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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레데리 게임 칼럼.txt

롤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4.02 00:31:40
조회 2590 추천 1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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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117] 2018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화제의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 2`는 영화 등에서 장르를 이룰 정도로 매우 익숙해진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다룬 게임이면서도 동시에 게임 영역에서는 그렇게 자주 다뤄지지 않는 시대를 정면으로 겨눈 게임이다. 전작에 비해 훨씬 발전한 기술들을 동원해 그려낸 서부개척시대의 끝자락은 풍부한 자연환경과 뚜렷한 인물들, 묵직한 서사와 함께 상당수 게이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바 있다. 이 게임을 이야기하기 위한 주제들은 게임 분량만큼이나 방대하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은 게임이 무대로 짚은 역사적 배경일 것이다.

◆1899년, 서부개척시대의 끝물에서

게임 시작과 동시에 화면을 가득 메우는 숫자는 서기 1899년이다. 대한제국 광무 3년, 처음으로 경인선 철도가 개통된 해였다. 청의 변법자강운동이 1898년에 있었고, 의화단 운동이 1899년에서 1900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한참 서구 문물이 유입되고 열강의 제국주의 정책이 동아시아로의 진출을 노리는 시기였던 1899년의 미국은 서부개척시대라고 부르는 한 시대가 막 저물어가는 시기였다.

다른 유럽 열강과 달리 아메리카 대륙에 터를 닦은 미국의 경우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북아메리카 중서부가 개척과 진출의 대상이었다. 프랑스 소유였던, 그 자체로 이전 미국 영토만 한 크기의 루이지애나를 미국이 구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열린 중서부 진출의 길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이름으로 확장되며 미국의 영토적·인구적 확대를 불러왔다. 서쪽으로 진출하며 태평양에 닿을 때까지 진행된 이 확장으로 오늘날 미국 영토의 기틀이 확립되었고, 캘리포니아 인근에서 터지기 시작한 금광의 낭보는 골드 러시라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런 서부개척의 이야기는 1899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야기다. 앞서 이야기한 루이지애나 구입이 1803년 나폴레옹 전쟁 시기의 이야기고, 루이지애나 서쪽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영토가 1848년 미국-멕시코 전쟁의 승리를 통해 확보됨으로써 본격적인 서부개척시대가 열렸다. 1890년대에 이르면 이미 북미대륙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대륙횡단철도가 확보되고 서부개척도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이르는 시점이기에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시대는 사실상 서부개척시대의 한가운데라기보다는 그 끝무렵에 위치한다.

1810년의 미국 지도. 1803년에 프랑스로부터 구입한 루이지애나는 지금의 남부 작은 주가 아니라 중서부 전체, 구입 전 미국 영토만한 크기였다. 이를 계기로 서부개척이 시작된다.
사진설명1810년의 미국 지도. 1803년에 프랑스로부터 구입한 루이지애나는 지금의 남부 작은 주가 아니라 중서부 전체, 구입 전 미국 영토만한 크기였다. 이를 계기로 서부개척이 시작된다.


◆개척의 끝, 도시화의 시작인 1899년

개척시대를 상징하는 당시의 미국 법 중에는 자영 농지법(Homestead act)이라는 것이 있었다. 1862년에 제정된 자영농지법은 5년 이상의 농사를 지으면 서부 미개척지의 땅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새롭게 확보한 광활한 영토를 생산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부의 방침이 담긴 이 법은 캘리포니아 금광과 함께 서부로의 이주에 바람을 일으킨 사례였다.

1976년에 최종적으로 폐기된 이 자영농지법은 그러나 1899년에 이르면 이미 극서부의 농경이 불가능한 황무지를 제외하면 쓸 만한 땅은 이미 다 자영농의 소유지가 되거나 도시 안에 편입된 단계에 이르고 있었다. 게임 안에서 이러한 배경이 드러나는 부분들이 나타나는데, 에필로그에서 갱단 생활을 청산하고 목장주인이 되고 싶어했던 주인공 캐릭터는 자영농지법에 따라 빈 땅에 농사를 짓는 대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목장지를 구매하는 방식을 택한다. 농사만 지으면 땅이 주어진다는 대개척의 시대는 끝났고, 빈 땅은 모두 국가 혹은 자본체제 안에 들어가기 시작한 상태였던 것이다.

대개척의 시대는 다른 시각에서는 중앙집권화가 이뤄지지 않은 시대였다. 정부는 누가 어디에 사는지 일일이 확인해 통계로 잡아내지 못했고, 세금을 물리는 것도 일이던 시기였다. 그러나 서서히 개척에 나선 이들이 마을을 이루고 도시를 지으면서 각 권역에 조금씩 사회제도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경찰까지는 아니지만 마을마다 치안을 위해 보안관이 자리했고, 국가경찰 업무를 대행하는 핑커튼 탐정사무소와 같은 기업들이 현상수배범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게임에 등장하는 핑커튼 탐정사무소 직원. 핑커튼 탐정사무소는 주로 현상수배범, 갱단 등을 추적하는 사설탐정이었지만 그 외에도 동시대에 벌어진 파업, 사보타주 등을 진압하는 일도 도맡는 하청용역업체였다. 이후 중앙집권체제 치안이 확립되면서 핑커튼 탐정사무소 또한 사라진다.
사진설명게임에 등장하는 핑커튼 탐정사무소 직원. 핑커튼 탐정사무소는 주로 현상수배범, 갱단 등을 추적하는 사설탐정이었지만 그 외에도 동시대에 벌어진 파업, 사보타주 등을 진압하는 일도 도맡는 하청용역업체였다. 이후 중앙집권체제 치안이 확립되면서 핑커튼 탐정사무소 또한 사라진다.



개척시대의 자유와 안식을 찾아 떠나 온 이들은 이제 서서히 제도 안에 편입되어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개척 초반에 자리 잡은 이들은 오른 땅값에 땅을 팔고 또 다른 개척지를 찾아 더 서쪽으로 이동했으며, 뒤늦게 온 이들은 개척할 땅을 구하지 못해 도시로 들어가 임금노동자로 편입되었다. 점차 가속화하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 속에 개척민들은 선택의 기로 앞에 놓였다. 국가와 자본이 제공하는 체제 안에 귀속되느냐, 아니면 계속 황무지로 나아가 독립적인 삶을 개척하느냐. 그러나 후자의 선택지는 이미 상당 부분 사회화가 이뤄진 아메리카 대륙에서 갈수록 발붙이기 어려운 선택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것이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배경인 1899년 미국의 상황이었다.

(`중`편에 계속됩니다.)


https://www.mk.co.kr/news/it/view/2019/01/16407/ : 중편


https://www.mk.co.kr/news/it/view/2019/01/31718/: 하편


보니까 재밌던데 시간 나면 읽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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