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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용의 도서관_1-1앱에서 작성

무나강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05 18: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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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어떤 서재에서 용에 관한 책을 읽었다.

진짜로 날아다니는 용은 아니고, 용의 민족이라 불리는 사람들에 관해서.

그렇다고 그들이 용을 숭배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들 자체가, 마치 용처럼 신비한 언어를 하고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거의 영원에 가깝게 살아간다고 하여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환상과 신화가 그러하듯 그들 또한 언젠가부터 자취를 감췄고,

이제는 그들에 대해서 아는 사람도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나 또한, 이 이야기를 -마치 산타할아버지 같은- 어린 시절에만 허락된 작은 이상 異常 정도로 여긴 채 덮어둔 지 오래였다.











#



"왜 제가 빠져야 하죠?"



천막 내부는 후덥지근한 공기로 찌는 듯했다.

두꺼운 천이 사방을 막은 탓에 천장에 매달려 있는 작은 전등을 제외하고는 온통 으슥한 어둠뿐이었다.

얼굴만 겨우 보이는 사람들 대여섯 명은 흙먼지에 뒤덮인 작업복을 걸친 채, 메케한 땀 냄새를 내뿜었다.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나는 전등의 희미한 빛이 새겨진 나무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 질렀다.



"자격이 부족한가요? 아니면 불평을 했나요? 제가 발굴에서 배제될 이유가 뭡니까?"



"배제된 게 아니야. 다만 잠시동안 다른 일을 맡아달라는 것뿐이지."



1팀장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말했다.



"다른 일? 식당 일이 다른 일인가요? 남들이 모두 유적지에서 작업하는 동안 설거지하는 게?"



"주방 일도 충분히 의미 있고 발굴단에 도움이 되는 일이야."



"제가 원하는 건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발굴을 하는 겁니다! 적어도 연구에 관한 일을 주셔야-"



"이봐 조교, 자네가 자격이 되는 것 누가 모르겠나? 우리 모두 알아."



2팀장 뒤에 있던 교수님이 앞으로 나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유일하게 양복을 입은 교수님은 바짓단이나 무릎, 소매에 묻은 흙먼지를 제외하곤 온몸이 깔끔했다.

70대임에도 주름살이 거의 보이지 않는 얼굴은 인위적이기까지 했고, 그 위에 묻은 온화한 미소는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자네는 여기 온 후로 2개월 동안 밤낮으로 열심히 했지. 우리 모두가 열심히 했어.

그런데 아직까지 뭔가를 발굴하기는커녕 발굴 장소를 정하지도 못했지 않은가.



자네도 알다시피 대학은 성과도 안 내는 곳에는 지원을 해주지 않아.

그래서 자연스레 연구팀을 제외한 인력을 해체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식당이야. 그래도 요리는 사람들이 할 줄 알잖아.

그러니까-"



"그런데 왜 저냐고요? 다른 사람들도 있잖아요!"



내가 말을 끊자 교수님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다.

하지만 곧 다시 미소가 돌아왔다.



"흥분하지 말게, 그저 무작위로 뽑은 것뿐이야. 대신 나중에 또 이런 일이 있을 땐 자네는 빼고 뽑도록 하겠네."



"언제 있을지 모를 나중은 상관없습니다, 결국 지금은 손 놓고 있으라는 거잖아요?"



"걱정 마, 오래 안 걸릴 거야. 제대로 된 발굴지를 찾고, 팀이 뭔가 성과를 내면

대학에서도 다시 지원을 해줄 거고, 그때면 자네도 다시 합류할 수 있어."



"팀이 성과를 내면? 그럼 저는요? 저 혼자 성과에서 배제되라는 뜻 아닙니까? 제가 뭣 때문에 교수님을 따라 여기에-"



"성과를 내고 싶어? 그래, 그럼 해봐!"



갑자기 교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고, 차가운 목소리가 천막 안을 가로질렀다.

교수는 정중앙의 책상 위에 놓인 낡은 지도 한편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 여기는 너무 위험해서 아직 수색조차 안 한 곳이야

암벽의 틈에 난 길이라서 좁고 낙석위험이 있는 데다가 뱀이나 전갈이 있을지도 모르거든.

자네가 여기에 들어가 탐색해봐. 뭔가 나온다면 자네를 중심으로 발굴팀을 꾸리도록 하겠네."



천막 안의 찌는 더위는 언제 있었냐는 듯 온몸에 오한이 돌았다.



"그러나, 자네가 아무것도 발견 못 하면, 그러니까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군말 말고 주방에서 일하게."



"하지만 교수님. 그곳은 여자 혼자 들어가기엔 위험합니다."



뒤에서 2팀장이 조심스레 말하자 교수는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답했다.



"언제는 우리가 여자라고 특별 취급했었나? 조교는 항상 잘 따라왔고 잘 해줬잖아. 겨우 탐사를 못 할 건 뭔가?

그리고, 조교가 성과를 내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살짝 눈을 내리깔아 지도 한 구석을 보고는,

다시 교수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네 그렇죠. 하겠습니다.

약속 꼭 지켜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좋아. 그럼 됐군."



어느새 온화한 미소 되찾은 교수가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나는 목례를 한번 하고 불쾌한 어둠과 냄새가 뒤섞인 천막 안에서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눈부시도록 밝은 햇볕이 갑작스럽게 이마에 꽂혀 잠시 현기증이 났다.

천막 밖은 내부만큼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공기가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아지랑이 탓에 모든 풍경과 공기가 일그러지고 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사막에 가까운 황무지에는 쟃노랑색의 마른 대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서쪽의 한구석에는 지중해가 파란 스카프 조각처럼 아주 살짝 보일 뿐이었고

잔바람에 산들거리는 푸른 숲은 사막의 열기를 비웃는 듯이 북쪽 끝 저 멀리서 늘어져 있었다.



결코 닿지 못할 조막만 한 청록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황색 대지였다.

그나마 가까운 동쪽의 암벽, 그러니까 내가 곧 들어가야 할 그 검붉은 암벽도

아주 작은 떨기나무가 곳곳에 흩어져 있을 뿐,

끔찍한 빨강과 칙칙한 검정이 뒤섞인 지층 앞에선 먼지 바람만 낮게 날리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덥고, 무겁고, 숨이 막혔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제 저곳은 협곡이 아니다. 그저 성과일 뿐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아직 중천에 멈춰있다.

장비를 챙기고 가도 충분히 시간이 남을 것이다.

나는 남쪽의 새하얀 조립건물, 본부 기지로 향했다.





# 본부 기지_숙소



본부 기지 안은 쾌적했다.

정상적인 수의 형광등 덕에 내부는 밝았고 태양열로 가동되는 에어컨은 미약하게나마 공기와 내 땀방울을 식혀줬다.



가장 안쪽에 있는 2인실의 문고리를 거칠게 잡고 돌리는데, 한쪽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언니!"



"C! 여기서 뭐해?"



C가 복도 끝에서 단발머리를 찰랑거리며 걸어왔다.

사막의 고고학자들과는 어울리지 않게 하늘하늘거리는 연청색의 투피스를 입은 그녀는 발굴단에서 나를 제외한 유일한 여성이다.

여기에 온 후로 조금 타기는 했지만 여전히 하얀 피부, 뺨에 물든 발그레한 홍조, 대학생치고는 작은 키

무엇보다 만날 때마다 지어주는 상냥한 미소 덕에, 그녀는 발굴단의 꽃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그건 나에게도 마찬가지라서, 그녀를 보자 내 속에 있던 불쾌한 응어리는 어느샌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설거지 끝나서 잠깐 쉬러 왔어요. 언니는요? 작업 끝났어요?"



"아니, 새로운 일을 받아서 장비 챙기러 왔어."



내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자 C도 뒤따라왔다.

방 안은 책상과 바닥, 그리고 2층 침대 온 곳이 내 장비와 서적들, C의 옷과 잡동사니들로 어질러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갔을 때와 똑같이.



"이런, 청소 좀 해야겠네. 방이 엉망이야."



"언니 머리도요."



"응?"



"언니 머리카락이 다 삐져나왔어요. 일루 와요. 내가 다시 묶어줄게."



손을 머리 뒤로 가져가 꽁지머리를 만져보니 과연 머리띠에서 삐져나온 검정 머리카락들이 산발이 되어있었다.

나처럼 머리카락이 긴 사람은 꽁지머리로 묶지 않으면 이 무더운 유적지에서 버틸 수가 없다.

그냥 C처럼 단발로 자를까, 항상 생각만 할 뿐이다.



"됐어, 어차피 또 일 나가야 하는데, 그냥 둬."



"안돼요! 언니도 여자니까 조금은 가꿔야죠."



C가 귀여운 호통 소리와 함께 나를 침대로 끌고 갔다.

이럴 때면 나는 거부하지 못한 채 자연스레 지어지는 미소를 겨우 참을 뿐이다.



"알았어, 알았어. 정말."



내가 내 침대에 앉자 C는 자기 침대로 올라가 뭔갈 찾더니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내 뒤에 앉아 방금 가져온 듯한 머리띠로 내 머리를 묶어주기 시작했다.

그녀의 시원한 섬섬옥수가 내 머리칼 사이로 깊게, 들어왔다.



"그래서, 무슨 일을 받았어요?"



"아, 동쪽의 검붉은 암벽 알지? 거기에 좁게 난 틈 사이로 들어가 탐색하는 작업. 별거 아냐."



"네!?"



"아팟-"



C가 깜짝 놀라며 쥐고 있던 내 머리카락을 갑작스레 잡아당겼다.



"아, 미안해요. 근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 좁은 틈에 들어간다구요? 혼자? 위험하잖아요! 도대체 누가 그런 일을 언니한테 맡긴 거예요?"



"네 할아버지가. 거의 반강제-"



"교수님이요!?"



"아앗!"



"진짜 미안해요! 정말 교수님이 그랬어요?

제가 말해볼까요?"



C가 걱정이 가득 찬 목소리로 물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내가 바란 거기도 하고.

그리고 안 가면 주방으로 보낸다더라."



"그래도 위험하잖아요.

그리고 주방으로 오면 저랑 같이 일할 수 있을 텐데...”



어느새 머리를 다 묶은 C는 내 양어깨에 양손을 올리고는 턱을 내 오른 어깨에 괴었다.

나는 손을 뒤로 넘겨 C의 뺨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그렇네. 주방일도 나쁘지 않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일단 맡은 일이 있으니, 그것부터 끝내야지.

머리 묶어줘서 고마워 C."



"아뇨, 제가 원해서 한 건데요.

언니는 포니테일이 제일 이쁜 것 같아요!"



"응? 아, 응. 고마워...

C는 무슨 헤어스타일을 해도 이뻐."



"네? 아, 아! 네. 네, 고마워요..."



"으, 응..."



둘 다 뺨에 홍조가 맺힌 채 잠시를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다.

뭔가 말하기 힘든, 말하면 안 될 거 같은 분위기가 방 안에 감돌았다.



"그럼, 난 장비 챙길게."



"아, 네! 저도 도와줄게요."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며 침묵을 깨자 C도 나를 따라 침대에서 나왔다.



방 안은 어지럽혀져 있었지만 익숙해진 탓에 장비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가 찾지 못한 몇 개도 C가 찾아 나에게 건네줬다.



“언니 밧줄도 필요해요?”



“아마 괜찮을 거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줄래?”



“자, 여기요.”



"응, 고마워.

다 챙긴 거 같으니 이제-"



"구급 가방도 가져가셔야죠!"



"응? 됐어. 무겁기만 하고, 없어도 괜찮아."



"안돼요! 얼마나 위험할지 모르는데,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C가 또다시 귀엽게 호통쳤다.



"알았어, 가져갈게. 고마워."



내가 웃으며 받아들자 C도 미소 반 걱정 반의 표정으로 답했다.



"아니에요. 꼭 조심하셔야 해요?"



"응, 알았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C의 걱정하는 얼굴과 여린 마음을 등 뒤로 하고 방을 나섰다.

처음 C가 같이 오겠다고 했을 때는, 고고학자도 아닌 애가 어딜 따라오는 거냐고 했지만

지금은... C가 없었다면 나는 오래전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아니 분명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부 바깥으로 나오자 뜨거운 열기가 숨 속으로 들이닥쳤다.

눈부신 햇볕에 또다시 잠깐의 현기증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었다.

태양은 조금 전보다 약간 이동했지만, 저 건너편의 검붉은 암벽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여전히 자기 자리에서 육중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 유적지_암벽의 틈



틈은 생각보다 넓었다. 깊게 들어갈수록 공간이 벌어져서, 협곡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낙석이나 전갈 따위의 위험들이 떠올랐지만 어차피 나에겐 이 외의 길은 없었다.

한편으로는 거대한 암벽이 만든 선선한 그림자와, 어디선가 솔솔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점점 많아지는 초록 풀들 덕에 불안감은 사라지고 어딘가 안심이 되었다.



한 10분쯤 걸었을까 어느새 온몸의 땀이 다 식고, 끝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슬슬 오한을 느낄 무렵,

저 멀리, 그림자의 끝에서 햇빛이 협곡 속으로 기어들어 오는 것이 보였다.

출구임을 깨달은 나는 좀 더 속도를 높여 빨리 걸어갔다.

그에 따라 열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발에는 점점 많아지는 잡초들이 밟혔다.

이윽고 협곡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자 양쪽의 암벽을 붉게 비추는 햇빛이 내 두 눈을 갑작스레 강타했고 나는 또다시, 현기증에 잠시 비틀댔다.

그리고 두어 번 눈을 깜빡인 후 고개를 들어보니,



거대한 적갈색 암벽에 둥그렇게 둘러싸인, 고등학교 운동장 크기의 천연의 광장과

그 땅 위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난 조각목과 백양나무들, 한쪽에서 조용히 졸졸 흘러가는 냇물,

그리고 구름 사이를 뚫고 뻗어내린 햇빛의 천막 사이에서 신비롭게 빛나고 있는,

회갈색 원기둥 형태의 거대한 탑이 보였다.



어떻게 봐도, '성과' 이 외의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발견이었다.

C에겐 미안하지만 내가 주방일을 할 예정은 없을 듯하다.



마치 교수님이 한 학기 내내 사용한 뭉툭한 분필을, 길고 커다랗게 늘려서

거대한 구덩이 한가운데에 박아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표면의 절반은 짙은 연두의 담쟁이덩굴과 옅은 초록의 이끼들로 뒤덮였고,

나머지 절반의 회갈색 벽들은 군데군데에 새겨진 크고 작은 금들을 햇빛을 향해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윗부분에 세워진 돔의 형태를 이룬 앙상한 뼈대가 어딘지 스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초라하지만 신비롭고, 쓰러질 듯하지만 동시에 굳건해 보이는 구조물이었다.

그 낡고 웅장한 탑에 반사된 햇빛이 내 눈동자 위에서 반짝였다.



그때 나는 발굴팀을 이끄는 나 자신을 상상하면서도 교수님을 부르러 가는 대신,

뭔가에 홀린 듯, 그 신비하게 빛나는 유적으로 다가갔다.



가까이 갈수록 탑의 모습이 더 자세히 보였고, 내 심장도 빠르게 뛰었다.

낡은 정도로 보아 고대의 물건에 가까웠지만 그 양식 자체는 중세의 것인듯했다.

어쩌면, 고대와 중세를 잇는 시대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직경 10미터정도 너비의 밑바닥을 샅샅이 뒤지다가

그 탑의 밑동을 가득 둘러싼 수풀들에 숨겨진, 2미터 정도 높이의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탑의 내부는 바깥보다 어두웠고 또 더 서늘해서 되려 쌀쌀할 정도였다.

분명 천장으로부터 내려오는 햇볕이 탑의 아래층까지는 닿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1층의 둥근 벽에는 문이 몇 개인가 있었으나 모두 단단한 자물쇠로 굳게 잠겨져 있었다.



탑의 한 가운데는 완전한 공백이라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면

동그랗게 오려진 푸른 하늘과 그를 가로지르는 돔의 뼈대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공허의 기둥을 진녹색의 이끼들로 덮혀진 계단이 나선으로 둘러싸고 있었고

그 계단 너머로 뭐가 있을지 모를, 문 없는 방들이 품은 까만 어둠이 보였다.



나는 곧장 계단을 올랐다.

그때쯤엔 이미 하얗게 빛나는 태양이 중천을 지났지만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디에선가 피어오르는 낡은 종이 내음이 콧등을 간지럽히자 입안에 침이 고였고, 호기심과 흥분이 한데 뒤섞였다.







나는 2층에 올라서야 비로소 이곳이 도서관임을 깨달았다.

한 층엔 4방을 향해 네 개의 방이 있었고, 각 방에는 몇 개의 책장이

그리고 각 책장에는 수십 권의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었다.

낡은 종이들의 퀴퀴한 곰팡내가 한 층을 가득 채웠고, 바람 한 줄기 없는 정지된 공기 속에서 고서들이 숨죽이고 있었다.

나는 그중 하나를 꺼냈다.



가장 먼저 놀란 것은 그 책의 형태 때문인데, 간혹 제책법이 사용된 낡은 책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양피지로 이루어진 두루마리들이었다.

그 안의 글들은 대부분 고대 그리스어거나 라틴어였고, 이집트 문자나 아예 모르는 글자들로 쓰인 두루마리도 있었다.

알아먹을 수 있는 거라곤 정교하게 그려진 삽화들, 그러니까 성채, 민중, 불, 제도, 그리고 용 같은 것들뿐이었다.



3층, 4층, 7층, 10층... 쉬지 않고 올라가면서 두 가지를 알아냈다.

첫째는 도서관은 밖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높고 넓다는 것이고,

둘째는 아래서 위로 갈수록 책들이 현대에 가까워진다는 것이었다

가끔 예외가 있곤 했지만, 4층부터는 두루마리를 거의 볼 수가 없었고,

6층부터는 모든 책이 제책법으로 만들어졌으며, 9층부터는 전부 아는 글자들로 쓰여 있는 현대의 책들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도 외국어가 대부분이었고, 영어로 쓰여 있어도 모르는 용어가 너무 많아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11층에 올라서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의 책들, 나아가 전에 읽어본 적 있는 책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기초과학이나 연금술에 관한 몇 권을 제외하면 거의 전부가 이 근방의 역사 혹은 인류학에 관한 책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이미 아는 책들이라서 또다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이 도서관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채워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어째서? 도대체 어떤 집단이 무슨 목적으로 몇천 년간 책을 모았고, 또 이 수많은 책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나는 나선형 계단의 난간에 기댄 채 하늘을 쳐다봤다.

새파란 동그라미에는 어느새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고, 한쪽에서 실낱같은 노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금쯤 C가 많이 걱정하고 있겠지. 게다가 탐사는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붙잡을 수 없는 호기심이 범람하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 계단을 올라 도서관의 최상층, 옥상으로 향했다.





# 도서관_옥상



당연한 얘기겠지만, 옥상엔 책이 한 권도 없었다.

대신 곳곳에 세워진 용도 모를 석조 구조물들이 노을의 역광 속에서 검은 실루엣을 숨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구조물들은 크게 두 개로 나누어졌는데,

하나는 옥상 한복판 여기저기서 솟아난, 3미터 높이의 아치형 천장을 이루는 돌기둥들로

마치 공허를 움켜잡기라도 하려는 듯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도서관의 천장을 이루는 돔 형태의 뼈대로, 옥상의 가장자리 난간으로부터 솟아나 있었다.

그 앙상한 둠은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크고 높아서,

반구의 가장 높은 부분까지 5미터는 되어 보였는데 직접 고개를 들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저기서 불어온 잔바람이 검회색 기둥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스스스 소리가 가끔 들릴 뿐,

돌바닥의 자갈조차 잠든 옥상에는 적막감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아치 형태의 돌기둥들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직접 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깨달은 것이지만, 그 석조 구조물들이 만든 돌 지붕은 은근히 넓적해서

만약 지금이 한낮이었다면 정 중앙의 뚫린 공간을 제외한 옥상 바닥 대부분이 아늑한 그림자로 뒤덮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늦은 오후였기에 그림자들은 전부 사선으로 늘어뜨려져 있었고, 바로 그 때문에

어떤 돌기둥의 주춧돌에 기대 뉘인 채 새근새근 졸고 있던, 그 소녀의 새하얀 원피스에

붉은 노을이 살짝, 내려앉아 있었다.





만약 한낮의 먼 거리서 봤더라면 하얗게 빛나는 마네킹 정도로 생각했을 정도로 모든 게 하얀 소녀였다.

옅은 백금빛 머리칼이 잿빛 돌바닥 위로 길게 늘어뜨려져 있었고

마치 아기 피부처럼 부드러운 얼굴엔 미세한 푸른빛이 도는 은색 속눈썹이,

뺨에는 노을이 새긴 홍조가 은은하게 불타고 있었으며

얇은 목 아래로는 그보다 얇은 쇄골이 반쯤, 순백의 원피스에 가려져 있었다.



체형은 잘 쳐줘 봐야 17살 소녀 같았는데, 아주 작아서 없다고 생각될 정도의 가슴 아래로는

작은 배가, 새근거리는 호흡을 따라 천천히,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그 위에는 앙증맞은 하얀 손이 가지런히 모여 있었고

치마 부분에 이르러서는 펄럭거리는 주름으로 가득한 원피스 밖으로 매끈한 다리가 길게 뻗어져 나왔다.

발에는 신발이 없었는데, 애초부터 신고 있지 않았던 건지 뽀얀 발등과 대조적으로

발바닥은 거친 모래가 군데군데 묻어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발견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라도 질렀던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가까이 간 탓에 나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뺨을 간지럽혔던 것일까.

그녀는 희미한 신음을 내며 막 잠에서 깨려고 했다.

나는 깜짝 놀라 어느새 가까이 붙였던 얼굴을 떼고 뒷걸음질 쳤고

그러다가 밟은 자갈 소리에, 그녀가 완전히 깨버렸다.



"......! ....?"



그 신비로운 소녀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일어서더니,

청록빛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며 내가 모르는 언어로 뭐라 소리쳤다.

어조는 강했지만 화를 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뭔가를 묻는 느낌이 더 강했다.

나는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저... 혹시... 영어 할 줄 아세요...?"



"...다, 당신은 누구세요...?"



내가 묻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영어로 되물었다.



함부로 신원을 밝혀도 될까?

어쨌거나 여기서 방문자는 나다.



"...저는 D국 W대학, 고고학과 소속의 조교수 K입니다.

저희는 두 달 전, 이 근방 유적에 발굴차 파견을 나왔고,

탐사 중에 이 탑까지 오게 됐습니다.

말없이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내가 말을 끝난 후에도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간을 찡그리고 허공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으로 보건대, 뭔가를 깊게 고심하는 듯했다.

그때, 그녀의 새하얀 얼굴이 이른 저녁의 노을에 붉게 물들었고

바보 같은 얘기지만, 난 그녀가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



"...다른 분들도... 같이 있나요?"



조금의 침묵 끝에 그녀가 물었다.



"아뇨, 지금은 저 혼자뿐이에요."



"...그럼, 다행이네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뭐가 다행이라는 걸까. 내가 묻기도 전에 그녀는 두 걸음 뒤로 물러서고는

어디에 숨겼던 건지, 원피스의 품 안에서 은색으로 빛나는 나이프를 꺼냈다.



그리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니 무슨...!"



그러나 갑작스러운 행동과 대담한 기세와 달리, 그녀는 느렸고 부정확했다.

내가 살짝 옆으로 피하자 그녀는 금방 목표를 잃은 채 휘청거렸고

내가 재빨리 두 팔을 억세게 잡아 땅바닥에 넘어트리자 그 작은 몸은 힘없이 고꾸라졌다.

그 허연 팔은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웠다.



돌바닥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짧은 비명소리가 공기를 갈랐고

새하얀 얼굴은 잿빛 자갈에 처박혔다. 그녀의 손에서 뛰쳐나간 나이프는 툭 툭 소리를 두세 번 내며

그녀가 방금까지 기대고 있던 돌기둥 밑으로 튕겨 나갔다.



"....! .......!"



그녀가 또다시 내가 모르는 언어로 무언가를 외쳐댔다. 이번엔 분명히 악의가 가득한 어조였다.

나는 땅바닥에 엎어진 채 몸부림치는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힘을 줄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창백한 팔은 꺾이면 안 되는 방향으로 꺾이려 하고 있었다.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가만히 있으세... 가만히 있어!”



급변한 상황에 덩달아 내 어조도 격양됐다.

소녀는 팔이 꺾여 비명을 지르면서도 몸부림을 멈추지 않았다.



“제발 내버려 둬! 꺼지라고!”



“진정해! 나는 그냥 고고학도야!”



“그러니까-

...아-악!!!”



그녀는 몇 번 격렬하게 온몸을 뒤틀더니, 별안간 큰 소리를 내지르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힘을 주기는 했지만 팔을 부러트린 것은 아니었다.

문득 뒤를 보니 그녀의 다리는 큰 상처가 난 채로 피가 흐르고 있었고

바로 옆의 돌기둥에는 붉은 자국이 선명히 찍혀있었다.



다리가 부러진, 적어도 뼈에 금이 간 그녀는 고통 때문인지 더 이상 힘조차 주지 못했고

이제는 흐느껴 울고 있었다.

거친 돌바닥이 그녀의 눈물로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팔을 풀고 작은 몸 위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두 손이 자유로워진 후에도 다 포기한 듯, 끅끅대며 울기만 했다.



“저기... 괜찮아...?”



“제발... 가... 내버려 두란 말이야... 너희들한테 내줄 수는 없어...”



나를 죽이려던 사람을 걱정해줬더니 병적인 거절이 되돌아왔다.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



걸을 수도 없을 테니 여기에 내버려 두고 사람을 불러와도 될 것이다.

비록 그녀가 다쳤지만 완전히 정당방위인 데다가, 그녀가 몸부림치다가 다친 것이니 사실상 내 책임은 없다.

게다가 어떤 이유든 날 죽이려 한 사람을 도와주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뭔가를 알고 있다. 적어도 이 도서관에 대해서는 알 것이다.

잘만 설득하면, 그녀의 입을 열어 다른 사람보다 먼저 정보를 독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사막의 밤은 영하로 떨어진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람을 차가운 돌바닥에 내버려 뒀다간 죽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정당방위라 하더라도 매우 귀찮아진다.



...아무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하아...’



난 한숨을 깊게 쉬고는 보드라운 양어깨를 잡아 그녀를 일으켰다.

그리고 돌기둥, 그녀의 피가 선명하게 물든 그 돌기둥에 그녀를 기대었다.

얼굴이 눈물과 콧물, 회색 모래들로 범벅이 된 그녀는 내가 일으키는 동안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다만 말없이 내 팔뚝을 세게 쥐어 잡고 울분이 젖은 눈으로 날 째려봤을 뿐이다.



“...저기... 말했지만 난 고고학도야.

공무원이나 강도 같은 게 아니라고. 퇴거 요청도 못 하고 잡아먹지도 않을 거야.”



나는 아프지도 않은 그녀의 손아귀를 내 팔에서 때고

질렸다는 목소리로 설명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알아, 차라리 공무원이나 강도였으면 좋았어...”



“그게 무슨 소리야? 고고학자가 문제라는 거야?



그녀는 대답 대신 얼굴을 돌려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앙다문 입에서 어떤 무거운 의지가 느껴졌다.



“고고학자를 왜 피하는 거야? 들키지 말아야 하는 거라도 있는 거야?”



한 번 질문하자, 나머지 궁금증들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여긴 도서관이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누가, 언제 세운 도서관이야?

여기 있는 책들은 다 무슨 관계인 거고? 네가 도서관의 소유주야?

넌 도대체 누구야?“



하지만 내가 아무리 그녀의 양어깨를 부여잡고 질문을 퍼부어도

그녀는 여전히 검푸른 밤하늘만을 응시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을 다물 생각이라면 어쩔 수 없지.



“좋아, 지금 말하기 싫다면 하지 마.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오면 말해야 할 테니.”



다른 사람들을 불러온다는 얘기에 그녀는 약간 움찔했지만 허공에서 시선을 거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네 얘기에 따라선 안 그럴 수도 있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네가 원하는 대로 이곳을 비밀로 하고

여기엔 아무것도 없었다고 보고할 수도 있어.

네가 나에게 모든 걸 얘기해준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녀가 잡을 수밖에 없는 거짓말이다.

물론 그녀는 믿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10퍼센트와 90퍼센트의 차이보다 0퍼센트와 0.01퍼센트의 차이가 더 큰 법이다.

아무리 작은 확률이라도 존재하는 이상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무거운 침묵이 차가운 밤공기를 가득 채우는 동안에도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눈에 힘을 준 채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째려보고 있었고,

마치 한 번도 열어본 적 없었다는 듯이 입술을 다물고 있었다.



“...좋아, 말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나는 가볍게 털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샌가 내팽개쳐진 가방을 주워들고 내가 올라왔던 그 계단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잠깐.”



그렇지.



“...얘기할게.”



나는 빙 돌아 다시 그녀에게로 갔다.

내가 옆에 앉자 그녀는 허망과 포기가 뒤섞인 눈으로 날 쳐다보더니

다시 자신의 앙상한 다리의 부상을 내려다보고는 얘기를 시작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도 이게 백합인지 몰것음

1-2 는  금요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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