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이모네 집에 얹혀사는 조카는 사춘기.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18 23:06:33
조회 1375 추천 29 댓글 9
														


viewimage.php?id=21b4dc3fe3d72ea37c&no=24b0d769e1d32ca73cec82fa11d02831da48f5f7e7e334e6e7e5e9c8fbd462f28aa0f88cdaef33d211c58dd5d36430998d64f06a69facfb44bbe07ba877302cd67802f5b


전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691656

---------------------------------------------------------------


아직 쌀쌀한 바람이 멎지 않아 다리를 스쳐 조금 추운 날이었다. 창문 너머로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볼 수 있을 때.


“저기 그...미안한데.”


그런 말에 뒤돌아 본 이모는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코트를 걸친 보기 드문 모습. 이모는 자크를 올리고 옷깃을 여몄다. 그러면서도 언제나처럼의 베이지색 스웨터는 입고 있는 채로.


“잠깐 나갔다 올게.”

“나갔다 오는 게 뭐가 미안해요.”


“너를 혼자 두는 게 좀."


“이모도 참…”


“헤헤.”


나를 생각해주는 정말 좋은 사람.


“저, 그...조심히 다녀오세요. ”


내 배웅에 밝은 미소로 화답하면서 이모는 집밖으로 향했다. 혼자 남은 집에서는 창 틈 사이로 조금씩 새어나오는 바람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이모네 집에서 살기 시작한 다음부터 잘 들리지 않았던 소리. 어릴 적 어머니는 일을 나가면 늦게 들어오기 일쑤였다. 집에서 홀로 보는 TV 프로그램도 질릴 때쯤, 나는 귀에 살며시 내려앉은 바람의 존재에 몰두했다. 희미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 금방 흩어져 사라진다지만 그래도 내 곁에 있어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바람을 벗삼아 어머니를 기다리다가 잠에 들곤 했다. 해가 내리쬐는 아침, 내가 바람 소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지만 부엌에서는 무엇인가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랬던 어머니랑은 다르게 이모는 늘 집에 있다. 애초에 바로 아래 층 꽃집이 이모가 일하는 공간이었다. 그래서일까, 바람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방 문을 열면 깔깔거리며 웃거나, 슬픈 무언가를 봐 눈물을 훔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서서히 혼자 있는 집이라는 건 어느덧 기억 한 켠에서 꺼내야 알 수 있는 것으로 변해간다.


이런저런 생각이 겹쳐져 이불을 덮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어쩐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모는 언제쯤 돌아올까 기다려보기로 했다. 어머니를 기다리던 그 때 처럼, 어느새 살며시 내 곁에 돌아온 바람과 함께.


간만에 밤을 지새면서 알 수 있었던 건, 어렸을 때랑은 다르게 지쳐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긴 분침이 몇 바퀴를 돌았을까, 그에 상관없이 정신은 또렷하게 제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다.다시 또 달은 얼마나 움직였을까. 닫지 않은 귀가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현관을 향한 발걸음. 그 뒤, 짤그락거리는 열쇠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렸다.


“선화야...선...아, 맞아. 자고 있겠구나. 흠흠.”


그러면서 들은 이모의 목소리는 처음 듣는 음색으로, 길지 않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으다. 처음에는 분명 들떠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랄, 랄라라. 라랄라.”


그런 흥얼거림이 존재했으니. 하지만 발소리가 점차 내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발걸음은 불규칙적으로 흔들린 채, 고장나지도 않은 방 문을 여러번 돌리고서야 이모는 겨우 문을 열었다. 빛과 함께 새어들어온 것은 독한 알코올의 향. 아, 술마셨구나.


“랄라라...그래, 자고 있구나.”


사실은 멀쩡히 깨어있지만. 급작스럽게 새어온 빛에 눈을 질끈 감고 잠든 척을 했다. 다행히도, 취한 이모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내 머리를 적당히 쓰다듬으면서 콧노래를 쭉 흥얼거렸으니. 리듬은 어쩐지 자장가와 비슷했다.


“있잖아, 선화야...글쎄 오늘 오랫만에 만난 친구가 결혼을 한대...후후.”


손으로는 머리를 쓰다듬는 채로 이모는 이야기한다. 말을 이어나가는 이모의 얼굴을 보지는 못하지만 지금은 어쩐지 웃고 있는 거 같았다.


“청첩장 받아왔으니까...나중에 같이 가자.”


거기에 혼자 몰래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 순간, 이모는 천천히 내 침대로 쓰러져 자그마한 숨소리를 내쉬기 시작했다.


“결혼이...그렇게 좋나봐…”


그런 말을 남긴 채, 내 침대에서 조용히 잠에 들었다.


잠에 빠진 이모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침대를 빠져나와 학교로 향하는 길. 이모가 자기 전에 남긴 말을 차근차근 곱씹었다. 한 글자씩 또박또박 입으로 내뱉으면서.


“결혼이 그렇게 좋나 봐...일까.”


이모는 그 친구라는 사람이 부러운걸까. 신부가 되는 사람이라. 이모와 동갑이라고 본다면 그 사람은 꽤 이르게 결혼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나이에 결혼이라, 제대로 상상할 수도 없으니.


“아니, 뭐. 사랑만 있다면 괜찮은 거 아니겠어?”


정답.


“역시 그렇겠지.”


“그런데 갑자기 그런 건 왜 말하는거야?”


“아니, 그냥 신기해서…”


이런 내 대답에 친구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묻는다.


“왜? 이모가 결혼하면 어떻게 될 지 불안해서 그래?”

“아니, 뭐...”

“맞췄지? 그냥 그럴 거 같더라.”

친구의 말이 틀린 거 아니다. 이모가 결혼하면 당장 나는 새로 생긴 이모부라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할 지, 그리고 애초에 이모네 집에서 살 수 있을지 조차 모른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건 꽤 큰 떨림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마음 속에 드는 위화감의 정체는 이런 불안이 아니다. 조금 다른, 이를테면.


“...이모가 그냥 나때문에 결혼 못 하는걸까 싶기도 하고.”


“자의식 과잉이야.”


자의식 과잉이라는 소리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붐비는 버스 안은 사람들의 압력으로 가득차있었다. 저마다의 숨과 이야기를 내뱉는 개인의 집합. 평소 같았으면 이 사이에서 이어폰을 귀에 낀 채로 조용히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을테지만, 어쩐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자꾸만 귀로 새어 들어왔다.


“...애가 있으면...아무래도…”


그에 이어지는 것은.


“그치...결혼 상대로는...좀…”


버스에서 내렸을 때, 발걸음은 어쩐지 조금 무거워져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아, 왔구나. 미안, 어제 취해가지고…”


잠에서 깬 이모는 멋쩍게 웃으면서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날 저녁, 이모와 함께 마주앉은 식탁의 앞에서.


“아, 저기 이번 주말에 이모 친구가 결혼을 하거든.”


분명 어젯밤에 했던 이야기. 이모에겐 취했을 때 내뱉은 말.


“저, 그...괜찮다면 있잖아...같이 가지 않을래?”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또, 라며 말을 이어가는 이모를 보고 어딘가 가슴 한 켠에 차오르는 것이 있었다. 나를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은데. 혼자 남은 나를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아도 좋은데. 그런 것보다 이모가 행복하면 좋은데. 이모는 만약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충분히 누릴 자격이 되는 사람이니까. 이런 게 자의식 과잉일까, 내가 이모를 방해한다는 생각.


그래도.


“저기 그…”


“응?”


나는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저한테 그렇게 신경 안 써주셔도 괜찮아요. 어차피 저는 이모 아이도 아니고...금방, 나중에 어떻게든 꼭 독립할테니까.”


내가 정말 심한 말을 했다고 느낀 것은 다음 날 아침. 아스팔트에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 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던 이모의 얼굴이 밟혀서, 나는 어느 골목의 한 구석에 가만히 서서 꼼짝않고 있었다. 그 날, 내 개근상은 깨졌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직 안 끝났어요

왼쪽이 연상이에요

오른쪽이 연하고 선화에요


그림 원본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691608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29

고정닉 11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 설문 영포티룩도 멋지게 소화할 것 같은 40대 스타는? 운영자 25/10/27 - -
- AD N사가 엑셀방송 금지한 이유 알겠네 운영자 25/10/24 - -
1641564 공지 [링크] LilyAni : 애니 중계 시간표 및 링크 [7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26 52787 100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3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41263 120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31] <b>&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37363 21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2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37066 33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3521 39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1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4766 68
1331450 공지 공지 [3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9319 53
1758962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7730 10
1758963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6046 10
1823047 일반 마이고보는데 초반 원래 이런거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18 0
1823046 일반 그록 처음 써 보는데 이거는 검열이 없는 거냐구... [2] 아르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19 0
1823045 🖼️짤 이런거뭔가좋음 렝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25 3
1823044 일반 곰작가 말딸 하는거야? ㅋㅋㅋ [1] 퇴근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1 37 1
1823043 일반 헤라미 세라(27) 넘무 귀엽대.. [2] 아다시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47 45 1
1823042 일반 차갑고도 냉혹한 총공레즈퀸이면 밤샐게 [5] 아다시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37 69 0
1823041 일반 진지하게 세금 더 내야 하는건 시마무라인듯 [5] 반투명말풍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31 82 3
1823040 일반 아니 소라마시 진짜 너무 좋은데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30 45 1
1823039 일반 살면서 본것중에 제일 소요 캐해석 일치하는만화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0 70 0
1823038 일반 머신차일드라...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0 59 0
1823037 일반 이 작가 뭔가 그림체가 야해 [4] 백합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56 136 5
1823036 일반 홀리데이만 들으면 눈물이 막 나오려한다 [5] 비고정닉네임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54 70 0
1823035 🖼️짤 블아)유우미도? [1] 2~20자닉네임을입력해주세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49 60 2
1823034 일반 알라딘 전자책 리디보다 얼마나 늦음? [2] ㅇㅇ(222.120) 03:37 71 0
1823033 일반 새삼 아다치가 대단하구나 [6] 만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4 133 0
1823032 일반 일클메둘이성인되면미야기는취직못할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71 0
1823031 일반 오그없은 완결 안 나고 무소식인가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76 0
1823030 일반 짤만 봐도 행복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77 0
1823029 일반 청단발+갈장발은 ㄹㅇ 넘 많아서 헷갈리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2 108 0
1823028 일반 코노하 사토코랑 섹스할때 적극적으로 깔릴거같음 [1] ㅇㅇ(119.192) 03:09 65 2
1823027 일반 던전 관리인 나오는구나 [2] IIII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6 68 0
1823026 일반 사츠키 애니에선 슴부주작했구나 [2] ㅇㅇ(14.37) 02:52 81 0
1823025 일반 시발 무리무리 이거 무슨 장면이냐?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2 203 1
1823024 일반 레미파체도생각보다좋네여 [5] 렝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46 79 0
1823023 일반 이 와꾸 보고 저렇게 해맑게 웃으면서 대화했다는게 [8] 지붕위메뚜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35 161 3
1823022 일반 알라딘 TTS AI음성 사라짐? [1] 이리야짱카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32 63 0
1823021 일반 오늘 점플 단편 백?합이야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2 136 0
1823020 🖼️짤 붕괴) 랑추의 물이 마를때까지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0 81 0
1823019 🖼️짤 붕스) 물고기한테 덮쳐지는 케리드라 [2]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7 100 1
1823018 일반 히로프리 3화까지 봤어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3 72 1
1823017 일반 작품의 고점까지를 다시봤다는건 [6] 타입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4 137 0
1823016 일반 않히 키위 사회에 내보낼생각 하지말고 방에 처박아두고 ㅇㅇ(61.76) 01:45 112 1
1823015 🖼️짤 붕스) 반디의 일일메이드 척쨔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1 97 1
1823014 일반 해파리 = 7화에서 엔딩쳤어야됨 [3] ㅇㅇ(61.76) 01:35 147 0
1823013 🖼️짤 붕스) 케리드라 가족 [2]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33 96 1
1823012 일반 배드걸 최대 미스테리 [5] ROBOI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33 158 0
1823011 🖼️짤 붕괴) 할로윈은 야한 코스튬입고 segs하는 날이래 [1]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31 129 0
1823010 일반 토모리 < 타키한테 강제로 범해지는게 아니라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30 104 1
1823009 일반 결국 아를한테 조교됐구나 푸리나야... [1]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9 87 0
1823008 일반 작가가 SNS로 설치고 다닌다 << 극도로 경계할것 [2] 이제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9 192 1
1823007 일반 테유카들어 [4] Chiy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8 82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