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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여동생에게 EBS 폴더를 털린 사연 -6-

LL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2 17:34:49
조회 725 추천 25 댓글 2
														

 아니, 너는 행복할지 몰라도 난 무섭거든. 평소에 이러지 않았는데 그저께부터 이상할 정도로 폭주하고 있었다.


 "자, 잠깐만. 언니는 너랑 깊은 대화를 하고 싶거든."


 "깊은 몸의 대화 말이지?"


 여동생은 나에게 입을 맞추고는 내 옷을 차근차근 벗겨나가기 시작했다. 도저히 말이 동하지 않는다. 밀어내려고 해도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도 아까 당했던 것과 비교하면 차라리 나은 편일까. 이번엔 내 목덜미와 가슴 부근을 천천히 핥아 내리면서… 그리고 강하게 흡입하듯 빨았다.


 진득하고 축축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기분이었다. 그러고보니 첫 폭주도 의문의 키스마크? 때문이었지. 아마 이런 식으로 마크를 남긴 사람에게 질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언니는 누구한테도 줄 생각 없으니까."


 "사귀는데 네 허락을 맡아야 할 필요가 있…어?"


 어찌 보면 지뢰발언일 지도 모르지만, 이상할 정도의 집착이 무서웠다.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거지? 사실 그저께 이전에도 이런 폭주의 조짐은 없었다.


 여동생은 몸을 겹쳐 올린다음 내 귀를 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연이어 미지근한 호흡을 불어넣듯 속삭였다. 이런 표현을 쓰면 화낼지 모르겠지만 은근히 무거워.


 "당연하잖아? 어린 시절부터 나만의 언니였는걸."


 어린… 시절부터? 그때부터 사실 조짐이 있었다는 걸까? 나는 도대체 누구랑 살아온 거야! 여동생은 내가 머릿속을 정리할 여유를 주지 않고 공격해 들어왔다. 바지를 완전히 벗긴 다음 헤실헤실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세 개 펼쳐 보았다.


 "언니를 존중해서 선택지를 줄게. 순식간에 끝나지만 잠깐 따끔 아픈 거랑, 조금 걸리지만 한번만 하고 끝나는 것, 마지막은 부모님 오시기 직전까지만 할 거지만 다채로운 경험이야."


 마음 같아선 순식간에 끝나지만 잠깐 따끔 아픈 것이었다. 근데 그걸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말했다는 것은 이쪽이 가장 위험한 선택지겠지?


 무엇보다도 지금 보이고 있는 집착을 보면 아까 확인한 녀석을 가져가겠다는 수준일지도. 그렇다면 조금 걸리더라도 한번만 하고 끝내는 쪽이 안전하겠지. 험하게만 안 다루면 비교적 짧은 편이 좋으니까.


 "조금 걸리지만 한번만 하는 쪽으로…."


 "순식간에 끝내는 쪽이 편하지 않아?"


 위험해! 역시 노리고 있는 게 틀림없어! 대놓고 첫 번째 선택지로 틀어주길 원하는 눈치지만, 그건 선 넘는 거야! 절대 안 돼! 죽어도 안 돼!


 "아니. 조금 걸리는 쪽으로 할게."


 "쯧."


 여동생은 혀를 한번 차고는 하의를 순식간에 벗어보였다. 대충 어떤 것을 하려는지 감이 오는데. 아니, 자매끼리 이건 아닌 것 같아. 여동생은 내 다리를 잡고 허벅지를 활짝 열듯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잡은 다리를 끌어안고 지체 없이 몸을 밀어붙였다.


 미, 민망한 것이 닿고 있어. 그전에… 그간 유연성운동이고 뭐고 안 해서 허벅지가 떨어져나갈 듯이 뻐근해! 아파! 허리가 배겨!


 "자, 잠깐! 이것도 아파!"


 "그럼 역시 순식간에 끝나는 쪽으로?"


 "이대로 부탁할게."


 여동생이 준 선택지에 순순히 따르는 것도 이상하지만… 이 시기를 버티고 나면 반드시 도망칠 거야. 집을 나갈 거야! 절대 마주치지 않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들어주는 어리광이라기엔 과하지만!


 나는 찔끔 나오는 눈물을 삼키고는 적나라하게 닿고 있는 부분을 보지 않기 위헤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감각은 이상하리만치 미끌미끌하고 뜨거웠다. 무엇보다 여동생의 균열의 형태가 내 거기에 닿고 있어서… 형태를 몸으로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에헤헤. 언니와 이어져 있어. 보여?"


 "마, 말하지 마! 부끄러우니까!"


 여동생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끌미끌한 액과 함께 뜨겁게 마찰되는 감각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거 잘못하면 버릇이 될 지도! 아냐! 상대는 여동생이야!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닿고 있는 부분을 보지 않고 있기에… 민감하게 몸으로 그 형태를 기억하는 게 위험해! 그리고 생각보다 오래 걸려.


 "에헤헤. 언니 기분 좋아?"


 "모, 몰라! 묻지 마."


 여동생은 잠시 멈추더니 이번엔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아까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자극이었다. 뜨겁고, 농밀하고, 끈적한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내 몸이 여동생에게 맞춰져 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마찰의 감각과 질척대는 소리, 그리고 방에 가득 차오르는 열기와 가쁜 호흡 그 무엇 하나 음란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멈춘 뒤 움직이는 속도를 리드미컬하게 변화시켜나가며 자극을 다채롭게 추가했다. 결국 그 형태를 느껴가나 싶으면, 뜨거울 정도로 마찰하며 자극을 바꾸는 타이밍이 절묘했다. 결국 내 머릿속엔 다른 잡념 없이 지금 이 순간의 쾌락만을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으읏!"


 여동생의 적극적인 공세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아랫배로부터 무언가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느낌과 함께 함이 빠져버렸다. 으으, 억지로 열린 허벅지 관절과 허리가 아파. 하지만 이걸로 끝이겠지.


 아직 사귀기로 한 유리와도 이런 짓은 한 기억은 없었는데. 사실 아직 이런 짓을 누구와도 할 생각도 없었지만… 널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배신해서 미안해.


 "하아, 하아…."


 우리 자매는 몸을 겹친 채, 거친 한숨을 몰아쉬었다. 몸도 정신도 피로해졌다. 하지만…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 씻고 준비해야 해. 나는 그 일념으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내일 잠에서 깨면 틀림없이 운신이 불편할거야.


 "어디 가?"


 여동생은 반쯤 여운에 젖어 풀린 눈으로 불러 세웠다. 나는 손으로 벽을 짚고 이동하며 대답했다.


 "씻으러. 부모님 오시기 전에 씻어야지."


 부모님 오셔서 이 난장판을 보시면 쇼크로 병원에 실려 갈지도 모르니까. 그 쪽이 아니라면 내 쪽이 생물학적인 죽임을 당할지도. 어느 쪽이든 피하고 싶은 결말이다. 최소 가정 파탄은 확정이야.


 여동생은 살짝 바둥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내 손목을 붙잡았다.


 "같이 씻자."


 어딘가 불안한 눈매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침에 유리와 같이 씻고, 이번엔 얘랑? 말도 안 돼! 씻는 것만은 빠르게 해결하는 건 좋지만… 얘랑 씻는 건 불안해. 당연히 무슨 짓을 저지르겠지.


 "안 돼?"


 "평범하게 씻기만 하는 거라면 돼."


 여동생은 장시간 침묵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틀림없이 뭔가 저지를 셈이었어! 이거! 미리 선수 쳐놔서 다행이야.


 "그럼… 어렸을 때 했던 것처럼 부탁할게."


 "알았어. 그리고… 네 방에 있는 이불들 빨래 해놔야 해."


 "응."


 이번엔 어리광? 갑자기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이 쪽이면 차라리 안심이었다. 나는 수락하고 정말 평범하게, 놀라울 정도로 평범하게 씻겨주면서 씻었다. 어린 시절을 이미지하니 조금 그리워졌다. 그 때는 지금보다는 착했던 것 같은데.


 다 씻고 나오자, 여동생은 침대보와 이불을 세탁기에 넣으러 들어갔고, 나는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근데… 여기서 나리의 냄새가 난다. 샴푸나 바디워시는 공유하니까 그 쪽이 아니라, 그저께부터 느껴진 그 특유의 냄새다.


 설마 어제 내 방에서? 그저께도 빨래를 했을 테니 자연스럽게 내방에서 자는 그림이 나오긴 했을 텐데. 설마 오늘도 그걸 핑계 삼아 내 방에 찾아올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소름이 살짝 올라왔다. 틀림없이 여동생은 오늘 밤 내 방에 찾아올 것이다. 최근 감정의 폭주가 일어나고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가지고 있는 명분도 확실했다. 위험해!


 여동생 대책을 강구할 필요를 느낀 나는 여동생이 집착하고 있는 어린 시절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로 했다. 지피지기는 백전백승. 잘하면 여동생을 컨트롤 할 단서가 있을 지도 모른다.


 가족 사진집?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맞벌이였기 때문에 가족들이 모두 모여 어디 간 경험은 드물다. 그렇다면 여동생과 나만이 겪었을 법한 사건의 단서는… 초등학생 때 반강제로 과제로 써왔던 일기장 정도겠지.


 나는 책상 서랍들을 뒤져가면서 일기장을 찾아 보았다. 의외로 쉽게 초등학생 때 써온 헤진 일기장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삐뚤빼뚤하지만 꾸욱 눌러 쓴 글씨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여동생', '나리' 라는 단어가 있는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찾아보기로 했다. 나는 내용은 한 번에 몰아읽기로 하고, 그런 글자들만 보이면 바로 포스트잇으로 붙여보다 포기했다. 매일 여동생에 대한 키워드가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이 맞벌이라 결국 동생을 돌보는 일이 친구를 사귀고 노는 일보다 우선시 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첫 장을 열어 보았다.


 일기장의 내용은 대체로 패턴화 되어있었다. 그날의 날씨, 아침식사 메뉴, 학교에 가서 있었던 사건, 집으로 돌아오면 여동생을 돌봐주고, 저녁식사 메뉴와 감상평. 나 은근 먹순이였구나. 거의 이 패턴을 벗어나지 않았다.


 가끔 여동생이 친구들이랑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고 내가 오랫동안 기다리다 저녁을 못 먹는다거나, 여동생이 아프면 어떻게 간호했는지 라거나, 여동생과 어떤 일로 싸웠으며 결국 왜 양보했는지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내가 거의 엄마와 언니사이의 애매한 역할을 했었네."


 읽은 결과 어린 시절의 여동생은… 굉장히 얄미운 녀석이었다. 대체로 나를 속이려하고 골탕먹이고, 떼써서 뭔가를 끝끝내 빼앗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멋대로 미화된 기억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구나.


 특히 초4때의 어린이날이 가장 심했다. 부모님은 특근으로 출근하셔서 선물만 기다리며 둘만 보내게 된 적이 있었다. 그때 애가 유원지에 가고 싶다고 떼써서 아껴둔 용돈을 탈탈 털어 대중교통으로 간신히 데려갔더니, 애가 중간에 미아가 되어서 찾느라 결국 늦게 돌아왔고 내가 뒤집어쓰고 혼난 내용까지 있었다.


 계속 읽으면 왠지 여동생이 더 얄미워질 것 같아서 일기장을 덮었다. 무엇보다도 여동생이 내게 왜 그런 감정을 품었는지 알 법한 단서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내가 어지간한 억지는 다 받아주니까 그렇게 된 것일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들 뿐이다. 나는 슬쩍 스마트폰을 열었다. 내일 갑자기 찾아가기도 미안하니까. 미리 연락을 넣어야지.



 >저기 유리야. 혹시 내일도 시간 나? (1)


 메시지를 보내고 웹서핑을 하려고 할 때였다.


 깨똑!


 빨라! 그러고 보니 오늘도 하루 종일 시간이 난다고 했었지. 나는 다시 대화창을 열어서 대화를 시작했다.


 유리 : 무슨 일이야?

 >연인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

 유리 : 꺄악! 그렇구나. 근데 내일은 오후 7시 이후에 시간이 날 것 같은데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완전 괜찮아!! 내일 밤에 보는 걸로 알고 있을게♡

 유리 : 웅웅. 기대하고 있을게!

 유리 : 근데 말이야.

 >응 뭔데?

 유리 : 아, 아무것도 아니야! 저녁 맛있게 먹고 잘 자

 응. 잘 자. 사랑해

 유리 : 나도 사랑해!


 이거 이러다가 끝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리의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스마트폰을 덮었다. 나는 서둘러 터틀넥 니트를 찾기 시작했다. 내일 유리를 만날 때, 여동생이 아까 몸에다 잔뜩 남겼던 녀석을 가려야하니까. 아마 유리가 보면 상처받겠지. 아니, 그전에 부모님도 봐선 안 되고.


 하얀 터틀넥 니트를 찾아서 입은 다음, 몇개 더 찾아보았다. 한동안 터틀넥만 입어야 할 것도 같고, 갑작스럽지만 유리네 집에서 신세를 지려면 옷과 속옷은 여러 벌 필요하겠지. 내일 집을 떠날 채비를 몰래 완료한 나는 가방을 저 구석으로 치워두었다.


 오늘 저녁도 매우 평범하고 평온하게 보낼 수 있었다. 단 한 가지만 빼면.


 "아리야. 외박할 거면 연락이라도 하렴."


 "응. 에헤헤."


 이런 잔소리는 저녁 식사가 끝난 뒤에 하면 안 될까 하는 불평이 늘 있었다. 아마 식사시간에서의 교류를 중시하는 거겠지만, 밥이 안 넘어간다고.


 "차라리 동창 말고 남자친구를 만나서 사고라도 치면 좋겠구나. 네 나이가…."


 "농담이라도 그만 해. 엄마."


 "하지만 네 언니의 나이가…."

 

 여동생이 엄마를 째릿 노려보자, 엄마는 잠시 눈치를 살핀 다음 입을 다무셨다. 아마 저 말을 내뱉은 의미는… 내가 생각하는 그 의도겠지.


 "쿨럭! 쿨럭!"


 역시 예상했던 대로 압박감에 밥이 안 넘어갔다. 어쩐지 식사시간에 눈치만으로 체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일상도 내일이면 끝이야. 선 가출, 후 보고 할 거야! 얹혀사는 건 미안하니 같이 살 동안 보탬이 될 아르바이트라도 찾아봐야지.


 "그나저나 나리야. 너는 침대보랑 이불은 왜 또 빨았니?


 "먼지덩어리가 뭉쳐있었어."


 "그랬구나."


 역시 여동생은 어린 시절부터 약아서 그런지 이런 임기응변에도 강하구나. 그리고 나리와 눈이 마주쳤다. 위험한 기분이 들어.


 "그래서 어제처럼 언니 방에서 자려고."


 당했다. 식사하면서 선언하는구나. 방에 들어가자마자 문 잠가놓고 이불로 얼굴을 덮어 눌러쓰고 귀를 막고 잘 생각이었는데.


 "자, 잠깐! 네가 왜 내 방에서."


 "뭐 그거가지고 그러니. 그저께 밤엔 네가 공포영화 보고 무서워서 나리 방에 기어들어갔다며. 어젯밤엔 나리가 네 방에서 잤단다."


 그건 그런 설정이었지. 그렇지만… 내일 내 이불이랑 침대보를 또 빨면 슬슬 위험하잖아. 자매가 같은 침대를 쓸 때마다 빨래를 한다니! 대놓고 수상하잖아! 아니 난 왜 또 저걸 빠는 걸 전제로 생각하는 거지?


 그보다도 오늘 밤은 정말 정조의 위기일지도 몰라. 위험해! 엄마는 저 나리의 육식동물 같은 눈빛을 몰라보겠지. 저건 틀림없이 오늘밤도 할 생각인 얼굴이야.


 "난 싫어. 거실도 있잖아."


 "언니가 되어서… 정말 이기적구나?"


 "됐어. 엄마. 언니도 프라이버시가 있겠지. 혹시라도 컴퓨터에 그렇고 그런 폴더가 있을까봐 두려운 건지 누가 알아? 난 다 존중해줄 수 있으니까."


 이거 협박… 맞지? 치사한 녀석! 그래. 협박하는 것도 오늘까지니까. 두고 보자. 울면서 빌어도 안돌아 갈 거야! 까발리려면 그때 까발리든가!


 "웃기지 마! 그렇게 수상하면 내 방에서 자든가."


 말을 내뱉고는 바로 후회해버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EBS폴더 증거사진이 까발려진다면 가출이고 뭐고 시도하기 전에 방 안에 감금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기다리지 않고, 기다리지 않던 밤이 찾아왔다. 여동생은 아주 당당하게 내 방 침대 한켠을 차지하고 양 팔을 벌리며 나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현기증이 날 것 같았지만….


 "언니. 어서 와!"


 "그럼 편히 쉬어. 나는 거실에서 잘게."


 "뭐?"


 "맘 편히 자고 싶어서 그래. 아까 격렬하게 해서 허리도 뻐근하고 힘들어."


 여동생은 베개를 끌어안은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왠지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표정이지만 안 되는 건 안 되었다. 특히 또 빨래하는 상황은 정말 위험하니까.


 "그럼… 오늘은 손대지 않을 테니까.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들어보고."


 손대지 않는다는 약속만 철저히 지킨다면 그리 위험한 동생은 아니니까. 근데 아까도 확인만 한다고 해놓고 끝까지 덮쳤던 전적이 있어 신뢰가 가지 않는 게 문제지만.


 여동생은 바로 컴퓨터 전원을 켜 보았다. 그리고는 마우스를 몇 번 딸깍거리더니 폴더 하나를 열었다. 나는 뭐지? 싶어서 봤는데… EBS폴더였다. 이거 이미 삭제했었는데? 어제 내 방에서 만들 때 다시 만들었나?


 "여기에다가 나를 사랑하길 원하는 마음으로 여동생물 컬렉션을 가득 채워놨으니까. 같이 보자. 그러면 정말 손 안 댈게. 응?"


 나는 손가락을 이마에 짚고 생각해보았다. 아마 에로한 내용을 보고 발정한 여동생이 덮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아니 지금까지의 흐름이면 보다가 발정한 여동생이 시츄에이션을 반복해보고 싶어서 덮칠 거야. 틀림없어!


 "거짓말. 보다가 상황을 따라해 본답시고 덮칠 거잖아."


 "끄응…."


 역시 들킨 모양이었다. 최근 봐온 여동생의 사고는 대강 알 것 같았다. 지나치게 단순할 정도로 내 몸을 탐할 찬스만을 노리고 있다. 그 명분을 어떻게든 만들려고 한다.


 "그, 그럼! 나는 언니가 뒤에서 잘 보나 지켜보기만 할게. 언니는 그걸 봐줬으면 좋겠어! 정말 내 쪽에서 안 덮칠 테니까. 물론… 언니가 그럴 생각이라면 응하겠지만."


 "그런 거라면야…."


 나는 저항감을 가지고 폴더 내용들을 열어봤다. 내가 여동생물을 열어보는 모습을 뒤에서 여동생이 지켜본다니. 이거 무슨 수치플레이지?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든 나는 슬쩍 돌아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나리는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살짝 내렸다.


 "너… 그걸 약점으로 삼으려고."


 "미, 미안. 에헤헤헤."


 조금이라도 방심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파일들을 열어보았다. 어째선지 하나같이 언니가 수비고 여동생이 공격 포지션을 잡는 내용이었다.


 기본 뼈대가 되는 스토리나 캐릭터 성격 및 설정이 조금씩 달랐지만… 결과적으로는 M언니가 여동생에게 엉망진창으로 당하는 내용이었다. 내가 덮칠 생각이 들게 만들려면 언니가 공격인 것도 몇 개 섞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감상평만 쓸데없이 남았다.


 다행히도 다 본 느낌은… 감동도 재미도 없고, 여동생과 하고 싶은 마음은 코빼기도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보통 이런 창작물은 현실적인 것처럼 보여주되,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판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내겐 이 내용들은 판타지는커녕 너무나 리얼한 다큐멘터리라 봐도 무방했다. 여기에 있는 내용 하나 하나 모두 저항감만 불러일으켜주는 결과만 낳았다고 말해도 좋아.


 "어땠어?"


 여동생은 팔을 활짝 벌리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내가 끌어안아주길 원하는 것이겠지만… 내가 미쳤냐!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모습을 어필하기 위해 혼자 누웠다.


 "별 거 없더라. 오히려 혼자 자고 싶어졌을 정도야. 잘 자라."


 일부러 냉담하게 말하고 일부러 등을 보이며 누웠다. 이정도면 거리감이 느껴지겠지?


 "흑… 으흑…."


 깜짝 놀라 돌아보니, 여동생은 이불을 잘근잘근 씹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무서워. 하, 하지만 약속은 지키겠…지? 나는 살짝 무서워져서 언제든 도망칠 수 있게 살짝 거리를 더 벌리고 누웠다.


 "야, 약속은 지킬 거…지?"


 "……."


 대답이 없으니까 오히려 무서워! 나는 바들바들 떨며 다시 여동생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여동생은 아직도 눈물을 줄줄 흘리며 나를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약간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으흐윽… 신뢰 관계를 깨트릴 수는 없으니까. 대신 두고 봐. 머지않아 나밖에 생각할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결국 울고 있는 여동생 때문에 반 쯤 뜬 눈으로 지새버리고 말았다. 뒤에서 밤새 흐느끼는 소릴 들어서도 있지만, 언제 덮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다행히 약속을 지켜주긴 했지만 역시 찝찝했다. 역시 빨리 집을 탈출하는 수밖에. 결국 아침이 되자, 피로해 보이는 표정의 여동생은 몸을 일으키고는 거실로 나오면서 한마디 던졌다.


 "오늘 수업 끝나면 두고 봐. 철저하게 내 것으로 만들 테니까."


 "아하하… 기대할게."


 물론 그 때면 난 도망가고 없겠지만. 근데 오늘 여동생의 수업 시간표가 어떻게 되더라? 밤새서 졸음이 몰려왔다. 적어도 유리를 만나기 전까진 적당히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그럼 잠시만 눈을 붙여야지.




 "나리야! 어디 있어!"


 나는 사람이 북적이는 유원지에서 나리를 찾고 있었다. 내내 손을 꼭 잡고 데리고 다니다가, 인파에 잠깐 휩쓸린 사이에 손을 놓친 것이 화근이었다. 키와 연령 제한 때문에 탈 수 있는 기구는 매우 적었다. 결국 탈 수 있는 것 중에서 나리가 타고 싶어 하던 것 위주로 태우고 다녔다. 안 돼! 여기서 동생을 잃을 수는 없어!


 나는 턱 밑까지 숨이 차오를 정도로 뛰고, 또 뛰었다. 부모님에게 혼나는 것보다 잃는다는 사실 그 자체가 무서웠다. 나쁜 아저씨들에게 유괴되는 상황까지 상상을 하면 더욱 무서워졌다.


 최근에 유괴살인사건 이야기까지 있어서 내가 먼저 나리를 찾아야 했다. 해달라는 거 모두 해줄 테니까 무사해야해!


 나는 미아센터로 가서 미아로 오해받기도 하고, 식당이랑 화장실 등등 다 뒤져보았다. 그러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엉엉 울면서 어둑어둑해져가는 유원지에서 나리를 찾아 다녔다.


 그리고… 간신히 이상한 아저씨의 손을 잡고 있는 나리를 발견했다. 나는 앞뒤 가리지 않고 아저씨에게 달려들어 부딪혔다.


 "나리야! 언니는 괜찮으니까! 먼저 도망가!"


 "어, 언니?"


 그러나 이건 헤프닝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이상한 아저씨는 그냥 미아센터 사람이었을 뿐이었고, 내 제보 덕에 나리를 찾아준 것일 뿐이었다. 결국 나리를 내가 찾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나리의 손을 꼬옥 잡고 약속했다.


 "다음번에 같은 일이 벌어지면 내가 찾을게. 아니 네 손을 놓지 않을 테니까. 넌 아무것도 걱정할 것 없어."


 "언니이이이!"


 나는 나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음 미아센터 직원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나왔다. 나오는 내내 나리의 눈은 기념품 상점 쪽을 향해 있었다. 어린이날이니까 갖고 싶은 게 있는 거겠지.


 "나리야! 언니가 나리한테 뭐 사줄게."


 "하지만 언니 용돈… 이제 부족하지 않아?"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어보였다. 여동생에게는 늘 당당하고 멋진 언니가 될 생각이니까.


 "용돈은 심부름을 하거나 공부 열심히 해서 받으면 돼! 하지만 나리와 여기에 단 둘이 올 기회는 오늘 뿐일지도 모르는 걸."


 "응."


 나리가 해맑게 웃자, 나는 놓칠 일이 생기지 않게 손을 꼬옥 잡고 기념품 상점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남은 용돈이 빠듯해서 유원지 마스코트가 둥그런 플라스틱 볼에 박혀있는 고무줄 머리끈과 팔찌 하나를 사주는 정도가 한계였다.


 "이 정도밖에 못해줘서 미안해."


 "아냐. 평생 간직할게. 고마워 헤헤헤."


 완전히 어둑어둑해지고 난 뒤에, 돌아갈 차비마저 남지 않았다. 나는 공중전화기로 가서 콜렉트콜을 이용해서 부모님을 간신히 호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 대신 당연하게도 집에서 호되게 꾸중을 받았다.


 "어쩌자고 그랬니! 응?"


 "죄송해요! 제가 억지로 나리를 끌고 갔어요! 나리는 혼내지 말아주세요!"


 결국 그렇게 나 혼자 혼나는 걸로 끝낼 수 있었다. 종아리에 회초리자국이 새겨진 채, 방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나한테 나리가 찾아와 울먹였다.


 "언니. 안 아파? 호오 해줄까? 미안해. 나리가 놀러가고 싶다고 해서. 흐끅."


 나는 눈물범벅이 된 나리의 얼굴을 꼬옥 끌어안아주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손으로 살살 쓸어주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흘쩍. 괜찮아. 나리가 즐거웠으면 그걸로 좋으니까."




 잠에서 깰 때, 한쪽 눈에 눈물이 살짝 흘러내렸다. 그러고 보니 그런 사건이 있었지. 일기장의 영향이었을까? 아니면 나리가 우는 모습을 너무 간만에 봐서? 덕분에 당시의 일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생각보다 칸이 적어 간결하게 적혀있었고, 그때의 내 감정에 맞게 악의 넘치는 느낌으로 읽었을 뿐이었구나.


 나는 비척비척 일어나 나리의 방으로 향할까 하다 멈추었다. 벌써 15년 가까이 되어가는 일이다. 아직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설령 가지고 있다 해도… 그걸 보면 집을 떠나기로 한 결심이 약해질 수 있었다.


 나는 나리가 돌아오기 전에 나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서둘러 씻고, 어제 싸둔 침을 챙겨 집을 나섰다. 어린 시절에 순수하고 귀여웠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폭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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