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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여동생에게 EBS 폴더를 털린 사연 2부 -4-

LL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5 00:37:50
조회 674 추천 48 댓글 6
														


 언니와의 접촉이 깨져, 결국 오늘은 하루 종일 수련이와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언니와의 관계가 급격히 어색해져버려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어떻게 원상복귀 시킨 관계인데! 옆에 있는 변수덩어리 소악마가 너무도 얄미워져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부할 때만큼은 나한테 달라붙어오지 않고 있었다.


 "다 풀었어."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는데 한 번도 물어보지 않고 쭈욱 풀어나가는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아냐. 점수가 형편없겠지. 나는 다 풀 내용들을 모두 채점해 보았다. 근데 다른 걸 풀 수 있다면 충분히 맞출 수 있다는 게 보이는 문제에서 자잘한 실수가 조금 있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완벽했다. 굳이 내가 가르쳐 줄 이유가 없었다.


 "대, 대단한데."


 솔직히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재수했다고 해서 형편없는 실력을 생각했는데, 설마… 지나치게 센 대학교에만 넣었다거나? 아니, 그걸 감안해도 한군데 정도는 붙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어디가 문제인지 되짚어보는 게 더 힘들 지경이었다.


 "잘 했으니까 상 줘."


 "그래. 그래."


 나는 동기부여를 위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사실 어린 애들에게나 먹힐 방법이지만, 당장 떠오르는 건 이런 것밖에 없었다.


 "이거 말고 어제 했던 거."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밝혀서 부담스러움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내 몸이 전리품이라니, 왠지 그거 몸을 파는 것 같아서 싫어! 절대 안할 거야!


 "어이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 배고프지? 뭐 먹을까?"


 "나리 언니를 먹을래."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수련이의 머리를 쥐어박아버렸다. 천박하게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다른 곳에서 그런 소리 하면 이상하게 쳐다본다고!


 "헛소리 하지 마!"


 "아야야…. 언니주제 감히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아무래도 폴더 들킨 걸 우려먹을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어제는 너무 당황해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지만, 협박하는 쪽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에 더 이상 휘둘릴 일은 없다. 실제로 밝힐 리는 없으니까.


 만약 약점을 밝혀버린다면 더 이상 나한테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없다. 내가 끝끝내 언니의 폴더내용을 밝히지 않은 것도 그런 원리였다. 협박은 그 비밀로 상대에게서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갈취하고 싶을 때에나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다. 즉, 내 몸을 아쉬워한다면 밝힐 수 없지. 밝히는 순간 나와의 동거도 끝나버리니까.


 "웃기시네. 꼰지를 거면 꼰질러."


 "저, 정말 꼰지를 거야!"


 수련이는 스마트폰을 쥐고 부들거리며 무언가를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저러고 결국 못 보낼 걸?


 "사, 사과하면 지금이라도 멈출 거야!"


 "싫은데?"


 깨똑!

 깨똑!


 응?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갑자기 내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뭐, 뭐지?


 수련이님이 당신을 방에 초대 했습니다.

 수련이님이 언니님을 방에 초대 했습니다.


 수련이 : 할 말이 있어! (1)


 자, 잠깐! 이건! 그런 수가 있었구나!


 언니 : 무슨 일이야?

 수련이 : 아리 언니 그거 알아?

 언니 : ???


 아쉽게도 수련이가 나보다 한 수 위였다. 꼰지를 대상이 부모님이 아니라, 내가 아직 포기하지 않은 언니였다니. 내 연애사업을 완전히 박살내버리면서도 계속 나와의 동거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건 몰랐어! 나는 태세전환을 하고 빠르게 무릎을 꿇었다.


 "사, 사과할게! 미안해!"


 "아리 언니하고 단톡 안 팠으면 사과 안했을 거잖아."


 수련이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제법 날카롭게 말했다. 화,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라 반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먼저 사과하라고 했던 건 너잖아!


 "난 진심어린 사과를 원하거든."


 그리고는 눈을 감고 입술을 살짝 오므리며 얄밉게 내밀었다. 진심어린 키스를 해달라는 거구나. 나는 속으로 갈등을 했다. 저런 방을 파놓고 언니를 방치해두는 것은 그것대로 위험하지 않을까? 저것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 길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나는 수련이의 뺨을 잡고 입 맞추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방음시설이 최악이라 옆집에도 들리면 안 되니까, 혀를 넣는 건 아웃!


 "돼, 됐지?"


 수련이는 나를 잠시 쳐다본 다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스마트폰을 잡고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수련이 : 나리 언니 사실 공부 잘 해

 >부 부끄럽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언니 : 그건 알고 있는데

 수련이 : 그리고 아리 언니에게 뭔가 물어볼 게 생기면 여기다가 말할 거니까 이 방은 유지해줘

 언니 : 응

 >응


 우, 우선 살았다. 가장 위험한 순간을 넘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이런 식으로 내가 보는 데서 언니를 묶어 두다니! 야비해! 내 마음을 모를 수련이는 나를 다시 슬쩍 쳐다본 다음 피식 웃어보였다.


 "역시 아리 언니를 좋아하는구나?"


 결국 들켜버렸구나. 알고 있었으니 이런 행동을 한 거겠지만. 어디서 눈치 챈 건지는 모르겠지만 부정할 수는 없었다.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 너는 왜?"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내가 아리 언니를 좋아하는 걸 알면서 왜 굳이 나에게 이렇게 어필을 해오는 것일까? 친언니를 좋아하는 시점에서 여자끼리라거나 친인척끼리라서 이상하다는 논리는 다 배제하고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좋아하는 상대가 있는 사람에게 어필하는 건 승산 없는 싸움 아니야?


 "이미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아리 언니를 포기하지 못한 언니와 비슷한 게 아닐까?"


 사실 나도 같았구나하는 실감을 이 녀석을 통해 알게 될 줄이야. 지금의 내 입장을 생각하면 수련이에게 나를 포기하라고 일방적으로 밀어낼 논리는 없었다. 정말이지 말로는 도저히 이 녀석을 당해낼 수 없구나.


 "그런 의미에서 1년 간 같이 살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거든."


 말을 마친 수련이는 내 앞으로 다가서며 내 뺨에 손을 대며 입술을 겹쳐왔다. 이번엔 차마 밀어낼 수 없었다. 이 녀석이 나와 같다면… 내가 밀어낼 때 얘가 받는 상처는 내가 언니를 상대하며 받는 상처와 같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띵동!


 "앗!"


 막 키스를 시작한 나와 수련이는 초인종 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문이 잠겨 있어서 다행이야.


 "누, 누구세요?"


-택배입니다.


 택배? 시킨 기억이 없는데… 아 그렇겠구나. 수련이를 데리고 키우면 작은 아빠가 많은 기구들을 지원한다고 했으니까. 아마 그거인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문을 열자 택배기사로 보이는 여럿이 짐을 한 가득 들고 땀을 삐질 삐질 흘리고 있었다. 땀을 흘릴 날씨가 아닌데 왠지 미안해지네.


 "들어오세요."


 우선 그들을 안으로 안내하고, 냉장고에서 오렌지 주스를 꺼냈다. 이거라도 마시고 힘내라고 해야지. 택배기사들은 능숙하게 박스를 구석에 차곡차곡 쌓은 다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여기 사인해 주세요."


 "네."


 수령인 서명란에다 사인을 한 다음 택배기사들에게 종이컵에 따라 둔 차가운 오렌지 주스를 건네주었다. 아마 수련이가 나와 함께 사는 것도 이런 사회생활 하는 모범을 보이길 바라는 것도 있겠지.


 "힘드시죠? 이거라도 마시세요."


 "감사합니다."


 그들은 오렌지주스를 벌컥벌컥 마시고는 모자를 벗어 인사한 다음 집을 나갔다. 집에 가득 쌓인 상자들을 보자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어떤 편리한 것들을 보내주셨을까? 수련이가 온 이후로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같이 언박싱이나 해볼까?"


 "난 그런 것보다 언니와…."


 "이야기는 언박싱 끝낸 뒤에 하자."


 슬쩍 요구를 뒤로 미루고 잔뜩 쌓인 박스들을 구경해보았다. 먼저 쌀 포대가 보이는데… 이건 옆집에 넘긴 다음 밥을 지어달라고 할까? 난 밥을 지을 줄 모르니까 이건 패스.


 박스를 하나 뜯어보았다. 먼저 자태를 드러낸 것은 에어 프라이어와 종이호일묶음들이였다. 자취생의 필수품! 이것만 있으면 인스턴트식품이고 뭐고 제법 퀄리티 있게 즐길 수 있지. 시작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그 다음에는 전기밥솥이었다. 내 방에 전기밥솥이 없는 건 어떻게 안 걸까? 내 방을 둘러 본 수련이와 연락이라도 한 걸까? 이건 내겐 필요 없는 제품이었다. 인스턴트나, 옆집에서 싸온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면 되니까.


 그 다음은 전등이 부착된 조립식 책상 하나였다. 이, 이걸로 밤늦게까지 공부하라는 배려일까? 적어도 애 몸이 상하지 않는 범위에선 공부시킬 생각이니 이 전등은 필요 없는 걸로.


 그 다음은 각종 인스턴트 비상식량들이었다. 햄이나 밥, 냉동 식품류들이었다. 한동안 냉장고와 냉동실도 풍족해지겠어. 이것도 마음에 쏙 들었다. 물론 이런 것만 먹으면 몸이 상하니까 적당히 괜찮은 것들도 먹어야지.


 마지막으로 가장 큰 박스는 나무로 된 조립식 침대와 매트리스 및 각종 침구류였다. 조립과정이 아마 시간을 제법 잡아먹을 것 같지만, 수련이와 같은 침대를 쓰거나 바닥에서 잔다는 부담감이 사라져 마음이 놓였다. 작은 아빠 센스쟁이!


 "이건 필요 없어."


 수련이는 돌발적으로 가장 약해보이는 나무틀을 하나 집어서 부숴버렸다. 무, 무슨 짓이야!


 "자, 잠깐. 무슨?"


 "이게 있으면 언니와 붙어서 못 자는걸."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확실히 어제처럼 매일 자면 몸이 축나서 침대를 쓰거나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이건 선 넘었지! 매일 알몸으로 자는 애랑 붙어서 자야 한다고? 아냐! 어떻게든 고쳐서 조립해서 써먹겠어!


 "우선 밥부터 먹자."


 "알았어."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며 인스턴트식품들을 살펴보았다. 치킨 너겟을 에어 프라이어에 돌리고, 일회용 식량들만 있어도 반찬은 무적이었다.


 그런데… 수련이는 전기밥솥 내부를 한번 씻은 다음, 포대에 담겨있던 쌀을 씻기 시작했다. 설마…? 밥을 지을 줄 아는 걸까? 전혀 그런 이미지가 아닌데?


 "왜 그렇게 봐?"


 "밥 지을 줄 알아?"


 나와 눈이 마주친 수련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음흉한 미소를 지어왔다. 부, 불안해. 만약 내가 밥을 짓지 못하는 걸 들켰다면 설마? 내가 예상하는 그거겠지?


 "키스 해주면 밥 지어줄게."


 상대가 수련이라는게 아직 마음에 걸렸지만, 어젯밤부터 몇 번이고 했는데 이제 와서 안하는 것도 이상했다. 게다가 더한 요구도 아닌데, 키스정도면 싸게 먹히는 것이라고 되뇌었다.


 결국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눈을 감은 채 수련이의 입술에 살포시 입을 맞춰야 했다. 그깟 정조관념이나 자존심은 밥을 먹여주진 않지만 키스는 지금 밥을 먹여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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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여기까지 쓰고 잡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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