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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맨유의 역사를 뒤틀어놓은 말 한마리

아드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4.29 14:32:29
조회 13010 추천 159 댓글 78
														

맨유에서 장기집권하면서 신화를 쓴 알렉스 퍼거슨.


이 영감님은 마이클 오언, 앙투안 그리즈만과 함께 축구계에서 둘째가라면 소문난 말박이다. 당연히 직접 마주로도 활동한다.


승부복(Racing silks) 디자인은 맨유 레드 컬러에 양 소매에 우승을 상징하는 흰 별이 다닥다닥 달린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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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축구장 피치에서 껌만 씹던 영감이 실크 해트에 정장 풀세트 장비라는 이 낯선 모습을 보라)


평지경마뿐만 아니라 장애물 경마에도 환장해서 매년 첼트넘 페스티벌과 그랜드 내셔널에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아예 소유마를 직접 출전시키기도 한다.


2021년 그랜드 내셔널 페스티벌 개막일에는 영감님 소유의 말이 세마리나 우승을 차지하면서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https://www.manchestereveningnews.co.uk/news/greater-manchester-news/good-day-races-sir-alex-20347711



이 껌 잘씹는 영감님의 경마 사랑이 맨유라는 클럽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뒤틀어 놓았다는 사실, 여러분은 알고 계십니까?





때는 2001년.


당시 맨유의 최대 대주주는 JP 맥매너스와 파트너쉽을 맺고 28%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존 매그니어였다. 매그니어는 장인인 조교사 빈센트 오브라이언, 그리고 영국의 토토 사업가 로버트 생스터와 연합해 오너 브리더(경주마 생산과 소유를 동시에 하는 사업자)로 활동하는데, 이렇게 생겨난 그룹이 바로 유럽 경마를 과점에 가깝게 지배하고 있는 쿨모어 스터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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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마 보다보면 지긋지긋하게 보는 세 종류의 레이싱 실크. 근데 셋 다 쿨모어 소유.


두바이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이 진두지휘하는 고돌핀이 그 막대한 자금력을 가지고도 유럽 경마를 정복하지 못하고 2인자에 머무르는 건 오로지 이 쿨모어의 지배력 때문. 1970년대에 노던 댄서의 자마들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가격이 폭등하던 시절, 이들은 미친듯이 노던 댄서의 자마들을 경매에서 긁어모았으며, 다름아닌 경매 돈싸움에서 저 셰이크 모하메드와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곤 했다. 그리고 거기서 건진 한 마리가 바로 새들러스 웰스다.


심볼리 루돌프가 일본에서 무패 삼관을 찍던 1984년, 본고장 유럽에서 2000기니와 이클립스 스테이크스, 챔피언 스테이크스를 쓸어담고 씨수말로 전업한 전설적인 새들러스 웰스가 이들을 경마 제국으로 만들었다. 새들러스 웰스는 무려 14년 동안이나 영국/아일랜드에서 챔피언 사이어로 군림하며 GI 우승마만 80마리를 쏟아냈으며, 그 자식들 중에서 바로


몬쥬가 나왔고,

하이 채퍼럴이 나왔으며,

쥬를 자식농사에서 밀어버리고 현재까지 최고 씨수말로 군림중인 갈릴레오가 나왔다.


1990년대에는 데인 힐을 구입해서 유럽과 호주에서 셔틀로 돌리며 호주 경마를 데인 힐계로 완전 통일시키고 유럽에도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쳤으며, 지금까지도 수많은 씨수말과 번식암말을 데리고 열심히 돈을 복사하는 중이다.


아무튼 이 경마계의 거물 매그니어가 구단 대주주고, 경마 매니아 퍼거슨이 감독인 판에 둘이 죽이 안 맞을리가 있나. 비즈니스쪽으로도, 취미 생활쪽으로도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던 차에 어느날 데인 힐 자마 한마리의 지분 절반을 퍼거슨에게 선심쓰듯 양도하고, 레이싱 실크도 퍼거슨의 것을 쓰도록 했다. 아무리 친하고 소유구단 감독이라지만 선뜻 지분 반을 넘겨준 걸 봐선 탑티어로까지 기대한 말은 아니었던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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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의 이름은 락 오브 지브롤터. 2002년에 아이리쉬 2000기니 우승을 시작으로 GI 7연승을 달린 슈퍼스타 마일러였다.

칼같이 3세에 은퇴했지만 그때까지 벌어들인 상금이 120만 파운드를 넘었으니, 퍼거슨에게는 입이 찢어질 정도의 대박이었다.


문제는 이 말이 은퇴한 다음이었다. 저렇게 실적 쩌는 말이었으니 무수한 교배요청이 쇄도했고, 아일랜드에서는 회당 6만5천 유로, 호주에서는 회당 13만 2천 호주 달러를 받으며 왕복 셔틀로 신나게 정자를 뿌려댔다. 첫해 교배료만 물경 250억원이 넘는 거액.


당연히 그 절반을 먹을 생각에 싱글벙글하던 퍼거슨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린다. 매그니어는


"영감 지분은 경주마 시절 한정인디? 씨수말일때의 지분은 준적 읎어"


하고 잘라 버린것.



눈앞에서 120억이 사라지게 생긴 퍼거슨 영감님은 꼭지가 돌아서 구단 대주주고 뭐고 대놓고 들이받아버린다. 그러자 매그니어는 '영감이 씨수말 지분의 절반도 갖고 있다는 증거를 내놓아 보라'고 법적 문서를 통해 대응했고...


그 이후는 맨유 대주주와 맨유 감독의 말 소유권을 놓고 벌이는 장대한 법정 병림픽. 2003년 11월에 퍼거슨이 매그니어를 아일랜드 법원에 고소하고 매그니어는 야프 스탐, 세바스티안 베론, (당시 아직 짬찌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논란이 많았던 이적 거래들을 들먹이며 퍼거슨을 짜를수 있다고 엄포를 놓는 추한 배틀을 벌인 끝에 2004년 3월에야 간신히 합의를 보게 된다.


씨수말로서의 소유권은 매그니어가 온전히 갖고, 대신 퍼거슨은 매년 4회의 교배 권리를 갖게 된것. 그러나 이 분쟁으로 둘의 사이는 당연히 루비콘 강을 건넜고, 공존은 이미 불가능해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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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물건너 NFL 탬파베이 버캐니어스의 오너 말콤 글레이저는 맨유에 정이 뚝 떨어진 매그니어에게 맨유의 지분을 팔 것을 설득해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28.7%의 지분을 넘겨받은 글레이저는 총 지분 보유율 70%를 돌파했고, 추가로 5%를 더 매집해 절대 지배권에 해당하는 75%를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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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그 (빚더미와 함께하는) 글레이저 시대가 열리게 된 것.


여담이지만 로이 킨이 '영감 작작하고 소송 취하하고 화해좀 하쇼' 하다가 사이가 멀어졌다고 회고한 바가 있는데, 이 사건이 키노게이트의 발단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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