤 빠른 타구를 보내게 됐잖아.”

“진짜?”

이상하게 연습을 도와주는 쪽이 칭찬을 받는 상황. 기쁘니까 어찌됐든 상관없지만.

혼자서는 기초 트레이닝과 타격 정도밖에 할 수 없다. 그리고 료는 다른 포지션에 대한 관심도 제법 있었다. 그걸 위한 내야 훈련이다.

아직 배팅 티에 공을 올려야 하는 수준이지만 펑고를 칠 수 있게 됐고, 그 외에도 이것저것 돕고 있다.

“라스트 5구!”

숨을 들이쉬고, 하체는 가볍게 스탭만 밟으며 팔을 휘두른다.

인 로우. 료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 여지없이 강타당한 공이 자로 잰 듯이 정확한 좌중간으로 날아간다. 잡을 수만 있다면 좌익수와 중견수가 부딪힐 만한 완벽한 정중앙.

본인도 상당히 좋은 감각이었는지 손을 조금 떨고 있다.

제법 레어한 장면이었지만 어디까지나 배팅볼임을 떠올리고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지금은 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코스의 공을 다양한 가상 상황을 설정해서 원하는 타격을 하고자 하는 훈련. 간단히 말해서 배트 컨트롤이 중요하다.

다시 같은 코스. 이번에는 시프트를 피하려는 모양인지 허리를 빼고 밀어서 친다. 타구는 빨랐지만 인상을 찌푸린다. 1루수 정면이니까.

라스트 3. 체중을 전부 싣지 않았지만 전부 깔끔하게 얻어맞으니 오히려 시원해졌다.

“후아아...”

운동을 그렇게 안 한 것도 있지만, 체력은 아마 근본부터 좋지 않을거다. 공을 주워야 하는 것을 생각하니 저절로 다리가 풀려 주저앉는다.

“수고했어. 내가 멋대로 사용한 거니까 장비는 내가 정리할게.”

“...응.”

사실은 거들고 싶다. 거기까지 포함해서 즐거운 거니까.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가 좋은거다.

그래서 용기를 내 물어봤다.

“괜찮은 거...왔어?”

무슨 뜻인지 생각하는 걸까. 대답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키가 있어서 궤적도 적절하고, 궤도가 곧아서 보기 편해. 거기에 힘을 뺐지만 원하는 대로 오니까 좋은 연습을 할 수 있어.”

“......”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고 제대로 교육받는다면 구속으로 승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료의 잘못이 아닐지도 모른다.

“할 수 있으면...좋겠네. 고등학교에서라던가. 스즈키 양이 치고 내가 던지고.”

내 미소에, 너무나도 평소대로의 표정으로 대답한 것도.

“미안해. 나는 어중간한 고교 팀에서 3년을 쓸 생각은 없어.”

동경은 애매모호한 좋아함이 되었고,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문을 열자 의도치 않게 리에를 가격한 료였다.

“끄아아악...”

코 끝에 직격해서 주저앉아버리는 리에.

“대체 뭐하는 거야, 이 바보.”

타격을 마치고 왔으니 평범하게 화장실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재빨리 일어나 진지하게 처다보는 모습에 입을 다문다.

“슬슬 보호구 달아야 할 때인데 안 오니까 걱정되서...”

“...집중하고 싶어서 찬물 좀 맞고 있었어.”

그건 사실이다. 실제로 얼굴과 앞머리에는 물기가 상당히 남아있는 상태.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이거지.”

그런 것 치고 너무 오랫동안 있었다는 점은 변하지 않지만 말이다.

“츠키시마 씨하고 있었지. 뭔가.”

들어온 질문은 직구. 보더라인에 걸친 공을 지켜본 루킹삼진처럼 투항하는 료다.

“굉장히...나쁜 짓을 했어.”

“그건 알 거 같았어.”

쓸데없이 촉이 좋은 리에를 살짝 원망해본다. 하지만 그 마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자신을 눈치좋게 챙기려는 모습이 좋으니까.

“그래도 괜찮아. 승부할거야.”

분명 그래야 분이 풀릴 것이기 때문이다.











돌아오자 유우키의 보호구를 받아온 아이나와 만날 수 있었다.

“나카무라 선배는 걸어 나갔어요.”

[3번, 2루수. 오오토리 선수.]

철저하게 바깥쪽으로 승부한 베터리는 3-1에서 볼넷 허용. 타석에는 카나다.

시합은 3회 말. 원 아웃에 주자 1-2루. 투수 투구수는 30구.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포수 신게츠와 참모 유메가 회의 중이다.

“제 견해로는 스플리터를 노리고 들어갔다고 봐요.”

“확실히 너무 보여주긴 했지...”

“특히 저 선수는 아마도 배트 중심에 잘 맞추는 천재적인 타입. 수비를 믿고 패스트볼로 압박하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처음 보는 변화구를 맞추긴 했지만 타구의 질은 완전히 압도당했어. 파워는 잘 쳐줘도 평균. 몸쪽부터 가자, 요미.”

“네.”

교체인가? 하고 류오 팬이 중얼거릴 때 쯤 해산. 시합 재개다.

‘경계...하는 거지?’

성가시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카나. 실투에 대한 기대는 버린다.

‘높이는 다소 어중간해도 괜찮아. 제대로 꽂아!’

사인을 확인. 2루의 카에데를 한 번 본다. 리드가 제법 있는 걸 보고 견제. 세이프다.

시라사키의 오늘의 공격 전략은 다른 의미에서의 쥐어짜기. 강적을 상대로 적은 안타로도 많은 득점을 내고자 하는 적극적인 주루와 타격이다. 방심하면 진짜로 3루를 뺐길수도 있다.

‘아마 앞으로 한 두 점이면 교체.’

그건 안된다. 무얼 위해서 류오의 허들 높은 입시시헙과 병행하면서 그렇게 몸을 불렸는가.

“스트-라이크!”

120km/h. 카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카운트 0-1.

‘딱 한 타석만. 더.’

입증하기 위해서.

“파울!”

3루 쪽으로 밀려 날아가는 타구. 카운트 0-2.

‘스플리터는 아닐거야. 연타를 맞았으니까...슬라이더...!’

높다. 그리고 곧다.

‘인 하이. 낚시다.’

타격에 들어가기 직전에 판단. 맞지 않게 팔을 들어올린다. 경식구는 제대로 미트를 울리고.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3구도 직구! 삼구 삼진! 등번호 20번 츠키시마, 1K를 기록하며 위기 속에서 투 아웃까지!]

차마 항의하지 못하고 배트를 부여잡으며 물러서는 카나. 확실하게 존에 들어온 것이다.

[4번, 중견수. 스즈키 선수.]

타석과 대기타석에서 엇갈리며 스치는 카나와 료.

“미안. 좀 더 좋은 찬스를 주고 싶었는데.”

“괜찮아. 내가 끝내기 위한 타순이니까.”

여전히 주자 1-2루. 투 아웃.

“와라.”

미세한 차이지만 배트는 조금 짧게. 발 디딜 곳을 제대로 다진다.

‘바람이 잦았어. 아까 같은 행운은 기대하기 힘든데.’

인간이 하는 것이 스포츠인 만큼 개개인의 상성이나 징크스는 존재한다. 신게츠가 보기엔 료는 요미의 직구 궤적에 상성이 좋은 편이다. 언젠가는 던져야 하지만 직구 승부는 위험하다.

‘아마 나카무라를 제외했을 때 팀 내 최고 타자. 스플리터는 가급적 쓰지 말자.’

잠시 망설이며 고개 숙이자 직감이 소리 없는 말을 전한다.

‘빨리 사인을.’

정면. 미트만을 뚫어져라 처다보는 요미다. 신게츠로서는 이유를 모르지만 집착하는 모양이다.

‘나카무라 때와 같은 전략으로 간다. 철저하게 바깥쪽으로.’

반쯤은 운이었지만 초구를 노린 유우키에게 파울로 면할 수 있었다. 같은 링 위에 올라서 싸울 정도의 구위는 있다는 뜻.

‘초구에, 몇개를 던져도 그때 해치운다는 생각으로.’

심플하게 사고방식을 바꾼 료. 마침내 사인이 정해졌는지 요미는 다시 2루를 살핀다. 던지지는 않고 1루도 본 다음 다시 정면.

‘신뢰받는 만큼 작전은 없군. 던져!’

한순간이지만 요미는 미트를 보지 않았다. 투구 자체에만 집중. 퀵 모션으로 가능한 최대의 체중을 싣는다.

‘전에는 사실상 졌어. 이번에야말로!’

신경은 오로지 중지와 검지에만. 밀어서 부술 기세로 릴리스.

전광판 기록은 123km/h. 신게츠가 지켜본다고 판단한 시점에서 스윙이 시작되고.

“와아아아아아아!”

타구가 사라진 듯한 고속으로 발사. 좌측으로 치우치는 궤적. 높고 빠르다. 좌익수 란이 발을 멈춘다.

그리고.

“파울!”

담장 너머를 직격. 그러나 파울의 기준이 되는 폴대의 옆. 파울 홈런이다.

“또냐...!”

“운이 안 따라주는구만, 저 아이!”

파울은 파울. 카운트는 0-1이다.

자기멋대로인 개인주의지만 가장 억울한 건 유메였다.

“어째서 우리 팀에 오지 않은건지...!”

투수도 같은 1학년임을 감안해도 압도될 만한 스윙. 어쩌다 나온 인생 타격이라고 해도 그것은 쌓아올린 실력에서 나오는 거다.

그렇기에 높아지는 경계도.

‘위험해. 맞는 순간 끝났다고 생각했어.’

그 순간은 절대로 공이 미트에 들어오지 않을거라는 확신을 느껴버린 신게츠였다. 하지만.

‘위기일수록 강인하게. 그 이시가미 선배도 3년동안 위기를 맞고 실점을 했어. 그리고 이겨냈지.’

이것도 약소고의 저항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멀리서 보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 옆으로 이동한다.

‘존에서 조금 빗겨나게.’

도망치는게 아니다. 신게츠가 미트를 겨눈 곳은 고작 공 반개 차이의 장소. 면도칼 같은 얼음 다리를 건너는 정밀성이 필요하다.

그렇게 제 2구. 이번에도 공을 가격하는 배트.

“파울!”

신게츠의 바로 오른쪽 코앞을 강타하고 바운드되는 타구. 카운트 0-2. 겉면이 찢겨진 공을 교체한다.

‘여기서부터 변화구를 섞는다.’

적극적으로 휘둘러 오니 철저하게 바깥쪽으로 모든 구종을 섞으면 언젠가는 범타가 나오거나 삼진 당한다. 특히 지금은 득점권. 4번에게 기대되는 건 출루가 아닌 타점이다. 어지간히 벗어나지 않는 이상 지켜보지 않는다.

한편 료는 홈플레이트에 가깝게 위치를 조정. 이쪽도 몸쪽을 버렸다.

제 3구. 바깥쪽이지만 높이가 어중간하다. 하지만 평소보다 날카로워진 신경이 회전의 차이를 알린다.

“파울!”

확실하게 존에서 벗어나는 종슬라이더. 배트 끝에 맞은 타구가 1루쪽으로 밀려나간다.

‘아슬아슬했어. 확실히 통한다는 의미야.’

이번에도 슬라이더 사인을 내는 신게츠.

“볼!”

조금 더 낮게. 료는 전력으로 급정지. 배트는 겨우 허리 뒤에서 멈춘다. 카운트 1-2.

‘여기서 머릿속에 없는 걸 꺼낸다.’

5구는 스플리터. 일 예정이었지만.

“그으윽!”

오른쪽으로 몸을 던져 블로킹에 성공하는 신게츠. 료의 팔은 움직이지 않았다.

‘젠장.’

손가락에 제대로 걸리지 않고 빠졌다. 변화구라고 부를 수 없는 공이 좌터석 쪽으로 크게 벗어난 것.

‘힘이 너무 들어갔어!’

평소보다 강하게 공을 돌려줌으로서 힘을 빼라고 전한다.

그리고 베터리의 판단은.

‘직구!’

변화구를 내리 던진 다음 아슬아슬한 코스. 지금까지 머스캣이었던 총신에 강선이 새겨진 것처럼 시합 중 최고로 조준이 맞고 있다.

“파울!”

걸어나갈 순 없다. 밀어서 커트해낸다. 카운트는 그대로 2-2.

“료...”

“집중이라는 건, 저런 상태를 의미하는 거겠지.”

1병살 1삼진. 시라사키 타선에서 최악의 결과를 낸 만큼 이를 악물며 지켜보는 카나.

제 7구. 경전투기의 선회처럼 횡으로도 종으로도 빠르게 휘어져나가는 슬라이더.

“볼!”

다만 평소보다 변화의 타이밍이 빨랐다. 간파한 료는 레그 킥만 할 뿐 노 스윙. 카운트 3-2. 풀카운트.

신게츠는 한번 그라운드를 본다. 이윽고 앉은 위치를 고친다. 애매했던 곳에서 명확한 존으로.

내려온 것은 검지손가락.

‘끝내자.’

벌써 시합 중에서 세번째라고 할 수 있는 승부처.

구종은 논리를 뛰어넘어 알 수 있는 료. 특별히 더 긴 것만 같은 투구 동작.

손의 그립도, 회전하기 시작하며 보이지 않게 되는 공의 실밥도, 작대기라기 보다는 내지른 창 같은 코스도.

전광판 기록은 123km/h. 아웃 로우를 요구한 직구.

알 수 있었기에.

“볼! 볼 포!”

자신의 머리 높이로 들어온 공에 휘두를 수가 없는 료였다. 명문의 증명이라는 듯 완전한 반대투구에도 잡아보이는 신게츠.

[볼넷! 끈질긴 승부 끝에 이번 이닝에만 두번째로 타자를 걸어내보내는 츠키시마! 마지막은 타자의 분위기에 휘말린 것일까요? 아쉬운 사구가 계속됩니다!]

잠시 멍하니 선 자세 그대로 타석에서 멈춰버린 료. 보호구를 받으러 온 카나가 시야에 들어오면서 겨우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이런 결과라니.’

불완전 연소. 아니, 불이 붙기 직전까지 도달했다가 결국 연기만을 뿜어내는 톱밥과도 같은 상태.

[5번, 1루수. 아야나미 선수.]

이제 투 아웃 만루. 다시금 좌타석이 가득 매워진다.

“빌어먹을.”

흙은 다지는 것을 넘어서 괜한 마운드에 화풀이를 한다.

“어째서 항상 실수하는 건데.”

원하는 것을 코앞에 두고 놓친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분한 요미.

어금니가 깨지는 것이 소망인 듯 깨물며 고개를 든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준비가 끝난 아이나.

그리고 그 한편에 뛰어오는 신게츠가 있다. 타임 선언을 하는 심판.

“진정해. 승부한 결과야. 네가 도망친 게 아니야.”

“......”

“나만 올라온 의미, 알지? 아직 맡겨두고 있다는 거야. 처음으로 등번호를 단 선배들도 가득한 올해의 초전을.”

“예...”

“마지막 공, 압력만 봤을 땐 최고였어. 다른 건 필요없고 그걸 존에 넣으면 되는거야.”

“알겠습니다.”

“같이 저 골리앗을 해치우자고. 응?”

“골리앗이라니.”

터무니 없지만 아주 문제는 없는 비유에 비웃듯이 피식하는 요미. 그제서야 안심하며 돌아가는 신게츠다.

“저 애도 성가시단 말이지.”

하지만 도가 지나치지 않는 이상 그걸 다독이는 것도 포수의 재미 중 하나다. 시원하게 포볼을 내준 김에 조금 편하게 마음가짐을 전환하고자 하는 신게츠. 이기기 위해서다.

사인은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 요미는 주자들을 살핀다. 투 아웃이고, 아마 클린업에게 맡기려고 결정한 것 같다.

“1번...”

에이스 넘버. 그 자체가 탐난다기 보다는 거기에 뒤따르는 자격을 원했다. 동경했던

“아니, 좋아했던.”

그녀와 나란히 설 수 있는 자리를 말이다.

어째선지 오른 다리가 땅에 박힌 철근 같았다. 흔들리지 않는다. 조금도.

미트를 보고, 몸을 휘두른다.

‘인코스!’

가운데로 몰린 몸쪽. 당연한 것처럼 맞추는 아이나.

학습당해버린 기억 때문에 순간 쫄았지만 타구가 향한 곳은 마운드가 아니다.

[2루수 측을 강습하는 타구!]

료의 타구가 곡사포라면 이것은 내부를 추진제로 가득 채운 로켓. 어찌됐든 빠르기는 죽어라 빠르다. 탄도가 다르다고 사람이 안 죽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사라진다. 2루수 타유가 늦을거라 직감하면서도 뒤로 점프해 캐치. 격렬하게 등부터 땅에 부딪히지만 공은 끝까지 놓지 않는다. 직선타로 아웃.

[쓰리 아웃 체인지! 20번 츠키시마, 1실점 후 위기를 맞았지만 결국 이겨냅니다! 이번에도 클린업이 불발하는 시라사키 고교!]

정신을 차리자 손바닥이 커터칼에 관통당한 것 같을 정도로 주먹을 말아쥐고 있었다. 양팔은 가슴 옆에.

에너지를 발산할 방법을 찾고자 몸이 굽어지고. 이내 척추를 부수는게 임무라는 양 뒤로 크게 젖힌다.

“에야아아아아앗!”

포효. 그리고 호응하듯 전원 선배들인 야수들이 모인다.

“나이스 피칭!”

“기백이 느껴지는 좋은 투구였다. 잘했다, 츠키시마!”

“맞아. 내용은 엉망이지만 결과는 퍼펙트.”

말수가 적은 란 마저 말버릇인 퍼펙트를 입에 담자 들떠버린다. 그 기세 그대로 벤치로 돌아가자 유메 또한 미소로 반긴다.

“수고하셨어요.”

스포츠 드링크가 든 컵을 받아든다. 그 자리에서 단번에 들이키자 미안한 표정을 짓는 유메.

그 이유는 하사미 감독의 매마른 목소리가 알린다.

“여기까지 잘 던져줬다. 다음 이닝부터는 스기노를 내보낸다. 제대로 쿨 다운 해두도록.”

“...네.”

3회말이 끝나고 스코어는 2 대 1.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시합은 중반을 맞이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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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물에 포효하는 신은 필수라고 생각하는 타입인데 여자아이다보니 몇번을 고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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