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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160-2

1234(39.113) 2020.11.25 17:30:26
조회 105 추천 10 댓글 4
														

미유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학생에게 협박을 당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남자라면 박살을 낼 터였다.


그렇지만 시즈카는 그럴 수 없었다. 그건 교육자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미유가 자신의 감정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자칫 자신의 제자의 미래를 지워버리는 일이기도 했다.


게다가 잘못되면 자신만 매장당할 수도 있었다. 그 사실을 알기에 미유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여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저지른 행위는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 그 사실을 미유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그녀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꼬여간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이해하였다.


"하아...."


만약 다른 사람들이 이런 그녀를 본다면 무어라 한 소리 했을 지도 모른다. 그녀답지 않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건 누구에게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것. 그렇기에 미유는 혼자서 고민하는 것 이외에 답이 없었다.


띠링


한참을 이런 저런 생각 속에 있던 미유의 폰에 메시지가 왔다. 그것을 본 미유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것은 다름아닌 시즈카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 


미유는 불쾌감 속이 시즈카가 말한 곳으로 갔다. 그곳은 다름 아닌 고급 찻집이었다. 손님을 위한 독실이 있는 그곳은 미유가 평소 한번 정도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렇지만 시즈카가 불러서 오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그녀가 미유를 부르는 이유는 분명 상식을 벗어난 것이 될 터였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까?


그것은 미유에게 있어 두려운 일이었다. 자신을 어떻게 파멸시킬지 모르는 소녀를 상대로 미유는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그녀에게 있어 미래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니까.


시즈카는 메시지에 적어두었다.


-선생님 혼자서 오시지 않는다면 저는 부득불 최악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은 과연 누구를 믿어줄까요?-


그것은 맹랑한 협박이었다. 그렇지만 시즈카가 마음을 먹는다면 얼마든지 현실로 만들 수 있었다.


그녀는, 아니 시즈카의 가문은 미유 따위를 가볍게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수 있으니까.


똑똑


미유는 감정을 억누르고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어서 오세요."


시즈카는 만면에 미소를 띄고 미유를 맞이하였다. 하지만 미유는 웃을 수 없었다. 힘의 차이 이상으로 그녀는 굴욕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함부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저 조용히 시즈카가 어떤 말을 할지 들을 생각이었다.


미유는 자신에게 배정된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만약 자신의 의지로 이곳에 왔다면 즐겁게 차를 즐겼겠지만 지금 이곳은 미유에게 있어서 그저 불편하기만 한 장소였다.


그렇지만 시즈카는 그런 것까지도 노리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일그러진 아이의 예상 못한 행동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그리고 선생님은 제것이 되어야만 해요."


시즈카는 여전히 억지에 가까운 주장을 하였다. 그녀의 말에 당연히 미유는 반발했다.


"역시 제가 생각하는 대로의 선생님이시네요. 간단히 무너졌으면 오히려 실망했을 거에요."


시즈카는 그렇게 말하며 기쁜 듯 미소지었다. 그것을 본 미유는 섬뜩한 기분이 들며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전철 내에서의 치한 행위는 그저 구실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일그러진 정신은 앞으로 어떤 행위를 할지 미유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도망치시면 울거에요?"


시즈카는 그렇게 말하며 영애답지 않은 자세로 미유에게 다가왔다. 마치 아이가 기어오듯 그녀는 손과 무릎을 사용해서 동물처럼 다가왔다.


미유는 그런 그녀를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에 억지로 참으며 시즈카가 무엇을 할지 바라볼 뿐이었다.


"무릎 베개 해주세요."


시즈카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미유는 그 말에 다른 의미로 충격을 받았다. 정말 예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시즈카가 만약에 성적인 요구를 한다면 오히려 끝까지 저항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흑발을 자랑스럽게 늘어트린 시즈카는 그렇게 말하며 마치 당연하다는 듯 미유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는 누워버렸다.


"...."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미유는 정말로 난감한 표정이었다.


"한시간만 있다 깨워주세요."


시즈카는 그렇게 말하며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래도 편한 자세로 미유가 다리를 바꾸는 것까지는 뭐라 하지 않았다.


"...."


미유는 정말로 한시간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즈카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그녀는 왜 자신에게 이러는 것일까?


광기만으로 가득 차 있어서 미유를 지옥으로 빠트릴 것인가 라고 생각했다. 허나 그녀가 원한 것은 너무나 형태가 달랐다.


미유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행동 동기는 물론이고 다른 모든 것들이 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미유는 그저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게 전부였다.


"후우...."


미유는 한숨을 내쉰다. 시즈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복잡해졌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얼굴을 한 소녀는 그대로 잠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 황홀해지는 미모의 존재는 이렇게나 제멋대로다.


이런 아이에게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할까?


미유는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 기분이었다. 이 아이는 어딘가 모르는 곳에서 완전히 뒤틀려 버렸다는 것만 겨우 짐작할 뿐.


그래도 이렇게만 자고 있으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도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미유는 시즈카의 머리카락을 몇 번이고 쓰다듬었다. 무릎베개를 해달라고 했으니 그 정도는 할 수도 있는 법이다.


"흐음...."


미유의 손길이 기분 좋다는 듯 시즈카는 자는 도중에도 달콤한 숨결을 토해냈다. 만약 협박으로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런 시즈카에게 미유는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은 일그러진 상태였다.


"하아...."


다시금 한숨만 내쉬며 미유는 시간이 되자 조용히 시즈카를 깨웠다.


"하암...."


시즈카는 하품을 하며 깨어났다.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게 그녀는 일어났다. 그리고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미유를 껴안았다.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


시즈카는 제멋대로 어리광을 부렸다. 이또한 예상 못한 모습이었다.


"네가 깨워달라고 했잖아?"


시즈카의 어리광에 미유는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시즈카는 삐진 듯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너무해요 선생님."


"...."


도대체 어디까지 제멋대로인걸까? 미유는 이제까지 보지 못한 그녀의 모습에 다시금 한숨만을 내쉬었다.


결국 그 날은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다. 자신은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하는가 라는 생각에 미유는 공허함만으로 가득 차 버렸다.


그러나 아직 이것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기에 미유는 두려웠다. 과연 내일은 어떤 일이 자신을 기다릴까?


부디 최악이 아니기를 바라며 그녀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

그냥 손가락 가는데로 속편 쓰기 시작.

근데 길게 쓸거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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