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인 A와 B

하도 오래 지낸 탓에 짓궂은 농담도 자주 하고 서로 틱틱대지만

오래 떨어져 있으면 괜히 생각나고 휴일에 각자 집에 있어도 세 시간 이상 연락 안 되면 걱정되서 전화하고

누가 지나가다가 너네 정말 친하다 완전 부부 아니야 라고 놀리면 찐으로 화내면서도

돌아서면 혼자서 그런가? 다들 이 정도는 하지 않나? 생각하는 그런 사이

이런 A와 B가 어느 무더운 여름날 집에 가는데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너무 땡긴다면서 편의점에 들르는 거임

근데 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어 B는 한 푼도 없고 결국 A가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면 그걸 나눠먹기로 하는데

B는 얻어먹는 주제에 빠삐코가 너무 먹고 싶다고 애걸복걸을 하는 거임

A는 그런 B가 꼴보기 싫었지만 항상 있는 일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땡깡부리는 게 귀엽기도 해서 그냥 빠삐코를 삼

근데 빠삐코를 둘이서 나눠먹는다? 둘이서 계속 같은 구멍을 쪽쪽 빨아야 한다는 거잖음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뭔가 낯간지럽고 부끄러워진 A는 내가 먼저 반 먹을 테니 나머지 반을 너가 먹으라고 말함

근데 B는 또 찡찡대면서 그럼 너가 절반 먹는 동안 나 더운 건 어떡하냐고 짜증부림

그럼 어떡할 건데 하고 A가 물으니까 B는 순간 가만히 있더니 쭈뼛쭈뼛 머뭇머뭇 거리면서

"ㅂ.. 버, 번갈아서 먹으면 되잖아 멍청아!"

라고 하는 거임

내 혀가 닿은 곳에 B의 혀가 닿고 다시 내가 침을 묻히고 그걸 B가 삼키고 하는 상상에 순간 미간에 경련이 온 A

아아 어떡하지 얼굴이 빨개지려는 것을 막으려 A는 시원한 빠삐코를 목덜미에 가져다 대고

B는 빠삐코에 더럽게 땀 묻는다면서 A의 손에서 빠삐코를 낚아챔

그러고는 빠르게 뚜껑을 뜯어서 후룩 먹고 본체까지 아그장 아그장 씹어서 삼킨 다음

아 진짜 맛있다고 너도 빨리 먹으라고 개시원하다고 A한테 그걸 넘김

A는 또다시 스턴에 걸렸지만 부끄러워 하는 걸 B한테 보이는 게 더 쪽팔려서

아무렇지 않은 척 낚아채고 B의 이빨자국이 살짝 남은 빠삐코를 입에 넣음

순간 머릿속엔 온갖 망상이 꽃을 피우는데

B의 입술이 닿았네... 혀도 닿았고... 나 지금 얘 침도 먹고 있는 거지...

이거 간접키스네... 영락없는 간접키스... 왜이러지? 몸이 뜨거워져... 더 먹어서 식혀야겠어...

B랑 키스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둘 다 여자고... 소꿉친구고... 가족이나 다름 없는 존재인데...

그런 생각을 멍하니 굴리는 사이 남은 빠삐코는 전부 A의 입속으로 들어갔고

B는 어련히 한 입 먹고 주겠지 하면서 앞만 보고 가고 있다가 A가 뭐하나 싶어서 봤는데 이미 빠삐코는 텅 비어있는 거임

아니 뭐 이런 년이 있나 싶어서 그걸 너 혼자 치사하게 다 먹냐고 소리 치면서 A를 한 대 쥐어박으려고 찰싹 달라 붙는데

날씨는 덥고 몸은 열이 받아있어서 그런지 B의 체취가 순간 강력하게 A의 코를 강타하고

"흐긋-!"

하는 암컷소리를 내며 B를 밀쳐내는 A

그리고 정적

A는 내가 당최 왜 이러나 싶고

B도 얘가 당최 왜 이러나 싶은데 어쩐지 A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있음

어떡하냐 얘 더위에 약한 건 알았는데 오늘따라 컨디션이 안 좋나 일사병이라도 걸렸나 싶어서

너 괜찮냐고 손 잡아주면서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려고 하는데

A는 획 돌아서면서 자기 집도 아닌 방향 쪽으로 호다닥 달려가는 거임

상황파악이 전혀 안 되는 둔탱이 B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고

A는 자기가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앞으로 뛰쳐나갈 뿐인 거임

이러다간 4등분으로 갈라지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거칠게 박동하는 심장을

B가 부드럽게 잡아줬던 자신의 손에 부여쥐고서...

이런 백합 어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