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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137

1234(39.113) 2020.11.01 23:58:24
조회 87 추천 10 댓글 1
														

나나미는 출출했다. 하지만 집에는 먹을 것이 전무했다.


부부 동반 출장 직전에 어머니는 미리 요리를 해두셨지만 하필이면 재료가 생각보다 빨리 맛이 가서 다 버려야 했다.


간단한 요리 정도야 나나미가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뭔가를 해먹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수업을 마치고 학원까지 갔다 오면 몸은 녹초가 되기 일쑤니까.


그래도 뭔가 먹긴 먹어야 하니 편의점이라도 갈까 하며 나나미는 밖으로 나왔다.


"어머 나나미짱?"


마침 그때 옆집의 젊은 부인인 미히나가 나왔다. 얼마 전에 이곳으로 이사 온 이웃집 사람이다.


"아 안녕하세요."


나나미는 가볍게 인사했다. 미히나는 아주 미인은 아니지만 서글서글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이라 주변 사람들의 평가도 좋았다.


성격도 무던하면서도 야무진 구석이 있고 오지랖도 약간 넓은 편이라 빠르게 동네에 녹아들었다.


"어디 가는거야?"


이 시간에 나나미가 나가는 것을 보고 미히나는 물어보았다. 자신도 어디 나가려는 것인지 간단한 외출복을 챙겨 입은 걸 보며 나나미는 말했다.


"먹을게 없어서 편의점에서 뭐라도 좀 사먹게요."


미히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머님 어디 편찮으시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나나미의 부모님은 미히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기에 더욱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아 출장가셨는데, 가기 전에 해놓으신 요리가 하필이면 상해서...."


나나미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 부끄러운 얼굴이었다. 한번만 끓여서 넣으면 되는데 그걸 안한 대가가 너무 컸다.


"저런...."


미히나는 그렇게 말하며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나나미에게 말했다.


"같이 마트갈까?"


"마트요?"


"응."


미히나는 빙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나나미는 고개만 살짝 흔들 뿐이었다.


---------- 


"아 맛있다. 감사합니다!"


나나미는 미히나가 간단히 해준 볶음밥을 맛있게 먹었다. 오늘 미히나의 남편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나나미는 염치 불구하고 미히나의 호의를 감사히 받아들였다.


"그 이가 오늘 안오거든. 그래서 나도 혼자서 뭐 먹기가 좀 그래서 나가서 사먹으려고 했어."


"비슷하네요."


미히나의 말에 나나미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제가 치울게요."


"아 안 그래도 되는데...."


"식사에 대한 보답이에요."


나나미는 그렇게 말하며 부엌으로 향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미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딸이 살아있다면 저 정도일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나이에 비해 결혼을 이른 시기에 한 미히나는 아픔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병으로 인한 유산이었다.


그 이후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된 그녀는 아이들에게 이전보다 더욱 상냥한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허전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처럼 나나미가 그릇을 씻어주는 것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이미 그렇게 된 일에 너무 신경 쓰는 것도 문제였다. 씁쓸하게 웃으며 미히나는 나나미가 나오는 걸 기다렸다.


"맛있게 잘먹었어요."


"나중에도 이럴거 같으면 내게 와. 이웃 좋다는게 뭐니."


"그러면 죄송한데요."


"괜찮아 괜찮아."


나나미의 말에 미히나는 미소지었다. 나나미의 행동 하나 하나가 귀엽게만 보일 뿐이었다.


---------


그날 이후 나나미는 종종 미히나의 집에서 저녁을 먹곤 했다. 물론 옆집 사는 사람이고 부모님도 미히나를 믿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남편분은요?"


"요즘 계속 야근...."


나나미의 말에 미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이 좀더 신경을 써주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성실하고 착한데다가 유능한 미히나의 남편은 덕분에 일이 너무 많아 고생이 장난이 아니라고 들었다.


물론 이번 시즌만 끝나면 좀 쉴 수 있을 것이라고는 하였지만 집에 있는 사람 입장에선 그게 참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일까?


나나미의 방문을 미히나는 더 없이 환영했다. 나나미도 최근 부모님의 출장이 늘어나는 바람에 미히나의 집에 가는 일이 늘어났다.


"그럼 집에 가볼 꺄악!"


오늘도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려는 순간, 평소와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번개가 치며 아파트가 정전되었다.


나나미는 순간 너무 놀란 나머지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앉았다.


"괜찮아 괜찮아...."


미히나는 어둠 속에서도 나나미를 꼬옥 안아주며 말했다. 나나미는 눈물을 흘리며 미히나의 품에서 한참 있었다.


잠시 후 전기가 다시 들어오며 모든 것은 정상화 되었다. 하지만 나나미는 한동안 더 미히나의 품 속에 안겨 있었다.


"고맙습니다. 아 정말 너무 놀랬어요."


나나미는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닦았다. 미히나는 그런 나나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들어가서 씻고 그러렴."


"네...."


나나미는 그렇게 말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바로 옆집이니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들린다.


"후우...."


미히나는 생각했다.


자신의 품 속에 있던 나나미의 감각을. 따뜻하면서도 안타까운 감각을 떠올리며 미히나는 다시금 한숨을 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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