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떤 것도 못하고 서로 그냥 스치고 지나갔다.

그 아이는 자기 갈 길을 가고 우미는 그냥 아무 일 없는 듯 곁을 지나갔다. 그저 그것 뿐.

우미는 그 아이의 이름을 모른다. 그저 얼굴, 그리고 같은 시간 그 길을 지나는 것만 알고 있었다.

물론 자신은 그 아이에게 말을 걸 용기는 없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다가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당연했다.

그 아이는 항상 자신의 남자 친구라고 생각되는 사람과 손을 잡고 그 길을 걸었으니까. 그러니 우미는 보이지도 않을 터였다.

아마 영원히 이렇게 스쳐 지나가기만 하겠지.

그건 슬픈 일이었다.

그저 지나가는 행인 1 이라고만 인식해도 될 터였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 걸까? 딱히 그 아이가 눈을 끌 정도로 미인도 아닌데 말이다.

우미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우미는 그 아이를 마음에 들어한다는 것. 그러나 자신은 말을 걸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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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 아이를 인식하게 된건 등교길이었다. 우미와 다른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 우연히 같은 길을 가더라는 걸 알게 된건 서로 스치며 지나간지 한달이 넘어서다.

그때는 그냥 맨날 보는 사람 정도의 인식이었다.

그렇지만 그 아이가 연애를 시작할 무렵 보여준 사랑에 빠진 얼굴은 우미의 마음을 흔들어 버렸다.

그 때부터였다.

우미가 그 아이를 의식하게 된 것은.

그렇지만 그것은 너무나 잘못된 시작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야속한 일이지만 신에게 원망해도 소용 없는 일이다.

사랑을 하는 소녀는 아름답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외모는 평범하지만 사랑을 꿈꾸며 빛나는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우미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그 아이는 어느 순간 남자친구와 함께 등교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외모의 소년과 소녀가 함께 손을 잡고 걷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

그러나 그 모습이 너무나도 빛났기에 우미는 슬퍼졌다.

저 곁에 자신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건 잘못된 것이다.

굳이 여자 들 사이의 연애가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이미 짝이 있는 사람의 사이에 들어가려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마음은 아파온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말을 거는 것도 못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전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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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세월은 흘러가고 졸업의 때가 다가왔다. 우미가 마음에 들어하던 그 아이는 여전히 자신의 남자친구와 함께 다니고 있었다.

허나 여전히 말을 건 적은 없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스쳐 지나갈 뿐.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몰랐다. 이대로 시간이 지난다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해도 실제로 당사자를 보면 쉽게 마음을 접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우미는 그래도 끝까지 그들을 모르는 척 스쳐지나갔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부였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졸업식.

오늘도 다를 거 없었다. 그저 똑같이 스쳐 지나갈 뿐.

그저 그것 뿐이다.

이제 더는 만날 수도 없겠지.

안타까움.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 아이는 모른다. 남자친구와 함께 이미 저 멀리 가버렸으니까.

우미는 어찌할 수 없이 떨어지는 눈물을 어떻게 할 수 없어서 한동안 길에서 계속 울었다.

그리고 그걸로 끝.

그녀의 답이 없는 사랑은 그렇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