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서,

[떡과 포도주]

[0코스트, 파워플러스 카드]

[서고에서 카드 세 장을 뽑는다. 이후 두 장을 골라 패로 가져오고, 남은 한 장은 천국으로 보낸다.]

딱 봐도 좋은 옵션이지만 덱 밸류가 떨어지기 쉽다는 이유로 콤보 덱이나 한방 덱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버림패가 됐다.

"엥? 그냥 놓고 봐도 노코스트 2장 드로우인데 밸류가 떨어진다니, 뭔 소리야?"

사무실 한 구석에서 덱을 만지작거리던 유다준이 물었다.

나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묵묵히 책상을 바라보며 답했다.

"카드 자체의 문제라기 보단 메타의 문제야."

어쨌거나 카드의 쓸모는 그때 그때의 환경에 따라 바뀌는 법.

아무리 좋은 카드라 한들, 사용하기 힘들거나 되려 손해인 환경이 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으음..."

"... ..."

"...그래도 드로우 카드가 손해를 보는 환경이라니, 이해하기 좀 어려운데."

나는 말없이 조소를 지었다.

솔직히 동감이었다.

"현재 환경권에서 강력한 덱은 은화 유다, 12사도, 그리고 벨제불 실낙원."

"... ..."

"이 덱들의 특징은 모두 덱보단 필드, 그리고 천국의 자원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이지."

은화 유다는 이스카리오테와 은화 스택을 이용해 강력한 락을 거는 락덱.

12사도는 고밸류 예수 카드를 재활용하며 상대를 압박하는 운영덱.

그리고 벨제불은, 상대의 드로우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쓰레기로 만들어버리는... 락덱.

"...그럼 드로우 카드 밸류가 떨어진다고 안 쓰는 환경은-"

"절반 이상은, 벨제불이 짜 놓은 환경이란거지."

암송왕은 단판전이다.

그리고 벨제불의 기믹은 상대의 드로우 카드를 오히려 손해로 바꾼다.

그러니 환경권에서 벨제불을 상대하는 덱은 필연적으로 드로우 카드를 억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중요한 게 남아있지."

"중요한 거?"

나는 말없이 고개를 돌려 유다준을 바라보았다.

그래, 아직 중요한 게 남아있었다.

가장 중요하고, 메타와 환경권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혹시 벨제불 실낙원의 대회 우승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어?"

"... ..."

"놀라지 말고 들어라."

나는 책상 위에 놓여있던 태블릿을 유다준에게 건넸다.

다준은 그것을 확인하더니, 곧 오만상을 팍 찌푸렸다.

"이건..."

"...1달 동안, 전체 83회의 대회 중에서 무려 50번."

동그란 그래프, 표본을 나타내기 위한 글씨,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위에 쓰인 작은 숫자.

그곳에는 숫자만이 무신경하게 떠 있을 뿐이었다.

"무려 60.3%다."

"... ..."

다준과 나의 시선이 공중에서 교차했다.

어쩐지 내가 하는 생각을 다준도 하고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나는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시발 좆망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