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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코코] 5년 후의 나, 10년 후의 나, 15년 후의 나 下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10 18:15:50
조회 636 추천 27 댓글 10
														


전편


*


아무리 5년 후의 나라고 해도 이 사태는 상정 밖이였는지 땀을 삐질 흘리면서 한발자국 물러났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십 년 후의 나-웨딩드레스를 입은 나는 이미 알고있다는 듯 태연했다. 오래 걸렸다면서 기지개를 펴고, 나한테서 뺏어낸 휴대폰을 보고 어딘지 모르게 그리운 표정을 짓더니 오 년 후의 나를 향해서 손을 까딱거렸다.


"담배."


"네?"


"가지고 있잖아, 빨리 내놔."


아무리 똑같은 나라고 해도 아무래도 오 년의 서열 차이는 이길 수 없던걸까, 오 년 후의 내가 공손하게 담배를 꺼내서 십 년 후의 나에게...길다, 그냥 코트 입은 나랑 흉터난 나로 구분해야지.


어쩃든 코트 입은 내가 흉터가 난 나한테 담배를 건내주자 그녀가 입에 물더니 곧장 불을 붙였다. 아까처럼 말릴려고도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뺨에 난 흉터때문에 주녹이 들어서 말리지 못한 채 그녀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곧 방 안이 담배 연기로 가득 차기 시작해서, 냄새 안배이게 하려고 곧장 창문을 열어재꼈다.


"한 대 피니까 좀 살 것 같네...그래, 어디까지 했지?"


"전화 고백 하면 안된다고요..."


"그래, 그랬지."


근데 재떨이 없어? 흉터난 나의 질문에 코트 입은 내가 휴대용 재떨이를 꺼내서 곧장 내밀어주었다. 재가 마악 떨어지려는 찰나 아슬아슬하게 받아낸 다음, 거의 다 피워서 짧아진 담배를 비벼서 껐다, 그 이후 하나를 또 꺼내서 입에 문 다음 그대로 불을 붙여서...아니 잠깐만, 또 펴?


"그래, 전화 고백은 문제가 없었어. 응, 오히려 코코로는 기뻐해줬지. 이 웨딩드레스가 보이지?"


"아, 네. 근데 그럼 해피엔딩 아닌가요?"


"그래, 고백은 십 년 전에 했는데 웨딩드레스를 십 년 후에 입었어. 이게 무슨 의미일까."


또 납치 감금이곘죠, 내가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중얼거렸다. 도대체 자기는 얼마나 많은 세계에서 납치와 감금을 당한걸까. 어딘지 모르게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면서 조심히 있자, 코트 입은 내가 대신 대답해주었다. 정답이라는 듯 흉터난 내가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내 전말은 그래, 전화 고백을 했을 때 실수로 스피커 폰으로 한거야. 너도 츠루마키 저택에 지금 자주 드나들고 있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화근이었지, 너는 모르지만 코코로 주변의 메이드며, 호위원 중에서도 너한테 마음을 품은 자들이 제법 있었거든. 코코로가 너무나 기뻐서 스피커 폰으로 들어서 저택 안에 고백이 울리고, 또 신이 난 코코로가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고..."


"그래서 납치를?"


"메이드 씨랑 호위원 한테."


다 핀 담배를 뱉고 세 번째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옆에서 코트 입은 내가 어딘지 모르게 서글픈 눈으로 담배곽을 쳐다보았지만 나이가 많은건 이길 수 없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시선을 흘러넘긴 흉터난 내가 능숙하게 불을 붙였다.


"이 흉터도 탈출하다가 생긴거야. 코코로가 십 년이나 날 찾아 헤맸지만 역시나 츠루마키 가에서 일하던 사람들, 수법은 훤히 꿰뚫고 있더군. 아슬아슬한 술래잡기 끝에 코코로한테 구출된 것이 사흘 전. 그리고 내일이 결혼식. 그러다 문득 떠오르더군. 십 년 전에 전화 고백을 막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


나랑 같은 미래를 겪지 않기 위해서 온거야, 흉터난 내가 코트 입은 나와 같은 말을 하더니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나구나 싶어서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찡해졌다. 두 사람 다 그릇된 고백으로 몇 년이나 감금당했던 걸까, 두 사람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난 안전하게 고백해서 어엿하게 결혼해야 했다.


그러면 다른 방법으로는 뭐가 있을까. 그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서 셋이 머리를 맞대고 끙끙거렸다. 역시 제일 먼저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연륜이 있는 흉터난 나였다.


"직접 가서 얼굴을 마주보고 고백하는게 제일이지."


후, 하고 내민 숨에서 어딘지 모르게 담배의 잔향이 느껴졌다. 쿨럭거리면서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한 내가 흉터난 나한테 휴대폰을 돌려받고 코코로를 불러내서 고백하기만 하면 끝이였다. 떨리는 손으로 코코로한테 고백하려는 그 순간이였다.


"직접 마주보고 고백하는건 그만 둬."


"그만 둬!"


이번에는 아기 목소리까지 같이 들려왔다. 코트입은 나도, 흉터난 나도, 그리고 그냥 나도 놀라서 고개를 들자 문에는 어딘지 모르게 피로해보이는 표정의 내가, 코코로를 쏙 빼닯은 열 살 배기 아이의 손을 붙잡은 채 서있었다. 물론, 담배를 입에 문 채였다.


아니, 미래의 나는 무조건 담배를 피는거야? 세 사람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면서 놀라는것도 잠시, 열 살 짜리 아이가 우리들한테 달려오더니 그대로 품에 꼭 껴안겼다.


"와! 엄마가 잔뜩 있어 엄마!"


"그래 그래."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침대 빈 자리에 걸터앉은 그녀가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숨을 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난 너야 미사키."


세 번이나 이런 일이 일어나면 싫어도 다음 말이 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나였다. 양 옆의 두 사람과 똑같이, 미래에서 온 나.


이번에는 대체 몇 년 짜리냐가 문제였다.


*


그녀는 십 오년 후의 미래에서 왔다고 했다.


"직접적으로 고백하는건 뭐, 나쁘지 않아. 다만, 문제가 있다면 코코로의 부모님이다."


"부모님이 왜요?"


인생을 다 산 표정으로 어딘지 모르게 아련하게 창밖을 바라본 그녀가 담배를 한모금 더 빨더니 숨을 후 내쉬었다.


"내가 고백하는 장면을 두 분이 보시거든. 그 다음부터는 어딘가의 놈팽이가 우리 딸을 훔쳐간다, 로 시작해서 오 년에 걸쳐서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추격전을, 십 년에 걸쳐서 도피 생활을 시작해."


"세계여행 잔뜩했어!"


옆에서 딸아이, 로 추정되는 아이가 양 손을 벌리면서 외치자 십 오년후의 내가 품 안에 오라고 손짓했다. 망설임없이 품 안에 달려든 아이를 잘 껴안은 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다행히도 생활에 불편함은 없었지. 당주님이 반대한다고 해도 가문에서 도와줄 만한 사람들도 있었고, 세계 곳곳에 츠루마키 가 별장이 있어서 도망다닐만 했어. 그 와중에 코코로랑 사랑도 잔뜩 나누어서 2세도 생기고...아, 어린아이한테 말하기에는 자극이 조금 쌨나?"


세 사람 다 명백하게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어린아이도 아니고 고등학생인데 그 정도는...뺨을 붉히면서 내가 시선을 살짝 피하다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손가락으로 하나씩 꼽아보기 시작했다.


오 년 후의 나는, 편지로 고백했다가 코코로한테 납치 감금당다.


십 년 후의 나는, 전화로 고백했다가 메이드나 경호원한테 납치당하다 코코로한테 구출당한다.


십 오년 후의 나는, 직접적으로 고백했다가 코코로와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사랑의 도피를 한다.


...그냥 고백 한 번 하는게 뭐가 이렇게 어려울까. 그냥 정상적으로 고백해서 행복하게 사는 결말은 없는걸까, 이마에 손을 짎으면서 한숨을 후 내쉬었다.


어쩐지 미래의 내가 계속 담배를 피우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


"그래서?!"


그날 밤, 친구로써 자러간 코코로의 방 안에서 이야기를 들려주자 예상대로 코코로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특히나 좋아했던 건 내가 네 명이나 있었다는 것. 그걸 꼭 봤어야 했는데! 하면서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응,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이 이거같아서. 단 둘만 있는 방에서, 코코로한테 고백하는거."


"어머나!"


그랬다, 넷이서 머리를 맞대고 생각한 결과가 이거였다. 누가 볼 일도 없고, 코코로가 오해할 일도 없이 단 둘만 있는 방에서 로맨틱하게 사랑을 속삭인다-이거라면 문제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거말고 정답이 있나 싶었기에 내가 달콤하게 웃으면서 좋아서 죽으려고 하는 코코로의 뺨에 입을 맞추려고 했다.


검은 옷의 사람들이 방 구석에 들어와있는 것이 시야에 붙잡힌 것은, 바로 그 순간이였다.


"오쿠사와 님."


"화이팅."


"입니다."


평소 코코로를 따라다니던 세 사람이 구석에서 관엽식물로 위장한 채 우리를 지켜보고 있더니만, 입모양으로 각자 한 마디씩 내뱉고 총총 밖으로 빠져나갔다. 내 키스를 기대하는걸까, 코코로는 눈을 꼭 감은채로 입술만 내밀고 있어서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지만 나는 똑똑히 본 것이다. 큰일이다, 저 사람들이 혹시나 들떠서 떠든다면 내 미래는, 내 미래는-


"돌겠네 진짜."


헛웃음을 터트리면서 내가 코코로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이제는 그냥 될대로 되라 싶었다.


*


원래는 선택지 세개를 전부 코코로에 의한 납감조 쓰려다가 뭔가 좀 그래서 선택지를 조금 더 늘려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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