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해볼래?"

유리는 뜬금없는 모모코의 이야기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원래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는 아이라지만 이런 제안을 할 것이라고 유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유리는 당황스럽다는 듯 모모코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자들끼리의 키스라니 그게 뭐란 말인가?

자신도 모르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손으로 부채질 하며 그 열기를 식히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은 유리를 보며 모모코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냥. 유리라면 첫키스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모모코는 그렇게 밑도 끝도 없는 말을 꺼냈다. 그 말에 유리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저, 저기 모모코?"

"응?"

"나, 난 말이야...."

유리는 거절의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막상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아, 아무튼, 여자가 여자끼리...."

"키스하는 건 안될 이유가 또 뭐야?"

모모코의 당돌한 말에 유리는 다시금 할 말을 잃었다.

"키스는 좋아하는 사람하고 하는거라고 했잖아? 그리고 나는 유리가 좋아."

모모코의 직구는 강력했다. 유리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아, 아니....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 난 유리가 좋은걸. 그러니까 다른 사람하고 첫 키스하고 싶진 않아."

모모코는 그렇게 말하며 유리에게 다가왔다. 유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필이면 방과후. 심지어 이곳은 둘만 있는 교실이었다. 학생들이 많이 다니기라도 하면 모르지만 여기는 이미 폐부가 결정된 천체부의 부실.

누구도 오지 않는다.

문까지 닫은 상태. 무슨 일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유리는 자신의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느껴졌다. 뺨으로 흐르는 그 감각은 자신이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안되는거야?"

모모코는 조용히 물어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마치 거절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눈빛이었다.

"으으....."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어떤 답을 해야 할까?

유리는 알 수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자아..."

모모코가 다가왔다. 그녀의 숨결이 유리의 코 끝을 간지럽힌다. 유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눈을 감을 뿐이었다.

그것은 무언의 허락.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 유리의 입술 위로 겹쳐졌다. 그리고 그녀의 입 안으로 부드럽고 축축한 것이 들어왔다.

유리는 그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아니 거부할 수 없었다.

모모코의 페이스대로 그저 그것을 받아들일 뿐. 붉어진 것은 얼굴 뿐이 아니다. 귀까지 새빨갛게 변한 유리는 모모코의 키스가 끝날 때까지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주르륵 흐르는 눈물.

그리고 멍해진 눈으로 유리는 모모코를 바라보았다.

"난 허, 허락한 적 없는데...."

유리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렇게 답했다. 하지만 모모코는 씨익 웃을 뿐이었다.

"유리 좋아해. 사랑해.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모모코는 유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생애 두번째의 키스를 둘은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