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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녀의 여행 엘리제 스킵기념 팬픽 싸봄

ㅇㅇ(147.47) 2020.11.17 03:44:06
조회 545 추천 20 댓글 4
														

갠적으로 마녀의 여행 엘리제 에피소드 좋아했는데 애니에서 스킵된다니까 아쉽더라. 그래서 싸봤음.

미리 말하지만 백합농도 그다지 안높으니까 기대는 하지 말아줘.

그리고 원작내용 모르면 스포+내용 이해 불가니까 뒤로가기 누르길 추천함.

 

--

 그건 어느 한 마을에서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그 마을은 특별할 거라곤 없는 평범한 마을이었지만, 조용하면서도 한가로운 분위기가 싫지는 않았기에 저는 벤치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

 벤치에서 바라본 모습은 어딘가 쓸쓸했습니다. 다소 쌀쌀한 날씨 탓인지 거리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햇빛이 거리를 따사로이 비추었지만 조용한 거리에서 햇빛은 그 누구의 환영도 받지 못한 채 건물에 막혀 시커먼 그림자로 바뀌었습니다.
 조금은 마을 사람들의 시끄러운 대화라던가,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웃음 같은 활기가 있기를 원했지만 그런 건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평화롭지만, 다소 적막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 앞에는 노점이 있었습니다. 노점에서는 사과를 팔고 있었습니다. 가게 주인은 보이지 않고, 돈을 넣는 상자가 있는 걸 보니 무인 판매소였나 봅니다. 예전에 가보았던 다른 마을에서도 비슷한 걸 본 적이 있었습니다.

 “……?”

 그리고 그 옆에는 수상한 차림의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후드를 뒤집어쓴 탓에 정확한 모습은 볼 수 없었으나, 땅딸막한 키로 보아 대략 열두 살의 어린아이로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단순한 어린아이라고 보기에는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몇 번이나 확인하면서 노점에 조금씩 다가서는 모습을 보자니 마치 잔뜩 겁에 질린 강아지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경계하면서도, 후드 속에서 겨우 보이는 두 눈은 또렷하게 사과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비슷한 광경을 보았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게 언제였더라— 잠시 고민에 빠진 저였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에잇.”

 노점 앞에서 서성거리던 그 물체는, 자그마한 손으로 사과를 집더니 쏜살같이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이 광경을 언제 보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불합리한 불행에 마음이 망가져 버린 소녀.
 그렇지만 저의 도움으로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던 소녀.
 그 소녀가 헤어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보여주었던 미소가 문득 스쳐 지나갔습니다.

 “…….”
 
 그렇다면 혹시—. 설마 하는 생각에, 우선 도둑부터 잡기로 하였습니다.

 “으악!”

 저는 지팡이를 휘둘러 도망치는 무언가의 발에 족쇄를 걸었습니다.
 전력을 다해 도망치던 그 도둑은 족쇄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뭐야 이거? 젠장!”
 “나를 잡으려는 거야? 가까이 오지 마!”
 “왜 남의 일에 상관하는 거야? 그냥 제 갈 길 가라고!”

 바닥에 넘어진 도둑은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아등바등 몸부림치면서 살벌한 욕을 퍼부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욕지거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그 도둑에 다가갔습니다.

 “다가오지 마. 손대면 죽여버릴 거야.”
 “…….”
 ”손대지 말라고 했잖아! 왜 내 말을 듣지 않는--.”
 “……이런.”
 
 도둑의 욕설이 멈춘 것은 제가 그 도둑을 돌아 눕혀 얼굴을 보았을 때였습니다.
 애석하게도 그 얼굴은 제가 알고 있던 얼굴이었습니다.

 “엘리제 씨.”
 “……일레이나 씨?”
 “……”
 “……”
 “……일단은,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저와 엘리제 씨는 근처에 있는 찻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보통은, 과거에 이별했던 사람과 운 좋게 재회한 경우 그 반가움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되곤 합니다.

 “……….”

 하지만 그날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최악이었습니다.
 저와 엘리제 씨는 마주 보고 앉았고, 이윽고 점원이 홍차를 내왔지만 우리는 그때까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습니다.
 마치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았습니다.

 “……미안해.”

 먼저 말을 꺼낸 건 엘리제 씨였습니다.

 “미안해. 나. 일레이나 씨에게 도움받고, 나중에 또 보게 된다면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런 추한 꼴만 보여주게 되고.”
 “…….”
 “……전에 일레이나 씨가 나를 도와준 건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무슨 생각으로 도와준 건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되길 바란 건 아니었겠지. 아마 나에게 실망했을 거야. 그래서 너무 미안--.”
 “일단, 이 홍차부터 드시는 게 어떨까요?”

 저는 사죄하는 엘리제 씨의 말을 막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차를 건네주면서 말했습니다.

 “보아하니 당신은 꽤 지쳐 보이네요.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나요? 사과 같은 걸 훔치려고 한 걸 보면 아닌 것 같은데요.”
 “…….”
 “그러니까. 일단은 이 따듯한 홍차로 몸을 달래도록 하세요.”
 “…….”
 
 제 말을 들은 엘리제 씨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그저 제가 앞으로 내놓은 홍차를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아직은 당신에게 실망하진 않았어요.”
 “……어?”

 그런 엘리제 씨에게 저는 말했습니다.
 
 “제가 당신에게 실망할지 말지는, 당신이 겪은 이야기를 듣고 나서 결정하도록 하죠.”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예요. 당신이 어쩌다가 그런 꼴이 되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왜?”
 “듣고 나면 동정심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 말을 들은 엘리제 씨는 잠시 말이 없었습니다.
 
 “……일레이나 씨는 왜 그렇게 친절한 거야?”
 “그렇게 보였나요?”
 “옛날에도 나를 도와주더니, 지금도 나를 도와주려고 하고 있잖아.”
 “딱히요?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을 기를 필요가 있겠어요.”
 “…….”
 “나는 여행자예요. 지금까지 수많은 사연을 접해왔죠. 다양한 일을 겪었고,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비록 당신이 저지른 행동을 변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그저 당신이 겪은 일을 듣고 싶어졌을 뿐이에요.”
 “……내 이야기를 하면, 분명 기분 나빠질 텐데?”
 “우리, 이런 상황. 처음도 아니지 않나요?”
 “……저기, 내 이야기.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돼?”
 “당신이 노점에서 하려고 했던 일을 이 마을 사람들에게 퍼뜨리며 다닐 거에요.”
 “……그때와 똑같네.”
 “그 홍차를 드시면 말해주겠다는 거로 알게요.”
 “…….”

 한동안 말없이 홍차를 응시하던 엘리제 씨는, 이윽고 다 식어버린 홍차를 홀짝 마셨습니다.



 말하길.
 과거 저와 헤어졌던 된 엘리제 씨는 자신이 폐를 끼친 것을 사과하기 위해서 예의 그 나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아직도 사람들이 자기를 혐오하지 않을까. 그런 불안감이 없진 않았지만, 제가 말해준 그 나라 사람들의 진실을 몇 번이고 되뇌면서 그 나라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그 나라 사람들은 엘리제 씨를 반겨주었다고 합니다. 엘리제 씨는 과거 자신이 부렸던 패악질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였고, 사람들은 그 사과를 받아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불타버렸던 집도 다시 고쳐주었고, 필요한 게 있다면 얼마든지 말하라면서 배려해주었다고 합니다. 마을에서 빵을 살 때면 이따금 보너스를 주었고, 사과를 팔던 노점상 주인은 “이건 여분이다.”라면서 사과를 공짜로 건네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엘리제 씨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 수인이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미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그 수인은 과거 나라에서 행패를 부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 눈에는 곱게 보일 리가 없겠죠.
 이윽고 괴롭힘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뒤에서 험담하면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는 정도였지만, 점점 더 그 강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사냥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와 보니 문 앞에는 오물이 잔뜩 묻어 있었고, 집 안에서 쉬고 있더니 별안간 창문으로 쥐 사체가 날라왔고, 집 앞에 ‘이건 돈’이라는 수상한 봉투가 있어 열어봤더니 그 안에는 죽은 벌레시체가 잔뜩 있었습니다.
 실로 엘리제 씨가 겪은 괴롭힘이란 질이 나쁜 것들이었습니다.
 알 수 없는 누군가가 행하는 지독한 장난은 점점 그녀를 지치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시점으로 일주일 전, 어느 날.
 이 나라의 관리님이라는 사람이 엘리제 씨를 찾아왔습니다.
 처음 엘리제 씨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전해주었고, 그 나라에 살게 해주었던 그 관리님이었습니다.
 
 “요즘 사는 건 어떱니까? 엘리제 씨?”

 관리님은 웃으면서 안부를 물었습니다.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같은 무의미한 대답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의 엘리제 씨는 계속되는 괴롭힘에 많이 시달려온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이 나라의 관리님이라면 방법이 있겠지. 그런 생각으로 관리님에게 그동안의 일을 빠짐없이 말했다고 합니다.

 “흠…. 그런 일이 있었군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제가 방법을 찾아볼 테니.”

 다행스럽게도 관리님은 그 말을 전한 후 돌아갔다고 합니다.

 사건이 일어난 건 그날 밤이었습니다.
 밤이 깊어 창밖으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달빛도, 별빛도, 모두 닿지 않아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그날 밤 엘리제 씨는 집 안에서 수상한 기척을 느꼈다고 합니다.
 텅 빈 집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었기에 조용했어야 할 집이었지만, 어째선지 엘리제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의 기척이 들렸다고 합니다.
 침입자가 들어왔습니다.
 삐걱. 삐걱. 섬뜩한 발자국 소리가 집안을 울리면서 집안을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치 잃어버린 물건을 찾듯이, 혹은 숨바꼭질을 하듯이, 집안 곳곳을 샅샅이 살펴보는 것 같았습니다.
 불길한 기억이 엄습했습니다.
 과거 엘리제 씨가 심한 폭행을 당했던 그 날.
 과거 엘리제 씨가 살았던 터전이 불타버렸던 그 날.
 과거 엘리제 씨가 눈앞에서 여동생을 잃어버렸던 그 날.
 다시는 떠올리기 싫었던 그 날의 악몽이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가엽게도 그런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엘리제 씨는 공포에 압도되어 침대 밑에 숨어 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윽고.
 
 “끼익-”
 
 침입자가 엘리제 씨의 방에 들어왔습니다.
 침입자는 방에 아무도 없는 걸 보고는, 방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양손으로 틀어막은 입에서는 금방이라도 비명이 새어 나올 것만 같았고, 터질 것같이 뛰던 심장 소리가 침입자에게 들릴까 봐 어떻게든 진정하려고 했지만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쳇.”

 한동안 방을 뒤지던 침입자는 혀를 찼습니다.

 “그 꼬맹이 녀석, 관리한테 말하면 어떻게 될 줄 알았나?”

 어째선지 침입자는 엘리제 씨가 관리님에게 도움을 구한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알고 도망친 건진 모르겠지만, 반드시 내가 죽이고 말겠어.”

 마치 숨어있는 엘리제 씨에게 들으라는 듯이 그 말을 남긴 침입자는, 방을 나갔습니다.
 침입자는 사라졌지만, 엘리제 씨는 날이 밝을 때까지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해가 뜨자마자 엘리제 씨는 급하게 관리님을 찾아 나섰습니다.
 아무래도 내 목숨이 위험하니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하다. 이렇게 말하고자 했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지만,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관리님의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이런 시간에 남의 집에 허락 없이 들어가는 건 분명한 민폐지만, 엘리제 씨에게는 망설일 틈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있는 힘을 다해 관리님의 집에 도착한 그녀는 문을 부숴버릴 기세로 열어 재꼈습니다.
 하지만.
 도움을 찾아 문을 연 그녀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실로 믿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관리님은 죽어있었습니다.
 날카로운 날붙이에 수없이 찔린 그는 끈적한 피 웅덩이 위에서 차갑게 식어있었습니다.
 마치 그날의 끔찍한 기억을 보여주듯이.
 얼굴을 감싸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던 여동생을 보여주듯이.
 또다시 과거의 악몽에 붙잡히게 된 엘리제 씨는 주저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후로. 나는 그 마을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어.”
 “원래 살고 있었던 산속의 집도, 그 살인마가 찾아올까 봐. 거기서는 못 살겠어.”

 엘리제 씨에게 들은 이야기는 실로 가여운 소녀의 비극이었습니다. 분명 저의 도움으로 그녀는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건만, 그녀를 짓누르는 불합리한 불행은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작 열두 살의 어린 수인 소녀에게, 이 세상은 자그마한 일상조차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사정은 알았습니다.”

 요컨대.

 “이상한 살인마 한 명이 관리님을 죽였고, 그 살인마가 자기를 노리고 있다. 그래서 살아갈 곳을 잃고 떠다니고 있다. 그런 거죠?”
 “……응.”
 “과연, 그렇군요. 대략 다 파악했습니다.”

 저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시겠어요?”
 “응? 뭔데?”
 “마침 제가 좀 배가 고파서 그런데, 같이 저 레스토랑에서 같이 식사하지 않을래요?”
 “갑작스럽네…….”
 “안되나요?”
 “……부탁을 거절하면 어떻게 돼?”
 “그렇지 않으면 제가 여기에 사과 도둑이 있다고 소리칠 거에요.”
 “일레이나 씨는……. 여전하네.”
 “어쩔래요?”
 “…….”
 
 엘리제 씨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그날 저는 그 하루를 엘리제 씨를 위해 쓰기로 했습니다.

 “이 레스토랑에서 제일 비싸고 맛있는 걸 주세요. 저랑 이 친구. 2인분으로.”
 “당신. 옷이 많이 해졌네요. 새로운 옷이 필요하겠어요.”
 “분명, 당신의 부모님은 당신을 자랑스러워했을 거예요.”

 엘리제 씨에게 밥을 사주고, 엘리제 씨에게 새 옷을 입혀주고, 엘리제 씨와 종일 붙어있으면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세상이 그녀에게 안식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저만이라도 그녀에게 작은 행복을 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녀와 처음 재회했을 때, 그녀의 표정에는 어둠이 한가득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와 시간을 보내면서 그 얼굴에는 점차 미소가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옛날 그녀가 저에게 보여주었던 미소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 하루가 천천히 지나가기를 바랬습니다.
 어쩌면 엘리제 씨도 같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저와 엘리제 씨의 마음도 모르고, 너무나 야속하게도 태양은 지고 밤이 찾아왔습니다.
 어두운 밤이 되어 우리는 숙소로 향했습니다.
 오늘 겪은 일 때문인지 약간 신이 난 모습의 엘리제 씨가 침대에 누웠습니다.

 “일레이나 씨.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
 “네. 저도 정말 즐거웠어요.”

 진심을 담아 대답했습니다.

 “저기. 일레이나 씨는 여행자라고 했지? 다양한 일을 겪었고,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다고 했어.”
 “그렇죠.”
 “괜찮다면. 그 이야기. 나한테도 들려주지 않을래?”
 “듣고 싶나요? 그다지 재미는 없을 텐데.”
 “일레이나 씨는 내 이야기를 들었잖아? 나도 일레이나 씨의 이야기를 들을 자격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네요…….”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요.

 “……이건 제가 마법사들의 나라에서 겪은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말한 저는 제가 그동안 겪은 일을 들려주었습니다.
 최대한. 그녀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골라.

 “일레이나 씨는……. 정말 대단하네……. 나도…… 언젠가는…….”
 “쿠울…….”

 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엘리제 씨는 어느샌가 곤히 잠들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귀엽다고 해야 할지, 안쓰럽다고 해야 할지,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그녀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그녀의 안녕을 빌면서.


 
 …….
 그렇게 끝났다면 좋았을 이야기입니다.
 분명, 이 정도로 줄이고 결말이 났다면 좋았을 테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건 저도 깊은 잠에 빠진 그 날의 새벽이었습니다.
 귀뚜라미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창밖은 별빛도, 달빛도 비추지 않아 칠흑같이 어두웠습니다.
 
 “일레이나 씨. 도와줘……. 빨리 일어나…….”

 어째선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의 엘리제 씨가 저를 깨웠습니다.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불길한 직감이 든 저는 곧바로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그 살인마가 왔어…….”

 살인마.
 그 나라에 사죄하고 정착하고자 했던 엘리제 씨를 끔찍하게 괴롭혀온 살인마가 왔다고 합니다.
 
 “방금, 아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나를 찾는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해? 일레이나 씨. 나 무서워……. 무서워!”

 엘리제 씨는 이미 공포에 사로잡혀 제정신이 아닌 모습이었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은 심하게 떨고 있었고, 자제력을 잃은 그 입에서는 말이 되지 못한 소리만 새어 나왔습니다.
 잊고 싶은 악몽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해? 나. 죽기 싫어. 도와줘.”
 “진정하세요. 제가 엘리제 씨를 지켜드릴게요.”
 
 저는 지팡이를 꺼내 들며 말했습니다.

 “저, 이래 봬도 전에는 다른 살인마를 잡은 적이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 말에 엘리제 씨는 조금 진정한 듯 보였습니다.
 그렇게 조용해진 엘리제 씨를 뒤로하고, 저는 지팡이를 문 쪽에 향하게 한 다음 살인마가 들어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제아무리 잔혹한 살인마라도 상대는 일반인입니다. 마녀의 상대가 될 순 없습니다.
 분명 그 살인마는 제가 엘리제 씨와 같이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겁니다. 살인마는 그저 엘리제 씨가 혼자 있다고 생각하여 무방비하게 들어오겠죠. 저는 그 살인마가 들어오는 순간, 바로 마법을 날려 제압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째서 엘리제 씨를 그렇게 괴롭혀왔는지 추궁할 생각입니다.
 경우에 따라선 다소 가혹한 벌도 내릴 생각이었습니다.
 
 “…….”

 그렇게 살인마를 잡을 준비를 하고 5분 정도가 흘렀습니다.
 어째선지 살인마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누군가가 침입했다기엔 너무 조용했습니다.
 슬슬 지팡이를 든 팔이 저리기 시작했을 때 저는 엘리제 씨에게 물었습니다.

 “엘리제 씨. 혹시 그 살인마의 인상 같은 거 기억나나요?”
 “그, 글쎄……. 모, 모르겠어. 미, 미안해. 나. 너무 무서워서…!”

 이런.
 아까 조금 진정됐던 엘리제 씨였지만, 그녀에게 달라붙은 과거의 악몽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괜찮아요. 엘리제 씨. 진정하세요.”
 “일레이나 씨……. 우리 도망치자……. 나. 또 내 눈앞에서 소중한 사람이 죽을까 봐……. 일레이나 씨가 죽을까 봐. 못 견디겠어…….”

 이미 그녀는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이러한 상황을 처음 겪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두운 밤, 누군지 알 수 없는 침입자. 끔찍하게 살해당한 여동생과 관리.
 그리고 지금은 그 살인마가 저를 앗아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녀에게는--. 유일한 친구이자 버팀목이 되어준 저였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런 제가 살인마에게 당한다면, 그녀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어쩔 수 없네요.”

 살인마보다 이쪽이 더 문제다. 라고 생각한 저는 문을 얼려버린 후 짐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황급히 짐을 싼 우리는 창문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서늘한 새벽의 한기 때문에 빗자루를 타고 나가기엔 추운 날씨였지만, 제 가슴 한편이 너무나 아린 것은 그 때문이 아닐 겁니다.
 아무도 없는 거리 위의 새벽하늘은 너무나도 고요하여 적막감만이 감돌았지만, 제 머릿속이 공허한 것은 그 때문이 아닐 겁니다.

 “…….”

 어째서 이 세상은 소녀에게 단 하룻밤의 평온도 주지 않는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저 목적 없이 날아다니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한참을 날아가다가 어느 갈림길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긴 비행 동안 엘리제 씨는 평정심을 되찾은 듯했습니다.
 엘리제 씨는 빗자루에서 이 갈림길을 보더니, 별안간 된 이 앞에서 멈춰달라고 하였습니다.
 갈림길의 이정표를 보아하니, 여기서 오른쪽으로 좀만 가면 이름 모를 마을이 나오는 듯했습니다.

 “고마워. 일레이나 씨.”

 빗자루에서 내린 엘리제 씨가 말했습니다.

 “나. 어제 일레이나 씨에게 도움받은 건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네.”
 “이미 두 번이나 도움받았는데. 보답하지 못해서. 미안해.”
 “……괜찮습니다.”
 “이제 일레이나 씨는 어쩔 거야?”
 “……아직 못 정했습니다.”
 “……”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 저기. 오른쪽 길에 있다는 마을로 가서 새로 시작해보려고.”
 “……괜찮은가요?”
 “응. 거기라면 그 살인마도 나를 찾진 못할 거야.”
 “그렇겠네요…….”
 “…….”

 평소와는 다르게 저는 제대로 된 답변을 해주지 못하였습니다.

 “……저기. 일레이나 씨.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 혼자가 되어야 한다는 건 잘 아니까.”
 
 제 머릿속을 읽기라도 한 듯, 엘리제 씨는 말했습니다.

 “일레이나 씨가 알려줬잖아? 혼자서 살아가는 법. 나. 혼자서 사는 건 익숙하니까…….”
 “그러니까. 나를 믿고 보내줬으면 좋겠어. 나중엔 꼭 멋진 모습 보여줄 테니까…….”

 어떻게 그렇게 대범한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건가요?
 
 “……그렇네요.”
 
 이별의 때가 왔습니다.

 “엘리제 씨.”
 “응.”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요.”
 “뭔데?”
 “저는 어디서든 당신을 응원하고 있을 테니. 이것만은 잊지 마세요.”
 “……응! 고마워!”

 제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다였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제가 수개월 전에 겪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어째선지 세상으로부터 털끝만큼의 행복도 허락받지 못한 소녀의 이야기.
 그렇기에 더더욱 도와주고 싶었던 소녀의 이야기.
 그리고 어느 한 마녀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던 소녀의 이야기.
 하지만 지금 이렇게 이야기를 해야만 했기에 너무나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그것은.”
 “……그것은. 너무나 슬픈 이야기로군요…….”

 제 앞에 있는 한 남성이 말했습니다.
 그 남성의 모습으로 말하자면, 무언가 묘사하기가 어렵지만, 제가 처음 보는 남성이 아니었습니다.
 그 남성은 과거 이 마을에서 저에게 성가신 의뢰를 요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남성을 경멸했지만, 제 나름의 방식대로 의뢰를 완수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남성과 헤어지면서, “부디 그녀에게는 그런 표정을 짓지 마세요.”라고 부탁했던 것까지 기억납니다.

 “…….”

 저는 어쩌다가 과거 엘리제 씨를 만났던 나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엘리제 씨가 살았을 집 앞에서 우두커니 서서, 그녀를 추억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쯤이면, 그녀도 그 마을에서 잘 정착했겠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예상치도 못한 남성과 마주치고 만 겁니다.
 이 나라의 관리.
 분명, 엘리제 씨의 이야기대로라면 지금 여기에 살아있어 선 안되는 남성이었습니다.
 그는, 저와 마찬가지로 매우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엘리제 씨의 집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녀를 괴롭히던 사람이 있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표정의 관리가 입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겪은 괴롭힘이 그렇게 심각한 것들은 아니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그녀를 싫어하는 티를 냈고, 뒤에서 험담하는 수준이었죠.”
 “물론 정신이 불안정했던 그녀에게 그러한 괴롭힘은 치명적일 수 있으니, 저는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고자 찾아간 것이었습니다.”
 “다음날 저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그녀를 싫어했던 사람들을 일일이 설득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날 그녀는 사라지고 없어졌습니다. 그것이, 그녀에 대한 제 기억의 마지막입니다.”

 그 말을 들은 저는 한동안 고민하다가 말했습니다.

 “혹시, 엘리제 씨를 싫어했던 사람들은 아직도 여기 있나요?‘
 ”네. 그녀가 사라진 후로는 나라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
 
 나라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너무나 무거운 현실이 저를 짓누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제가 그녀를 찾아갔을 때는 이미 늦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관리가 말했습니다.
 그 말대로입니다.
 너무나 불합리한 현실에 짓뭉개진 소녀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제가 그 소녀에게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주었지만, 고작 그 정도로 소녀가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면 이 세상은 좀 더 평화로웠겠죠.
 그녀는 다 나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악몽만이 가득한 이 나라에서 떨어져 있었기에 괜찮아 보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이 나라로 돌아간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습니다.
 하물며, 이 나라에는 그녀를 싫어하는 족속들도 있었습니다.
 이 나라의 환경은, 그녀에겐 단 한 줌의 행복조차 허락할 수 없었습니다.
 …….
 어째서 알아채지 못했을까요.
 그녀를 공포에 떨게 만든 살인마는 유령이었습니다.
 과거 그녀가 보았던 여동생의 망령과 같은, 그녀의 부서진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동생과는 다르게, 그 유령은 그녀에게 명백한 살의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녀와 저는 그날 살인마로부터 도망쳤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 살인마는, 처음부터 그녀와 쭉 함께였던 겁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그 살인마는 그녀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

 저는 고통받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가여웠기에,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이용해 그녀를 도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론 부족했나 봅니다.
 아니, 어쩌면 제가 모자랐던 것일 수 있습니다.
 제가 좀 더 빨리 알아챘다면 어땠을까요.
 제가 나라로 돌아가겠다는 그녀를 막아 세웠다면 어땠을까요.
 하다못해, 그녀가 향했던 그 마을이 어딘지만 알았다면, 지금이라도 날아가서 도와줬을 텐데.
 도와줄 기회가 있었음에도 놓쳤습니다.
 이제는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무력감이 몰려왔습니다.
 
 ”……마녀님.“
 ”당신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당신을,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어두운 표정의 관리가 말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신들.
 저는 그 말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무작정 걷고 있자니, 어느 한 거리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없어 쓸쓸한 거리였습니다.
 마을 사람이나 아이들 한 명 없어 적막했던 거리였습니다.
 그리고 제 앞에는 예의 노점 하나가 있었습니다.
 사과를 팔고 있는 무인 판매소였습니다.
 
 ”…….“

 저는 그 노점을 바라보면서 한동안 오도카니 서 있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긴 채.


--

부족한 글 봐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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