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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초자연현상처리반 Fragments 0~1화

한청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24 21: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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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현상처리반 Fragments는 처리반 외전으로 본편 이전 시점부터 본편 엔딩 직후까지의 내용을 다룹니다.


갤에 올라온 분량은 본편 엔딩 클라이막스 직전까지이니, 혹여나 본편 엔딩이 어떻게 났고, 그 이후 진엔딩은 어떻게 났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곳을 참조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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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Prediction Premonition Prophecy


“허억!”


‘장막’을 거두고 여자는 발작하듯 일어났다. 숨을 가쁘게 내쉬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마치 그것이 온전히 달린 걸 확인한다는 듯.


“13초. 역시 자네는 ‘장막’을 이용하기엔 무리가 있군.”


남자가 태블릿에 열거된 항목 몇몇 개를 체크하며 말했다. 여자는 숨을 고르고 천천히 말했다.


“그래서 탈락인가요?”


“아니. 그곳에서 뭘 봤지?”


“제…… 동생이요.”


“동생?”


남자가 되묻자, 여자는 자기 몸을 껴안으며 움츠러들었다. 남자는 여자의 반응을 놓치지 않고 무언가 메모했다.


“혼자 남겨진 남동생을 말하는 건가?”


“그 애에게 몹쓸 짓을 했어요.”


여자의 애매한 대답에 남자는 다시 질문했다.


“그곳에서? 아니면 과거에?”


“과거에요. 아까 동생을 봤는데, 그래서 사과하려고 말을 걸려고 했는데……. 잘 안됐어요.”


“13초 안에 사과하기는 어렵겠지.”


남자의 말에 여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대신 여자는 주먹을 꽉 쥐고 움츠러든 몸을 폈다. 여자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기울어진 의자가 곧게 펴졌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걸 안 보는 건가요?”


“다른 걸 보는 편이지. 아무래도 자네는 운명적으로 무언가 깊게 엮인 모양이군.”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몇 가지 항목을 더 체크했다. 여자는 남자가 뭘 그리 열심히 확인하는지 궁금했지만, 이미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들에게 묻는 건 별 의미가 없단 걸 깨달았다.


“오히려 이 일이 자네가 바라는 일일 거야. 장담하지.”


“무슨 일인데요?”


남자가 펜을 태블릿에 걸어두고 태블릿 전원을 끄며 답했다.


“현장 관측. 자네는 예측예지예언 7팀 외근부에 배속될 예정이네.”


처음 들어보는 부서 이름에 여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외근부……. 외근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 건가요?”


“하부 조직인 대응제거적출이나 관측기록사무는 지휘 계통의 문제가 있어서 말이지. 이쪽에서 직접적으로 관측 정보를 얻을 필요성이 대두돼서 만들어졌네.”


남자는 곧잘 대답했다. 그 말엔 거침이 없었다. 여자는 겉으론 고개를 끄덕였으나, 역시 마음에 걸리는 게 없지 않았다.


“어쩐지 들었던 것과 좀 다른 면접을 거치더라니.”


“불만인가?”


“아뇨, 여기서 근무할 수 있다면 딱히 상관없어요.”


“솔직히 말해서 의외야. 보통 입사하면 대응제거적출, 관측기록사무, 구출처리복원 중 한 곳을 희망하는데 말이지.”


남자의 말에 여자는 다시 표정이 어두워졌다. 여자는 입술을 잘근 씹으며 답했다.


“……그런 걸로는 예방할 수 없잖아요.”


“동생에 대한 속죄 말이지.”


“꼭 그런 문제가 아녜요.”


“아무렴.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마음가짐으로 근무하지. 부디 자네는 마음이 무너지지 않길 바라네.”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방을 나서려는 듯 몸을 돌렸다.


“아까 대기하던 곳에서 기다리면 사원증과 숙소 배정이 나올 걸세. 당사 근무 수칙은 잘 익혀두고, 외근 부서지만 엄연히 예측예지예언 팀인 만큼 당사 내에선 ‘신전’ 바깥으로 나가지 말게. 알겠나?”


나가기 전, 마치 경고하듯 남자가 말했다.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안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갔다. 그가 나가자, 문의 색깔이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바뀌었다.


“…….”


여자는 천천히 흰색 문을 열고 복도를 지나 처음 대기한 곳에서 앉아 기다렸다. 남자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벽의 한 공간이 열리며 사원증과 수칙서 한 부가 제공됐다.


‘예측예지예언 7팀 외근부 차해경’


“이게 내 새로운 이름인가…….”


차해경, 기존 이름에서 어떤 흔적도, 닮은 꼴도 찾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여자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각오한 일이었다. 가족이 오빠를 위해 여동생을 바쳤을 때부터, 그녀는 이대로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수소문 끝에 V.ANK와 접촉할 수 있었고, V.ANK를 통해서 이곳에 입사할 수 있었다.


여자는 이게 정녕 맞는 일인지 여전히 확신할 수 없었다. 초자연현상처리반에 대한 온갖 소문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여자는 겁먹지 않았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검증해나갈 것이었다.




1. You can’t judge a book by its cover (1)


모든 예측예지예언 팀의 외근부는 사무실이랄 게 없었고, 공식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부서였다. 그러나 그들에겐 처리반 본사와 ‘신전’에 들어갈 수 있는 패스가 주어졌다.


해경은 본인에게 주어진 열쇠를 이리저리 살폈다. 아무리 봐도 어딘가 잃어버리기 쉬운 집 열쇠 같이 생겼다. 이걸 문에다 꽂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처리반, 왼쪽으로 돌리면 ‘신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처리반이든 ‘신전’이든, 해경이 있을 곳은 없었다. 해경은 외근부 활동 자금으로 나온 돈으로 원룸을 얻어다가 지냈다.


“이래선 이전이랑 크게 다를 것도 없겠는걸…….”


해경은 이전의 삶을 떠올렸다. 모든 것이 쉽게 대체되고, 상식이 어그러지고,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맞는지 알 수 없게 된 세상 속에서 해경은 방황했다.


하나뿐인 남동생조차 의지하고 보살펴야 할 가족이 아닌, 자기 삶의 장애물로 여겨졌을 때, 해경은 이대로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했었다.


골목에서 만취한 남자와 맞닥뜨렸을 때, 해경은 사람에게 죽으나, 초자연현상에게 죽으나 이래저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머리채를 잡히고 모든 걸 체념하려던 그때, 그녀를 구해준 남자가 있었다.


“저항조차 안 한다니, 그러면 안 돼. 있는 힘껏 발버둥 치란 말이야.”


해경은 고맙단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만 꾸벅 숙인 뒤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었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건가? 나라면 알려줄 수 있어. 내가 하는 일이 그런 거거든.”


그 말에 해경은 뒤를 돌아 쳐다봤다. 제법 젊은 남자였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신과 비교하면 고작해야 서넛 차이밖에 나지 않는 듯했다.


“초자연현상처리반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


“반국가 테러 집단이요?”


해경이 반사적으로 대꾸했다. 학교에서 안보 과목에서 줄곧 가르치는 것 중 하나였다. 초자연현상처리반은 WSO와 협력을 거부하고 국가 전복을 꾀하는 테러 집단이며, 국가 핵심 시설들을 습격하는 괴뢰 집단이라고 배웠었다.


남자는 쓴웃음 한 번 짓더니 두 손을 펴 보였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취급이긴 하지.”


“저 중학생인데요.”


“나이가 중요했으면 제안하지도 않았지.”


해경은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아서 수긍했다. 고수익 단기 알바와 비슷한 궤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해경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말은 해경의 호기심을 건드렸다.


독심술을 할 것 같이 생기진 않았지만, 해경은 정말로 남자가 자기 속내를 꿰뚫어 보고 제안한 것인지 떠보기로 했다.


“제가 거기 들어가면 뭘 하게 되는 거죠?”


“글쎄, 그건 네 적성에 따라 맡겨지겠지.”


“검사 같은 걸 하는 건가요?”


“검사? 검사라, 뭐,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남자의 대답은 애매했다. 해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제대로 된 답은 하나도 없었다.


“당신은 그럼 무슨 일을 하는 건데요?”


“너 같은 애들이 죽지 않게 현장을 뛰어다니는 일을 하지.”


남자는 그리 말하며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명함 한 장을 꺼내 건넸다.


‘전국 연합 연구 동아리 V.ANK 경기도 지부 오성진 기획팀장’


“이건?”


“대외적인 신분이랄까. 그거 그래 보여도 기밀이니까 잘 간수해.”


“제가 이걸 들고 신고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해경이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고 물었다. 성진은 그러나 귀찮아하기는커녕 오히려 귀엽다는 듯 피식 웃었다. 해경은 지금 호의와 적의를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꼬치꼬치 캐물으며 자기가 속한 조직에 대해 알아내고자 하면서도, 자신을 어찌하지 않을까 신체적으로 잔뜩 긴장했다. 조금 전까지 만취한 가짜 인간에게 무력하게 끌려가던 애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졌다.


그건 성진에게 좋은 신호였다.


“해봐. 별일 없을걸?”


“…….”


해경은 성진이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저렇게까지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니 자기가 모르는 뭔가가 분명히 있는 게 분명했다. 무엇보다 전국 연합 연구 동아리 V.ANK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이곳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현 대한민국에서 출세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부를 만큼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를 가리지 않고 사회인과 정·재계를 걸쳐 다방면으로 명성과 인지도를 쌓은 ‘동아리’였다.


그런 동아리에 팀장씩이나 맡은 간부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테러 집단의 일원이라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럼 간다. 관심 있으면 연락하라고.”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게 전부가 아니라면!”


성진이 등 돌려 떠나려고 할 때, 해경이 목소리를 높였다. 성진은 씩 웃으며 고개만 살짝 돌렸다.


“초자연현상처리반의 진짜 목적이 뭐죠? 뭘 위해 움직이는 거예요?”


거기에 성진은 이렇게 답했다.


“당사는 초자연현상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 제1 목표입니다.”


“근데 여기 전화번호가 없는데요.”


해경이 명함을 이리저리 들추며 말했다. 성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말하지 않았나? 검사 비슷한 건 한다고. V.ANK 경기도 지부를 찾아올 수 있다면 특례 입사를 추천해줄게. 내가 그 정도 짬은 되거든.”


“말만 하면 입사시켜줄 것처럼 얘기하시더니, 엄청나게 치사하시네요.”


해경이 입을 샐쭉 내밀며 토로하자, 성진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성진은 그렇게 떠났다. 해경은 굳이 붙잡지 않았다. 상대는 성인 남성이고, 본인은 여자 중학생이었다.


그 대신 해경은 성진이 준 과제를 풀기로 했다. 생각보다 어려운 과제는 아니었다. 각 지부의 정확한 주소는 간부진을 제외하고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경은 V.ANK 커뮤니티에서 가출청소년으로 꾸며 잠잘 곳을 구하는 척 글을 썼다.


그 결과, 해경은 너무나도 손쉽게 경기도 지부를 찾아갔고, 성진은 쓰게 웃으며 해경을 처리반에 추천했다. 간단한 인지 검사를 거친 후, 해경은 예측예지예언 7팀 외근부에 소속됐다.


그와 동시에 해경의 신분에 변화가 생겼다. 이전의 자신은 초자연현상에 휩쓸려 죽은 것으로 처리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해경은 자신의 과거와 단절됐음을 깨달았다.


혼자 남겨진 남동생이 걱정됐지만, 그럴 때마다 해경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동생에게 남겨진 계좌로 활동 자금 중 일부를 보냈다. 아직 어리지만 똘똘한 아이니 허투루 낭비하지도 않을 테고, 종종 멀리서 지켜보면 충분하리라고 생각했다.


“직접 찾아가진 않는 건가?”


집들이하러 온 성진이 말했다. 그는 7팀 외근부의 대선배였다. 7팀 외근부에는 해경 이전에 5명이 더 있었지만, 그중에 3명이 죽고 2명이 남았는데 그 2명 중 한 명이 오성진이었다.


“찾아가서 뭐 하게요. 이전처럼 돌봐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저 때문에 휘말리기라도 하면…….”


“그것도 그런가.”


성진은 딱히 해경을 나무라지 않았다.


“그나저나 집들이 선물로 이게 뭐예요?”


해경은 원룸의 반절을 채운 택배에 기겁하며 말했다. 성진은 그중에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아, 이건 집들이 선물이 아니라 네 임무 도구. 교복이야.”


“네?”


“너 이제 막 중학교 졸업했잖아. 학생은 또 학생일 때 할 수 있는 임무가 있거든.”


“근데 이 교복은…….”


해경은 성진이 꺼내든 교복을 받아들었다. 몰라볼 리 없었다. 세련된 디자인에 고급 원단, 전혀 들어본 적 없는 메이커지만 근본이 느껴지는 브랜드, 엘리트들의 집합소인 한국총력고의 교복이었다.


“그곳에서 1년 정도 통학하면서 그곳을 잠식한 초자연현상을 관측하는 게 네 임무야.”


“…….”


해경이 성진을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성진은 너스레를 떨며 다른 택배를 뒤졌다.


“너무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 안전장치 하나 없이 보내겠어?”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그 엘리트들 사이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부터…….”


“흠, 그건 글쎄다. 네가 어련히 해야지. 중학교 땐 애들이랑 잘 지냈고?”


“그냥 무난하게?”


“여자애들은 파벌 나뉜다며, 그런 거에 면역은?”


“면역……. 그냥저냥?”


“어차피 거긴 공부만 줄창 시킬 거라 너무 신경 쓰지 마. 아, 찾았다.”


성진은 비닐을 찢더니 머리띠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해경에게 자연스럽게 들이밀자, 해경은 살짝 부끄러워하며 머리를 숙였다. 성진은 조심스럽게 머리띠를 씌워주고 말했다.


“간이 성막이야. 이걸 쓰는 동안에는 초자연현상으로부터 네 인지를 보호할 수 있어.”


“그게 끝이에요?”


해경은 머리띠를 살짝 만지며 실망한 기색으로 말했다. 성진은 피식 웃으며 이미 깐 택배 상자와 비닐들을 정리했다.


“그거라도 어딘데? 어차피 네가 할 일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내부 사정을 캐는 거야. 네가 해결하거나 구해야 할 목숨은 없어. 정확히는 그 초석을 까는 거지.”


“그거, 좀 다르게도 들리네요.”


“어떻게?”


“사람 구할 생각하지 말란 거 아녜요?”


해경의 말에 성진은 잠시 멈칫했다. 마침 성진이 뒤돌고 있어 해경은 성진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선배님?”


“역시 넌 재능이 있어.”


성진은 그렇게 말했다. 해경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어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의미예요?”


“해경아, 첫 임무니까 경고할게.”


성진은 전에 없는 진지한 표정으로 해경을 쳐다봤다. 해경은 움찔했다. 남자란 건 저렇게까지 표정이 달라지는구나 싶어져 조금 무서웠다.


“절대 그곳에서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안 그러면 제가 죽으니까요?”


“그건 직접 가서 겪으면 알게 될 거야. 그 머리띠는 학교에서 절대 빼지 말고. 알았지?”


성진의 말에 해경은 그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성진은 착한 아이라고 칭찬하고 이내 해경과 함께 다시 택배 상자들을 풀고 짐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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