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니가 너무나도 싫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엄마가 아끼던 화분을 깨트린 적이 있다

당연이 그 안에 있던 꽃도 엉망진창이 되었고,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만 있었다

언니는 그런 나의 등을 토닥여주며 '괜찮아, 언니가 어떻게든 해줄게'라고 말했다

그날 밤, 나는 엄마에게 잔뜩 꾸중받는 언니를 보았다


혼나야 하는건 나인데

나는 그런 언니가 너무나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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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니가 너무나도 싫다

언니는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정말로 상냥한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은 일부로 적게 먹는다거나, 차도 옆을 걸을 때면 언제나 언니가 차도 쪽에 서 주기도 한다

공포영화를 꽤 좋아하는 언니임에도 무서운 걸 싫어하는 나를 위해서 같이 영화를 볼 때면 공포영화는 절대로 고르지 않았다

조금만 기분이 울적해져도 어떻게 알아내는건지 금방 내 곁으로 다가와서 은근하게 날 위로해주고 기쁜 일이 있어 내가 언니에게 자랑하면 언니는 흐뭇한 얼굴로 '그래, 그래.'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자기가 무슨 내 연인이라도 되는 건지

나는 그런 언니가 너무나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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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니가 너무나도 싫다

내가 곤란할 때면 언제나 상냥하고 듬직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준 언니는 내 앞에선 자신의 어둠을 절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지 유난히 멍 때리는 일이 잦았던 날, 나는 언니가 걱정되어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언니는 당황하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얼버무렸다

언니가 말로만 듣던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참기만 했던 언니에 대한 분을 이기지 못해 한 방 때리고 말았다

꽤나 고통이 쓰라렸는지 언니는 눈물을 찔끔 흘렸지만 언니는 언니의 품에서 울고 있던 나를 감싸안으며 '미안해. 미안해'하고 위로해줄 뿐이었다


가끔은 언니가 나에게 그런 것처럼 나도 언니에게 의지할 수 잏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나는 그런 언니가 너무나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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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니가 너무나도 싫다

감정이 넘쳐올라 도저히 내 품 속에 간직할 수 없었던 날, 나는 언니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언니는 당황하는 기색을 최대한 숨기며 독백에 가까운 내 감정의 파도를 전부 받아주었다

언니는 전부 쏟아낸 나를 바라보며 언제나 그랬듯이 나를 따뜻한 말로 채워주었다

이제까지 참기만 해서 고통스러웠던 나를 달래주는 위로의 말들
현실적이면서도 도움이 되는 충고의 말들
언니는 항상 내 편이라는 응원의 말들
나에게 희망을 비추어주는 잔혹한 말들



차라리 나를 경멸하고 내쳐냈으면 마음 편하게 포기할 수 있었을텐데

나는 그런 언니가 너무나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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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니가 너무나도 싫다

이것 봐. 침대에 묶여 꼼짝달삭 못하는데도, 자신을 쫄쫄 딸아다니던 자그마한 동생에게 순결을 빼앗겼는데도, 언니는 그저 웃기만 한다

언니는 또 다시 나에게 달콤하고 유혹적이며 나에게 있어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을 들려주겠지

언제나 나를 생각해주고
언제나 내가 기댈 수 있는 벽이 되어주고
언제나 나의 최고의 이해자가 되어주고
언제나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들려주는 나의 언니

나는 단 한 번도 언니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적이 없다

언니는 언제나 나에게 이상적인 언니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나는 언제나 나를 마주보며 내 앞에 서 있는 언니가 너무나도 싫다

내게 등 뒤를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 언니가 너무나도 싫다


나는 언제쯤 언니의 등을 볼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해야 언니의 앞에 서줄 수 있을까

나는 어째서 언니란 가면을 벗겨서 언니의 진심을 말하게 만들 수 없는 걸까

얼마나 자신을 갈고닦아도
얼마나 주변에서 인정받아도
그렇게 최상이란 이름이 걸맞는 나를 만들었음에도
언니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정점 위의 정점에 서며 나의 '언니'가 되어주었다


나는 언니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었다

서로 꾸밈 없이 서로의 상처를 드러내며 서로에게 위로받았으면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사람 인 이라는 한자에 걸맞는 관계가 되었으면 했다

그 무엇도 일방통행으로 진행되지 않고 진정한 의미로 서로가 이어져 둘이서 하나가 되었으면 했다


나는 언제나 언니를 좋아하고 싶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