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주말 오후가 되면 유우는 항상 피아노를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뽀무는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곤 했음

그 날도 늦은 점심을 먹고 몸이 나른해진 유우는

어김없이 건반 위에 손가락을 올리고 곧 이어질 뽀무의 음색을 상상하며 연주를 시작하는데

오늘은 왠지 뽀무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어디 아픈가 하고 베란다를 통해 뽀무의 방 안을 스윽 보게 된 유우

그런데 세상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흣, 시.. 시오릿- 하읏.. 거긴.. 거긴- 흐앙-!"

언제나 부드럽고 가지런했던 뽀무의 노랫소리가

오늘은 날카로운 모양을 띤 채 사방으로 불규칙하게 퍼져

유우의 고막을 찔러왔다

경련하는 뽀무의 하얀 허벅지 사이에 파묻혀있던 것은

말끔하게 정돈된 짙은 청록색의 단발머리

"오늘은 제가... 하웁....... 푸하...... 우에하라씨를... 연주... 할 테니까..."

"흐기읏... 느흣- 하아앙-! 하으, 읍프하아-!"

"제 손과 입에... 맞춰서... 노래... 해주세요... 우에하라... 씨..."

언제나 자신의 것이였던

지금도 자신의 것이어야 할 사랑하는 그녀가

다른 여자의 손길에 이끌려 연신 내뱉는 불협화음에

유우는 정체 모를 뜨거운 감정을 느낀다

"아- 안돼... 시오리코쨩! 거기, 흐느-읏-! 시오리코쨩!! 시오리코쨔앙-!"

"우에하라씨... 우에하라씨..."

그런데 왜일까

그 감정은 분명 자신을 갉아먹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유우의 손은 아래로

촉촉히 젖어들어가는 자신의 다리 사이로 하염없이 내려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