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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용의 도서관_4-2

무나강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17 20:15:52
조회 172 추천 1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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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_C와 K의 방


C는 방에 없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차라리 다행이다.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책상 쪽으로 걸어가 티슈를 서너 개 뽑아 상처를 닦았다. 

거울이 없었기에 제대로 닦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부비적 대기만 했으니 아마 핏자국이 번질 뿐일 것이다. 


옷에도 적지 않은 피가 떨어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흥건해진 휴지를 휴지통에 던졌지만 들어가지 못하고 바로 옆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핏자국이 묻을 것이다. 


나는 흙먼지와 아침의 햇볕이 군데군데 묻은 옷을 입은 채로 침대 위에 힘없이 쓰러졌다. 

한숨을 쉬었다.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데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그저 가만히 누워있었다. 

육중한 의무감이 온몸을 짓누르는데 속에서는 어떤 썩은 구멍 생기더니 그 속으로 내 모든 의지가 떨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한숨을 쉬어도 가슴이 답답했다. 그리고 이제 눈물까지 흐르려는 참에, 방문이 열렸다.


나는 C겠거니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는데 문에는 교수가 있었다. 


반사적으로 허리를 일으켜 세워 침대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일어나기만 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무슨 감정을 가져야 할지도 몰랐다. 

반면 교수는 날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조교! 얼굴이 왜 그러나!"


그러면서 황급하게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아니 상처가... 눈은 또 왜 그렇게 빨갛고... 

잠시 기다리게, 여기에 응급 상자가 있을거야."


그렇게 말하고는 화장실로 가 무언가를 뒤적거렸다. 

그동안 나는 그저 우두커니, 방 한가운데에서 서 있었다. 


잠시 후, 교수가 한 아름 붕대와 생리식염수, 포비돈 스틱 등을 가지고 돌아왔다. 

나는 화장실에 저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자 일단 앉게. 상처가 덧나기 전에 처치부터 해야지. 

이런, 상처가 너무 깊은데... 파상풍 주사는 언제 맞았나? 

고개를 좀 숙이게 식염수로 먼저 씻겨내야 하니까. 

그래 다시 고개를 들고, 도대체 뭐에 이렇게 깊게 베인 건가? 

빨간약을 바를 테니 조금 따끔할 걸세. 아니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이런 상처는 처치만으로 부족할 거야... 여기서 제일 가까운 병원이..."


이렇게 상냥한 교수의 목소리는 오랜만에 들었다. 


그래, 대학 때는 그랬다. 교수님은 상냥했고, 동료들은 친근했고, C는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유적지에 오고 나서부터는 무더운 날씨와 발굴의 부진함 탓에 모두가 변해버렸다.

결국에는 그 C마저...


아니, 변한 것은 나뿐일지도 모른다.

내 욕심이, 그 고집이...

간신히 유지되던 모두를 무참히 부숴버린 것이다.


교수님이 거즈 위에 종이테이프를 붙임으로 처치를 끝내자마자 내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넘치기 시작했다. 


"조교?"


나는 힘없이 등을 굽히고 고개를 떨궜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지만 넘쳐나는 슬픔을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눈물은 손바닥을 적시고 손가락 사이사이로 흘러내려 내 무릎과 방바닥에 한 방울, 또 한 방울 떨어졌다. 


"흐으윽... 흐윽..."


흐느낌이 거친 숨과 함께 새어 나왔다. 

어깨가 떨렸다. 


온몸이 부서질 듯이 울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떨림은 미세해지고 호흡은 조금 안정됐을 때, 

교수님이 내 어깨에 조심스레 손을 올리며 말했다. 


"C에게 모두 들었네... 

그 도서관에 대해서도... 그 민족에 대해서도... 

...'그녀'에 대해서도... 

그리고... 자네의 마음에 대해서도..."


나는 순간적으로 흐느낌을 멈추고 손바닥에서 얼굴을 들어 교수님을 바라봤다. 


"이봐... 사실, 

잠깐 일단 얼굴부터 조금 닦지."


교수님은 안쓰럽게 웃더니 휴지로 내 눈물, 콧물, 침을 눌러 닦았다. 


"있지, 나도... 나도 그 아이를 사랑했어."


교수님은 바닥을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대충 알겠네. 아마 그녀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겠지. 

그리고 내 책을 훔쳐 간 걸 보면 그 남자가 나라는 것도 알겠고.


하지만 실상은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교수님은 잠시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들어 허공을 보며 얘기를 시작했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부터 반했어. 

약간의 조잡한 작업으로 가까워졌고, 그녀에게 관련된 모든 곳에 다니며 거리를 좁혀져 갔지. 


내 마음은 진심이었어. 

그렇기에 그녀의 비밀을 알았을 때도 고고학자로서의 학구열보다 그녀에 대한 동정심이 더 컸어. 

물론 그녀는 동정 같은 건 원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도와주고 싶었어.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녀를 고향으로 데려다주고 싶었어. 


그래서 그때부터 연구를 시작했지. 

그녀에게 알아낸 모든 정보를 기반으로, 또 정보가 부족하면 만날 때마다 물어봐서, 매일매일 그것만 연구했어. 

하지만 내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내가 신뢰하는 두 세 명의 교수와 동료들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했지. 

그들은 비밀도 제대로 지켜줬고, 성심성의껏 나를 도와줬어. 

적어도, 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그 일이 있기 전까진. 


그날도 도서관에서 자정을 넘어서까지 연구를 했고 해가 뜨기 전에 집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집이 난장판이 되어있더군. 가구는 깨진 창문 밖으로 날아가 있고, 

책장이란 책장은 모두 엎어져 있고, 유리로 된 건 전부 부서져 있고, 말 그대로 책 위에 책이 있지 않았었네. 


처음엔 강도인가 싶었지만 곧바로 생각을 고쳤지. 이건 물건을 훔치려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거든. 

차라리 테러범이던가, 나에게 살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더 높을 정도였어. 

그곳에서 잠을 잘 수는 없었으니, 아니 그 무엇도 할 수 없었으니 나는 별수 없이 대학의 내 연구실로 돌아왔어. 

그런데 거기엔 내가 비밀을 털어놓았던 교수와 동료, 그리고 얼굴만 알고 있는 다른 연구자들이 모여서 뭔가 얘기를 하고 있더군. 

그때 모든 걸 알았네. 그들은 나를 돕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그녀와 그녀의 민족을 무참하게 연구하려 했다는 걸. 


난 그때 너무나 순진했어. 

변명에 지나지 않겠지만 아직 20대였고 하루종일 공부만 한 탓에 너무 쉽게 사람들에게 속아 넘어간 것이지. 

그날부로 나는 대학을 그만뒀네. 그리고 그녀를 찾으러 한동안 방황했지. 

그녀가 훔쳐 간 내 단서를 단서로 삼아, 갈만한 곳을 모두 다녀봤어. 

돈과 주변의 환경 때문에 그조차 오래가지 못하고 금세 대학으로 돌아왔지만...


그래도 그 일을 남기려고 자서전 형식으로 책을 써보기도 했어. 

하지만 관계자들에게 들키는 바람에 상당 부분을 수정해야 했었고

그렇게 탈고하고 나니 그냥 아무것도 없는 일기장이 돼버려서 결국 출판은 포기했지."


교수님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돌아봤다. 


"자, 이게 내 시점의 그때 그 이야기라네. 그녀가 정확히 어떻게 느꼈고 어떻게 살아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꼭 말하고 싶어. 


정말로 미안하다고, 그리고 정말로...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나는 힘겹게 입술을 뗐다. 


"하지만... 엘리는 그 일로 상처를 받았어요. 

교수님은 의도가 아니었지만 사람들에게 비밀을 누설했고... 그 결과..."


"그런데 그건 자네도 똑같지 않은가?"


교수님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 시선에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뇨... 저는 비밀을 누설한 적 없어요. 

뭐... C가 있긴 하지만... 

C도 어제까지는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어요."


"그래 비밀은 누설하지 않았지.

하지만 나처럼 내 멋대로 그녀에게 좋은 것을 주려 하고 구속하려 하지 않았나."


나는 눈을 껌뻑이고는 교수님을 쳐다봤다. 


"그때, 그녀와 나는 진정으로 사랑했어.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는 나에게 사랑을 바랬지. 


그렇지만 난 사랑 대신 고향을 주려 했어. 

만날 때면 서로의 얘기 대신 고향과 민족에 관한 정보만 캐냈고 

데이트를 할 때도 그녀의 유전적 성질에 관심이 더 컸지. 

동료들에게도 내가 발견해낸 걸 낱낱이 공유... 아니 제공했어.


그 결과가 이거야. 

물론 내가 순진했거나 어설펐다는 문제도 있지만, 가장 근본적 원인은 이거야. 

그녀가 바라는 걸 멋대로 규정지은 후, 강요했다는 것. 

그리고 지금은, 적어도 C에 듣기엔, 그녀는 여전히 고향을 찾고 있다고 하더군. 몇십 년 동안 말이야. 


내가 청년에서 노년이 될 동안. 나의 일생이 지나갈 동안,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이는 내가 주려 했던 고향을 찾고 있었다고 들었어. 

그런데, 자네는 뭘 줬지?"


나는 교수님으로부터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바닥을 바라봤다. 


"자네는 반대로 고향이 아닌 사랑을 주려 했지. 

물론 이해는 해. 

본래는 그녀를 지키려는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결국 그 생각도 자네의 주관일 뿐이었던 거야. 


이런 말이 있지. 사랑은 사랑하는 상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상대가 보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비록 방식은 달랐지만 우리는 엘리에게 같은 고통을 줬어."


교수님은 잠깐 말을 멈추더니,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다시 열었다.


"다만...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기회가 없지만, 자네에겐 아직 기회가 있다는 거야. 

오늘 새벽 그녀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엘리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나는 힘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거짓말?"


"그 두루마리, 제가 불태웠다고 했어요."


"하지만 불태우지 않았고?"


"...그러려고 했는데 교수님 집무실이 잠겨있었어요."


"그럼 왜..."


"어떻게 해서든 엘리가 저와 함께 가줬으면 했으니까요."


나는 힘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


"고향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꺾으면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같이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차츰 관계를 회복하면..."


"조교, 그건..."


"네,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이제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교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교수님 지금 제가 드릴 부탁은, 아마 학자로서도 실격이고 모두에게 크나큰 폐를 끼치는 것이겠지만-"


"두루마리를 가져가게."


교수님이 내 말을 끊고 말했다. 


"기회는 금방 떠나가 버릴걸세. 이런 대화할 시간 없을 거야."


"하, 하지만 교수님에겐..."


"그런 왈가왈부 할 시간 없다니까. 


그리고... 따지고 보면 내가 시작한 거야. 

엘리에게 고향에 대한 희망을 준 건 나였으니까. 

내가 도와주지는 못해도 막지는 말아야지.


내 집무실 열쇠네. 들어가서 가장 안쪽, 책장 밑에서 두 번째 서랍에 보관되어 있네."


나는 녹슨 잿빛 열쇠를 받아들고 교수님을 바라봤다. 

교수님은 한없이 진지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나를 믿는다고 말하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말 없이 일어나 교수님을 향해 깊게 묵례하고는 방문을 나섰다. 




"C?"


집무실에서 두루마리를 품고 나오는 도중, 복도에서 C와 마주쳤다. 


"언니..."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뭐라 말을 하려 했는데,


"언니! 그 상처는 뭐예요? 

무슨 거즈가 그렇게 크게.... 얼굴도 엉망진창이고.... 

어떡해... 도대체 어쩌다가..."


C가 어쩔줄을 몰라고 하며 나에게 다가와 내 얼굴에 손을 댈지 말지 하며 허둥댔다. 


나는 그런 C를 꼬옥, 품에 안았고

C는 화들짝 놀라며 말을 멈췄다.


"미안해. C.

그리고 고마워."


"...네?

뭐...가요?"


"그냥... 모든 것들...

지금까지 지탱해주고, 항상 기다려준 것들이...“


내 목덜미에 C의 숨결이 느껴졌다.

아주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언니, 괜찮아요?”


“아니, 하지만 이제 괜찮아질 거야.

이제... 전부 괜찮아질 거야.

정말로 미안하지만,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기다려줄래?

돌아와서 전부 얘기해줄게.”


잠시 아무 말 않던 C는 내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고

걱정과 슬픔 그리고 애정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이에요.”


“응. 고마워.”




숙소 밖은 이제 거의 한 낮이었다. 

다들 다시 일과를 시작한 참이었고, 하늘 높이 떠오른 새하얀 태양은 사막의 열기를 다시금 내뿜고 있었다. 

내 손에는 두루마리가 쥐어져 있었고, 내 가슴에는 심장을 대신해서 사랑이 뛰고 있었다. 


나는 협곡을 향해 달렸다. 모든 것이 시작됐고 또 모든 것이 끝날 그 협곡 속으로, 나는 뛰어갔다.





# 도서관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그러니까 도서관의 건물 문을 열었을 때 

엘리의 방문은 살짝 열어져 있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두루마리를 쥔 손을 가슴팍에 붙이고는 조용히, 나무문을 열었다. 


하지만 엘리는 없었다. 

엘리가 없을 뿐 아니라 방 자체가 텅 비어있었다. 

책장에는 책들이 없었고 책상 위에는 노트들이 없었고, 침대 위에는 침구가 없었고, 벽에도 아무것도 없었으며,

내가 가져다준 물건들도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았다. 


대신,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휑한 그 방 한가운데에 큼지막한 보따리가 반쯤 싸진 채 놓여 있었고, 

그 주위로 아직 담지 못한, 아니 그보다는 보따리에서 급하게 꺼낸 듯한 몇 개의 잡동사니가 어질러져 있었다. 

엘리가 오늘 새벽에 내 말을 듣고 짐을 쌌다가, C에게 진실을 듣고 다시 풀다 말았다- 

라고 추측해볼 뿐이었다. 


엘리가 여기에 없다면, 어디로 갔을까?


바보 같은 질문이다.

나는 두루마리를 쥔 채 방을 뛰어나가 옥상으로 향했다.



언제 올라도 힘든 계단이었지만, 속도를 줄이지는 않았다. 

발은 눈보다 빠르게 달음박질쳤고, 가끔씩 잘못 디뎌 넘어질 뻔할 때면 이끼 낀 벽을 손으로 잡고는 다시 달렸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우리가 겪어온, 그 모든 고초와 노력, 다툼과 썸, 성공과 실패, 단서와 허탕 그리고 만남과 헤어짐이

이제 곧 끝날 것이다.

남은 것은 영원한 약속뿐이다.


엘리는 고향을 찾으러 갈 것이고 나는... 그래, 엘리와 함께 그녀의 고향을 찾으러 가자. 

엘리라면 허락해줄 거야. 

오히려 왜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한 적 없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내 속에 숨어있던 마음이 튀어나와 대답했다. 


엘리를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으니까. 


고향에 있을지도 모를, 아니 아마 분명히 있을 엘리의 민족과 가족들에게, 엘리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으니까. 

위험천만한 곳으로 엘리를 몰아넣고는, 내가 엘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독점하고 싶었으니까. 나는 고향 자체를 엘리로부터 없애려 한 것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계단을 오르는 것을 멈췄다. 호흡은 터질 듯이 거칠어졌지만, 힘들어서 멈춘 것은 아니다. 

그저, 나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발견한, 그 추악한 일면에 숨이 턱, 막힌 것뿐이었다. 

이마에는 땀이 맺혔고, 날숨은 뜨거웠으며 다리는 끊임없이 후들거렸다. 



나는 깊게 한숨 들이쉬고는, 

다시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뎠다. 


다시, 다시 시작하자. 

교수님 말대로, 아직 나에겐 기회가 있다. 

엘리에게 사과하자. 모든 것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자.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하자. 앞으로를 약속하자. 그리고. 

그리고 고백하자. 


이번엔 진짜로. 아무런 응어리 없이. 

오직 순수한 진심만을 담아서. 사랑을 고백하자. 

엘리를, 너를, 사랑한다고. 


그렇게 나의 마음이 막 완전해졌을 때, 

나는 건물을 가득 채운 서늘한 어둠 속에서 나왔고, 

옥상 위를 가득 채운 따사로운 햇볕이 나를 한껏 반겼다.




"엘리!"


나는 완전히 옥상으로 나오기도 전에 외쳤다. 

내 발 옆에는 엘리의 발자국이 일정한 간격으로 질서 있게 찍혀져 있었다.


엘리는 분명히 여기에 있다. 

내 몸은 이제 막 옥상에 올라왔지만 내 마음은 오십 보 앞으로 가서 엘리를 찾고 있었다. 


"엘리! 얘기해 줄 게 있어!"


나는 옥상을 가로질렀다. 


"엘리! 우리 둘 다 착각하고 있었어!"


돌기둥을 손으로 짚으며 이리저리 둘러봤다. 


"엘리! 두루마리를 가져왔어!"


난간에서 반대편 난간까지 걸으며 외쳤다. 


"엘리! 이제 고향에 갈 수 있어!"


하지만 엘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내 외침은 점점 작아졌고 결국 중얼거리므로 변해, 고개만을 돌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릴 때 즈음, 

옥상 한복판에 놓인 무언가를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것은 신발이었다.


예전에 내가 엘리에게 선물해줬던, 하얀색 스니커즈.


거기서 내 눈에 담겼던 것은, 

순백의 재질 위에 묻은 이질적인 흙먼지도

주인 없는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는 어떤 진부한 클리셰도 아닌


그 신발 위에서 천천히 흔들거리는, 거뭇한 그림자였고 


이 행복한 날의 햇빛을 감히 가린 것이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비로소 -옥상에 오른 후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옥상에서 가장 높은 돌기둥으로부터 밧줄이 내려뜨려 져 있었고

그 밧줄 끝에서 목이 매달린, 엘리의 시체가 

잔바람과 함께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

하루를 전부 투자한 덕에, 캐리어는 거의 다 찼다. 

옷가지는 전부 챙겼고, 잡다한 물건들도 거의 다 담았다. 

그 외 따로 가져갈 것은... 


나는 고개를 들어 

방 한구석에 단정하게 놓여져 있는, 

지금껏 계속 보지 않으려 했지만 끊임없이 보게 되는, 

황동 재질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타원형 모양의,

엘리의 유골함을 바라봤다. 




3개월이 지났다.


그 일. 직후. 의 일. 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교수님에게 듣기로 나는 그것 앞에서, 정확히는 아래에서 쓰러져있었고, 

내가 돌아오지 않아 걱정한 C에 의해 발견되어 숙소로 옮겨졌었다고 한다. 


내가 일어났을 때 C는 내 위에서 엎드린 채 평생 본적 없을 정도로 서글프게 울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크게 소리 지르며 엉엉 울었다. 

C는 막 깨어난 나의 손을 잡고, 나를 꼬옥 품어주며, 나와 같이 울어줬다. 


모든 눈물이 마르고, 숨이 슬픔으로 가득차고, 진이 전부 빠질 때까지 울었더니 

온몸에 힘이 쫙 빠져 정신을 잃을 듯해서, 또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에 일어났을 때는 반대로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눈물샘이 전부 마른 건지 아니면 슬픔이 아니라 공허함이 가득 찼기 때문인지

텅 빈 눈으로, 그저 허공만 응시한 채 무의미한 숨을 쉬고 있을 뿐이었다.

 

불이 꺼진 방은 아무것도 없는 조용한 어둠만이 가득했다. 


몇십 분 후, 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C가 조용히 들어왔다. 

슬픔에 잠긴 목소리가 텅 빈 방을 가로질러 내게 도착했다. 


'언니... 자요?' 


'아니 일어났어.' 


몇 시간 만에 처음 듣는 내 목소리는 C의 목소리처럼 이상해져 있었다. 


'언니... 할아버지가 아가ㅆ, 엘리 씨의 장례를 하는 게 어떠냐고 하셨어요.' 


C가 엘리의 이름을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 

교수님이 장례를 치른다는 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부 아무래도 좋았다. 


'응 그래. 지금 나갈게.' 


나는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언니... 준비는 다 해놨으니 천천히 오셔도 괜찮아요...' 


'아니야. 지금 바로 나갈게.' 


그때 내가 뭘 입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겉옷을 대충 걸쳐 입고 C를 따라 숙소 밖으로 나갔었다. 




C를 따라 도착한 곳은 숙소 뒤편의, 있는지도 몰랐던 빈 공터였다. 

밖은 이제 막 어둑해진 저녁이었고 하늘은... 그냥 저녁의 하늘이었다. 


교수님은 거기서 나뭇단을 정성스럽게 쌓아놓았고 

그 위에는 처음 만났을 때 입고 있던, 그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엘리가 한없이 평온한 모습으로 누워있었다. 

발가락을 간지럽히면 지금 당장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얼굴이었지만 

그 얼굴에서 조금만 더 아래로 내려가면 하얀 피부에는 절대로 어울릴 수가 없는, 

보랏빛 밧줄 자국이 나의 시선에 파고들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꾹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 

등과 어깨에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C는 내 옆에 선 채 말없이 왼손으로 내 등을 쓰다듬고 또 다른 손으로는 내 손을 잡아줬다. 


'조교...' 


교수님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고 나는 다시 고개를 들고, 눈을 똑바로 뜬 채,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주세요. 

준비됐습니다.' 


우리 세 명은 나뭇단과 그 위에 눕혀진 엘리의 _ 앞에 섰다. 

잠시 후 교수님이 불붙은 나뭇가지를 나뭇단 사이로 끼워 넣었고, 

나뭇단은 미리 기름칠이라도 했던 건지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불길은 점점 거세져 주변의 공기를 맹렬하게 삼키려 했었고, 

교수님과 C는 갑작스런 열기에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나는 가만히 있었다. 


내 두 눈을 가득 채운 그 붉은 화염 속에, 엘리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물러설 수가 없었다. 

오히려 다가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한 발자국씩 열기 속으로 다가갔고, 작열하는 불길이 감싸 안으려는 듯이 날 덮쳤다.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밝은 그 불빛 한가운데에서, 평온하게 잠자고 있는 엘리가 보였다. 

나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고 새빨간 열기를 품은 채 환상처럼 불타고 있는 나뭇가지 위로 손을 뻗는 순간, 

뒤에서 무언가 강력한 힘이 나를 잡아당겼다. 


교수님과 C는 내 양팔을 잡은 채 최대한 나를 떨어트리려 하고 있었고, 

순식간에 현실로 쫓겨난 나는, 차가운 저녁과 뜨거운 화상

그리고 모든 것이 내 잘못으로 끝나버렸다는, 그 미칠듯한 지옥을 한꺼번에 느꼈고

또다시. 슬픔이 터져 나왔다. 


붉어진 눈에서 눈물이 넘쳐흘렀고 공허한 입은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무언가를 외쳤다. 

모든 힘이 풀려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다. 

이제 교수님과 C는 나를 제지하는 것이 아닌 내가 쓰러지지 못하게 잡아주고 있었다. 


검푸른 밤과 적황색의 불길, 새까만 땅바닥이 내 그렁그렁한 눈물 앞에서 뿌옇게 번지더니 하나로 합쳐졌고

나는 그렇게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오열과 애도와 슬픔만을 정신없이 토해내고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그 후, 아주 최소한의 휴식만을 취한 나는 2주도 안 돼서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떠났을 때처럼 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늦가을이 찾아온 탓에 떠나기 전보다 좀 더 쌀쌀해졌을 뿐. 


그리고 나서는 단 한 번도 '그곳'으로 돌아가거나, 대학을 방문한 적은 없지만

C의 편지 덕분에 한 가지 소식은 들을 수 있었다.

의문의 폭발로 협곡의 입구가 완전히 메워졌고, 완전히 봉쇄되었다는 얘기였다.


이제 그 몇천 년의 도서관은 앞으로도 영원히, 아무도 모를 비밀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래, 오직 그것만이 옳은 일일 것이다. 

일단 누군가가 닿게 된다면, 파헤쳐지고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일 테니.




나는 화상 자국이 선명한 오른손을 뻗어 유골함을 집어, 캐리어에 조심스레 넣었다. 

그리고... 아, 두루마리. 


이제 더는 가지고 있을 필요 없겠지만... 역시 돌려주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은 교수님이 맡으셨으니 이건 내가 맡아야 할 것이다. 


나는 모든 게 제대로 되어있는지 확인한 후 캐리어의 지퍼를 잠갔다. 

그리고 일어났다. 




나는 이제 끝을 맞이하러 간다.

엘리가 그토록 원하던 엘리의 고향에, 그녀를 데려다주러 간다.


거기선 나를 어떻게 대할까

경계할까? 거부할까? 자신들의 동족을 죽음으로 내몰은 나를 처벌하려 할까?


나도 모르겠다.

그저, 그들에게 법이 있고, 그 법이 나를 죽여주길 바랄 뿐이다.


오직 그것만이 나를 평온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____________________


작년 초중순 쯤에 한창 부재의 백합 떡밥 돌 때

즉석해서 쓰는 거 잠깐 재미 들렸다가

어떤 갤러가 올린 이미지(상단 이미지)보고 그걸로 연상한 게 이거임


근데 여러 일 겹치고 바쁘고 귀찮아지고 등등 해서 결국 작년 말에 진짜로 쓰기 시작해서

올해 되기 전에 겨우 끝냈네


솔까 계속 미뤄지던거라 진짜 뭘 쓰자 그렇게 썼다기보다

그냥 빨리 떨쳐버리고 싶어서 쓴거라 많이 엉성하고 좀 대충임

근데 작정하고 써도 퀄리티는 별로 다르지 않았을 거 같어


퀄리티 십창이지만 머 끝냈으니 됐어

이제 ㄹㅇ 글 쓰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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