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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선물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물은 바로 나! 같은 병신 드립을 칠 것도 아니고

"없는데?"

"없긴 뭐가 없어 빨리 줘"

"원래 다음주에 보기로 했잖아. 갑자기 선물이 어디서 나와."

"꾸미고 나왔길래 선물도 준비했는 줄 알았지."

"낮에 볼 일 있어서 꾸민거라니까!"

금방 주둥이가 삐쭉 나와서 꿍얼꿍얼 불평을 해댄다. 

나는 지 생일 한참 전부터 준비하는데 어쩌고 저쩌고. 맨날 나만 어쩌고 저쩌고.

일어나라고 툭툭 건드리니 그제서야 멈춘다.

"알았어. 가자."

한껏 서운한 티를 내며 일어서는데, 이젠 아예 어깨가 푹 주저 앉았다. 방금 전까지 방긋방긋 웃으며 재롱을 피우던 임주아는 어디로?

솔직히 미안할 일이 절대 아닌데 저렇게까지 서운해 하니까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이미 엮여버려서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는 괜히 미안하게 만드는 저런년들과 엮이지 않게 조심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야 그게 그렇게 서운해? 내가 선물 안 주는 것도 아니잖아. 다음에 꼭 줄게."

"알았다니까."

전혀 알아먹지 못한 표정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더니 또 손을 내민다.

뭐 어쩌라고? 이거 슬슬 짜증나네?

"선물 없다니까!"

"아니 손. 데려다 준다고."

임주아네 집은 우리집이랑 3분 거리고, 여기서 임주아네 집에 가려면 우리집을 지나가야 한다. 데려다 주기는 개뿔... 이게 뭔 말도 안 되는 생색이야? 그리고 언제부터 지랑 나랑 손 잡고 다녔다고. 아까 잡았던거 말고는 언젠지 기억도 안 나는구만. 

그래도 선물 없다고 냅다 소리를 지른게 미안해져서 손을 잡고 걸어갔다.

한참 걷다보니 임주아 손이 차서 놓고 싶은데, 놓았다간 삐질 분위기라 혈액순환을 위해 그냥 손에 힘을 한 번 줬다가 풀었다.

근데 그랬더니 "나 괜찮아." 하며 쓸쓸하게 웃는 게 아닌가..

이거 진짜 또라인가? 이걸 위로로 받는다고? 미친 거 아냐

근데 정말 같잖게도 오똑오똑 잘난 옆태가 우수에 잠긴 걸 보고 있으니 좀 측은하기도 했다. 아까 방긋방긋 웃던 귀여운 얼굴을 떠올리니 더 극적이다.

더러운 얼빠기질이 이럴 때 튀어나오다니.... 

나는 존나 냉정한 얼빠라서 내 최애인 다해언니보다 차애인 연하언니가 예쁘단 걸 인정하는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덕후에겐 앞뒤구분도 못하는 콩깍지가 씌여 있을거란 일반인들의 오해와 다르게 오래 된 덕후들은 다 알면서도 콩깍지를 쓰고 있는거다. 

그리고 그렇게 다 알고 보는 입장에서 솔직히 임주아가 다해언니보다 예쁘다. 다해언니는 특유의 찬바람 날리는 분위기에 숨길 수 없는 얌체스런 성깔머리의 조합이 꼴리... 좋은거고, 딱 얼굴만 두고보면 임주아처럼 대놓고 예쁜 건 아니다.

아니.

지금 얼굴이 중요한게 아니고... 어쨌든 임주아는 평소에 좀 짜증나게 굴긴 하지만, 생일에 엄빠 없다고 풀 죽어서 나를 먼저 찾는 기집애다. 지가 사 준 옷 입고 나왔다고 신나서 방긋거리는 귀여운 구석도 있고.

무엇보다 매년 함께 가족여행을 떠나는 사이라 자의건 타의건 오래오래 볼 가능성도 높다. 

또 내가 GL 파는 거 지랄은 해도 그걸로 사람 이상하게 보진 않고.  

그래 뭐... 그냥 너 줄게. 

얼굴 때문은 아니고 이래저래 그래서 준다. 

"임주아. 핫초코 마시고 들어가자. 사줄게. "

"응?"

"너 손 되게 차가워. 마시고 가."

고개를 끄덕이며 얌전히 카페로 따라온다.

언제 줄까. 핫초코를 거의 다 마셨을 즈음 가방을 열어 부스럭대며 상자를 찾았다.

"가져."

"어? 선물? 쪼그만게 수상한데... 이거 츄파춥스 아니지?"

"내가 너냐? 좋으면 그냥 좋다고 해. 원래 너 줄려고 산 거 아니라서 엄청 좋은거야."

"역시 차민정이 내 선물을 준비 안 했을리가 없지. 차민정이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아이 난 또 깜빡 속을 뻔 했지 뭐야?"

꼭 쑥쓰러울 땐 저렇게 되도 않는 능청을 떨어댄다. 꼴 같잖다는 눈빛을 쏴줬더니 헤헤 웃는다. 그리곤 상자를 열자마자 동그래진 눈으로 팔찌와 나를 번갈아 쳐다본다.

그래 그 정도 리액션은 나와야지. 저게 얼마짜린데.

"차민정... 이거 뭐야? 너무 예쁘다.."

"내가 언제 안 예쁜 거 준 적 있어? 얼른 차 봐"

"살다보니 차민정한테 이런 것도 다 받아보네. 어울려?"

"괜찮네."

가늘고 흰 손목에 하늘하늘 걸려있는 팔찌가 참 예쁘다. 길쭉길쭉 하얗게 뻗은 손가락까지 아주 청순한게 찰떡이다.

저게 임주아 손목에 있는게 황당하긴 하지만 돈 쓴 보람이 아예 없진 않다. 

"근데.. 니 손목에 그거랑 같은 거 아냐?"

아 하나는 내가 차고 있었지? 이거 우정팔찌 드립치면 귀찮은데...

"어. 두 개야."

"같은 걸로 맞춘거야? 와 너 차민정 맞냐? 어디 아파??"

"야 이거 맞춘 거 아냐."

맞춘 거 아니라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샐샐 웃으며 옆자리로 오더니 와락 껴안는다.

무슨 고양이도 아니고 목덜미에 머리통을 들이대고 부비는데, 리액션이 상상 이상이라 좀 곤란하다. 저리 가라고 밀어내도 팔에 힘을 꼭 주고 떨어지질 않는다.

"너무 좋다 민정아... 근데 이거 둘이 맞춘건데 니가 다 사는 게 어딨어. 이거 얼마야? 니 건 내가 사줄게."

"맞춘 것도 아니고 그냥 선물인데 받아."

"그건 아니지. 우리 둘이 맞춘 팔찐데 니껀 내가 사줘야지."

"사람 말을 좀 들어. 맞춘 거 아니고 애초에 너 줄 것도 아니었다니까? 그냥 좀 받아."

"에이 무슨... 이거 비싼 브랜드 아냐? 안 돼. 니거는 내가 사줄게."

얘는 왜 사람 말을 안 듣는거야? 뭘 자꾸 지가 사겠대...

"아니 진짜라니까? 그거 원래 오늘 사인회 가서 언니들 주려고 샀다가 못 줘서 가지고 있던거야."

"...뭐?"

"환불 받으려다가 진짜 큰 맘 먹고 주는거니까 그냥 받아. 진짜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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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도 없이 멍하게 눈만 껌뻑이고 있길래 빤히 쳐다봤더니, 힘을 꼭 줘서 나를 끌어안고 있던 팔이 스르르 풀어지고 고개를 푹 숙인다.

입술을 움찔움찔 뭐라고 하려는 것 같은데?

"아 씨발..."

응? 왜? 뭔데?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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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까지 쓰기로 했는디 3편까지 써버렸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