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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포피파의 수호천사 -3-(완)앱에서 작성

AGBM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01 23: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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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

아리사는 알몸으로 이불을 온몸에 뒤집어쓰고 절 노려봤어요. 얼굴만 이불 밖에 쏙 빠져나온 게, 마치 두더지 같았답니다. 저도 모르게 손으로 퐁퐁 머리를 만져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아리사가 정말로 저랑 절교할지도 몰라서 참기로 했어요.

"오타에,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아리사는 의외로 소리를 지르거나 짜증을 내지 않고 굉장히 평온한 목소리로 제게 물어왔어요. 금빛 눈동자가 차갑지만 다정하게 저를 꿰뚫어 보고 있었어요.

저는 아리사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정말로 이유를 몰랐거든요. 포피파를 지키기 위해서, 아리사가 덮쳐지지 않도록 그동안 힘내왔는데, 정작 제가 아리사의 순결을 뺏어버렸네요. 저 자신이 너무나 미워져서 구역질이 올라올 것만 같았어요.


저는 아리사의 빛나는 눈동자를 피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에 했어요. 그러자 아리사도 한숨을 쉬더니 아무 말 없이 바닥에 어질러진 옷을 주섬주섬 주운 뒤 입기 시작했어요.

"다른 애들에게는 말 안 할 테니까."


가라앉은 아리사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연민이 섞여 있었어요. 둔한 듯해도 은근히 눈치가 빠른 아리사니까요.

"혹시라도 힘든 일이 있어서 그런 거면, 나라도 들어줄 테니까."

그리고 한없이 상냥한 게 바로 아리사였어요. 구겨진 옷을 탁탁 두드려 펴면서 아리사가 창고 밖으로 향했어요. 끼익 거리는 문소리가 나고 아리사가 사라질 때까지 저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

비밀로 해준다는 아리사의 배려가 있어서 포피파의 일상은 지킬 수 있었어요. 아리사와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요.


포피파의 점심시간과 방과 후 창고 연습은 그대로였어요. 그러나 아리사는 제게 먼저 말을 걸거나 눈을 마주쳐 주지 않았어요. 아니, 제게 눈빛을 보내주었다 해도 죄책감 때문에 제가 눈을 피했을 것 같아요.


화를 내는 건지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지 아리사의 눈을 피했으니까 알 수 없었어요. 어떤 감정이든 제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미묘한 껄끄러움을 가장 먼저 캐치한 건 사아야였어요.

"오타에, 요즘은 아리사한테 햄버그 달라고 안 하네?"

여느 때와 같은 점심시간. 사아야가 무심코 던진 그 말에 저와 아리사는 동요해버리고 말았어요.

만약 제가 조금만 더 능숙했다면 흘려넘길 수 있었을 테지만, 저도 아리사도 대화가 서툴렀으니까 거기서 그대로 얼어버리고 말았어요.

"아...그게... 그러니까..."

아리사가 고장 나버렸네요. 그나마 저는 아직 작동했답니다. 젓가락을 아리사의 도시락으로 가져갔어요. 달달한 소스가 듬뿍 묻어있는 갈색 햄버그를 집었어요.


"아, 까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아리사네 햄버그는 달콤하고 짭짤했지만, 겉의 살짝 묻은 그을음의 씁쓸한 맛이 은은하게 느껴졌어요.

아리사는 제게 뭐라 태클을 걸려다가 눈을 피해버렸습니다.

우리 둘을 바라보는 사아야의 눈동자는 가을 하늘처럼 푸르렀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

그렇게 아리사와 거리를 둔 나날이 계속되었어요. 포피파를 향해 마수를 뻗고 있는 여자들을 막는 일도 계속했어요.


다만, 아리사를 덮쳐버린 그 날 이후로는 키스 이상으로 진도를 나가지 않았어요. 재능인지 노력인지 키스만으로도 별 볼 일 없는 습격자들은 정신을 못 차렸거든요.

하지만 너무 일상처럼 되어버린 탓에 저는 그만 카스미를 노리던 배구부 선배와 키스하는 장면을 아리사에게 들키고 말았어요.


순간 마주친 아리사의 금빛 눈동자는 시꺼멓게 타버린 것 같아 보였답니다. 그날 먹었던 햄버그처럼요.

황홀해하는 선배를 내버려 두고 저는 아리사를 쫓아갔어요. 다행히 키가 작고 운동신경도 없고 체력도 떨어지는 아리사는 금세 제게 따라잡혔어요.


아리사의 손목을 덥석 잡자 아리사는 제 손을 뿌리쳤어요. 순간 당황해버린 저는 그대로 몸을 날려 뒤에서 아리사를 넘어뜨렸어요. 꽈당하는 소리......는 나지 않았답니다. 사람이 넘어졌을 때는 생각보다 큰 소리가 나지 않더라고요.

"이거 놔!"

바닥에 엎드린 모양으로 쓰러졌던 아리사가 상체를 돌려 저를 바라보면서 쏘아붙였어요. 허리에 둘린 제 팔을 빠져나가려 아리사는 안간힘을 썼어요.


그러나 저는 슬금슬금 아리사를 잡아당겨 제 쪽으로 바짝 붙였어요. 허리에 둘렀던 팔이 풍만한 가슴을 지나 어깨에 올라가며 아리사의 목이 제 눈앞에 보였어요.


바로 그때 제 뺨에 날카로운 통증이 쇄도했어요.

"어?"

제 뺨을 때리고 당황하던 아리사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었어요. 그리고 방금 느껴진 통증과 함께 그 눈물은 서서히 넘쳐서 아리사의 새하얀 뺨을 타고 흘러내렸어요.


방과 후의 붉은 태양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그 눈물은 마치 루비처럼 아름다웠답니다.

아리사는 입술을 꽉 깨물면서 주먹을 쥐고 제 가슴을 사정없이 두드렸어요. 아리사랑 달리 가슴에 완충재도 없어서 굉장히 아팠어요. 그러나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눈앞의 아리사보다 아프지는 않았을 거예요.


아리사는 제게 바보라는 말만 계속 내뱉으면서 안겼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아리사의 상처는 꽤 컸나 봐요. 한참이나 우리는 복도에서 서로를 안고 위로를 했어요.

빈 교실에서 석양을 등지고 저희는 서로의 등을 기대고 앉았어요. 아리사에게서 달콤한 향이 나서 떨리는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었답니다.

침묵 가운데 먼저 입을 연 건 아리사였어요. 손을 꼼지락거리고 있는지 닿고 있는 아리사의 어깨가 자꾸만 들썩였어요.

"오타에, 그...... 너 모든 여자한테 그러고 다니냐?"

저는 대답을 할 수 없었어요. 포피파를 덮치려 한 여자들을 아리사에게 했던 것처럼 심하게 다뤘던 건 사실이었거든요. 침묵을 긍정이라 생각했는지 아리사가 코를 훌쩍였어요.

"오타에는 그게 즐거워?"

"아니. 아리사 말고 다른 사람이랑은 전혀 즐겁지 않았어."

이상하게 즐겁냐는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저도 모르게 대답이 튀어나왔어요. 서둘러 입을 막아 보려 했지만 이미 터져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어요. 입가까지 올렸던 손을 다시 차가운 책상 위로 내려놓았어요.

"그럼,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왜 사람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거야?"

"아, 아리사......"

"오타에, 그날 내 눈을 한 번도 봐주지 않았잖아."

훌쩍거리는 소리가 등 뒤에서 제 귀를 두들겼어요. 손을 뒤로 더듬자 아리사의 차가운 손등이 느껴졌어요. 움찔거리던 아리사는 제 손 위로 자기 손을 포개었어요.

"오타에, 오늘 연습은 취소시켰어."

울면서 내뱉은 아리사의 말에 저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어요. 눈앞에는 노을의 그림자 아래에서 어둡게 빛나는 아리사의 눈동자가 있었고 그 눈동자는 빠르게 제게로 다가왔고 눈동자의 촉촉한 물기는 아리사의 입술을 따라 제 입술을 적셨어요. 차가웠던 손과 달리 입술은 몹시 따뜻했어요.

"잠깐의 만족이라도 좋으니까. 우리 집에 와줘."

상냥함은 어쩌면 마약일지도 몰라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기대고 자꾸만 찾게 되니까요. 아리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제 가슴은 그런 머리의 명령을 무시한 채 긍정의 대답을 내뱉어버렸어요.


그날 밤은 아리사네 집에서 자고 갔어요. 토끼 같던 앙증맞은 트윈테일을 풀어헤치고 매혹적인 눈빛으로 저를 쏘아보는, 어른의 계단을 올라버린 아리사의 부드럽고 야살스러운 피부를 밤새도록 탐했답니다. 목이 쉬어버릴 정도로 해버리고도 아리사는 계속 제게 안기며 허리를 들썩였어요.



몇 번이고 가버리면서 지쳐서 잠든 아리사의 황금빛 머리카락을 저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답니다.



아리사는 그날 밤 이후로 예전처럼 돌아왔어요. 저를 피하지도 않고 연습도 빠지지 않고 학교도 빠지지 않으면서요. 학생회 활동도 성실히 했어요.


한 가지 달라진 점이라면, 아리사를 노리는 여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거랍니다.

*

'정말 좋아하는 사람'

아마 아리사는 눈치를 챘을지도 몰라요.

왜냐면 아리사, 소중한 사람에 대한 거라면 상당히 세심하니까요.

언니가 그 날밤 저주를 걸었을 때부터 끊임없이 뇌에 떠오르던 소중한 사람.

절대로 더럽히고 싶지 않았던 소중한 사람.

카스미와 전 지금 같이 기타 케이스를 매고 골목길을 걷고 있어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점프하듯이 나아가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일상.

과는 동떨어진, 약간은 침울하고 근심이 담긴 눈동자로 카스미가 저를 흘깃흘깃 쳐다보면서 걷고 있었어요.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있었지만, 예전과 달리 잡은 손을 통해 감정이나 마음이 흘러들어오진 못했어요.

그도 그럴 게 이미 더러워진 저의 마음을 카스미에게 흘려보낼 순 없었으니까요. 저는 일부러 최대한 생각을 지우면서 카스미와 이어져 있었어요. 제게로 끊임없이 다가오려는 따뜻한 손길을 거부하면서요.

하지만 이 단절의 벽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겠어요. 아쩌면 최악의 형태로 무너지면서 카스미에게 검은 욕망을 전부 풀어 버릴지도...

슬슬 목적지가 가까워져 오자 검은 충동이 매섭게 벽을 두들겼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소중한 카스미마저 망가뜨려버릴 것 같았어요.

'원하는 게 뭐야?'

머릿속에서 들릴 리 없는 언니의 목소리가 울렸어요. 무심코 얼굴을 찡그리자 카스미가 화들짝 놀랐어요. 별 모양 머리가 잠시 날카롭게 위로 솟은듯한 기분이 들었네요. 귀엽다.

"오타에? 혹시 손 잡는 거 싫어?"

버려진 새끼 고양이 같은 눈빛이 벽을 불태워버렸어요.

"아니, 계속 잡고 싶어."

"응."

안도하는 듯 숨을 내쉬는 카스미의 갈색 머리카락이 흔들리면서 그 사이로 참을 수 없는 향기가 퍼져 나왔어요. 아, 이제 더는 안될 것 같아요. 제 머리가 분명 어떻게 된 게 틀림없어요.

결국 터질 거라면, 조금이라도 나은 방법으로 무너지는 게 최선이겠지요.

침을 꼴깍 삼키면서 벌써 눈앞으로 다가온 카스미네 집의 현관문을 바라보았어요.

아스카와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카스미의 방으로 들어갔어요. 이불도 벽에도 온통 별이 가득해서 반짝이는 방. 설령 그믐달이 희미하게 비추는 밤에 전등을 모두 끈다고 하더라도 카스미의 반짝임을 잔뜩 머금은 이 방만은 밝게 빛날 것만 같아요.


무거운 기타 케이스를 한쪽 구석에 내려놓고 기타를 꺼냈어요. 표면적으로는 기타 파트끼리 같이 맞춰보자는 이야기였으니까요. 그러나 기타를 꺼내어 연주 자세를 잡았지만, 우리 둘 다 현을 퉁기거나 앰프를 세팅하지 않았어요. 할 말은 많지만, 어딘가 꺼내기 힘든 그런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거든요.


그러는 와중에도 카스미의 향이 듬뿍 담긴 방의 공기는 제 장벽을 사정없이 부수고 있었답니다. 파괴된 장벽의 열기가 배에서 가슴으로 타고 올라와 점점 체온이 올라갔어요.

"오타에."

"카스미."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이름을 불렀어요. 약간 당황한 카스미가 제게 먼저 말하라고 양보했어요.

이런 점까지 상냥한 카스미.

하지만 더럽혀진 저는 그 상냥함에 이끌려 불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처럼 제 몸을 카스미에게 맡기기로 했답니다.

저는 기타를 내려두고 자리에서 일어섰어요. 의아해하는 카스미를 무시하고 긴 팔 셔츠를 벗어 던졌어요. 의아함이 당혹감으로 바뀐 카스미가 제 이름을 부르면서 새빨개졌어요. 이어서 바지를 벗고 속옷 차림이 된 제 모습을 카스미는 부끄러워 바라보 못하고 양손으로 눈을 가렸어요.

"오타에, 왜 그래?...... 빨리 옷 입어."

"카스미, 미안해.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더는 참으면 카스미를 상처입힐 것 같아."

천천히 카스미에게 다가가서 눈을 가리고 있던 양손을 붙잡았어요. 충동을 억누르면서 카스미의 보라색 눈동자를 보기 위해 양손이 만든 빗장을 치워버렸어요.

"그러니까, 카스미가 만져줘."

"뭐? 오타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카스미의 가느다란 손을 제 가슴께에 가져다 대었어요. 속옷 위로 슬쩍 느껴지는 얇고 부드러운 감촉. 벌써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카스미. 마음대로 만져도 돼."

카스미의 손이 떨리고 있었어요. 아니, 제 가슴의 떨림일지도 모르겠어요.

"카스미, 만져줘."

카스미는 상냥하니까, 이렇게 부탁을 하면 거절을 못 한답니다. 제 욕망이 카스미를 상처입히는 걸 막기 위해서 저는 카스미의 상냥함마저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눈을 꽉 감은 카스미가 결국 손을 움직였어요. 부드러움과 상냥함이 배합된 손동작. 그동안 겪은 많은 여자들과는 너무나 달랐어요.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글 중에 성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의외로 마음이라고 한 글이 있었어요.

서투른 카스미의 손놀림이 이렇게나 뜨겁고 이렇게나 저를 느끼게 하는 건 분명 카스미를 향한 마음 덕분일까요.


처음에는 주저하던 카스미도 제가 들뜬 신음을 조금씩 흘려보내자 아주 조금 적극적으로 바뀌었어요. 제 마음을 막던 벽이 무너졌으니까 카스미의 손끝으로 제 마음이 남김없이 전해진 탓일까요. 손끝에 힘을 넣을수록 저의 기분이 고양되어 갔어요.

"카스미, 옷 위로 말고. 직접 만져줘."

후크를 풀어 브라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으면서 카스미에게 말했어요. 이미 카스미의 수치심은 한계에 다다랐는지 갈색 머리카락마저 붉게 보였어요.

붉은 손을 다시 잡아서 제 맨가슴에 올렸어요. 손바닥이 유두를 건드리자 저는 가볍게 절정을 맞았어요. 팬티가 축축해지는 게 생생하기 느껴졌어요.

카스미는 제가 말하는 대로 제 몸을 만졌어요. 가슴을 주무르고 유두를 손가락으로 굴리고 배꼽을 쓸어내리고

그리고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가장 은밀한 곳을 천천히 연주해 주었어요. 랜덤 스타 대신 하나조노 타에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카스미. 아니 카스미가 지금 랜덤 스타보다 빨간색이니까 어쩌면 저는 랜덤 스타에게 연주 당하고 있는 걸까요.

혹시나 밖에 들릴까 봐 입을 틀어막고 카스미의 부드러운 손놀림을 만끽했어요. 아직 카스미는 이런 게 익숙하지 않아서 저는 애타는 마음에 몇 번이고 스스로 허리를 움직였어요.

여러 차례 가볍게 절정을 맞이하자 카스미에게 품었던 검은 욕망도 조금 해소된 것 같았답니다. 흥건해진 자신의 손가락을 카스미가 부끄럼 75퍼센트 호기심 25퍼센트의 눈빛으로 바라보았어요.

저는 카스미의 손가락을 앙하고 물었어요. 제 몸에서 나온 달콤한 꿀. 혹은 카스미의 손가락 그 자체가 꿀맛이 나는 걸 지도요.

"오, 오타에..."

부끄러워하는 카스미의 다디단 손가락을 쪽쪽 소리를 내면서 빨았어요. 약간의 굳은살이 있지만 그래도 섬세하고 예쁜 손가락. 카스 미다운 손가락이었어요.

아직도 절정의 여운이 남은 뜨거운 아랫배에 카스미가 머리를 기대며 쓰러졌어요. 맞닿은 카스미의 이마가 불덩어리 같았어요.

"오타에."

카스미가 나지막이 속삭였어요. 그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이 담겨있는 걸까요. 저로서는 잘 파악이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적어도 다른 여자들에게 영문도 모른 채 범해진 것보다는 확실히 나은 결말이라고 저는 자신을 위로했어요.

검은 욕망을 불살라버린 붉은 랜덤스타와 함께 저는 그믐달조차 뜨지 않은 밤을 지새웠어요.


*


그날 이후로 카스미는 제게 더 자주 더 가까이 달라붙었어요. 아리사는 이미 무언가를 눈치 챈 듯 애수에 젖은 황금빛 눈동자로 저희를 보았고 저는 더이상 아리사의 햄버그를 요구하지 않았어요.

사아야도 리미도 요즘 저랑 카스미가 사이가 좋은 것 같다며 흐뭇하게 바라봤어요. 아직 순수하고 맑은 눈동자는 그래도 제가 지켜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어요.

절반의 성공일지 절반의 실패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바깥세상으로부터 포피파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카스미와 밤을 보낸 그 날 이후로 우리 포피파에게 다가오는 마수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 사실에 저는 만족하면서 좋아하는 카스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요. 미세하게 떨리는 갈색 머리카락에서 진한 꽃향기가 퍼져 나왔답니다.

설령 그녀를 상처 입혔을지라도 저는 이 꽃이 꺾이게 두지 않으리라 맹세하면서 향기로운 이 순간이 계속되기를 누군가에게 빌었답니다.


그 누군가가 천사인지 악마인지

이제와서는 아니, 앞으로도 중요하지 않을 거예요.

그저, 소중한 포피파와 좋아하는 카스미만을 바라보는 게 행복하니까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처음 구상한 건

오타에 총공
총수 포피파 지켜주는 총공 오타에
근데 결국 그런 수호천사를 자처하다가 타락천사가 되어 포피파를 (성적으로) 타락시키는 오타에

그리고 돈을 버리는 장면을 쓰고 싶었어






원래 결말은 계속 포피파를 지키던 수호천사 하나조노가 결국 타락해버리고 어느날 연습 중 창고문을 잠그고 포피파 4명을 모두 덮쳐버리는 거였지만 너무 괴상한 이야기 같아서 각하했어



물론 이것도 쓰다가 흐지부지 출하엔딩이라 ㅠㅠ 장편 쓰는 사람들 다시한번 존경한다



원래 결말과 달리 오타에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카스미는 제 손으로 더럽히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깔리는 쪽을 자처했어

근데 카스미는 깔릴지언정 깔아버리는게 더 상처가 될 수 있는 아이라서 역효과였을지도!


쓰레기같은 글 봐줘서 고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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