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집에 들여온 건지는 모른다. 언제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날 집에 들어오니 가은이는 나와 똑같이 생긴 안드로이드와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가슴이 조금 더 큰, 나와 달콤한 말을 속삭이고 있었다.

“혼자 있으니까...외로워서…”

가은이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느 날은 악마를 잡으러, 또 다른 날은 현상 수배범을 잡으러 핸드 라이플을 장전하고 집을 떠나길 수개월. 사람의 마음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이해할 수 있어서 멋있게, ‘저런 기계 치우고 우리 사이, 다시 시작하자.’ 라던가 아니면 최소한 옆에 내가 있다는 확신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차가운 마음을 따라가지 못했다. 못난 자존심이 그런 말을 하지 못하도록 내 입을 막아버리고 멋대로 내 몸을 움직였다.

“저 안드로이드가 있으면 되는구나 그래...”

분명 후회 할 것이 분명하면서도 내 몸은 멈추지 않았다.

“잠깐 나갈게.”

그 뒤로 나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상한 별거를 하고 있다. 상회에서 먹고 자고 살며 일거리를 받고 하는 인생. 가은이를 만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매일같이 찾아와주니까.

“그냥 고집 그만 피우고 돌아가지 그래?”

“싫어요.”

“애초에 안드로이드라며? 그냥 자위도구 하나 산 거네. 게다가 자네를 닮았다며?”

“...그래서 더 싫어요.”

못난 자기혐오의 말로, 속시원히 말하지 못하고 혼자 앓는 나날의 연속. 그런 와중에 가끔 그 기계덩이가 오는 날이라면 아픈 속은 더더욱 쓰려왔다.

“집에 가시는 게 어떠십니까?”

“너가 있잖아.”

“저로는 제대로 만족을 못하시는 것만 같아서.”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싫다고.”

이 안드로이드는 알고 있을까,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게 나란 사실을. 애초에 나나 가은이는 서로가 없으면 살 수 없다. 그런 사이인데도…이상한 열등감에 빠져서 이렇게 살고 있다는 걸.

“그렇다면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래 가라, 가.”

“...후회하지 마시길.”

이상한 말을 남기고, 그 녀석은 떠나갔다. 후회하지 마시길, 그것은 분명 내게 하는 경고. 가은이의 마음마저 멀어질 거라는 조언. 그래도 가은이를 외롭게 만든 게 나라는 사실이 너무도 싫어서, 기묘한 자존심이 도무지 굽혀지지가 않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날 밤 상회의 주인장에게 내쫓겼다.

“그냥 나가라, 이 미련탱이야.”

“먹고 자는 돈은 꼬박꼬박 내잖아요.”

“한심해서 못봐주겠다고.”

그러면서 주인장은 내 옷가지들을 내던졌다. 약간의 돈과 함께.

“선물이라도 사가, 빈 손으로 들어가는 건 예의가 아니지.”

어울리지 않게 목걸이라도 하나 사서 집으로 향했다. 오랫만에. 문고리를 돌리는 건, 이다지도 힘든 일이었다는 것을 통감하며 문을 열었다.

“역시 왔구나.”

“오셨습니까, 주인님의 애인님.”

문 너머에는 밥을 먹고 있는 둘이 있었다.

“...그래 왔어.”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앉아 나도 수저를 들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가 밥을 먹던가? 의문이 생겨 돌아보니 먹는 시늉만 하고 있었다.

“그냥 코드만 꽂아놓고 있었구나.”

충전용 케이블이 양 허리에 꽂혀있었다.

“저 아이한테는 그게 식사니까.”

“그 말대로입니다.”

느슨한 분위기 속에서 걱정이나 자괴는 눈녹듯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걱정하고 있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나는 무엇이 싫어서 집 밖을 나돌았던 것일까. 참 바보같은 일을 하고 있었구나.

“...저기 있잖아.”

“미안하다는 말은 안 해도 괜찮아, 오히려 내가...내가 더 미안해. 외롭다고 못할 짓 한 거 같아서.”

가은이는 이미 이런 내 마음을 알고 있었다.

“같이 살면서, 더 즐겁게 살면 괜찮은거야.”

“맞아, 그 말대로야 가은아…”

이러면 괜찮다. 그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거야.

“그런데 있잖아, 안드로이드 얼굴...고쳐주지 않을래?”

“왜? 사랑하는 사람이 똑같이 2명이면, 얼마나 로맨틱해.”

“저도 제 얼굴이 마음에 듭니다. 주인님께서 좋아해주시지 않습니까.”

태연히 그런 말을 내뱉는 또 다른 ‘나’를 보니 도저히 음식이 넘어가지지 않았다. 다음 날, 병원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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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적당히 악마들 때려잡는 미래 판타지라고 생각해주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