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숲 져격글이 당황스러운 미사키(미사키 하렘)

카스아링 · 2020.11.22 17:52:41

<하나여고 익명 대나무숲>

[ 제보: 2학년 오쿠사와 선배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

저격글 써서 죄송하지만 선배 어제 테니스부 탈의실에서 마츠바라 선배랑 손 잡고 있는 거 봤어요. 선배랑 츠루마키 선배랑 사귀는거 이미 전교에 소문 다 퍼졌는데 이러는거 진짜 아닌 것 같아요...

Re: [미사카논해] ??? 애초에 카논이 미사키 여친인데 뭐래ㅋㅋ 저번에 상점가에서 둘이 손잡고 걸어가는 것도 봤는데

ㄴRe: [밋콬개달달해] 웃기네 ㅋㅋㅋ 손잡고 걸어가면 다 사귀는거임? 그럼 핼로해피 전부다 오쿠사와 씨랑 사귐? 그렇게 의심할거면 저번엔 키타자와 씨랑 세상 다정하게 얘기하던데; 이것도 썸이니? 츠루마키 씨랑은 거의 맨날 붙어있는데 츠루마키 씨가 연인인 게 맞지

ㄴRe: [키부야마빵] 엥ㅋㅋㅋ 나는 저번에 이치가야 씨랑 둘이 자리 앞뒤로 딱 붙어서 얘기하는거 봤는데 ㅋㅋㅋㅋㅋㅋ 평소에 말도 별로 없는 이치가야 씨 그땐 눈에서 꿀떨어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엽기는ㅎ

ㄴRe: [ㄹㅁㅅㅋ] 위에 다들 무슨 개소리하는거임...? 우시고메 씨는 저번에 빼빼로도 주고받고 오쿠사와 씨가 머리도 쓰다듬어주던데 둘이 사귀는 거 아니었나

ㄴRe: [즉그런것이다] 나 옆동네 하네오카에 카오루 선배 보러 갔을 때 선배가 그 많던 팬들 다 제치고 미사키한테 달려와서 막 뭐라고 하시던데... 난 둘이 썸타는줄

*

" ...... "

" 이거, 얼른, 지워달라고 해... 지금, 당, 장....! "

빨개진 얼굴의 이치가야 씨가 핸드폰을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양갈래 머리가 위로 솟을 정도로 화가 나서는, 완전히 도깨비 얼굴을 하고 있다...

" 오쿠사와 씨는 어디의 양아치야!? 카사노바! 이 여자 저 여자 다 건드려보고...... 환멸할 것 같아, 진짜로! "

" 아니, 건드린 게 아니라요... "

" 카논 선배 손은 왜 잡은 건데? "

" 그야, 카논 씨가 길을 못 찾으니까... 손을 놔 버리면 학교에서도 금방 딴 길로 새 버리고. "

" 그, 그거야 그렇다 쳐. 이건 확실히 해. 츠루마키 씨 좋아하는 거 맞지!? "

" 조. 좋아해!? 물론, 코코로랑 연애라니... 솔직히 좋지만... 걔는 사귀는 게 뭔지도 모를 걸! 애초에 난 지금 내 주변의 누구랑도 연애할 수 있을거란 기대조차 안 하고 있다고! "

이마를 탁 짚은 이치가야 씨가, 미간에 주름을 세운다. 그리고는 익명의 제보자를 향해 온갖 흉흉한 악담을 쏟아낸다.

" [키부야마빵]... 이 자식 대체 누구냐고!! 우리 학교 맞는 거지? 잡히면 진짜 죽기 직전까지 고문할거야... 그리고는 별 스티커를 온몸에 덕지덕지 붙인 다음 십자가에 매달아서 유성당 까마귀들에게 뷔페를 차릴 거다!! "

" 뭐!? 내 눈에서 꿀이 떨어져? 애초에 나랑 얘기할 때마다 달라붙어서 얼굴 가까이 하는 오쿠사와 씨가 난봉꾼인 거라고!! 그리고, 우리 리미 머리는 왜 쓰다듬는데! "

" 그것은, 그냥 리미가 귀여우니까... 무심코 쓰다듬고 싶달까, 그리고 이치가야 씨는 눈이 정말 예쁘니까, 그 꿀이니 뭐니 하는 것도 칭찬으로 받아들이면 기분이 좋지 않을......까 하는 건 농담!! 농담이고!! 정말 어디사는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네!! 아하하, 아하하하.... "

응, 닉네임만 봐도 고소한 빵 냄새가 잔뜩이지만. 어쨌든 잔뜩 화가 난 이치가야 씨는 벌써 하나여고 대나무숲 개인 메세지함에 온갖 항의 메세지를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그나저나, 곤란해 죽을 것만 같다. 이런 연예인 찌라시 같은 스캔들이 하나여고에 돌다니. 그리고 하필이면 그 대상은 전부, 나라고...?

이해할 수가 없다. 애초에 카논 씨부터 카오루 씨까지, 전부 나보다 훨씬 외향적이고 인기 많은, 토야마 씨적인 표현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인데. 나는 미셸 탈을 쓰지 않으면 그냥 평범한 여고생 1이고.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랑 나를 억지로 엮고 싶은 걸까? 나는 하나여고의 재투성이 신데렐라같은 포지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탁자에 올려 놓은 핸드폰에 진동이 울린다.

[ 카논 씨 ]

검은 화면에 뜬금없이 떠오른 네 글자. 이치가야 씨와 나는 동시에 입을 다물게 되었다... 턱짓으로 얼른 받으라는 시늉을 하는 이치가야 씨.

" 여보세요... 카논 선배? "

" 미, 미사키 쨩... 대나무숲 봤어? 저 글은 뭐지...? 이거, 말로만 듣던 신종 사이버 괴롭힘....!? 후에엥, 나, 나 어떡하지 미사키 쨩!? 역시 전학을 가야... 이름도 바꾸고... "

완전히 패닉에 빠진 듯한 카논 씨. 나도 머리가 지끈거려 죽겠지만...

" 카, 카논 씨. 진정하세요. 그냥 가십 거리일 뿐인데요 뭘. 대나무숲에 이상한 얘기 올라오는 게 한두번인가요? 아하하... 제가 지금 글 내려달라고 문자 넣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

" ...이상한, 얘기...? "

스피커폰으로 대화를 같이 듣던 이치가야 씨가 갑자기 손사래를 치면서 내 어깨를 막 흔든다. 갑자기 왜...?

" 네, 완전히 뜬소문이라니까요! 아하하, 카논 씨가 저랑 사귄다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대체 누가 저랑 카논 씨를 엮을 생각을 한 걸까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곧... "

" 아하, 그렇구나. 오쿠사와 씨, 신경 써줘서 고마워. 내일 학교에서 봐. "

삐이-

어쩐지 쌀쌀맞은 인사와 함께 전화가 일방적으로 끊어진다.

" ...오쿠사와 씨, 바보야? "

" 에, 나름 깔끔하게 대처한 거 아닌가요... 이런 소문 돌 때 괜히 치근덕대는 사람이 완전 최악이라던데. "

" 그거, 어디에서 얻은 정보? "

" ...러브 코미디 아니메. "

또 내 어디가 맘에 안 드는 건지, 이치가야 씨가 팔짱을 끼고 입을 연다. 그리고, 그러기가 무섭게 다시 울리는 진동.

[ 카오루 씨 ]

" 네, 여보세요? "

" 하!? 여, 여보라니...... 미사키, 그건, 즉... 사회적으로 부부 사이에서만 쓰는 말이지 않니.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

" ...카오루 씨, 지금 오쿠사와 씨는 이런저런 일로 굉장히 머리가 아파서요... 늘 그렇듯 의미 모를 얘기를 하고 싶으신 거라면 이따 연습 시간 때 부탁드려요. "

이치가야 씨가 이번에는 옆에서 자기 가슴을 탕- 탕- 두드린다. 아까 같이 먹은 고로케가 탈이 난 걸까.

" ...그래, 그렇구나. 어떤 이가 사랑이 가냘프다고 했나, 너무 거칠고, 잔인하고 사나우면서도 가시처럼 찌르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더니, 즉, 그런 것이다... "

" 아하하... 또 셰익스피어겠죠. "

뚜우-

이번에도 전화는 여지없이 끊어진다.

" ...오쿠사와 씨랑 지금까지 상담을 했던 게 후회스럽네. 카스미 급, 아니 카스미 만도 못한 눈치잖냐. "

" 이치가야 씨는 잘 몰라서 그래. 카오루 씨는 받아 주면 한 시간 내내 저런 말을 한다고. 조금 매정하긴 해도,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

부웅- 부우웅-

핸드폰이 탁자에 내려놓기 무섭게 다시 진동을 시작한다. 이번에는,

[ 리미 ]

드디어, 가장 대화가 통할 만한 아이가...! 리미의 이름이 지금 나에게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다. 이치가야 씨도 왠지 이성을 잃어버린 것 같으니까, 지금은 리미한테 상담을...

" 리미, 전화해줘서 고마워. 그러니까... "

" 우우~! 미-군, 미-군~!! "

리미의 차분하고 가냘픈 목소리 대신, 생기 넘치는 하구미의 목소리가 유성당을 가득 울린다.

" 그래그래, 하구미... 너한테도 미안해. 괜히 신경쓰게 해서. "

" 저기, 미사키 쨩... 화, 화 났으려나...? "

" 응!? 내가 어떻게 리미에게 화가 나! 오히려, 그 반대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하고 있던 참이었고... 아, 물론 하구미에게도! 두 사람 다, 그 글에 대해서라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

" 저기, 미-군. "

하구미답지 않은 톤의 차분한 음성이 내 말을 부드럽게 자른다.

" 으, 응. 하구미. "

" 미-군은 그 글, 어떻게 생각해? "

" 다, 당연히 완전 헛소리지, 헛소리!! ...여보세요? 리미? 하구미? 왜 소리가 안 들리지... "

" .....미-군은 바보오-!!!! "

뚜우, 뚜우, 뚜우......

" 네에, 그 말에 아주 격하게 동의해요 키타자와 씨. "

" 이치가야 씨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나에게 쌀쌀맞은 거야..... "

투두두두두두....

" 아- 나보다, 슬슬 최종 보스 걱정이나 하셔요. 하나여고의 바보 천치 카사노바 씨. "

투두두두두두두....

" 최종, 보스?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래, 아까부터. 총소리 같기도 하고, 헬기 소리 같기도... "

투두두두두두.... 챙-!! 챙그랑-!!

" " 하아!? " "

갑자기, 아리사네 방의 창문이 박살이 난다. 어느새 창밖으로 길게 내려진 로프를 타고 아리사네 방에 침입한 사람들은, 익숙한 얼굴의 검은 옷 사람들.

" 다, 당신들 뭐야!? 이거 범죄야!! 겨, 경찰!! 오쿠사와 씨, 경찰~!! "

" 이치가야 님, 죄송합니다. 나중에 열 배로 변상하겠습니다. "

" ...열 배요...? "

그러고는, 내 허리에 복대 같은 걸 칭칭 감는다. 주머니에서 흉악하게 생긴 갈고리도 하나 꺼내서 내 허리춤에 확실히 건다.

" 저기, 검은 옷 여러분, 이게 다 뭐죠...? "

" 타겟은 확보했다. 당겨! "

그 말과 함께 내 허리를 꽉 붙잡는 검은 옷 언니. 나도 순간 위험을 직감하고, 이치가야 씨의 손을 반사적으로 잡는다...어느새 로프는 팽팽하게 당겨져 있고, 아리사의 손을 놔 버리면 창밖으로 끌려나갈 듯한 상황!

" 이, 치가야 씨!? 손 절대 놓으면 안돼!? 이치가야 씨네 방, 이이이, 이층이잖아!! "

" ...이치가야 님, 손을 놓으시면 창문 값의 100배를 변상해드겠습니다. "

" 에!? 아, 아무리 그래도... "

" 200배. "

타악-

" 이이이이치이이가아아야아아 씨이이이~~~~~!? "

멋쩍은 듯 손을 흔드는 이치가야 씨를 뒤로 하고, 검은색 헬기에 매달린 나는 그대로 하늘에 붕 뜨게 되었다..

*

" 오쿠사와 님, 앞을 봐주십시오. 츠루마키 아가씨의 실시간 영상 메시지입니다. "

" 지금 앞을 보게 생겼어요!? 저, 절대 손 놓지 마세요!! 여기, 여기가 지금 몇 미터야....!? "

무심코 내려다 본 경치는, 유성당이 레고 장난감처럼 보일 듯 했다... 순간 아찔해지는 정신.

삐융-

마법처럼 눈앞에 스크린이 펼쳐지고,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코코로의 모습이 보인다. 평소처럼 생글생글 웃고는 있지만, 뭔가 달라......?

" 미사키, 내가 준비한 헬기 레펠 체험은 재밌니? "

" 재밌을리가 있겠어!? 코코로오, 지금 당장 내려줘!! "

" 어라, 미사키는 별로 재미가 없었나보네? 검은 옷 씨, 고도 올려. "

" Yes, Sir. "

투두두두두두두두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머리 위의 프로펠러가 굉음을 내더니, 나를 매단 검은색 헬리콥터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 재밌었어! 재밌었다구우~! 코코로, 미안!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미안하니까! 뭐라도 할 테니까아아아~!! "

오늘따라 여왕님같은 분위기의 코코로가 손짓을 하자. 헬리콥터도 상승을 멈춘다. 휴...

" 후후, 그렇다면 다행이야. 미사키, 그럼 얘기해 보겠니? 저 대나무숲 글에 대해? "

삐융, 하며 눈앞에 문제의 글이 떠오른다. 그래, 결국 오늘 있었던 모든 일이 이 글 때문이잖아! 확실히 부정해야겠어, 코코로가 오해하지 않도록!

" 코코로, 저건 완전히 헛소리니까!! 내가 코코로랑 사귄다니, 말도 안 되는...! "

" 어라, 미사키... 뭐라구? 더 웃음지을 수 있도록 높이 올려주면 좋겠다고? 좋아, 해피-럭키-스마일하게, 고도 상승~ "

" 흐아아아아아앗~~~!?? "

옆에서 이마를 짚던 검은 옷 사람이, 나에게 몰래 속삭인다.

" 오쿠사와 님, 도와드리겠습니다. 츠루마키 가에서 내부 개발한, 아가씨의 니즈를 파악하는 AI [Alpha-Ko] 입니다. AI가 제시한 답변 중에서 골라 주시길... "

화면에 촤라락, 하고 세 가지 선택지가 떠오른다.

[ A: 코코로, 질투? 나 참, 너무 인기가 많은 것도 탈이라니까. 이참에 헬로 해피 하렘을 만들어 볼까? 지금 나한테 제일 먼저 고백한다면, 특별히 코코로를 내 본처로 예뻐해 줄 테니까... 후후. ]

[ B: 코코로, 나는 너를 제일 좋아해! ]

[ C: 이게 대체 뭐 하는 거야? 당장 풀어주지 않으면, 이치가야 씨랑 키스해버릴 테니까! ]

응, 이 알파-코, 완전히 정신이 나갔구나.

" 미사키, 대답이 없네? 어떻게 생각해? "

코코로의 목소리가, 이렇게 고압적이었나...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흐른다. A는 정말 아닌 것 같고!! B는 죽어도 말 못해... 차라리, 장난스러운 C...? 그래, 해피 럭키 스마일하게 가자고!

" 당장 풀어주지 않으면 말이야, 이치가야 씨랑 키, 키스해버릴 테니까!? 아하하.....! "

화들짝 놀라는 검은 옷 사람. 동시에 코코로의 입에서 웃음이 사라진다. 무표정한 코코로라고...? 그런 게, 있을 리가!!

" 어라, 어라라... 타겟을 잘못 확보한 게 아닐까나? 검은 옷 사람들, 내가 지금 보고 있는게, 정말 나의 소중한 미사키가 맞으려나? 응? 그게 아니라면 음성 오류? 뭐라고, 이치가야 씨와 키스? "

" 아가씨....! 해발 11m다 보니, 음성 전송 과정에서 오류가...!! 죄송합니다! 바로 시정하겠습니다! "

" (오쿠사와 님...! 그거 말고요! 제발...!!) "

옆에서 나에게 맞는 답을 고를 것을 간절하게 부탁하는 검은 옷 언니. 손가락으로 은근슬쩍 가리키는 선택지는...

" 코, 코코로오~!!! 네가 제일 좋아~!! 정말이니까아~!! "

촤라라락-

" 아아악!?? "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로프가 빠르게 위로 당겨진다. 순식간에 헬기 안으로 빨려들어간 나에게 달려드는 것은...

" 미사키이이이~!! 역시 네가 맞구나! 나도 널 정말 좋아한단다, 미사키, 미사키이이~~ "

내 뺨에 얼굴을 부벼 대는 말괄량이 아가씨, 츠루마키 코코로.

" 그래요, 코코로 님... 제일 좋아하니까, 다음부터 이러지 말아주세요... "

나와 코코로를 둥글게 둘러 싸고 박수를 치는 검은 옷 사람들의 한가운데서, 나의 첫 고백은 그렇게 끝났다...

*

" 찾았다!! [키부야마빵]!!! 이 자식!! "

" 아얏, 아얏...! 아얏....! 아리사, 미안!! 너무 재밌어보여서 그랬어! 이제 장난 안 칠 테니까, 아리사아아~!! "

" 어쭈!? 지금 피해? 피했지? 너는 오늘 죽었어, 야마부키 사아야-!! "

*

죄 많은 여자 미사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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