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어둠의 빗자루 씨.txt

Icefra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19 00:16:51
조회 1057 추천 46 댓글 8
														


술김에 쓴 얀데레가 되어버린 빗자루 씨 이야기입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3











--------------------------------------------------------------------------------------------------



"하아, 하아, 하아..."


어두운 방 한구석에 잿빛 머리카락의 소녀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깨끗한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 찰랑거리는 잿빛 머리카락이 눈에 띄는 그것은 그것은 아름다운 소녀였습니다만, 그 얼굴은 지금 땀과 눈물로 엉망진창이 되어있었습니다. 유감스러운 일이군요.

자세히 보니 소녀의 양손은 뒤로 돌아가 교차되어 있고, 손목에서 기다란 타월로 솜씨좋게 묶여있는 상태였습니다. 

소녀가 아무리 용을 써도 풀리지 않았던 것을 보니 소녀의 손목에 타월을 묶어둔 누군가의 기술이 꽤나 훌륭했던 모양입니다.

혹은, 타월 자신이 가장 효율적인 매듭 방법을 가르쳐주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요.


"제발... 이제 그만해 주세요. 더는 무리에요... 제가 잘못했으니까요..."


고개를 푹 숙이고 주저앉아 괴로워하던 소녀가 소녀의 앞에 서있던 누군가를 올려다보며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소녀의 앞에 서있던 누군가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그리고는 무어라 그녀를 향해 몇 마디 말을 중얼거렸습니다. 

그러자 텅 빈 소녀의 눈동자에 공포의 빛과 함께 다시금 눈물이 차오릅니다.

말을 마친 누군가가 조용히 지켜보는 가운데 소녀는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아, 솔직히 말해서 보고 있기 괴롭군요. 정말 비참한 광경입니다.


그런데 이토록 비참한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잿빛 머리의 소녀는 대체 누구인가.

네, 바로 일레이나 님입니다.





사건의 시작은 며칠 전 사야 님이 일레이나 님의 숙소에 찾아온 것에서부터였습니다.

사야 님은 이번에 맡은 의뢰를 해결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선물받았다면서 와인을 한 병 들고 오셨습니다. 

여기서부터 이미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만...

이미 일전에 와인을 마시고 그렇게 고생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레이나 님은 "고급" "비싸다" 단 두 마디 말에 넘어가 사야 님과 둘이서 술을 마셔버리고 만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 "그렇다면 팔아버리자"는 의견을 내놓기는 했지만, 선물 받은 물건을 팔아버릴 수는 없다는 것과 일레이나 님과 함께 마셔보고 싶었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드물게도 일레이나 님의 돈 욕심이 좋은 일을 할 뻔한 순간이었습니다만.


아무튼, 그렇게 술을 마신 두 사람은 당연하다는듯 취했고, 그대로 뭐랄까,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성교해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제가 보고 있다는 것은 까맣게 모른 채.


그것은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불속에 집어던져진 빗자루처럼 뜨겁고, 아프고, 괴로운 기분.

물론 일레이나 님은 제 주인이시고, 저는 그분을 흠모하고 있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빗자루이며, 물건입니다. 

일레이나 님을 사랑하는 제 마음은 인간 소녀의 마음과는 처음부터 같을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의 저는 괴로워서, 괴로워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눈을 감고 귀를 막을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만.

자신이 인간이 아닌 빗자루인 것이, 처음으로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일레이나 님이 행복하다면야.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고.


다만, 암네시아 님의 얼굴이 떠올라 더욱 괴로운 기분이 되었습니다.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일레이나 님은 한 분뿐이니까요.

그저 암네시아 님이 상처받지 않도록, 진심을 다해 전해주시기를 바랐습니다.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일레이나 님은 사야 님에게, 술김에 벌어진 일이니 없었던 일로 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참고로, 사야 님은 동쪽 나라 전통의 예법이라는 도게자 중이셨습니다. 다시 말해, 고개를 바닥에 붙이고 엎드려 계셨다는 이야기입니다. 무릎을 꿇은 채로.


그 말을 들은 제 안에서, 무엇인가가 뚝 끊어져 버렸습니다.

더해서 "이 일은 둘만의 비밀로 하자"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그나마 남아있던 무언가마저, 뚜둑, 하고 모두 끊어져 버렸습니다.

그렇군요. 일레이나 님은 이대로 모두 없었던 일로 하고, 또 다시 새로운 나라를 여행하며 새로운 여자아이와 새로운 만남을 가질 생각이시군요.

그리고 그 만남의 결과, 어쩌면 또 다른 "둘만의 비밀"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와아, 굉장해. 그리고 저는 그런 일레이나 님을 제 위에 태우고, 또 다시 다른 나라로 날아가겠지요. 가끔 필요하면 인간 모습이 되어, 좋을 대로 사용되기도 하구요.

싫어. 싫었습니다.

처음으로 일레이나 님을 태운다는 일이 불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저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저, 일부러 나는 것을 거부하고, 부름에도 답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할 뿐입니다.

답답해진 일레이나 님은 제게 인간의 모습이 되는 마법을 걸었습니다. 

제가 기다리고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인간의 모습이 된 저는, 그대로 일레이나 님의 뒷덜미를 때려 기절시켰습니다.

제게 공격받으리라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레이나 님은, 허무하게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주로 일레이나 님에게 말입니다.

이미 지팡이 씨 역시 저에게 동조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격하려 했다면 아마 더 심한 꼴을 당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이야기는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빗자루 씨, 제발... 이제 그만해 주세요. 더는 무리에요... 제가 잘못했으니까요..."


눈물범벅이 된 일레이나 님이 제게 애원하고 있습니다. 

이상하네요. 일레이나 님은 귀여운 여자아이에게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분이신데요.

그 증거로 일레이나 님의 허벅지는 이미 흥건히 젖어있었습니다. 

물론, 그 위에 대해서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만.


아, 이것이 혹시 "후후, 입으로는 싫다고 하지만, 몸은 정직하네"라는 상황인 걸까요? 암네시아 님이 그런 농담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렇군요. 그럼 저 눈물도, 저 텅 빈 눈동자도, 모두 정직하지 못한 일레이나 님의 연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주인님이시지만 참 곤란하신 분입니다.


일레이나 님의 텅 빈 눈동자를 바라보며, 저는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아니오, 일레이나 님. 이건 시작일 뿐입니다. 만나보셔야할 여자아이들이 아직 남아있으니까요."

"네?"


일레이나 님의 눈에 공포가 서리기 시작합니다. 와아, 대단한 메소드 연기군요.

제 주인님이시지만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지금껏 일레이나 님을 지켜봐온 것은 저 하나만이 아니랍니다. 지팡이 씨와 로브 씨도, 저와 함께 쭉 일레이나 님과 함께 있었으니까요. 자, 일레이나 님. 지팡이 씨와 로브 씨에게 사람의 모습이 되는 마법을 걸어주시겠습니까?"


"그, 그런... 싫어요. 그만, 이제 그만해 주세요 빗자루 씨..."

"아, 거부하시는 건가요? 상관없습니다만. 그럼 이대로, 마법을 걸어주실 때까지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레이나 님도 참, 그렇게나 했는데 아직 만족을 못 하시다니, 욕심쟁이시군요."

"싫어, 싫어... 싫어..."


공포에 질려 인형처럼 싫다는 말을 반복하던 일레이나 님의 연기는 절정에 달하여, 마치 실이 끊어진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타고난 배우로군요.

저는 그대로 그런 일레이나 님을 향해 몸을 기울였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마법에는 시간제한이 있었군요. 지난번 일을 생각하면, 대략 다섯 시간 정도 남았을까요."

"다른 분들에게 마법을 걸기 싫다면, 앞으로 다섯 시간 정도만 노력해 주시면 되겠네요, 일레이나 님. 축하드려요."

"아... 아아..."


그리고 빙긋 웃으며 그렇게 속삭였습니다.

일레이나 님의 눈빛에 절망의 불빛이 켜지는 것을 보며, 저는 알 수 없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뛰어난 배우의 연기에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요.


그렇게 그날 밤, 일레이나 님의 일기, [마녀의 여행]에는 결코 실리지 않을 한 페이지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것은 평범한 한 빗자루의 이야기.


네, 바로 저의 이야기랍니다.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46

고정닉 18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2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6020 45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17]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3233 25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23] <b><h1>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24435 14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8893 32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7355 25
1331450 공지 공지 [3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0336 43
830019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92899 72
828336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7 41134 27
1464285 일반 “요카 내가 미안해..” 쿠치베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9 3 0
1464284 일반 벌써 2분기가 끝나간다는 현실에 너무 슬퍼집니다 ㅇㅇ(211.206) 22:29 3 0
1464283 일반 걸밴크는 13화라는게 참 든든하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9 6 0
1464282 일반 백갤이 음해한 2분기의 순정녀들.... dapar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8 13 0
1464281 일반 걸밴크 pv한편으로는뽕차는데 000066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8 11 0
1464280 일반 요즘따라 언급이 없어서 슬퍼 코토사츠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7 19 0
1464279 일반 모모니나는 몇화에 섹스해봣을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7 15 0
1464278 일반 스바루는 구라좀 까는것말곤 그늘이란게 없어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7 28 0
1464277 일반 시즈루가 불쌍해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6 16 0
1464276 일반 이제 시즈요카는 엔딩까지도 걱정 없을듯 [1]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4 50 0
1464275 일반 2화 밖에 안남아서 불안했는데 [2] 쿠치베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4 57 0
1464274 일반 종트 뒤늦게 봤다 μ’s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4 12 0
1464273 일반 평소에 착한사람이 한번나쁜짓 하면 엄청 나쁘게 보이고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3 66 6
1464272 일반 근데 왜 다들 시즈루가 사과한다고 생각함? [3] ㅇㅇ(222.110) 22:23 49 1
1464271 일반 백붕이 뒤늦게 걸밴크 8화까지봄 감상문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3 22 0
1464270 일반 근데 에뚜왈 요즘 폼 돌았는데... [4] ㅇㅇ(211.206) 22:22 63 0
1464269 일반 멍청한 고양이야 왜여름인데도 달라붙는거야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2 27 0
1464267 일반 하스동)오늘 잘때 할 망상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1 31 0
1464266 일반 여기서 니나스바각을 본다고 [2] 비고정닉네임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1 69 2
1464265 일반 드디어..드디어 나만의 것이 되어주셨어!!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0 44 0
1464264 일반 종트 12회때 갤 난리나는 순간 [2] 창작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0 80 0
1464263 일반 이미친레즈새끼들니네때문에존나더워졌잖아!!!! [3] ㅇㅇ(116.47) 22:20 73 0
1464262 일반 반박 씹가능 이번 분기 원탑; [14] 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8 168 0
1464261 일반 그러니까 이것도 패륜인게 아닌거지? [10]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6 132 1
1464260 일반 이번 분기 종트 걸밴크 요루쿠라 삼대장 맞는듯 ㅇㅇ [2] ㅇㅇ(211.206) 22:16 100 0
1464259 일반 ㄱㅇㅂ 부걱스 좋아하면 이거나 도전해봐라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6 40 0
1464258 일반 종트가 참 신기해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5 91 0
1464257 일반 나왔다왕~ [2] 코토사츠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5 47 0
1464256 일반 여름최악최악 [6] 김개만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5 37 0
1464255 일반 바람피는현장 들킨거같네 000066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4 62 0
1464254 일반 시즈루 오늘 보면 불쌍해 보이다가도 [14] ドル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4 80 0
1464253 일반 돈도 공간도 없어서 피규어말고 아크릴사는중 ㅜㅜㅜ [2] ㅇㅇ(222.110) 22:14 32 0
1464252 일반 이제까지 시즈루가 필사적인 폭력을 펼쳤던 이유?? [1] dapar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4 49 0
1464251 일반 평범한 작품에 나왔으면 짤 와바박 나왔을 애들 [3] ㅇㅇ(125.177) 22:13 96 1
1464250 일반 일단 본인 안에서 올 분기 머튽은 종트일듯 [4] 창작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3 83 0
1464249 일반 ㄱㅇㅂ)반하는 묘사 존나 어렵네 [3] 이해가않되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2 58 0
1464248 일반 아 ㅅㅂ 학원 때문에 못 봣는데 [6] 융가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2 72 1
1464247 일반 요태까지 날 미행한고야 [10] 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2 76 0
1464246 일반 “이케부쿠로가 이렇게 된것도 암튼 다 요카 때문이잖아!” [4]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 82 1
1464245 일반 와타텐이나 유루유리처럼 백합향 진한 일상물 있어? [16] ㅇㅇ(218.238) 22:11 66 0
1464244 일반 스바루 갑자기 비중받는거 보니 쎄한데 [8] 파운드케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0 119 0
1464243 일반 지구온난화보다 지구한랭화가 좋아요… [6] 베어커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0 64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