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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여동생에게 EBS 폴더를 털린 사연 -16-

LL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2 20:09:52
조회 499 추천 23 댓글 2
														

 아직 몽롱한 기분이 다 가시지는 않았지만 얼추 감각이 돌아오고 있었다. 다만 알 수 있는 건 누군가가 나한테 눈가리개를 씌워놓고 옷을 모조리 벗긴 채 사지를 묶어놨다는 사실 뿐이었다.


 여기는 어디일까? 나는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것일까?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돌아오던 것까지는 기억이 났었다. 굳이 이런 미친 짓을 할 사람은….


 "서, 설마 나리야?"


 "땡! 입니다."


 이 목소리는 채희였다. 왜 굳이 나를? 나리를 좋아하던 것 아니었어?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내 여동생을 포기하고 나를 대신으로 삼으려고?


 "네 언니가 정신이 든 모양이야. 너무 늦으면 내가 손댈지도? 우후후후후!"


 지금 통화하는 상대는 설마 내 여동생일까? 설마 나리가 시켜서? 말도 안 돼! 어떻게 언니에게 이런 짓을! 용서할 수 없어! 나는 구속하고 있는 줄을 풀어보려 했으나, 당연히 무리였다.


 아예 풀 수 없도록 철저하게 손목을 단단히 묶어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결박이 느슨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꿈틀거렸으나 아무 소용없었다.


 채희는 내 가슴을 손으로 가볍게 움켜 쥔 다음 희롱하기 시작했다. 내 목덜미를 살짝 핥으며 귓가에 미지근한 호흡을 불어보였다. 저항하려는 몸부림도 아무 의미 없었다. 내가 필사적으로 움직일수록 구속된 줄이 나를 더 아프게 만들 뿐이었다. 결국 나는 애원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제, 제발 이러지 마요! 전 채희 씨에게 아무 짓도…."


 "재미있는 소릴 하시네요. 이러지 않을 거면 애초에 납치하지도 않았겠죠?"


 채희는 말을 마치고는 나를 갖고 놀기 시작했다. 내 뺨을 할짝 핥더니 갑작스러운 키스를 해 왔다. 혀를 넣으면 반드시 깨물어버릴 작정이었지만, 애석하게도 그렇게 까진 안하고 있었다.


 시각정보가 완전히 차단되어 있어 촉감만으로 채희의 행동 하나하나가 더욱 민감하게 느껴져 왔다. 안 좋은 의미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


 "자, 자, 네 언니 계속 보여줄 테니까. 감상하면서 오라고. 근데 내 인내심은 그리 길지 못하니까. 서두르지 않으면… 알지?"


 영상통화중인 모양이었다. 여동생에게 이런 치욕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알바 동료에게 당하다니, 창피해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었다.


 채희는 내 배를 핥아 내려가며 손가락 끝으로 가슴을 살짝 꼬집었다. 그리고 손가락이 내 균열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흐, 흥분하지 않을 거니까! 반드시 견디고 나갈 거야!


 그 때 밖에서 문을 철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나리가 도착한 걸까? 난 벌써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두 명이서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인 걸까? 나는 정말 어떻게 되는 것일까?


 "도착했나보네? 비밀번호는… 내 생일이야. 우리 사이면… 그 정도는 알고 있지? 모르면… 실망해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삑삑거리며 도어 록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잠시 지나가고, 곧이어 문이 쾅!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입구의 방향은 알았지만, 도저히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벌써 나리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그만큼 흥분한 거야? 안 돼! 난 너를 그렇게 변태로 키울 생각은 없었어!


 "허억… 허억… 언니를 놓아줘!"


 ? 여동생은 한패 아니었어? 나를 놓아주라고? 지금 어떻게 된 상황이지? 잠깐… 설마 나를 인질로… 호출당한 건가?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 자연스러웠다. 애초에 채희 혼자 나를 납치하는 것보다, 나리와 함께 하는 쪽이 옮길 때 힘을 쓰는 면이나 교통 비용 면에서 유리했을 테니까.


 즉, 나리가 지시해서 나를 납치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나리를 낚아 올리기 위해 나를 납치한 쪽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지금만큼은 여동생은 내 편일 것이다.


 "나, 나리야! 어서 나가! 경찰에 신고부터 해! 언니는 괜찮으니까!"


 "우후후. 재밌는 소릴 하네요. 나리가 그러지 못하게 감시하려고 처음부터 영상통화를 걸었다구요?"


 이 말로 확실해졌다. 채희의 목적은 내가 아니라 여동생 쪽이었다. 그렇다면, 나리만 채희에게 확보되지 않으면 우리의 승리였다.


 "뭐하고 있어! 언니는 괜찮으니까 어서!"


 "뭐, 나리의 선택을 믿어볼까요?"


 채희는 내 균열에 살짝 넣었던 손가락을 뺀 다음 입구 쪽을 살짝 벌려보였다. 설마… 나리에게 보여주려고? 무슨 짓인 거야? 그딴 협박이 먹힐 것 같아?


 "경찰에 신고하려면 해도 좋아. 대신 내 언니가 어떻게 될 지는 상상에 맡길 테니까."


 "으윽!"


 설마 주저하는 걸까? 여동생에게 용기를 주려면… 그래! 그 방법밖에 없었다! 절대 하고 싶은 말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상황이 상황이니까. 나리는 나를 사랑하니까 당연히 응해주겠지?


 "무사히 탈출하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게 해줄 테니까!"


 "아냐. 이건 나와 채희의 문제니까."


 여동생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어느 때보다도 심지 굳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언니를 보내줘. 네 목적은 나잖아?"


 나, 나대신 잡히겠다고? 잠깐! 그건…. 나는 언니로서 그러지 말라는 말을 꺼내야 했지만 중간에 목이 턱 막혀버렸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나는 여동생을 버릴 정도로 이기적인 년이라는 걸 느껴야 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하! 지금 내게 명령하는 거야?"


 "으윽! 언니를 보내주세요. 채희님이 원하는 대로 할 테니까요. 제발!"


 그 자존심 강한 나리가… 이렇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내 생각만… 나는 언니 실격이었다. 내 자신에게 실망할 틈은 없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언니로서 나리를 지켜줘야 하니까.


 "나리야! 어서 경찰에…"


 짝!


 순간 눈이 번쩍하는 기분이 들더니 고개가 돌아갔다. 그리고 뺨 부근이 서서히 얼얼해져오고 있었다. 따귀를 때린 거겠지? 하지만 그런 폭력에 질 생각은 없으니까!


 "정말이지 멍청한 자매야. 전 처음부터 나리를 잡는다 해도 아리언니를 놔줄 생각은 없었다구요."


 "들었지? 어서 경찰ㅇ…."


 짝!


 다시 따귀를 맞은 감각이 아프게 올라왔다. 이제 아프고 무서워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정말이지 나는 최악의 언니였다.


 "제발 그만! 언니만큼은 제발!"


 "아하하하! 내가 바보야? 언니를 놔주면 경찰에 신고하고 바로 끝인 걸? 네 선택지는 두 개뿐이야. 언니가 험한 꼴을 당하든 개의치 않고 혼자 도망가서 경찰에 신고하거나, 얌전히 잡혀서 언니가 험한 꼴을 당하지 않게 계속 노력해서 몸을 바치거나."


 이성적으로는 첫 번째 선택지가 옳았다. 한명이라도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빠져나가 감금을 끝내는 것. 아마도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험한 꼴을 당하기야 하겠지만 여동생은 면할 수 있었다.


 나리가 몸을 바친다 해도… 둘 다 여기에 구속되면 결국 이년의 변덕에 따라 결국 똑같이 험한 꼴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하나만 약속해줘."


 "네가 나한테 딜 할 입장이라 생각해?"


 "으윽! 부탁드려요! 제 언니만큼은 손대지 말아주세요!"


 "그건 너 하기에 달렸지."


 나리의 이렇게 필사적인 목소리는 처음 들어봤다. 언니는 충분히 그 마음만으로 고마우니까… 어서 도망쳐 줘!


 "이년의 변덕에 놀아날 생각이야? 너도 잡힌다고 내가 무사할 리…."


 짝!


 다시 뺨을 후려치는 감각이 올라왔다. 하지만, 나리도 각오를 했는데 나도 이대로 폭력에 굴할 수는 없었다. 나중에 풀려난 뒤에 나리에게 당당한 언니가 되고 싶으니까.


 "윽! 둘 다 당하거나, 너라도 무사한 선택지야! 이성적ㅇ…!"


 짝!


 다시 뺨을 후려쳐왔다. 아마 뺨이 퉁퉁 부어오르겠지만… 절대 지지 않아. 질 생각은 없어. 다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충분히 고마우니까! 근데 입에 무언가가…! 말이!


 "우, 우웁!"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언니네. 언니가 이렇게 아프게 된 것도 네가 꾸물거려서야. 어쩔래? 좀 더 시간을 끈다면 네 언니랑 더 놀 생각인데."


 "흐윽… 흑."


 나리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맞아서 울어준 걸까? 아니면 나를 버리고 도망갈 생각에 벌써 죄책감이 들어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하지만… 경찰에 신고하러 나간다 해서 너를 원망할 생각은 없으니까.


 "정했어? 언니를 버리고 신고할 거면 바로 문을 닫고 나가고, 아니라면… 옷을 벗고 들어와."


 채희 이 망할 년은 협박이라도 하듯이 자꾸 손가락으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아마 나리의 마음을 꺾을 생각이겠지. 하지만 나리는 나보다 똑똑한 아이니까. 야무지고 자기 챙길 거 다 챙기는 아이니까 네 생각대로 되지 않을 거야.


 "언니…. 흐끅! 나는 어린 시절부터 언니 말은 더럽게 안 듣는 동생이었어."


 알겠으니까 어서! 문을 열고 나가! 지금이라도 언니가 하는 말을 잘 들으라고! 다 잊어줄 테니까!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용서해줘. 흐끅."


 그래. 그거면 돼. 이 건에 대해서는 용서해줄 테니까. 나는 여동생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나는 입에 재갈이 물리긴 했지만, 나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아마 내 의사가 잘 전달되었겠지.


 시간이 조금 흐르자 여동생이 흐느끼는 소리는 잦아들었고, 곧이어 천천히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꺄하하하하하하하하!"


 채희의 광소가 터져 나오자 귀를 틀어막고 싶어졌다. 하지만 구속되어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재수없는 년. 그렇게 웃는 것도 오래 못갈걸?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무사할 리가 없으니까.


 "아 참. 그러고 보니 아리언니는 상황파악이 안되겠네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나리는 문을 닫고 나가서 경찰에 신고했겠지. 그 정돈 바보라도 알 수 있으니까. 나는 재갈도 물려있고, 대꾸할 가치도 없어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채희는 내 눈을 가리고 있던 녀석을 치워버렸다.


 갑자기 눈부셔!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눈을 꽈악 감았다. 그리고 빛에 익숙해지기 위해 살짝 살짝 눈을 떠보았다. 아직 시야가 흐려서 못 보긴 하는데… 무슨 의도인 걸까?


 "우웁!"


 시야가 완전히 돌아오자 나는 상황을 파악하고 말았다. 눈앞에는 모든 옷을 벗고 새하얀 몸을 손으로 가린 채 고개를 돌리고 있는 여동생의 모습이 들어왔다. 잠깐! 신고하러 나간 거 아니었어?


 "마지막까지 언니 말… 듣지 않아서 미안해. 이럴 수밖에 없었어."


 내 떨리는 시선이 나리에게 닿은 걸 확인한 걸까? 채희는 이죽거리며 내 머리채를 쥐고 광소를 터트렸다. 저 시선과 마주치는 것만으로 얼어붙어버릴 것 같았다.


 "꺄하하하하! 현실을 받아들이시라구요. 나리가 경찰에 신고할 거였다면 처음부터 했겠죠? 이제 두 분은 제 것이랍니다? 우선 무엇부터 하지?"


 채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나리의 옷가지가 허물처럼 벗어둔 곳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속옷을 찾아서 행복한 표정으로 냄새를 거친 호흡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여, 역겨워! 무슨 짓이야! 나는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무서워져 무심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미쳤어! 정말 미쳤어!


 "나리야. 이런 건 왜 챙겨온 거야?"


 "자, 잠깐!"


 무슨 일이지? 싶어 두 사람이 있는 쪽을 보려는 순간이었다. 내 허벅지에 무언가가 닿는가 싶더니 온 몸이 찢어지듯 진동하는 느낌이 나를 덮쳐왔다.


 "끄으으으으으!"


 눈앞이 순간 하얗게 되는가 싶더니 잠시 멍해졌다. 갑자기 몸이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바, 방금 건… 뭐였지? 아파! 아니 찌릿했어!


 "옷 벗고 들어오라 할 때 왜 동요하나 했는데."


 일렁이는 감각 속에서 간신히 목소리만 들려왔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놓으면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간신히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할 수 있어야만 하니까!


 "꺄아아아아아아악!"


 이번엔 나리의 찢어질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완전히 정신을 차린 나는 여동생이 있던 곳을 쳐다보았다. 나리는 바닥에 엎어져 움찔거리고 있었고, 채희는 손에 스턴 건을 들고 있었다.


 설마 나리에게 옷 벗고 들어오라 할 때, 나를 계속 잡고 있던 것도 이걸 예상해서? 채희는 쓰러진 나리의 목에 줄이 달린 벨트 같은 걸 채우고는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야.


 "나리야? 어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네 언니부터 먹을 생각인데? 응?"


 그 말에 반응한 여동생은 온 몸을 움찔거리면서 어떻게든 움직여보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나, 나 때문이야. 내가 조금만 더 채희를 경계했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


 "우, 우으! 미, 미천한 저로 즐겨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여동생은 저렇게 필사적인데 나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다시 몸부림을 쳐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 무력함이 이렇게 한심스럽고 저주스러울 수 없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거지?"


 "…네."


 "그럼 날 만족시켜."


 나리는 저릿해서 쉽게 움직이지 못할 몸으로 필사적으로 움직여 채희의 앞에 무릎을 꿇고… 그 균열에 혀를 넣고 핥짝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러나… 내가 고개를 돌린다고 저 일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 그저 회피일 뿐인 것은 알지만. 


 "으헤헤헤헤. 그래. 나리야. 이거야! 이거!"


 혀가 끈적한 액체와 얽혀 질척거리는 소리만큼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게 차라리 꿈이었으면 하고 도망치려해도, 생생한 감각은 현실이라는 것을 잔인하게 알려주었다.


 "나, 나온다! 한 방울이라도 흘리지 말라고. 으헤헤헤헤!"


 꿀꺽 삼키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려와 차라리 정신을 잃고 싶었다. 내가 저렇게 하는 것도 싫지만… 나를 지키려고 희생해서 저러는 것은 더 싫었다. 마치 저 모든 것이 나의 죄인 것처럼 느껴졌다.


 "어때? 맛있어? 행복해?"


 "…네. 행복해요."


 "나를 사랑해?"


 "…사랑해요."


 "그럼 그 증거를 보여 봐! 너무 사랑해마지않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그 마음을!"


 이번엔 쪽! 하는 소리가 퍼진 뒤, 바로 혀가 진득하게 얽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멈추더니 쭈욱 거리며 타액을 필사적으로 빨아들이는 소리에 미칠 것만 같았다. 아마 나리는 더 미쳐버리고 싶겠지.


 "어머? 아리언니? 고개를 돌리고 있네요? 나리를 조금이라도 쉬게 해주고 싶으면… 저희의 사랑을 관전해 주세요. 꺄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저 제안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채희 넌 정말 최악의 인간 말종이야! 나는 그들이 몸을 섞는 현장을 맨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망할 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약 올리듯 채희의 몸을 탐하고 또 탐해보였다. 도대체 이런 걸 왜 보게 하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채희는 한참을 나리와 몸을 섞고 나서야 지친 나리를 침대에 눕힌 뒤 내 얼굴을 만족스럽게 쳐다보았다. 이제 만족했으면… 최소한 쉬게는 해줘!


 "그럼 약속대로 나리를 쉬게 할 생각인데요."


 무슨 조건을 걸 생각인 걸까? 어차피 입에 재갈을 물려서 대답도 못할 텐데.


 "그 동안 언니가 저를 상대해주셔야겠어요."


 채희의 손가락이 내 균열을 강제로 비집고 들어오려는 불쾌한 감각에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참아야 했다. 지칠 대로 지친 나리를 위해서. 고개를 저어 거부하면 분명 나 때문에 나리가 쉬지 못한다고 할 테니까.


 "채, 채희님! 전 쉬지 않아도 좋으니까…! 부디 저와!"


 "꺄하하하하! 어쩔 수 없네요. 나리의 부탁이니까. 아리언니? 전 약속을 지키려 했다구요?"


 이, 이걸 노렸구나! 저 악마! 아니 악마란 표현도 악마에게 실례인 년! 살면서 처음으로 인간에 대한 살의가 올라왔다. 나는 계속 몸을 움직여보았지만, 끈이 느슨해질 기미는 없었다.


 나는 미칠 듯이 무력했다. 하지만 내가 살의를 가지고 무력함을 느낀다 한들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럼 나리야? 0부터 5라는 숫자를 줄게. 하나 골라봐. 이 숫자는 네 구멍에 들어가게 될 내 손가락의 수야."


 미친년! 그건 당연히 0이야! 무조건 0이야! 생각해볼 가치도 없어!


 "아참, 나를 정말 사랑하는 나리가 설마 0을 고른다거나 그럴 리는 없지만…. 5보다 숫자가 낮으면, 부족한 만큼 아리 언니에게 들어갈 거니까."


 "5… 5 입니다. 채희님의 사랑을 저에게만 부탁드려요."


 안 돼! 나리야! 아마도 인간이 버틸 수 없으니까! 네가 망가져 버린다고! 제발! 나는 다시 몸부림을 치며 그러지 말라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나리는 나를 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꺄하하하하하하하!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 어머? 근데 이거 어쩌지? 손은 하나 더 남아 있는데?"


 미쳤어!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너를 찼다는 복수 치고는 과하다고!


 "우으으…. 구멍은 뒤…에도 하나 더 있으니… 그 사랑을 제게만 부탁드려요."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은 여동생은 한없이 가여워 보였다. 채희는 이미 겁에 잔뜩 질린 표정의 나리를 끌어안은 다음, 뺨을 부드럽게 비벼보였다. 정상인이라면 저 겁먹은 표정을 보고 마음이 바뀌어야 하는 거 아냐?


 "그럼 이걸 모두 나리에게 넣고 싶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사랑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내 마음은 그만큼 네 언니에게 향할 테니까."


 "가,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채희님."


 이상할 정도로 나리가 애걸복걸하는 구도로 만드는 것이 신경 쓰였다.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나는 불안한 기분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이 위화감의 정체를 파악해야 할 것 같았다. 입구와 침대 두개, 그리고 화장실 문으로 보이는 곳과….


 있어선 안될 것을 발견한 나는 그대로 몸이 굳어져 버렸다. 방송용 컴퓨터와 카메라… 설마 채희의 목적은 이 영상을 협박으로 우리 자매를 계속 손아귀에 묶어두기 위해서? 이건 그나마 희망적인 관측이었다. 최악의 경우엔 이걸 실시간 방송으로 송출해서 우리가 자발적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


 "우, 우으으으읍! 우으으읍!"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하게 몸부림을 쳐 보았다. 나리가 저걸 눈치채야 해! 이 미친 짓을 멈춰야 해! 적어도 나리가 애원하는 그림보다, 이 망할 년이 나를 강간하는 그림으로 만든다면… 이걸 협박용으로 쓰든, 송출이 되고 있는 것이든 영상이 가진 위력은 조금이나마 약해질 테니까.


 "어머. 언니가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보네요?


 나는 나리에게 눈짓으로 카메라의 위치를 필사적으로 알려 보았다. 이 행동을 멈춰야 하니까. 나는 괜찮으니까 소중한 여동생이 받을 데미지는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으니까.


 반쯤 죽은 눈을 하던 나리의 표정이 그 카메라에 닿자, 급격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먼저 애원하진 않겠지. 이제 언니를 위한다고 하는 행동은 그만 두고… 너부터 살아야 하니까.


 "저만 사랑해 주세요. 채희… 님."


 "너 하기 나름이라고 했었지?"


 "…네."


 내 수는 악수였던 모양이었다. 여동생은 당장이라도 무너져버릴 것 같았지만… 내가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겠지.


 저렇게 고통스럽게 되면서도 받아들일 거였다면 차라리 알리지 말 걸 그랬어. 괜한 참견이었어. 난 아직 여동생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언니였구나.


 "꺄하하하하하하! 왜 멈추고 있어? 내 사랑을 원한다며?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눈물이 말라비틀어질 것 같이 흘렸는데도 계속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결국 내 몸을 던져서 지킬 수 없었구나. 여동생은 나를 지키기 위해 저렇게까지 행동하는데… 나는 그저 비정상적인 것 같다고 일방적으로 밀어내기만 했었다. 저런 진심도 모르고 나는… 무슨 짓을 한 걸까?


 다신 찾아오지 말라고 했을 땐 어떤 기분이었을까? 마음이 어떠했는지 조금이라도 이야기라도 들었어야 했는데. 계속 후회되었다.


 나리는 벽에 설치된 카메라를 보고도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채희를 만족시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위해서 한다는 행동에 내 가슴은 더욱 찢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80점이야. 나리야. 부족한 20점은 네 언니가 몸으로 해결해 줄거야."


 "제, 제발 그만…!“


 그만 두라는 애원에 채희는 나리를 살짝 흘겨보고 제법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위험하고 불안한 느낌만 들었다.


 "지금 그거… 나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언니를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졌어. 10점 감점. 70점이야."


 "우… 우으으."


 나리는 엎드려 좌절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해결하려 한 만큼 반동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여동생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어서 조금 안도하는 나를 발견했다.


 상황 전체를 두고 보면 전혀 안도할 상황이 아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견디는 것뿐이니까.


 "나리는 정말 멍청하구나? 내 취향의 자매를 한 자리에 모아두고 한쪽만 맛보려 할 거라 생각했어? 꺄하하하하하하하하!"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다는 걸 알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나리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말은 아니었으니까. 그만큼의 위로는 되어주었으면 좋겠어. 나는 역시 괜찮지 않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정말 어쩔 수 없으니까.


 "커헉!"


 나리의 숨 막히는 비명소리를 듣고 다시 돌아보니, 채희는 나리의 목에 달았던 줄을 거칠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갑자기 내 여동생에게 무슨 짓이야! 거칠게 대하지 마!


 "아리 언니랑 할 거니까 여기서 얌전히 구경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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