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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욕망]애증의 바람(下)

LL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2.28 20:06:36
조회 356 추천 13 댓글 0
														

上편

中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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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녀왔어. 달링."


 "오셨군요."


 "근데… 안색이 왜 그래?"

 

 아하하… 라이오스 전하가 무슨 이유로 제게 저주를 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살기 싫어졌네요. 전하의 복수를 끝내고 나면 어떤 게 남을까요? 아니 애초에 복수할 이유가 있었을 까요? 저주를 건 의도도 시기도 알 수 없게 한 그분을 위해?


 "어디 보자… 열도 없는데?"


 오히려 저주를 건 당사자를 죽여주었는데, 그녀에게 원망을 품을 이유가 있을 까요? 아니… 어쩌면 전하의 소행처럼 그녀가 꾸몄다거나?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네요. 아하하하… 이제 생각하는 것도 바보 같아서 피곤해졌어요.


 "어디 보자… 안색이 안좋으면 같이 자 줄까?"


 "무슨 소리죠?"


 제가 반문하자, 루시아는 손을 저으며 당황한 듯 말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상한 의도는 없어! 손 안 댄다는 약속도 지키고 있잖아? 그, 그게 말이야! 그동안 가위 눌리는 걸 볼 때마다 끌어안아 주면… 호흡이 편해보여서."


 최근 좋은 꿈을 꿀 대마다 루시아가 옆에 있었던 이유가 그거였던 걸까요? 나도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 편해질 까요? 아니에요! 그녀는 재미로 저를 공략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니까! 저주는 왕자님이 걸었을지 몰라도, 학우들을 살해한 것은 틀림없으니까! 절대 흔들리면 안돼요! 어쩌면 저주도 전하가 한 것처럼 보이도록 꾸민 걸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래요. 내일이 결행일이니까 당신이 죽기 전 마지막 선물인 셈 쳐드리죠. 제가 당신을 원해서가 아니니까.


 "좋아요. 대신 손대지 말아주겠다는 약속은 지켜 주셔야 해요?"


 "무, 물론이야!"


 그녀는 기분이 좋은 듯 검고 가느다란 꼬리를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함께 제 침실로 돌아오니… 다른 의미로 진정이 되지 않네요. 그녀는 우선 저를 끌어안고 눈을 살짝 감아보였습니다. 정말 손대진 않겠죠. 저는 따스한 체온을 느끼며 편안하게 호흡을 해보았습니다. 이것이 안락한 기분이라는 것이군요.




 "사레나! 여기야!"


 "바, 바람님!"


 그러고 보니 이 바람님을 만나는 곳은 항상 꿈속이었죠. 그럼 이건 꿈이겠죠? 이번에는 왕자님을 만나지 않고 시작할 수 있었네요. 다행이에요. 저주를 풀어서 그런 것일까요?


 "오늘은 뭐 하고 싶어?"


 따스한 바람님은 천진난만하게 물어왔습니다. 저는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 좋아서, 행복할 정도로 좋아서 더 이상 원하는 것은 없답니다. 그저 이 꿈에서 깨지 않았으면 할 뿐이에요.


 "바람님은 어떤 걸 하고 싶은 데요?"


 "나는… 사레나를 좀 더 알고 싶어."


 "저도 바람님을 좀 더 알고 싶답니다."


 "사레나부터 좋아하는 걸 알려 줘."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의 어떤 점을 알려드리는 게 좋을까요? 좋아하는 것? 그런 게 있다면 바람님이 가져다주실까요? 사실 바람님이 가져다주시는 건 뭐든 좋지만….


 "저는 사실 학원의 북동쪽에 있는 베니그마 영지에서 자라는 흑 백합을 좋아해요. 다른 곳에서 자라는 것보다 향도 진하고 싱싱하답니다? 제 이름과 같다고 특별히 그것만 다루는 제 전속 메이드가 정성을 다해 길러주었거든요. 학원으로 나온 지 오래 되어서 더욱 보고 싶어졌네요. 이젠… 영지도 멀어져서 평생 보기 힘들어질 것 같지만요."


 제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이번에는 바람님이 저를 꽃밭으로 안내해주셨습니다. 달콤한 꽃 내음이 코를 간질여주니 만족스럽네요. 근데 여기는 왜 데려온 걸까요?


 "나는 사실… 입장이 입장이라 남들 앞에서 위엄을 보여야 하고, 때론 잔혹한 행동을 해야 하거든. 그래서 남들은 모르지만 사실… 이런 곳에서 편안히 쉬는 걸 좋아해."


 그랬군요. 바람님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눈을 녹이는 따스한 봄바람이나 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가을바람을 환영하죠. 하지만… 사람들의 터전을 파괴하는 폭풍이나, 살을 에는 겨울바람 또한 세상 전체를 봤을 때 제 역할이 있는 법이니까요.


 "그랬군요. 하지만 바람님이라면 폭풍이나 겨울의 칼바람이 되어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네."


 그러자, 바람님은 갑자기 실체를 나타내기 시작했어요. 근데 저 얼굴… 루시아 인가요? 제가 꿈에서 계속 사랑했던 분은 설마… 제 원수였던 루시아였나 보네요. 아하하… 어째서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요? 설마 꿈에 간섭해서 저를 갖고 논 걸까요?


 "표, 표정이 왜 그래?"


 "그동안 사람들을 이렇게 홀려 온 건가요?"


 "무슨 소리야?"


 꿈에까지 나타나 저를 갖고 논 것인가요? 당신이 미칠 듯이 싫어! 하지만 이 감정은 사랑이겠지. 저도 이제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 루시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잠깐 기다려 봐!"



 눈을 번쩍 떴습니다. 그 바람의 정체가 그녀였군요. 이걸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되는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마음을 녹일 듯이 따뜻했는지, 왜 그렇게 저를 기쁘게 하려 했는지.


 "조, 좋은 아침이네. 아하하하."


 루시아는 어색하게 웃어보였습니다. 이런 복잡한 제 속도 모른 채 웃기나 하다니! 당신이 사랑스러워. 하지만… 그런 당신이 미워! 그녀를 바라보는 제 시선은 갑자기 뿌옇게 흐려졌습니다. 아마 저도 주체할 수 없는 이 감정이 답답하네요.


 "왜, 왜 그래? 어디 아파?"


 "잠시만 혼자 있게 해주세요!"


 저는 그녀의 등을 떠밀어서 방에서 쫓아냈습니다. 제 꿈을, 제 마음을 갖고 놀아서 괘씸한데 이제 어째선지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되었습니다. 오늘 독을 먹이려던 결심도 어느 새 사라져버렸네요. 저는 무얼 위해 살아남은 걸까요? 그녀를 위해? 그럴 리 없어요! 제 인생의 주인은 저에요! 제가 그녀를 사랑하게 될 운명이라면… 철저하게 저항해 보이겠어요!


 오늘은 하루 종일 굶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그녀는 식당 앞에서 저를 기다리겠죠. 반드시 저를 포기하게 만들어 보이겠어요. 그녀를 죽일 수 없다면… 제가 떠나면 될 테니까!


 그녀는 역시 식탁 앞에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근거 없는 자신감 넘치던 표정은 보이지 않네요.


 "미, 미안해. 네 마음을 가지고 놀 생각은 아니었어."


 "웃기지 마세요. '공략의 루시아'라고 했던가요? 제 마음을 공략하는 걸 놀이 비슷한 감각으로 즐기던 거 아닌가요?"


 "그, 그런 게 아니야!"


 믿을 수 없어요. 아니, 믿고 싶지 않아요! 그녀를 믿으면 이 미워하는 감정조차 녹아 없어져 버릴 테니까. 이대로 저를 포기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장난감이 아니니까요.


 "…오늘은 어디 좀 갔다 올게."


 이제 할 말이 없으니까 회피인가요? 진정 마음으로 부딪힐 용기가 없다면… 저도 철저하게 회피해 보일 테니까.


 "좋을 대로 하세요."


 "대신 돌아올 때까지 성 앞에서 기다려 줄 수 있어?"


 이 사람 무슨 소릴 하는 거죠? 제가 당신 개인가요? 성 앞에서 왜 당신을 마중해야 하나요? 아니지… 다른 감시의 눈길을 피해서 도망칠 기회 아닐까요?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죠.


 "어차피 제 의사는 아무 소용없잖아요? 그러죠."


 "그런 게 아니야! 돌아올 때 반드시 나를 믿게 해줄 테니까!"


 결국 그렇게 그녀를 마중 나갔습니다. 근데… 제가 얌전히 밖에서 기다릴 리 없잖아요? 당연히 도망갈 생각이랍니다. 어쩌면 자존심은 지키고 싶고, 공략은 힘들어진 저를 놔주기 위해 핑계 댄 걸 수도 있겠죠?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겠죠? 그렇다면 저는 잠시 감시하는 시선이 희미해질 즈음에 도망쳐 보이겠어요.




 "헉…! 헉…! 성공이에요!"


 도저히 탈출할 수 없을 것 같던 루시아의 성을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역시 저를 놔줄 생각이었나 보네요. 이제 학원으로 돌아가긴 글렀고… 베니그마 영지로 어떻게 가야 할까요? 노잣돈도 없는데. 아니에요! 저는 베니그마 공작가의 장녀. 신분을 밝힌다면 모두 친절하게 도와줄 거예요!


 주변을 헤매다 보니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살펴보니… 인간 병사가 확실하네요. 드디어 보는 인간. 마음이 놓여와서 눈물이 왈칵 나왔어요. 이제 이걸로 돌아갈 수 있겠어요.


 "저… 안녕하신가요?"


 "누, 누구냐!"


 그 병사는 창끝을 제게 겨누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니까 괜찮겠죠. 우선 제 신분을 밝혀야겠어요.


 "저는 베니그마 공작가의 장녀 사례나랍니다. '공략의 루시아'의 성으로부터 간신히 도망쳐 나왔습니다. 혹시… 저를 영지까지 안전하게 호위해주실 수 없을까요?"


 그 병사는 눈을 비빈다음, 주변을 살펴보았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마치 신기한 걸 봤다는 저런 태도는.


 "그, 그 말 정말인가? 마족의 편으로 돌아선 건 아니겠지?"


 "정말이에요!"


 "그 말이 정말이라면 소지품 검사를 시켜 주게."


 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마족의 편으로 돌아선 여성이 많나 봅니다. 곁에 있는 척 하면서 뒤에다 칼을 꽂는다거나 그런 사태를 우려하는 것이겠지요? 뭐든 철저해서 나쁠 건 없으니, 저는 응해주었습니다.


 "이걸로 됐나요? 그리고 이 목걸이는 저희 가문의 문양이 새겨져 있답니다."


 "확실하군."


 이제 완전히 인간 사회로 돌아갈 수 있겠어요. 마족들의 습성이나 생태를 완벽하게 파악하진 못했지만, 그 위험성이나 대략적으로 알게 된 사실을 알려야겠죠. 이제 루시아는 완전히 잊고 다시 제 행복을 찾아 나서겠어요.


 근데… 그 병사는 갑자기 저를 찍어 눌렀습니다. 그리고 재 머리채를 붙잡고 거칠게 당기기 시작했습니다. 뭐, 뭐가 어찌 된 건지.


 "으헤헤. 정말 여자야! 여자라고!"


 물론 여자 맞습니다만…. 무슨 소릴 하는 건가요? 여자를 이렇게 거칠게 대해도 좋다고 병사들에게 주입하는 국가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 인간의 번영을 위해 그 몸을 바칠 수 있겠지? 아니. 바쳐야 하겠지."


 "네에?"


 그는 제 목에 칼끝을 겨누었습니다. 마치 광기에 물든 눈. 저는 무서워서 몸이 굳어지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마족보다 더 무서운 것은 동족이었을 까요?


 "아가씨. 너무 원망하지 말라고. 인간의 번영을 위해서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거칠게 제 옷을 찢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자꾸 인간의 번영 그러는데 무슨 일일까요? 아니! 이럴 때가 아니에요! 이대로 당할 생각은 없습니다.


 "시, 싫어요! 누가 도와주…!"


 외치려고 하니, 제 목에 칼날을 더욱 가까이 들이댔습니다. 아마 마법 영창을 하려 하면 거침없이 그어버릴 까요? 제 잘못된 판단으로 이렇게 더럽혀지는 걸까요? 다 제 잘못이에요. 하다못해… 이런 경험은 루시아와 했더라면. 아하하… 이 상황에서 먼저 그 얼굴이 떠오르다니. 저 어떻게 된 걸까요? 저를 갖고 논 그 가증스러운 얼굴을? 이렇게 된 거 더럽혀지지 않고 죽음을 택하는 게 편해질까요?


 "그래. 얌전히 있어. 으흐흐…."


 벌써 제 최후의 방어선인 속옷까지 모조리 벗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엉덩이에 단단하고 뜨거운 꺼림칙한 것이 닿아 소름이 끼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뭔지 벌써 짐작이 가네요. 이렇게 될 바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어요. 고함을 지르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킬 때였습니다.


 "잠시만 눈을 감아 봐."


 순간적으로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바람과 같은 달콤하고 요염한 목소리. 저는 거기에 거스르지 못하고 눈을 감자, 무언가가 찢어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아… 대충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것 같네요. 그리고 따스한 바람에 안겨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절로 포근해지는 기분이에요.


 "이제 눈을 떠도 돼."


 역시나 완전히 알몸이 된 저를 루시아가 끌어안은 채 날고 있었습니다. 이 따스한 체온. 어쩐지 안심이 되어 절로 눈물이 나왔습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편해질 수 있다니. 저는 역시 루시아를…. 근데 어째선지 침울한 표정이네요.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미안해. 긴급 상황이라서… 이것밖에 안 남았어."


 그녀의 꼬리에 감겨 있는 것은 푸르게 빛나고 있는 흑 백합이었습니다. 아마 한 품 가득 들고 있었던 것일까요? 여러 검증도 필요 없어요. 한 눈에 봐도, 스치는 향기만 맡아도 알 수 있으니까요. 저건 저희 베니그마 영지에서 자라는 것이 확실해요. 설마 이걸 구하러 베니그마 영지까지? 그녀는 살짝 너덜너덜해져 있었습니다.


 "사실 평화롭게 말로 요구했는데, 공격받았지 뭐야. 그래도 네가 가족처럼 여기던 사람들 중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면 네가 슬퍼할 테니까… 꽃만 도둑질 해왔어."


 "바, 바보에요! 당신은! 으흑…!"


 그녀에게 안긴 채 날다보니 정말 머지않아 다시 성으로 돌아왔답니다. 그녀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도 상념에 잠겨있는 것 같았어요. 어떤 생각인 걸까요?


 "그동안 미안했어. 내 이기심이 너를 묶어두고 있었어. 바로 도망을 선택했던 거 보면… 네 마음을 잡으려고 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나 봐. 내일이라도 영지로 돌려보내 줄게. 길은 확실히 익혔으니까."


 어디가 '공략의 루시아'인가요? 이미 제 마음을 공략해놓고 완료했는지도 모르는 둔탱이 주제에! 그렇게 저를 원한다면 다시 한 번 붙잡아 보시라구요! 제 이번엔 응해드릴 테니까. 저는 절대 먼저 좋아한다고 하진 않을 테니까!


 "오늘은 잘 자둬. 내일 채비하고 같이 돌아가자."


 "…네."


 그래요. 이게 정상적인 거겠죠. 그녀는 잊고 새로운 사람을 찾는 거예요. 애초에 여자끼리… 아니, 마족과 인간끼리 이어지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니까요. 이제야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당신을 사랑했어요. 하지만 이런 마음도 끝까지 알아주지 못한 당신이 미워요.


 "루, 루시아님! 돌아오셨나요?"


 성 입구에서 기다리던 시녀는 다급한 표정이었습니다. 아마 저 때문이겠죠. 결과적으로 저는 다시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부하를 질책하지 말아주세요.


 "무슨 일이지?"


 "이 부근에서 용사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용사? 전설에 나오는 마왕을 쓰러트리는 자 말인가요? 아마 성검을 휘두르고 그러는? 마족들이 활개치기 시작하니까, 용사도 나올 때가 된 것이겠지요. 아마 전설대로라면 그 용사라는 자는 마왕과 서로 죽일 운명으로 엮여 있을 테니… 아마 사천왕이랬던가요? 부하인 루시아가 당해낼 상대가 아니겠지요.


 "바로 요격하러 가겠다. 잠시 사례나를 잘 부탁할게."


 "앗! 네."


 어째선지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이 불안해보였습니다. 인간된 몸으로 인간의 승리를 기원하면서도, 그녀의 무사귀환을 기도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신이시여, 저는 당신의 편인가요? 적인가요?




 방에서 신에게 모순된 기도를 하고 있던 밤이었습니다. 달빛을 가르고 펄럭거리는 날갯짓이 들려왔습니다. 혼자 돌아올 이라면 루시아님 뿐이겠지요.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인간의 희망인 용사가 쓰러졌다는 것은 복잡한 마음이지만, 정말 다행이에요.


 "헉… 헉…. 미안…해. 사례나. 무사히 돌려보낸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 같아."


 창문을 통해 제 방으로 들어온 그녀의 날개는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꼬리는 말끔하게 잘려있었습니다. 온 몸이 깊은 자상으로 너덜너덜해져 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요?


 "아하하… 용사란 녀석 정말 강하구나. 허억…! 도저히 이길 수 없어서 간신히 목숨만 붙인 채 도망 왔어. 허억…."


 "무…슨?"


 그녀는 가쁜 호흡을 내뱉으며 흐려지는 눈빛으로 저만을 바라본 채, 제 뺨을 어루만졌습니다. 이럴 때가 아니에요! 이러면 정말 그녀가 죽어버리고 말 거에요. 저는 방에 달려있는 줄을 당겨서 마족 시녀들을 호출했습니다. 비상사태에요!


 "그, 그럴 필요 없어. 마지막으로 너에게 죽어주러 돌아온 거니까. 허억…. 이제 글렀다는 건 나도 아니까. 허억…."


 "네?"


 그녀는 편안하게 눈을 감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초탈한 표정.


 "허억…. 복수할 기회를 줘야 하니까. 허억…. 네 손으로 죽여 줘."


 "무슨 소릴 하시는 건가요?"


 당신을 사랑한다고 자각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렇게 이별이라고요? 그것도 제 손으로 당신을 죽이라고요? 마침… 시녀들도 방에 들어왔습니다. 어서 이 상황을 설명해야!


 "모두 들어줘… 나는 사레나에게 죽을 거야. 허억…. 내 목을 가지고 인간에게 돌아가면, 모두가 너를 두려워… 허억, 해서 함부로 못하, 쿨럭!"


 이번엔 피를 왈칵 토하고 있었습니다. 무,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그런 슬픈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 예전 같으면 매력적인 제안이었지만, 무언가를 꾸미는 유혹의 속삭임이라 생각했겠지만 이제는 아니니까!


 "인간 사회로 돌아가면, 쿨럭! 쿨럭! 영웅이 될 거…."


 그녀는 피를 연거푸 토하다가 고개를 옆으로 떨구었습니다. 바로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습니다. 설…마 이렇게 죽은 거라고요? 안 돼요! 제 허락 없이 죽는 건 용서 못하니까!


 옆에서 눈물을 흘리던 시녀는 떨리는 손으로 제 손을 꼬옥 잡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결심을 굳히라는 것일까요? 안 돼요! 체온이 따뜻하다는 걸 알려준 당신을, 잠들기 힘든 밤 악몽을 날려 보낸 당신을 이렇게 제 손으로 죽일 수는…!


 "사레나님. 선택해 주세요. 그녀의 뜻을 이을지, 그녀에게 정기를 나누어 주어 살릴 지. 당신의 뜻을 존중해드리겠습니다."


 "자, 잠깐요! 정기를 나누어 주면 살릴 수 있나요?"


 구원의 말을 내뱉은 앞머리로 눈을 가리고 있던 시녀는 저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아직 늦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아마 완전히 죽어버리신다면… 소용없겠지요."


 "방법을 알려 주세요!"


 그녀는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정기를 나누어 줄 방법인데 어째서? 당신의 상관을 살리고 싶은 게 아닌가요?


 "왜 주저하시는 건가요!"


 "이 정도의 부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정기라면… 어쩌면 사레나님의 목숨이 걸려 있을 수 있으니까요. 만약… 그렇게 되면 루시아님이 깨어나도 슬퍼하실 테니까요."


 "상관없어요! 전 반드시 살아남아서 할 말이 있으니까요! 반드시 같이 갈 곳이 있으니까요!"


 긴 고민은 필요 없어요. 루시아는 이대로 두면 확실히 죽어버리지만, 저는 목숨이 걸려있을 수도 있는 정도의 일입니다. 반드시 살아서 저를 신부로 삼겠다는 선언을 지키게 할 테니까! 그걸 위해 저도 반드시 살아남을 테니까! 반드시 같이 꽃밭에서 편안히 쉬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말 테니까! 살리기 위해 제 목숨을 걸어야 한다니, 정말 황당한 상황이지만… 깨어나면 반드시 욕설을 한바가지 부어드리겠어요.


 "그렇다면… 루시아님의 입술에 입맞춤을 부탁드립니다."


 점점 희미해지는 호흡이 입술로부터 느껴져 왔습니다. 이게 완전히 멎어버린다면… 정말 모든 게 끝이겠지요.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 테니까! 저는 가늘게 떨리는 루시아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습니다. 저를 안아줄 때와 같이 따뜻한 감각이 아니라서 어색하지만, 이걸로 되고 있는 걸까요? 어느새부턴가 점점… 그 입술로부터 저를 안심시키는 체온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져 오기 시작합니다. 살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이, 쾌감이 가슴 깊이 벅차오르기 시작하고 있어요.


 이게 사랑하는 이를 살린다는 감각일까요? 가급적 이 시간이 길게 유지되었으면 좋겠어요. 좀 더 루시아를 가까이서 느끼고 싶어요. 근데 애석하게도… 서서히 제 입술에서 감각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눈 앞이 하얗게 되며… 꽃밭에서 루시아가 웃으며 저를 반겨주고 있네요. 정말로 같이 가서 평온하게 쉬도록 해요… 맥박과 호흡이 확실히 돌아오고 있네요. 이게 하나가 되는 기분인 것일까요? 이제 이걸로 된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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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맞춤 정기보급 도둑키스?엔딩입니다. 이 이후에 여주가 지나치게 많은 정기를 소모해서 죽었는지, 살아남아서 둘이 행복해졌는지는 열린 결말로 할게요. 거의 단편에 가까운 분량으로 감정변화의 흐름을 담기가 힘드네요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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