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대기 타석에 들어가야 하니까.
“다녀올게.”
“네.”
[8번, 포수. 타카하시 선수.]
마야는 2구 째의 직구를 받아치고 좌익수 플라이. 원 아웃에 주자 없음.
‘연이은 직구에 완급을 조절하는 듯한 폼...그렇게 무리해서 삼진을 잡을 생각은 없나.’
야구 만화에서 흔히 그렇듯, 아마추어 레벨에서 하위타순이란 타구 생산력이 절망적인 법이다.
기를 쓰며 덤벼들어봤자 이득은 없다. 전력 파악이 끝났으니 어느정도 힘 조절을 해도 된다.
‘슬라이더는 못 쳐. 본능대로 가자.’
리에의 저조한 타격 성적은 근본없는 스윙도 문제지만, 자신도 모르게 게스 히팅에 집착하는 것도 한몫 한다.
대다수의 타자들이 노림수를 가지고는 있다. 여기서 게스 히팅이란 구종뿐만 아니라 던질 코스, 그에 따른 수비 계획을 나름대로 꿰뚫어보고 타격에 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하게도 사람의 예측이 매번 맞을 수는 없는 노릇. 쓸데없이 많은 걸 생각했다가는 빗나갔을 때 대응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이렇게 상대의 패가 적을 때는 생각을 심플하게-
‘체인지업!’
직구 타이밍에 맞춰진 스윙은 공에 자기 힘을 다 전달하지 못하고, 내야로 높게 떠오르는 타구.
“아웃!”
2루수 유카리의 글러브로. 투 아웃에 주자없음.
[9번, 투수. 아야나미 선수.]
머리가 식다 못해 북극의 해수에 직격했다. 일단 물부터 들이킨 리에는 타석을 보며 생각에 잠기기 시작한다.
“아이나...”
자신에게 있어서 아야나미 아이나란 무엇인가. 그 모습은 너무나도 조용했지만, 진지한 눈을 보고 료는 다가가는 걸음을 멈추었다.
“볼!”
체인지업을 지켜보며 카운트 1-0.
‘단순한 투수가 아니야.’
결코.
“파울!”
몸쪽으로 파고든 직구. 카운트 1-1.
‘운명의 상대도 아니야.’
이건 해석하기 나름이다.
서로 필요에 따라서 학교를 골랐다. 서로 필요에 따라서 입부했다. 어쩌면 그 과정이 이끌림일지도 모르지만.
“스트라이크-투!”
슬라이더에 헛스윙. 1-2.
손이 주먹이 되어간다.
“파울!”
주먹이 떨린다.
[1루수 강습! 유메사키, 몸을 던져 막아냅니다!]
이기고 싶으니까. 이기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으윽...!”
같이 뛰고 싶은 거다. 공을 넘겨받은 쇼요가 1루까지 한 걸음만을 남겼음에도 멈추지 않는 타자 주자와.
목표와는 상관없다. 그저 즐거운 거다. 이제야 만난 진짜 베터리와 함께하는 시합이.
“아웃!”
원통함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도를 줄이는 아이나. 그걸 보면서 리에는 인정했다.
‘형태는 확실하게 모르지만, 좋아해. 외견도, 평상시의 상냥함도, 하나 하나의 플레이에 열심히 임하는 모습도. 그러니까 한 시합이라도 더 싸우고 싶어.’
인정했기에 반성할 수 있었다.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려져 있었어. 아이나는 계속 전력을 다하고 있었는데.’
홈스틸은 솔직하게 아팠다. 안 좋은 코스로 공이 왔다고 한들 홈플레이트는 포수가 지켜야 할 곳이니까. 괜히 투수가 없는 티볼에도 홈루수라는 포지션이 있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페이스로 진행되지 않아서 조바심이 났다. 완벽하지 않은데, 완벽을 원했다.
너무 적은 생각도 너무 많은 생각도 문제.
‘내가 봐야 할 건, 이기기 위한 한 수.’
공격법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자. 게임기의 CD를 교체하듯이 그런 생각과 함께 헬맷을 쓴다.
“아직 5회. 막으러 갑시다!”
숨 돌릴 틈도 거의 없이 포수 마스크에 가려지는 얼굴. 하지만 답답하지는 않았다.
5회 말. 지금까지 아이나는 투구수 45구. 즉 공식전 최고 투구수를 넘겼다.
[6번, 포수. 유즈키 선수.]
‘사람인 이상 지치겠지.’
그리고 저번 이닝에는 직구 중심의 공략.
‘즉 변화구를 본격적으로 섞을거야.’
일단 초구는 지켜보고, 하늘 걸 보고 대응한다.
반면 리에는.
‘카운트를 잡지 않으면 계속 끌려다닐 뿐이야. 가운데부터 가자.’
마찬가지로 저번 이닝을 재구성. 해야 할 일을 정했다.
그렇게 초구.
“볼!”
몸쪽으로 파고들어와 버렸다. 허리를 뒤로 빼 피해보인 아카리. 1-0.
‘낮게 들어왔어. 어깨에 힘이 들어간 건 아닌 듯 한데.’
잠시 공이 담긴 미트를 바라보는 리에. 송구 하고 다시 같은 자리에 겨눈다.
“볼!”
이번에는 바깥쪽. 높이는 아슬아슬하지만 옆으로 벗어나서 잡아주지 않는다. 2-0.
‘윽. 감각이...’
어깨를 천천히 돌려보는 아이나. 걸린다는 느낌은 없다. 그렇지만 뜨겁다.
류오 전에서 삼진수를 늘려가던 때처럼. 무언가가 몸에서 뽑아져나오는 감각. 탄환을 있는대로 무한정 연사하는 포신같은 뜨거움. 그것이 제어할 길 없이 뚫려버린 수도꼭지 마냥 멈추지 않고 흘러나온다.
아이나는 무언가에게 유혹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력한 신식 무기를 파는 암상인 같이. 이거라면 누구랑 싸워도 지지 않는다. 마음껏 힘을 휘둘러라.
‘걸어나가거나, 존에 온다. 레벨 스윙이 아니라 찍어누르는 느낌으로. 가운데로 오면 내야를 뚫어 보이겠어...!’
‘체인지업. 한가운데라도 좋아. 존으로.’
그립을 수정하는 순간. 아이나는 그걸 잊을 수 있었다.
타자는 시야에서 지우고, 오직 미트만을.
제 3구.
“왔다.”
조금 홈플레이트 쪽으로 붙으며 발을 디디고.
대략적인 코스나 구속이 파악되는 위치. 거기서부터 급격히 느려지는 공.
“스트라이크!”
그리고 리에가 붙잡은 곳은 바깥쪽 낮은 코스. 카운트 2-1.
“나이스 볼!”
리에의 기운찬 목소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밖에 없던 아카리다.
‘타이밍이 맞았더라도 못 쳤을 거야...’
고개를 젓는다. 머릿속에서 지운다. 어차피 칠 필요가 없는 공이다.
제 4구. 리에는 다시 직구 사인을 내고.
“서드!”
제법 힘이 실린 강습 타구. 옆으로 뛰며 잡아낸 마야지만 밸런스가 무너져 미끄러진다.
흙먼지를 들이마쉬며 몸을 던지는 송구. 옆으로 벗어나는 공을 잡아보이는 유우키.
“세이프!”
그러나 늦었다. 내야 안타. 노 아웃에 주자 1루.
[7번, 2루수. 키즈나 선수.]
‘체인지업에 자세가 무너졌는데도 자신의 스윙을 잃지 않았어. 역시 노림수는 직구?’
그리고 노려지는 공을 요구하는 리에. 미트는 홈플레이트 위에.
완전히 달라진 리드를 보며 뜨거운 숨을 내뿜는 아이나.
“저 아이의 경우는 상당히 극단적이지만. 있지, 시합에 나서면서 본성이 드러나는 선수.”
“확실히. 점잖다가도 승부처에서 활약하면 포효하고는 하죠.”
시라사키 측의 관중석. 꽤나 눈에 띄는 신장차의 두 사람이 있었다. 아이나와 카에데 정도.
야구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조용히 대화하는 둘. 미츠키와 유메다.
“미안하네. 처음으로 같이 밖에 나온게 이런 곳이라서.”
“아뇨. 선배랑 함께라면 어디라도. 그리고 저도 확인하고 싶었으니까요. 어쩌다 나온 호투인가 실력인가. 팀으로서도 아야나미는 체크하고 싶어요.”
시라사키라는 팀 자체는 인정한다. 다만 팀으로서의 조직력이나 전술과 선수 개개인의 전력을 별개의 요소다.
아이나가 없었다면 거의 확실하게 이길 수 있었다. 그 생각에 결국 보러 온 그녀들이다.
“스틸!”
초구 도루. 스트라이크에 오는 직구.
‘얕보지마!’
리에의 송구는 정확히 2루 위로. 커버로 들어온 카나가 태그.
“세이프!”
아슬아슬한 타이밍. 하지만 명백한 세이프다.
“그것보다, 정말 상상하기 어렵네요. 저 화 한번 안 내봤을 것 같은 사람 속에 짐승이 있다는 거에요?”
“없으면 저런 공이 안 나오지. 물론 절반은 축복받은 신체조건이겠지만.”
2-1.
“손가락이 길면서도 힘이 있으니까, 센스만 있다면 웬만한 변화구는 다 다룰 수 있겠죠.”
“...그렇게 되면 정말 보는 맛이 있겠는데? 무심코 반해버릴지도.”
3-1.
“......”
“미안하다, 유메. 농담이야.”
“물론 알고있죠. 제가 선배한테 앙심이라도 품을 것 같나요?”
“어...그게...”
3-2. 제 6구.
“볼! 볼 포!”
몸쪽 깊은 코스. 거의 휘두를 뻔 했지만 멈춰냈다. 이걸로 노 아웃에 주자 1-2루.
“고전하는군. 저 베터리가 볼넷을 내줄 줄이야.”
“두 번째 타순이니까요. 코스가 안정되지 않으면 휘둘러주지 않죠. 야구를 포수 혼자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8번, 투수. 오키타 선수.]
‘료와 비슷한 수준의 스피드. 빠르지만 다른 야수들만큼의 클래스는 아니야.’
타격 또한 정석적으로 할 것이다. 그런 판단에서 리에의 지시는.
‘초구 체인지업!’
확실하게 존에. 배트 아래에 걸린 공이 아이나의 오른쪽 지면을 때리고.
“숏!”
카나의 정면. 확실하게 포구한 것을 본 리에가 웃는다. 충분히 병살을 노릴만한 상황.
이윽고 스텝을 밟은 카나는.
“아웃!”
말 그대로 딱 한 순간 멈추고 방향을 돌려 1루로 송구. 타자 주자 아웃. 이걸로 원 아웃에 주자 2-3루다.
“에엑.”
“좋아, 진루타. 최소한의 일은 다했어.”
아웃을 잡은 쪽과 잡힌 쪽의 길향이 갈리고.
[9번, 좌익수. 유하라 선수.]
원 아웃에 득점권에 주자 둘. 시합 중 최고의 찬스.
‘맞추는 건 괜찮아. 그래도 1학년. 힘은 부족하지.’
이번 이닝의 첫 코스 지시. 몸쪽에 미트를 겨누는 리에.
만일 번트를 시도하더라도 간단히 하게 두지는 않겠다. 그런 의지도 담겨있는 리드.
‘인코스...’
안된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숨을 고르는 아이나.
그런데도 모자와 유니폼이 아니라 우주비행복을 입은 것처럼 숨쉬기 힘들어진다.
연습 시즌에는 더 많이 던졌는데.
이를 악문다.
‘번트 자세!’
“스틸!”
3루 주자가 스타트를 끊는다. 마야와 유우키가 앞으로 달려나오고.
릴리스. 그 순간 아즈사는 배트를 회수하고.
“세컨드!”
[히트 앤드 런! 1-2루 간! 타구가 재밌는 곳으로 갑니다!]
빠지면 2실점. 변칙적으로 튕겨 내야를 몸비틀어 탈출하려는 듯한 타구.
옆으로 서 있는 것 같은 자세로 팔을 있는 힘껏 뻗어 잡아내는 카에데. 뿌리듯이 송구.
“아웃!”
타자 주자 아웃. 투 아웃 3루. 그것은 또한.
[홈 인! 2점째! 스코어 2 대 0. 서서히 점수차를 벌려나가는 유라 고교!]
마치 아이나를 갉아먹듯이. 천천히 쌓이는 점수.
[1번, 유격수. 유키노 선수.]
‘제구에 난조를 보이네. 오히려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걸.’
내야는 아까부터 전진 수비. 당겨서 뚫을 수도 있지만 아이나가 어떤 코스로 올지 예측하기 어려워져서 불안하다.
목표는 1루수 머리 위. 넘기기만 하면 안타.
배트를 짧게 잡고. 밀려들어오는 공을 잡아서 밀어내는 감각으로.
“퍼스트!”
가운데로 몰린 공을 원하는 타구를 만들어냈다.
“아웃!”
문제라면, 유우키가 예상보다 길었다는 것. 단지 그것 뿐이었다.
[쓰리 아웃 체인지! 아야나미, 주자 3루의 위기가 이어졌지만 무너지지 않습니다!]
“나이스 피치. 싸게 막았어.”
“피안타도 하나. 충분히 반격할 수 있어.”
홈스틸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의식해서 다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이나, 몸에 이상은?”
리에의 말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없어, 요.”
지면과 마주하던 얼굴이 리에에게 향한다.
“하지만, 계속 의식해버려서. 더 힘이 있어서 출루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분해서.”
리에는 미츠키가 아이나의 안에서 본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상체가 딱딱한 것 같아요. 특히 인코스를 던질때, 구위와 제구를 둘 다 신경쓰게 되어서.”
그리고 지금의 리에는 거기에 해답을 줄 수 있었다.
“그럼, 그걸로 좋아.”
“네?”
“저쪽은 직구의 로케이션을 파악한 것 같아. 지켜보는 공과 휘두루는 공이 확실해. 그렇지만 결과는 원 히트.”
항상 결과적인 스포츠이고, 그렇기에 항상 리스크를 짊어진다. 리스크를 짊어지고 메리트를 향한다.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어느정도 차이인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범타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 안타 3개, 4개 정도는 맞아가면서 싸우자. 그냥 미트를 보고 팔을 끝까지 휘둘러줘.”
“......”
“점수는 꼭 낼테니까.”
“네.”
공수교대. 타순이 붙어있는 베터리는 충분히 대화할 수 있었다.
“가자, 카나.”
“네.”
“무서운 건 알아. 범타가, 실책이.”
“네?”
카에데는 멈춰선 카나를 두고 타석으로 걸어간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걸 하자.”
어느샌가 멀어진 그녀를 멀뚱멀뚱 처다보는 카나.
“내가, 무서워하고 있어...?”
6회 초. 선두타자는.
[1번, 2루수. 혼죠 선수.]
배트 손잡이에 손을 감았다가 풀었다가 하는 카에데. 솔직하게 초조하다. 지금까지 무안타니까.
‘이 녀석은 무슨 일을 일으킬 지 몰라.’
아카리는 바깥쪽으로. 초구.
“스트라이크!”
130km/h. 높이는 다소 높았으나 헛스윙. 카운트 0-1.
카나의 생각은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저 키만 빼면 아마조네스 같은 사람도 무서운게 있다고?’
커트를 하려고 하든 안타를 노리든 언제나 전력 스윙. 지금도.
“볼!”
사실상 가죽을 쓴 돌덩이가 시속 130킬로미터로 날아오는데 눈 한번 깜짝 안 한다. 그것도 얼굴과 가까운 몸쪽 코스였는데.
3구. 짧은 슬라이더. 가운데로 몰리지만.
“파울!”
이걸로 카운트 1-2.
“몰아붙였다!”
“공격해, 피쳐!”
4구. 슬라이더.
“아웃!”
1루수 라인드라이브. 배트로 때렸다기보다는 옆면에 맞아서 도탄된 듯한 타구. 이걸로 원 아웃에 주자 없음.
“망할. 폼의 차이 없이 휘어지는 정도만 조절하는게 말이 되냐고.”
“카에데 선배.”
카에데는 대답하지 않았다.
[2번, 유격수. 오오토리 선수.]
대신 정면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끝이 향한 곳은 아이나.
“그래. 아이나.”
1회. 아이나를 생각하며 힘을 내 칠 수 있었다. 그런데 시합은 잘 풀리지 않았고.
불안했다. 나쁜 분위기가 계속되어서 아이나에게 영향이 가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볼!”
‘이걸 안 잡아준다고?’
인 로우를 노린 초구는 볼. 1-0.
노조미의 타구를 처리할 때는 무리했다.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할 수 없는 수비를 해내려고 하려고 하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 실수에 겁먹어 병살 플레이로부터 도망쳤고. 아카리가 도루를 시도할 때도 커버의 반응이 늦었다.
“볼!”
2구는 슬라이더. 2-0.
“스트라이크!”
다시 몸쪽 직구. 2-1.
‘직구는 영점이 맞춰져 있어. 허술한 공은 안 와.’
항상 공격하는 자세로. 따라서 노리는 건.
‘짧은 슬라이더!’
카에데 때와 비슷한 코스. 좌타자인 카나의 몸쪽으로 들어오는 공.
[오오토리, 강타! 타구는 우측으로 높게!]
파울라인 근처. 장타 코스다. 빠진다면 3루까지 노릴 수 있는 탄속과 각도.
“아웃!”
우익수 유이의 다이빙 캐치. 노조미만은 못해도 빠른 다리가 낙하점까지 대려다주었다. 이걸로 투 아웃.
[3번, 중견수. 스즈키 선수.]
“왜 네 앞이면 루에 나가지를 못할까.”
“방금 스윙은 좀 서둘렀어. 조금 더 끌여들이고 쳤으면 좋았을 텐데.”
즉, 노림수 자체는 좋았다.
“유이 짱 나이스! 사랑해!”
투수도 안도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너, 앞으로 시합 중에 아야나미랑 접촉 금지. 보는 것도 대화도.”
덕아웃에서 카에데가 대뜸 내뱉은 말이 그것이었다.
“에?”
“머릿속을 비우니까 전투력이 오르잖아. 그러니까 닥치고 내 말 들어.”
강한 타격음.
“아웃!”
“3구 연속으로 짧은 공을...!”
중견수 플라이. 꽤나 앞에 떨어진 공이었는데 슬라이딩과 함께 잡아낸 노조미.
“네 케어는 선배인 내 역할이니까.”
글러브를 건내는 모습에 일단 고개를 끄덕인 카나였다.
6회 말.
[2번, 1루수. 유메사키 선수.]
카운트 2-2에서.
[우익수 앞!]
“......”
한가운데로 몰린 체인지업이 안타로.
“카렌! 주자 2루로 파고든다!”
내야를 빠져나간 공이 카렌의 앞을 천천히 구르자 1루를 박차는 아이. 거의 메크로처럼 자연스럽게 줍는 동작에서 송구 동작으로 이어가는 카렌이지만.
“세이프!”
[태그조차 허용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스피드! 유라 고교, 드디어 선두타자를 루상으로 내보내는 데 성공합니다!]
[여전히 보는 쪽이 무서워지는, 폭주 직전의 공격적인 주루군요. 또한 처음으로 깨끗한 안타가 나온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노 아웃에 주자 2루.
[3번, 중견수. 히지타카 선수.]
무사에 주자 득점권. 타순은 클린업.
‘보통이라면 침착하게 안타를 노리겠지.’
상대는 보통 팀이 아니니까.
초구. 사인은 직구.
“스틸!”
[시라사키 베터리, 작전을 읽었다! 바깥쪽에서 대기하던 타카하시!]
노조미는 배트가 닿지 않는 곳임에도 끝까지 휘둘러보지만.
“아웃!”
3루에서 완벽한 타이밍에 태그. 히트 앤드 런 실패.
도루 실패로 원 아웃에 주자 없음.
“얕보지 말라고 했잖아.”
부족한 어깨는 기술로 커버한다. 그건 리에도 마찬가지다.
주자는 없어졌다. 이제 어떻게 노조미를 잡아낼 것인가.
‘저쪽의 집중력은 그대로. 어설프게 체인지업을 던져줄 바에는.’
인 하이.
“파울!”
0-2. 후방의 망을 때리는 타구.
‘아까는 참았던 코스를 때렸다?’
카운트를 잡을 생각이었는데.
‘아이나를 의식한 건가.’
‘마음에 안 드는 타구였어. 이번에는 반드시 클린 히트다.’
강한 스윙을 의식하는 타자에게 변화구를. 리드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을 거다.
잠시 고민한 리에는.
‘한 구 더, 몸쪽. 확실하게.’
제 2구.
“볼!”
깊이 들어온 공은 확실하게 거른다. 전혀 움직이지 않고. 1-2.
지금 던지게 해도 될까. 끝까지 생각했지만, 끝까지 믿어서.
‘존 밖으로. 확실하게 떨어트리자.’
인 하이 다음가는 필살 패턴. 우타자라면 바깥쪽으로 멀어지는, 좌타자라면 발등을 노리는 몸쪽 체인지업.
‘공 반개 정도라도 잘못 들어가면 당한다.’
아이나는 잠시 숨을 고른다.
좋아. 부딪히자. 그렇게 다짐하는 순간.
“나한테 보내, 아이나!”
등을 붙잡고, 다시 밀어주는 목소리.
“막아낼게!”
굳이 보지는 않고. 몸으로 감사를 표현한다.
‘3구 계속해서...!’
몸쪽인가. 그 판단은 옳았지만.
배트를 휘두르려 드는 순간 정지. 뒤이어 파고든다.
“퍼스트!”
번트 수준의 타구. 아이나는 1루로 향하지만.
“아쉽네.”
유우키는 줍고 그대로 미트를 휘두른다.
“아웃!”
태그로 그 자리에서 아웃.
‘막아내는 건 모두에요.’
또 하나, 27개 중 하나를 해치웠다.
그리고 7회. 즉 후반.
[4번, 1루수. 나카무라 선수.]
반격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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