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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엘.컴플렉스18

우드포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06 19:11:46
조회 283 추천 15 댓글 2
														


내일은 수민이가 집에 와서 물건 정리하기로 한 날이다. 유신은 퇴근 후 플레저로 오는 길에 수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메시지를 보냈다.

플레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레이가 오늘도 여느 때처럼 유신을 반갑게 맞아주며 음식을 내주었다. 유신은 이런 따뜻한 대접을 받아 본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매일 일 끝나고 플레저에 와 레이를 만나는 게 행복했다.

꼭 먹을 것 때문은 아니었다. 음식이야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돈 내고 먹으면 되는 거였다. 레이가 자신이 오기를 기다려주고 띠뜻하게 맞아주며 이것저것 챙겨주는 게 좋았다.


레이는 사귀기 이전에도 유신을 챙겨주는 편이었다. 처음 플레저에 온 날, 비맞아 젖은 머리를 닦으라며 수건을 건네주었다. 유신이 술을 잘 못 마시는 걸 알고 독한 술을 되도록 마시지 못 하게 했다.

유신의 속엣말을 잘 들어주고 그 말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았다. 그래서 수민과 힘든 일을 겪고 있을 때 레이가 먼저 떠올랐던 거였다. 레이에게는 약점을 보여 줘도 뒤탈이 없을 거 같았다.


밥을 먹고 난 후, 유신은 핸드폰을 계속 보며 수민에게서 들어온 메시지가 있는지 확인했다. 들어온 게 전혀 없었다. 초조해하며 다시 메시지를 여러 개 보냈다.

다행스럽게 레이는 일하느라 정신없었다. 계속 핸드폰을 체크하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유신은 화들짝놀라며 전화를 받고 조용히 일어나 플레저 밖으로 나갔다.


"그래서 내일 언제 오는 건데?"

"오전에는 일이 있어. 오후에 갈게."

"오후 언제? 너무 늦으면 안 돼. 저녁에 약속 있어."

"누구랑 약속있는데?"

"그것까지 알 거 없잖아."

"그 사람하고 만나는구나? 내 물건 빨리 정리하고 싶은 이유가 그거야?"

"하아.... 언제 올지나 얘기해 줘."

"정확하게는 모르겠어. 되도록 일찍 가 보도록 할게."

"일찍 와 줘. 오전에 올 수 있으면 더 좋아. 오전부터 기다릴게. "


전화를 끊고 플레저로 다시 들어갔다. 레이가 유신이 걸어오는 걸 보고 있다.


" 어디 갔다 온 거야?"

" 응... 화장실에 갔다 왔어."


레이가 잠시 망설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늘 일 끝나고 너네 집에 가도 돼?"

"아... 미안.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에 청소하고 나오는 건데. 집이 지금 엉망진창이야. 그동안 바쁘다고 청소를 안 했거든. 처음 오는 건데 집 더러운 거 보여주기 좀 그래."

"그럼 오늘 끝나고 우리집 갈래?"

"미안...내일 아침 일찍 촬영이 있어서..."

"그럼... 내일 일 끝나고 영화 같이 볼까?"

"그게... 정확히 언제 끝날지 몰라서... 무제한 길어 질 수도 있어. 내일 일 끝나는 대로 올게. 근데기다리지는 마. 그냥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지도 몰라.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영화는 일요일에 볼까?"

"그래 그럼."

"보고 싶은 영화 있어? 예매할게."

"특별히 보고 싶은 건 없어...너하고 데이트하고 싶은 거지."

"데이트는 여기서 매일 하잖아."

"너랑 단둘이만 만나고 싶어서 그래."

"그럼 일요일에 만나서 둘이서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같이 먹자."

"그리고나서...너네 집에 가 보고 싶은데... 그래도 돼?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어."

"응. 그 땐 와도 돼. 그리고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 갈게. 청소도 하고 정리할 게 있어."


유신이 가고 난 후 레이가 오늘 일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오늘따라 유신이 핸드폰을 자꾸 확인하고 초조해 보였다. 곁눈으로 보니 어딘가로 메시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다가 전화가 오자 당황해하며 나갔다.

그리곤 화장실에 갔다 왔다고 했다. 태연한 척 하지만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보였다. 평소엔 바에 앉아 어린아이가 엄마 바라보듯 자신만 쳐다봐서 일하다가 시선 교환하기 좋았는데 오늘은 눈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레이는 일이 끝난 후 앨리가 있는 테이블로 가서 옆에 앉았다.


"너, 유신이 어디 사는 지 알아?"

"응."

"언제 가 봤는데?"

"주영이, 유신이, 나 셋이 같이 택시탄 적이 있어. 유신이 집에 들어가 본 건 아니고 앞까지만 가서 내려 줬어. 근데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아직 걔네 집에 못 가 본 거야? 집으로 오라고 안 해?"

"일요일에 가기로 했어."

"여기서 별로 멀지 않아. 너네 집에서도. 그럼 그 날이 첫날밤되는 거야? 큭"

"아냐... 그런 거. 그냥 걔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그래."

"오....그러셔...?"

"그만 놀려...자꾸 그러니까 갑자기 떨리잖아."

"좋을 때다. 부럽다."

=================


유신은 시간을 아끼려고 수민의 물건을 미리 정리해서 박스 안에 넣었다. 혹시 일찍 올까 싶어 오전부터 기다렸는데 해가 질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 수민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야? 왜 안 와?"

"미안. 내일 점심 때 갈게. 급한 일이 생겼어."

"... 급한 일이 생겼어? "

"내일은 꼭 갈게."


한숨이 나온다. 수민이 오기를 종일 기다렸는데 오지 않는다고 하니 기운이 빠졌다. 내일은 레이와 영화보러 가기로 했는데 이번엔 또 레이에게 무슨 거짓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레이에게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할 걸 그랬다.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레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제 와? 오늘 안 오는 거야?."

"응... 그게..."

"무슨 일 있어? "

"미안한데... 내일 영화 못 볼 거 같아."

"왜?"

"그게...하아..."


한숨을 쉬며 사실대로 말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레이가 먼저 말했다.


"또 촬영있어?"

"어."

얼떨결에 그렇다고 답해 버렸다.

"지금 어디야? 아직 일 안 끝났어?"

"어."

또 거짓말을 했다.

"그럼 오늘 못 오겠네?"

"어. 내일 저녁에는 꼭 갈게."

"어쩔 수 없지. 일인데. 그럼 내일 봐."


전화를 끊고 나서 유신은 한숨만 나왔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있었다. 할 말이 생각이 안 나서 잠시 머뭇거리면 레이가 먼저 추측을 해 버리고 그냥 그렇다고 대답해 버리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다.

내일 레이를 만나서 얘기하다가 무심코 거짓말한 게 들통나면 어쩔까 미리 걱정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앞뒤를 맞춰 스토리를 만들어야 들키지 않을까 생각해 내야 했다. 혹시라도 거짓말이라는 걸 레이가 알아차린다면 그 다음 벌어질 일이 무서웠다. 그 상황을 생각하니 벌써 머리가 하얘지고 패닉이 올 거 같았다.


전화를 끊고 난 후 레이는 곰곰히 상황 정리를 해 봤다. 금요일 밤에도 유신의 행동이 수상했는데 오늘 역시 이상했다.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게 분명했다.

유신은 당황할 때 티가 많이 났다. 목소리 톤이 달라지거나, 말을 더듬는다거나, 머뭇거린다거나, 얼버무린다거나, 지나치게 빨리 대답을 했다.


'뭔가 이상해. 분명 숨기는 게 있어.'

===========================================================================================


좀 더 길게 써서 수민이 얘기는 빨리 끝내려고 했는데 게으름 피우느라 못 했음


짧지만 유신의 부분을 찬찬히 읽어 보면 앞으로 전개될 내용과 연결될 힌트가 숨어 있음


그럼 오늘 밤도 평안하소서....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9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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