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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마녀의여행/일레사야] 조금 솔직해지는 마을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25 00:04:07
조회 697 추천 28 댓글 4
														

눈을 비비면서 침대에 일어나자 예쁜 잿빛의 머리카락이 살랑거렸습니다.


어쩐지 날이 미묘하게 춥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상하네요, 어젯밤에는 더워서 창문을 열고 잔 것 같았는데요. 이 나라의 날씨는 변덕쟁이인가요? 시기상으로는 아직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쌀쌀함은 마치 한가을 내지 초겨울의 날씨 같잖아요.


"후아암..."


어딘지 모르게 쌀쌀한 바람이 불어와서 몸을 부르르 떤 제가 하품을 하면서 그대로 창문을 닫았습니다. 물론 이불 밖으로 나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지팡이를 한번 휙 휘두르는걸로 문을 닫았습니다. 이변을 느낀것은 그 다음 순간, 마음편하게 자려고 다시 이불로 기어들어간 순간이었습니다.


까칠까칠한 시트의 촉감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잠옷을 입고 자는 만큼 가끔 맨 살이 드러나는 부분을 제외하면 시트의 촉감을 별로 느낄 일이 없었기에 더 당황한걸지도 모릅니다. 무엇인가 싶어서 천천히 덮은 이불을 들어올리자 제가 숨을 훅 들이켰습니다.


그곳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제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만, 이라면 변명의 여지는 있었습니다. 아마 자다가 더워서 제가 벗은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똑같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사야 씨가 옆에서 자고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누가 본다면 명백하게 선을 넘은 상황이라며 손가락질해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재의마녀 일레이나, 잘 따르던 마녀 후배를 덮쳐! 그런 기사가 뜨는게 벌써부터 눈에 보였습니다.


"에헤헤. 일레이나 씨이..."


당사자인 사야 씨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제 이름을 사랑스럽게 웅얼거리면서 자그만한 손가락을 매만졌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저를 잘 따르는 사야 씨라면 이 상황도 그냥 넘겨주지 않을까요? 그런 희망적인 관측을 해보았습니다만, 너무나 희망적인 상상이었기에 일단 상상으로만 남기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사정이야 어쨋든, 결과적으로는 크게 틀린 말도 아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지만, 자신을 무척이나 잘 따르는 귀여운 마녀를 술을 잔뜩 먹인 뒤, 뒷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자는 사이에 덮쳐버린 다음에 혼자 당황하고 있는 이 미소녀는 대체 누구일까요?


그렇습니다, 저입니다.


*


일이 어떻게 된건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시계바늘을 그대로 한바퀴 쯤 앞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해지는 나라, 인가요?"


"그렇습니다. 이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아주 조금,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서 부끄러운 말도 마구 내뱉게 된답니다!"


언젠가의 여행길, 거짓말을 할 수 없었던 어느 나라에서 들었던 비슷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째서 그게 가능한건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어째서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만, 그래도 확인차 조금 더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하고.


예상대로였습니다. 어느 나라의 어느 국왕씨과 같은 이유로 사람들이 조금만 솔직해졌으면 하고 나라 전체에 마법을 걸었다고 했습니다. 세상 어디를 가나 같은 생각을 하는 바보가 최소 둘은 있다더니, 이 상황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전에 갔던 거짓말을 못하는 나라에서는 입구에서부터 거지 같은 나라, 라면서 욕했습니다만 이 나라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활기차보였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들려오는 소리로 보건데 어쩐지 상당히 활기차보여서, 전에 갔던 나라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일을 한 바보가 두 명 일텐데, 어째서 이렇게나 정 반대의 결과가 나온걸까요?


"어떻게, 입국 하시겠습니까?"


어쩐지 조금 신경이 쓰이는것도 사실이었기에, 짧게 생각을 한 제가 곧장 입을 열었습니다.


뭐, 들어가면 이유를 알 수 있겠지요.


*


사흘간 체류신청을 마친 제가 곧장 나라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가장 먼저 놀란것은 나라 안의 광경이였습니다. 내부는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를점이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거리 내에는 팔짱을 낀 채 돌아다니는 커플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제가 여행했던 나라중에서도 아마 독보적인 수인 것 같았습니다.


"자기야, 아 해봐!""난 자기없이는 못산다?""저 태양을 봐. 우리 자기가 저거보다 더 빛나!""앞으로도 평생 나와 함께 있어줬으면 좋겠어."


거기다가 이 나라의 커플들은 부끄러움이라는게 없는걸까요,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팔짱을 낀 채 닭살돋는 대사를 서로 마구 뱉고있었습니다. 한 두 커플이면 모를까, 광장 안에 가득 찬 사람들이 모두 그런 말을 하고 있으니 어딘지 모르게 속이 거북해졌기에 자리를 뜨기로 했습니다. 아아, 이럴 때 사야 씨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 제가 지금 어째서 사야 씨의 이름을 떠올린걸까요?


사소한건 나중에 신경쓰기로 하고 우선 숙소를 잡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거리에서부터 보인 커플들이 많다는것은 즉슨, 방이 그만큼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숙소를 잡기 굉장히 힘들겠다고 생각을 했고 슬프게도 제 예상은 한 치도 빗나가지 않은 채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이 숙소, 저 숙소에서 거부당하기를 한 나절, 길거리에서 산 빵을 우물거리면서 눈 앞의 숙소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아마도 이곳이 이 나라의 마지막 숙소, 여기서도 방이 없으면 오늘은 꼼짝없이 노숙이였습니다. 물론 한여름이라 그럭저럭 사정은 괜찮다지만, 그래도 노숙을 할 생각은 없었기에 제발 방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며 문을 열었습니다.


"일레이나 씨!"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습니다.


설마, 싶어서 고개를 들어올렸습니다. 가슴께에 달린건 각각 달과 별을 본뜬 두 개의 브로치였습니다.


"일레이나 씨이~!"


조르듯이 제 이름을 말하면서 다가오는 그녀는 목부근에는 저와 똑같은 목걸이, 저와 똑같은 삼각모자를 뒤집어 쓴 채였습니다.


"마이 러블리 엔젤 일레이나 씨이~!!"


"누가 마이 러블리 엔젤입니까...오랜만이네요. 사야 씨."


애교가 잔뜩 섞인 목소리로 제 팔에 달라붙은 검은색 단발의 예쁜 소녀는 대체 누구일까요.


그렇습니다, 저입니다-가 아니라, 사야 씨였습니다.


*


사야 씨는 마녀총괄협회의 일 때문에 일주일 먼저 이 마을에 와있었다고 합니다.


제 사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흔쾌히 방의 남는 침대를 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고마운 일이네요, 제가 솔직하게 마음을 담아서 감사드리자 사야 씨가 후헤헤 웃었습니다.


"일레이나 씨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쯤이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이 평소보다도 더 즐거워보였습니다만, 사랑하는 저와 있는만큼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곧장 사야 씨의 뒤를 쫓아갔습니다.


...사랑하는? 제가 지금 혼자 뭐라고 생각한걸까요?


이상하게도 이 마을에 들어온 다음부터 중간중간에 이상한 생각이 끼어들고는 했습니다. 머리를 저으면서 그 생각들을 쫓아낸 제가 사야 씨를 따라서 방에 들어갔고, 곧 이어서 그녀의 음흉한 미소의 의미를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방 안에 침대는 하나였습니다.


크기도 어딘지 모르게 애매해서 혼자서 자기에는 미묘하게 넓고, 둘이서 자기에는 좁아보였습니다. 저와 사야 씨, 두 사람이 자려면 한 이불을 덮고 꼬옥 끌어안는 수 밖에 없을 정도의 크기였습니다. 이걸 노렸군요, 제가 사야 씨를 쳐다보자 당연한거 아니냐는 듯 그녀가 가슴을 폈습니다.


"사양하지 마세요 일레이나 씨! 일레이나 씨를 위해서라면 저, 조금 좁은 것 쯤은 참을테니까요! 후헤헤헤..."


후욱, 후욱 하고 어딘지 모르게 거칠어보이는 숨소리를 내는것이 불안했기에 침대는 사야 씨한테 얌전히 양보하고 전 따로 침낭에서 잘 생각이였습니다. 괜찮습니다 전 침낭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침낭을 꺼내려는 제 손과는 정 반대로 손은 이미 자연스럽게 사야 씨의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렇네요, 모처럼이니까 같이 자도록 할까요?"


"진짜요? 아싸! 에헤헤, 사랑하는 일레이나 씨랑 같이 잔다. 일레이나 씨 일레이나 씨 일레이나 일레이나 씨..."


제 이름을 몇 번이나 부르면서 좋아하는 사야 씨를 보면서 제가 반쯤은 넋이 나간, 반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제 손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제가 지금 뭐라고 한걸까요?


*


이유는 곧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마을 전체에 걸쳐진 특별한 마법 때문이었습니다.


같이 씻고, 저녁을 먹은 다음 침대로 들어온 사야 씨가 저한테 여행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뭐, 사야 씨를 위해서라면 못해줄 것도 없지요. 그랬기에 제아가 이야기를 위해서 일기장을 꺼냈습니다.


"좋은 와인이 있어요!"


"...그럼 한 잔만."

술, 그것도 포도주에는 안좋은 기억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사야 씨가 가져온 성의를 봐서 딱 한 잔만 마시기로 했습니다. 가방에서 와인잔을 꺼내는 사야 씨를 사랑스럽게 쳐다보자 그녀가 이윽고 병을 꺼내들었고, 동시에 제 미소가 살짝 뒤틀리는게 느껴졌습니다.


"그 병은..."


"아, 어느 마을에서 얻은거에요! 일레이나 씨 그림이 그려져있길래 덜컥 샀죠,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해서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몰라요!"


그 포도주에 그려진 사진은, 틀림없는 제 사진이었습니다.


언젠가 포도주 만드는 마을에 가서 그들의 부탁을 받고 포도주를 밟는 역할을 했을 때 만들어진 병 중 한 병이었습니다. 소수밖에 생산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사야 씨가 가지고 있을줄이야, 나중에 병을 회수해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군요, 하고 대답한 다음 지팡이를 휘둘러 병을 두 개 꺼낸 다음 한 잔을 따라주었습니다.


밤은 점점 더 깊어져갔습니다.


저는 여행의 이야기를, 사야 씨는 의뢰에 관한 내용과 먼저 이 마을에 와서 조사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이 마을에 커플이 왜 이렇게 많은지, 제가 중간중간 이상한 생각을 했는지 그 속사정을 모두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마을 안에서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조금쯤 솔직해진다고 합니다.


맨 처음에 걸었던건 이 마을의 임금님이라고 합니다. 사야 씨의 말에 의하면 조금 솔직하지 못한 임금님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왕비님한테 고백을 하기 위해서 마법을 걸었던 것이 좋은 결과로 나와버린게 원인이라고.


"다른 국민들도 자기처럼 속앓이 하지 말고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어딘가의 정직해지는 왕님과는 다르게 이 곳의 임금님은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만, 이라는 조건을 건 모양입니다. 덕분에 임금님이 원하는대로 마을 안에는 커플이 가득, 맺어주는 나라라는 소문이 멀리멀리 퍼진 결과 관광객들도 잔뜩.


해피엔딩이네요. 응.


...전혀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그래도 잘 숨겨왔다고 생각했건만, 자칫 잘못하면 사야 씨에 대한 제 마음이 들통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와인을 홀짝였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조심, 또 조심 뿐이였습니다.


"일레이나 씨! 건배해요, 건배!"


"네, 네. 건배."


사야 씨의 말에 웃으면서 컵을 가져다댔습니다. 그래도 그 때 보다는 조금 더 술이 늘어난걸까요? 취했다기 보다는 달콤한 맛이 나서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서 조금 더 많은 양을 입에 머금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로, 정말로 한 잔만 시려고 했습니다만 분위기를 타다보니 어느덧 한 병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 그 때쯤 저는 물론이고 사야 씨 역시 어느정도 기분좋게 취한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쯤되자 제 이성도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성으로 억누르고 있던 사야 씨에 대한 애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솓아나는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이 때 까지는 어떻게 간신히 참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눈 앞에서 안주로 준비한 빵을 조금 뜯어서 입에 가져가 우물거리는 취한 사야 씨의 모습을 본 순간 이성의 끝이 박살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니, 이건 모두 사야 씨가 잘못한 것이였습니다. 사야 씨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게 잘못이였습니다. 보자마자 저한테 달라붙으면서도 일정이상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한 사야 씨가 잘못한 것이였습니다.


하지만 저와는 다르게 그녀는 의외로 술이 쌘 듯 취한 모습이 아니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요? 조금 더 먹여서 취하게 만들면 됬습니다.


웃으면서 그녀의 빈 잔에 와인을 따라주기 시작했습니다.


*


크싸레 사야가 좀 많아서 역으로 일레이나가 자는 사이에 사야를 덮치는걸 써봤음


근데 말투 디게 어려운듯, 중간중간에 소설꺼내서 비교해보면서 쓴거같네


마녀의여행 개재밌다


원작 거의 다읽어가는데 8권부터 정발 왜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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