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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의사는 달나라를 꿈꾼다-3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22 01:40:54
조회 168 추천 12 댓글 3
														

“당신 이름은?”


호사스러운 리무진의 소파에 앉아 있다. 나를 고용한 여인은 술잔을 채우며 자연스럽게 말을 튼다.


“생각해보니까 우리 지금까지 통성명도 안했잖아.”


“...어차피 이번 일만 끝나면 안 볼 사이잖아요. 하지 말죠, 그냥.”


왜인지 이 여자에게는 친절하게 말할 수 없었다. 조금 더 살갑게 말할 수 없었다. 거부반응, 내 마지막 남은 양심이 그렇게 만든걸까.


“음, 그것도 그러네. 당신 말대로야. 맞아, 그럴 사이니까. 하지만 해야겠어, 계획의 성공을 위해. 걱정 마, 당신은 본명을 밝힐 필요 없어. 당신의 이름은 정해져있거든.”

이름이 정해져있다, 듣고도 어딘지 묘한 말이었다.


“당신은 클라리스, 젊어서부터 영재로 월반해 의학계의 패러다임을 뒤흔든 천재의사.”


“...그런 뻔한 수작질은 금방 들킬텐데요.”


뒷골목에서 마약이나 파는 퇴물 의사가 정녕 그런 사람을 연기할 수 있을까. 내 반박에 여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가족은 말야, 이런 뒷배경이 없으면 믿어주지 않거든. ...웃긴 건 한 번 믿으면 멍청할 정도로 의심하지 않아서, 처음이 중요해.”


한 번 신뢰를 주면 성공이라는 걸까. 말이 끝나고 약간의 흔들림을 느낀다. 관성에 밀리니 알 수 있었다. 리무진은 천천히, 부드럽게 경사를 오르고 있다. 창 밖의 풍경은, 정말 오랫만에 보는 심록의 숲.


“거의 다 왔어...자 그럼, 자기 소개를 할까? 내 이름은 벨라, 당신의 이름은?”


이것은 계약, 사람을 죽이고 달로 오르는 계약서.


“제 이름은 클라리스, 당신 부친의 주치의로 고용된 사람입니다.”


도장은 찍혔다. 언덕의 정상에 도착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것은 정말이지 개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저택. 그 옛날 소설에서 봤던 부호의 저택이라 하는 것이 이런 곳일까. 하지만 그런 소설 속 낭만을 꿈꿀 수는 없다. 나는 이곳에서 사람을 죽인다.


“앞으로 우리 가족들을 만나게 될거야.”


어느새 멋들어진 드레스로 갈아입은 벨라는 말한다.


“그들에게 있어 외부인인 당신은 하나의 충격, 그리고 새로운 전력.”


네일로 가슴을 살짝 찌른다. 명심하라는 경고.


“넘어가지 말라는 거죠?”


“바로 그거야, 어찌되었건 당신은 내가 고용했으니까. 자기 물건이, 남한테 넘어가는 건 싫잖아? 그러니까 이건 징표로.”


옷깃을 잡아 끌어 입을 맞춘다. 남아있는 진한 립스틱 자국. 치켜뜬 눈꼬리는 나를 위해서일까? 이건 분명 나를 묶어두기 위해서.


“...첫 소개의 와이셔츠가 이러면 곤란할 거 같은데요.”

“고용주가 이정도는 할 수 있잖아, 안 그래? 그리고 당신 가운 덮으면 상관없고.”


대화가 끝나고, 그에 맞게 차는 멈춘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내려서 느낄 수 있었던 건, 매연으로 탁한 도시의 공기와는 다른 실로 깨끗한 환경. 사실 도시 바깥으로 벗어나 본 적이 없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폐를 가득 채우는 이 느낌은 분명 책으로만 상상하던 그 청정함이라 생각하게 된다.


“뭘 그렇게 얼빠져 있어, 들어가야지.”


앞서는 벨라의 뒤로 따른다. 문 앞에서서 벨라는 문고리를 당기거나 밀지 않았다. 벽면을 밀어 넣어, 거기서 나온 기구에 눈을 가져다 댄다. 홍채 인식, 이것만큼은 최근의 기술을 따라가는 걸까.


“뭐 그런 표정이야, 당신 이런 거 처음 보는 것도 아니잖아.”

“아니, 그 생각했던 거랑은 달라서…”


“설마 집사나 그런 걸 상상한거야? 당신 은근히 어리구나.”


그렇게 문은 열리고, 저택의 안으로 들어간다. 저택의 안, 처음 눈에 띈 것은 금으로 만들어진 남자의 흉상. 샹들리에의 빛을 받아 그 황금은 더더욱 빛을 내고 있었다. 과시하는 듯한 그 당당한 자세와 함께.


“우리 아버지의 동상, 한 번 봐둬. 이제 곧 만날 거긴 하지만...”


동상을 지나 중앙의 계단을 천천히 오른다. 샹들리에의 유리 장식은 너무도 화려해 감히 쳐다볼 수가 없는 것이어서 시선을 아래로 내리 깔은 채 발을 움직이고 있다. 그러던 중 내 앞의 벨라가 멈춰섰다.


“시에로, 이 언니를 보고도 그냥 무시하면 어떡하니.”


시에로, 그 이름을 듣고 벨라가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얼마 남지 않은 계단의 위에서 진홍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어딘가 벨라와 닮았지만 화장기가 연하고 그 몸은 전체적으로 작았다. 벨라의 여동생일까.


“...그 사람은 새로운 의사 선생님?”


“아버지를 위해서 모셔왔단다. 이쪽은 클라리스. 자 선생님, 제 동생 시에로랍니다.”


“아, 그...처음 뵙겠습니다. 클라리스 라고합니다.”


“...”


시에로는 짧게 목례하고 원래 향하던 길로 출발했다. 그런 시에로를 보내고 나는 벨라의 뒤를 쫓아 저택의 복도를 거닌다. ...도시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그런 구조의 집을. 대리석의 바닥이란 이렇게도 시멘트의 정글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가. 비루한 자들이 약에 취해 잠드는 빌딩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우월감을.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 질 적, 벨라가 멈춰섰다.


“여기가 아버지의 방.”


실로 오랫만에 받는 환자, 그리고...최초의 살해 목표.


“어떤 모습이건 놀라지말고, 그리고 당황하지 말고.”


그것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지만, 벨라 자신이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것 같기도 했다. 불안감은 나만의 것이 아닌걸까.


“잘 하라고, 당신.”


나도 잘할테니까. 그 말과 함께 벨라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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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트레일러가 너무 불안하게 뽑힌 게

마음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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