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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건전] 얼마나 좋아해야 사랑이 될 수 있는 거야?

ㅁㄷ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06 11:13:56
조회 427 추천 16 댓글 3
														

근친 주의 (자매 백합)









함지윤은 말수가 많은 아이가 아니었다. 말을 하더라도 굉장히 무뚝뚝하고 건조하게 말하는 편이었다. 예쁘지만 매서운 눈매와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이목구비, 게다가 늘 무표정을 짓고 있어 지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지윤은 늘 기분이 언짢거나 불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동급생들에게 지윤은 쉽사리 말을 걸 수 없는, 말 한 번 잘못 걸었다간 뼈도 못 추릴 것 같은 무서운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사실 지윤은 기분이 언짢지도, 어떤 불편함도 느끼고 있지 않았지만 문제는 본인을 제외하곤 누구도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런 지윤이 유일하게 표정 변화를 보이는 상대는 언니인 함세린이었다. 그마저도 이맛살을 살짝 찌푸리거나 옅게 입꼬리를 올리는 정도였지만.



세린은 지윤과 달리 전체적으로 강아지처럼 순한 인상에 다정하고 살가운 사람이었다. 워낙 동안인지라 스물다섯이 된 지금도 고등학생이나 새내기 대학생으로 오해 받을 때도 있었다. 동생인 지윤은 열일곱이란 나이에 비해 성숙한 얼굴 탓에 가끔 성인으로 오해받지만 말이다.



171cm의 큰 신장,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있는 베이글 체형. 빼어난 외모와 친절하고 따뜻한 성격 덕에 세린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고백을 받았다. 개중에는 같은 여자들의 고백도 매우 많았고, 세린 또한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므로 그것은 꽤 익숙한 일이었다.



허나 세린은 처음으로 여자에게 고백을 받았던 열다섯 살 이후 10년 만에 동성의 고백에 심히 당황했다. 그것이 다름 아닌 자신의 여동생인 지윤에게 받은 고백이기 때문에.



지윤은 목소리의 톤이 낮은 편이었다. 맑고 약간 높은 톤의 목소리를 가진 세린은 낮고 울림 있는 지윤의 목소리를 좋아했다. 차분하고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목소리가 말을 마칠 때, 아쉽다고 느껴질 정도로. 하지만 그 목소리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윤은 지윤의 고백은 제 나이 또래의 아이들처럼 수줍음과 설렘이 담긴 고백이 아닌 마치 자신의 죄를 고백하듯 무겁고 깊은 아픔이 서려 있었다. 충동적인 고백이라기엔 수많은 고민 끝에 말을 꺼낸 것이 눈에 보였고, 준비된 고백이라기엔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장난하는거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지윤의 떨리는 손과 긴장으로 굳은 얼굴이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님을 말해주었다. 방안은 적막으로 가득했다. 지윤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으며 세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해야 되지? 무슨 말을 해야 될까. 지윤은 제게 남은 유일한 가족이었다. 지윤이 자신을 가족이 아닌 여성으로서 좋아한다고 고백한 이상 가족이라는 관계는 이미 무너져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린은 밀려오는 불안감에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지윤아, 난 네 언니고 가족이야.”


나도 알아. 우린 자매라는 거.”


자매로서의 좋아하는 걸 착각하는 거야. ... 사랑에 대해 잘 모르니까,”



세린은 말을 잠시 멈추고 작게 심호흡을 했다.



네가 말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야.”



세린의 말에 굳게 닫혀있던 지윤의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하얀 이를 내보였다. 지윤은 그 말을 듣자 가슴 깊은 곳에서 화가 치솟아 오르는 동시에 저릿한 아픔을 느꼈다.



그것은 지윤이 세린에게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말하지 않았으면 했던 말이었기에. 지윤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느끼는 이 비참함이 자신이 들은 말이 헛것이 아님을 말해주었다.



우린 평범한 자매가 아니잖아. 그러니까...”


아니야.”



지윤이 자신의 말을 끊자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한 채 말하던 세린은 지윤의 행동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윤은 지금껏 세린의 말을 끊거나 반박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윤은 손을 뻗어 세린의 손목을 붙잡았다.



자신의 손목을 움켜쥐고 있던 세린은 그 손짓에 놀라 손을 떨어트렸다. 손목을 끌어당기며 고개를 기우는 지윤. 시야에는 지윤밖에 보이지 않았고 입술에는 말랑한 감촉이 느껴졌다. 세린은 머지않아 그것이 지윤의 입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세린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제게 입을 맞추는 지윤을 밀치지도 못한 채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지윤 역시 세린에게 입술을 갖다 댄 채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가벼운 입맞춤이라고 하기에는 길었고, 키스라 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지윤의 입맞춤은 투박하고 서툴기 그지없었다. 지윤은 입술을 떼고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세린을 바라보았다.



이 마음이 사랑이 아니면 대체 어떤 게 사랑이야?”



늘 무표정이던 지윤은 세린이 처음 보는, 무척이나 상처 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데도 단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더 슬퍼보였. 그 설움 가득한 얼굴이 아파보여서 세린은 심장이 저미는 통증을 느꼈다.



마음에 상처가 가득한 아이였다. 자신이 상처투성이인지 아픈지도 모르는 바보 같은 아이였다. 그 모습이 세린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래서 세린은 지윤을 치유해주고 싶었다. 지윤이 지금껏 받지 못했던 사랑을 부족하지 않게 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윤이 원하는 사랑은 자신이 줄 수 있는 사랑이 아니었다. 자신이 주어선 안 되는 사랑이었다.



얼마나 좋아해야 사랑이 될 수 있는 거야?”



세린은 지윤의 물음에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사실은 언니도 잘 모르겠어. 지윤아. 얼마나 좋아해야 사랑이라 불릴 수 있는 건지.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






*****



함세린 25세 키 171cm


함지윤 17세 키 164cm




원래 중편으로 쓰려한 소설이었는데 백일장 참가하고 싶어서 부랴부랴 단편으로 씀. 아마 한 편에서 두 편 더 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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