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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초자연현상처리반 Fragments 2화

한청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25 13: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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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초자연현상처리반 Fragments
· 초자연현상처리반 Fragments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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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ou can't judge a book by its cover (2)


“차해경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형식적인 박수 소리조차 없었다. 해경은 이렇게까지 무관심한 학급이 존재한다는 것에 놀랐다. 그러나 선생님조차 해경의 소개를 무신경하게 듣고는 남는 자리에 가서 앉으라고만 말했다.


“…….”


학생들은 하나 같이 고개를 숙인 채 펜만 끄적였다. 사각사각, 딸칵, 쓱쓱, 드르륵, 사각사각, 딸칵, 쓱쓱, 드르륵, 샤프, 볼펜, 지우개, 수정액만이 이 교실에 허용된 소리 같았다.


해경은 뒷자리 외진 곳에 앉았다. 모든 책상은 시험을 보는 것처럼 따로 떨어져 있었고, 그래서인지 모든 학생이 저마다 고립된 채 자기만의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보였다. 선생님조차 해경에게 시선을 던지지 않고 본인이 가져온 책을 펼쳤다.


해경은 이런 숨 막히는 공간에서 도대체 어떻게 1년을 버티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고작 3분이 지났는데도 3시간이 지난 것 같은 침묵과 고립의 압박감이 그녀를 덮쳤다.


“야.”


그때였다. 해경의 옆자리, 곧 교실 뒷문에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은 남학생이 해경을 불렀다. 해경은 화들짝 놀라 남학생을 쳐다봤다. 남학생은 씩 웃으며 쪽지를 건넸다.


‘정치? 경제? 예체능? 도덕?’


해경은 난데없이 선택과목을 묻는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해경이 다시 남학생을 쳐다보자, 남학생은 그 표정을 보고 다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재빠르게 노트 귀퉁이를 찢어서 쪽지 하나를 만들어 건넸다.


‘정치인, 재벌, 자수성가, 어느 쪽?’


해경은 그 순간 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하나씩 차근차근 묻기로 했다.


‘자수성가가 왜 도덕이야?’


‘가난하니까 착하다?’


돌아온 쪽지에 해경은 어이가 없었다. 착해서 도덕이라고 할 정도면 이들은 ‘선’이라는 개념을 아예 배격하거나 적어도 본인들이 비도덕적이란 걸 자각하고 있단 뜻 아닌가?


‘그래서 도덕이지?’


남학생은 집요하게 물어봤다. 해경은 잠시 다른 학생들의 눈치를 살폈다. 해경이 제법 큰 목소리로 소개했음에도 고개 한 번 들지 않던 이들이었다. 종이 좀 거칠게 뜯는다고 눈치를 줄 것 같진 않았다.


‘아니, 난 사문’


쪽지를 건네받은 남학생은 미간을 확 좁혔다. 해경은 남학생이 생각보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 같아 다행이라고 느꼈다. 이곳에서 느껴지는 비인간성은 숨 막히기 그지없었다.


‘사문? 뭔데? 너 뭐야?’


‘비밀’


해경은 여기서 초자연현상처리반을 언급하면 어찌 될지 생각했다. 높으신 분들의 자제로 꽉꽉 들어찬 이곳에서, 그 높으신 분들과 적대하는 소속의 학생이 있다면…….


임무 실패로는 끝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결과적으로 남학생을 골려준 꼴이 되자, 해경은 조금은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웃어?’


‘넌 도덕이지? 딱 봐도 그래 보여.’


이번엔 해경이 과감하게 나섰다. 남학생은 쪽지를 읽고는 해경에게 시선 한 번 던지더니, 자리에서 아예 일어나 교실을 나갔다. 나가기 전, 해경에게 턱짓했는데, 그 정도 제스처는 해경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최혁민이라고 한다.”


복도로 나가자마자 남학생이 손을 불쑥 내밀며 말했다. 해경은 혁민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악수했다.


“차해경이야. 아까 들었지?”


“아니? 안 들었는데?”


“…….”


혁민은 씩 웃으며 엄지로 교실을 가리켰다.


“목소리 내는 건 웬만해서 추천하지 않아. 방해에도 굴하지 않는 학구열이 이곳 특징이긴 한데, 그렇다고 방해한 애들을 내버려 둘 위인은 또 못 되거든.”


“복도는 괜찮고?”


교실 바로 옆에서 떠드는 만큼 해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혁민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정도 목소리는 괜찮아.”


“근데 수업 중에 이렇게 나가도 돼?”


“그전에 하나만 묻자. 사문이 빽을 말하는 건 아니지?”


혁민의 말에 해경은 그렇다고 말하려다가, 초자연현상처리반이 일반적인 의미의 뒷배인지 생각해봤다. 결론은 쉽게 나왔다.


“아니.”


“그럼 됐어. 어차피 정치랑 경제, 예체능 빼면 다 도덕으로 취급하니까.”


“착한 애들이 이러는 건…….”


“아니지, 아니지. 착한 건 결과야.”


혁민이 해경의 말허리를 잘랐다. 재수 없게 검지를 펴서 까딱까딱 흔드는 건 덤이었다.


“뭐?”


“가난하니까 착한 척이라도 해야 한다는 거야. 그래서 도덕인 거고.”


“그게 무슨…….”


“그러니까 우리가 이러는 건, 쟤들 입장에선 개 버릇 남 못 주는 꼴이란 거야. 선생들도 딱히 다르진 않으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들으면 들을수록 해경은 외국에 입국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혁민은 익숙하다는 듯 해경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지내다 보면 적응돼. 곧 중간고사인데 공부는 얼마나 했어?”


“그……. 조금?”


“중학교에서 공부는 얼마나 했는데?”


해경은 어쩐지 혁민의 호구조사에서 성진이 생각났다.


“적당히?”


“에헤이, 조졌네, 그거.”


혁민이 혀를 차자, 해경은 더 어이가 없어서 반문했다.


“너도 1학년이고 아직 시험도 안 봤으면서 그런 말이 나와?”


그러나 그런 해경의 반문을 혁민은 더 어이없어했다. 마치 아기는 황새가 물어다 주는 게 아니냐고 물어본 것처럼, 오히려 질문한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황당하단 표정이었다.


“뭔……. 너 진짜 여기 어떻게 들어온 거야?”


“그, 그건 네가 알 것 없잖아.”


해경은 말까지 더듬어가며 자신을 변호했다. 그러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져 주눅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중학생 때만 해도 어디 가서 공부 못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었는데.


자기 자리로 찾아가는 동안 각자 책상에 펼쳐놓은 문제집들만 봐도 본인은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나 지문들로 가득한 게 눈에 아른거렸다.


“예습은 안 했지?”


“아, 안 했지.”


“후, 그래. 넌 그냥 졸업만 하자.”


“야, 무슨 말이…….”


그 순간, 복도 불이 일제히 꺼졌다. 해경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혁민이 침착하게 말했다.


“야, 괜찮아. 안심해. 종종 있는 일이니까. 여기 시설이 낙후돼서…….”


“입 좀 다물어 봐.”


해경이 쓴 머리띠에서 반투명한 천이 내려와 해경의 얼굴을 덮어 가렸다. 그러나 해경은 머리띠에서 내려온 성막에 신경 쓸 수 없었다. 시야에 들어온 것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게 정녕 사실인지 의심스럽다가도, 이내 사실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흰 손’하나가 복도 저편 어둠 속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왔다. 검지와 중지로 바닥을 디뎌,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이쪽을 인지하고 걸어왔다.


“야, 차해경. 어딜 그렇게 보는 거야? 너 설마 쫄았냐?”


“최, 야! 얼른 교실로 들어가!”


해경은 ‘흰 손’이 이곳까지 닿기 전에 어서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혁민은 영문도 모른 채 해경을 따라 교실로 들어왔다.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왔음에도 아무도 해경을 쳐다보지 않았다. 혁민은 조심스럽게 들어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선 해경을 향해 속삭였다.


“야! 너 왜 그래! 어두운 거 무서워하냐?”


해경은 그 말에서 두 가지 사실을 추론했다. 첫째, 그 손은 혁민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둘째, 혁민은 어둠에 제법 익숙하다. 두 사실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가능성이었다. 혁민은 아직 영향을 덜 받았거나, 그 영향을 끼치고 있거나.


“최……. 야.”


“야, 인간적으로 이름은 기억하자. 최혁민이거든?”


“그래, 혁민아. 나도 하나만 묻자.”


혁민은 눈빛이 달라진 해경을 보며 살짝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 머리띠에서 반투명한 막이 내려온 것도 이상했다. 그런데 묘하게 그 모습에서 묘한 매력을 느껴, 혁민은 해경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너, 아까 그거 봤지?”


“뭘?”


“흰 손 말이야. 복도 저편에서 오던 거.”


“뭐?”


이번에도 또 그 표정이 나왔다. 해경은 혁민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빤히 쳐다보니 묘하게 얼굴을 붉히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런 반응에서 안심할 수 있었다. 초자연현상이 만들어낸 인간은 아무리 자연스러워도 묘한 위화감이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야, 너무 가깝잖아…….”


혁민은 뒷걸음질 치다가 벽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해경은 그제야 얼굴을 떼고 얼굴을 가리는 성막을 머리 위로 치웠다.


“남자가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건데. 못 봤으면 못 봤다고 말하든가.”


“…….”


해경은 혁민이 뭐라도 대꾸할 줄 알았는데,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얼굴을 더 붉히는 모습에 잠깐 경악했다. 혁민은 좁쌀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못 봤으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할 일 없으면 공부나 해.”


해경은 성진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아무래도 성진의 말을 지키기 어려워질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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